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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겨울레포츠&바다 여행②] 들리는가, 물을 향한 저 맹렬한 그리움이... 삼척 겨울바다
[겨울레포츠&바다 여행②] 들리는가, 물을 향한 저 맹렬한 그리움이... 삼척 겨울바다
  • 이민학 기자
  • 승인 2004.12.0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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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삼척의 겨울바다 풍경. 2004년 12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삼척의 겨울바다 풍경. 2004년 12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여행스케치=삼척] 바다. 겨울바다. 그 곳에 바람이 있다. 그 바람을 타고 파도는 뭍으로 뭍으로 달려든다.  맹렬한 기세로 달려들어 산산히 부서지는 파도의 거친 몸짓을 보다보면 보는 이의 응어리 또한 물보라를 따라 흩어져버린다. 그래서 사람들은 겨울바다, 치유의 바다로 간다.

삼척을 백두대간 너머 바닷가 벼랑 동네로 여겼다간 큰코다친다. 석탄을 떠올린다면 역시 세상 변하는 것 모르고 사는 사람이다. 정규 속도를 지켜서 가다 휴게소를 두 번이나 들러도 서울에서 4시간 거리로 부쩍 가까워졌다. 삼척은 시와 군이 통합되어 지역은 서울만큼이나 넓은데 인구는 7만4천명이다. 넓은 만큼 가볼 곳도 많다. 동굴이 54군데나 되어 동굴도시라고 칭하는데 환선굴이 가장 많이 알려져 있는 관광지이다.

백두대간을 잇는 두타산은 산악인들이 몰려드는 곳이고 덕풍계곡은 한적한 오지를 찾는 사람들 사이에 잘 알려져 있어 더 이상 오지라고 소개하기가 좀 멋쩍은 곳이다. 제안하고픈 삼척여행 코스는 겨울바다를 따라 가는 해안도로 타기. 7번 국도를 타고 동해시를 관통하여 가다보면 삼척시로 넘어가는 경계선에 커다랗게 ‘200만 동굴관광 삼척시대 개막’이라고 쓴 관문이 있다. 이 관문을 통과하여 첫 신호등 사거리에서 좌회전을 해야 한다.

좌회전 길 입구에 ‘삼척 MBC’ 등이 씌여진 입간판이 보이면 ‘새천년해안도로’로 들어가는 길을 제대로 찾은 것이다. ‘새천년해안도로’라는 이름은 도대체 누가 붙였을까? 여행객들의 낭만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딱딱한 이름이 붙은 길이지만 길 자체는 강릉 헌화로를 뺨치는 절경이다. 헌화로가 오밀조밀하고 길이가 너무 짧아 바다가 작게 느껴지는데 비해 이 도로는 시원시원하게 꺾인 데다 해안 절벽 또한 헌화로 보다 크고 깊어 바다 또한 시원하게 다가온다.

강릉 헌화로가 오밀조밀하다면 삼척 해안도로는 보다 시원시원한 맛이 있다. 2004년 12월. 사진 / 이민학 기자
강릉 헌화로가 오밀조밀하다면 삼척 해안도로는 보다 시원시원한 맛이 있다. 2004년 12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새천년해안도로 가에 있는 비치조각공원. 공원 밑 절벽에 '마린데크'란 카페가 박혀있듯 자리잡고 있다. 2004년 12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새천년해안도로 가에 있는 비치조각공원. 공원 밑 절벽에 '마린데크'란 카페가 박혀있듯 자리잡고 있다. 2004년 12월. 사진 / 이민학 기자

가다가 중간에 만나는 비치조각공원이 쉼터. 해안가 절벽위로 난 바다 전망대라고 할 수 있는데 난간 바로 밑이 바다이다. 밑으로 절벽에 박혀있는(?) 카페 마린데크가 있다. 계속해서 가다보면 소망의 탑을 지나서 삼척항에 이른다. 삼척항은 공식명칭이고 사람들은 아직 정라항이라 부르는데 회센터와 음식점이 몰려 있는 곳이다. 정라항이란 이름은 조선시대에 동해의 수군을 관할하던 정라진에서 비롯됐다. 근래 삼척에서 유명한 얼큰한 곰치국이나 고소한 가자미회는 이 곳에서 맛볼 수 있다.  

정라항에서 해안도로 드라이브를 떠나기 전에 들러야 할 곳이 시내에 있는 죽서루와 2002년 동굴엑스포를 개최하면서 개관한 동굴탐험관과 신비관, 시립박물관 등이 몰려 있는 엑스포타운이다. 일정이 짧아 환선굴이나 관음굴 등 삼척의 유명한 동굴을 들를 수 없다면 더더욱 들러서 동굴의 맛이라도 봐야하지 않을까. 죽서루는 관동팔경 가운데 제1경이다. 삼척시내를 가로지르는 오십천변 절벽에 세워진 누각에는 ‘관동제일루’, ‘해선유희지소(海仙遊戱之所)’라는 편액이 걸려있다.

관동팔경 가운데 제1경이자 관동 제일루로 꼽히는 죽서루. 2004년 12월. 사진 / 이민학 기자
관동팔경 가운데 제1경이자 관동 제일루로 꼽히는 죽서루. 2004년 12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조선 태조의 손에 끝낸 목숨을 다양한 고려 마지막 왕 공양왕과 아들들의 묘. 2004년 12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조선 태조의 손에 끝낸 목숨을 다양한 고려 마지막 왕 공양왕과 아들들의 묘. 2004년 12월. 사진 / 이민학 기자

그만큼 죽서루에서 바라보는 풍광이 뛰어났다는 이야기인데 지금은 오십천변 양쪽으로 건물들이 들어서 있어 그 옛 풍광은 맛볼 수 없다. 그나마 엑스포타운에서 바라보는 죽서루 자체가 아치 있는 한 폭의 그림으로 남아있기에 다행이다. 삼척역 앞으로 지나 해안도로를 타면 전국에서 모래사장이 제일 길다는 맹방해수욕장이 나온다. 해안도로 언덕 위에서 맹방해수욕장을 내려다 볼 수 있는데 뭍으로 밀려드는 하얀 파도를 바라보면 장엄함까지 느껴진다.

이어서 가다보면 공양왕릉과 황영조기념공원이 나온다. 최근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은 신남리에 있는 해신당공원. 작은 만 절벽 위에 조성된 해신당공원은 수없이 들어선 남근상으로 사람들 입에 심심찮게 오르내리는 여행지이다. 위쪽으로 어촌민속전시관이 있는데 여기에도 세계의 성민속전시실이 있고 입구 기념품 가게에도 고르기가 민망한 남근상들이 즐비하다. 이 곳에 이렇게 남근상이 몰려있는 까닭이 해신이 젊은 처녀이기 때문이다.

멀리 보이는 바위가 처녀가 빠져죽은 애바위. 2004년 12월. 사진 / 이민학 기자
멀리 보이는 바위가 처녀가 빠져죽은 애바위. 2004년 12월. 사진 / 이민학 기자
무수한 남근상들이 모여있는 해신당공원. 2004년 12월. 사진 / 이민학 기자
무수한 남근상들이 모여있는 해신당공원. 2004년 12월. 사진 / 이민학 기자
해신당공원 앞에는 말린 생선을 파는 좌판이 있다. 전갱이의 새끼, 일명 아지 새끼는 구워서 뼈째로 먹는데 고소하다. 2004년 12월. 사진 / 이민학 기자
해신당공원 앞에는 말린 생선을 파는 좌판이 있다. 전갱이의 새끼, 일명 아지 새끼는 구워서 뼈째로 먹는데 고소하다. 2004년 12월. 사진 / 이민학 기자

만에서 빤히 내려다보이는 곳에 집채만한 바위가 하나 있는데 이를 애바위라 부른다. 옛날 이 곳 신남마을에 결혼을 앞둔 처녀 총각이 살았는데 이른 봄날 처녀가 이 바위로 해초를 따러 갔다. 총각이 처녀를 바위까지 바래다주고 잠시 뭍에 온 사이 갑자기 거센 파도가 몰아쳤다. 처녀는 바위에 올라가 살려달라고 소리를 쳤는데 워낙 파도가 거세 총각이 배를 띄우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는 사이 바다로 휩쓸려 가버리고 말았다.

그 후로 이상하게 고기가 잡히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은 처녀의 한 때문이라고 여기고 남근을 깎아 제를 지냈는데 다시 고기가 잡혔다나. 그 후로 처녀가 살려달라고 애를 썼다고 해서 애바위라고 부르고 해마다 정월 대보름마다 남근을 매달고 제를 지냈다는 것. 전설은 세월이 가면서 살이 붙는 모양이다. 이 곳의 남근을 만지면 아이를 갖는다는 속설이 퍼져 슬쩍슬쩍 만지고 지나가는 바람에 키 작은 남근은 머리(?)가 맨들맨들하다.

임원항에는 좌판어시장이 있다. 가격만큼 골라서 그 자리에서 회를 쳐서 먹는다. 2004년 12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임원항에는 좌판어시장이 있다. 가격만큼 골라서 그 자리에서 회를 쳐서 먹는다. 2004년 12월. 사진 / 이민학 기자

해신당 공원에서 계속 내려가면 싸게 회를 맛볼 수 있는 임원항이 나온다. 항구 뒤쪽으로 좌판 시장이 형성되어 있는데 갖가지 물고기가 담긴 고무 수조에서 가격만큼 원하는 대로 골라서 그 자리에서 회를 쳐서 먹는 곳이다. 모두 자연산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일단 싱싱하고 가격 또한 그 어디와 비교해도 저렴하다. 계속해서 해안도로를 타고 내려가다 원덕읍을 지나면 갈래길이 나온다.

신리너와마을의 너와집. 2004년 12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신리너와마을의 너와집. 2004년 12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신리너와마을의 너와집. 2004년 12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신리너와마을의 너와집. 2004년 12월. 사진 / 이민학 기자
동활계곡으로 가는 도로 역시 드라이브코스로 만점. 2004년 12월. 사진 / 이민학 기자
동활계곡으로 가는 도로 역시 드라이브코스로 만점. 2004년 12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직진하면 울진군으로 넘어가고 우측으로 꺾으면 삼척시 가곡면이 나온다. 가곡면에는 동활계곡과 덕풍계곡, 가곡자연휴양림이 있다. 포장도로를 타고 가면 동활계곡을 질러가는데 계곡 끝 무렵에 신리너와마을이 있다. 너와집이 있던 산골마을인데 최근 정보화마을로 지정되면서 인터넷 시설이 깔리고 마을 이름도 신리정보화마을로 부른다.

너와지붕을 얹은 ‘너와펜션’ 5동을 운영하는데 인적 드문 곳에서 가족만의 시간을 갖기 원한다면 추천할만 한 곳이다. 너와마을에서 문의재를 넘어 삼척시쪽으로 돌아오거나 도계 쪽으로 넘어갈 수 있는데 눈이 오거나 이미 많이 쌓여있다면 온 길을 되돌아 나가는 게 좋다. 신리마을까지는 평탄한 길이지만 그 이후로는 고개를 넘어야 하기 때문. 인적 드문 지방도로까지 제설작업을 할 수는 없기에 구불구불한 고개 길을 넘다 미끄러지기라도 하면 큰일이다.

삼척시 부사장 김대웅. 2004년 12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삼척시 부사장 김대웅. 2004년 12월. 사진 / 이민학 기자

Interview 김대웅 삼척시 부시장
“우선 관동제일루로 꼽히는 죽서루가 있지요. 두타산과 천은사도 꼭 가볼만한 곳이죠. 조선시대 삼척부사였던 허목 선생이 바다의 풍랑을 잠재웠다는 동해척주비도 있고, 덕풍계곡도 아름답습니다. 신리에 가면 너와집 마을이 있고….”

삼척이 환선굴, 관음굴 등 석회동굴로 유명한데 사실 그 외에도 가볼만한 곳이 한둘이 아니라는 것. 삼척시 김대웅 부시장은 삼척 토박이로 30년간 공무원 생활을 하였다. 그만큼 손바닥 들여 보듯 훤하다. 이곳저곳 여행지의 역사와 전설을 듣다보니 삼척이 정말 크게 느껴졌다. 하루 가지고는 돌아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삼척은 과거 부족국가 시대 실직국이 있던 땅이다. 국가가 형성될 무렵 신라에 흡수되었지만 이후로도 오랫동안 고유의 정체성을 가졌다고 한다. 탄광과 시멘트산업이 한창일 때는 산업도시로, 또 교육도시로 번성했던 곳이기도 하다. 그런 역사와 정신이 남아 있어서일까. 삼척 사람들과 이야기 하다보면 고향에 대한 자부심이 유달리 강하게 느껴진다.

“지금 진행 중인 고속국도가 개통되면 관광삼척의 시대가 올 것입니다. 때 묻지 않은 자연과 순박한 인심 그리고 동해바다와 아름다운 해변, 환상적인 석회암 동굴을 갖추고 있어 전국 제일의 휴양지가 될 것입니다.”

곰치국. 2004년 12월. 사진 / 이민학 기자
곰치국. 2004년 12월. 사진 / 이민학 기자

Tip. 맛집 
● 바다횟집 곰치국
곰치는 십 여년전만해도 별 쓸모없었던 못생긴 생선이다. 잡히면 그냥 버렸다는데 이제는 구하기 힘든 물고기가 됐다. 곰치국은 김치국을 끓이면서 돼지고기 대신 곰치를 넣었다고 생각하면 되는데, 곰치란 생선이 끓이면 살이 물컹물컹 흐늘흐늘해진다. 숟가락으로 떠먹는 맛이 각별하다. 얼큰하면서도 뒷맛이 시원해 해장국으로 인기가 높다. 김치의 맛이 집집마다 다르듯 곰치국도 집집마다 다르다. 삼척사람들이 원조라고 생각하고 즐겨 찾는 곳이 정라항에 있는 ‘바다횟집’이다.

맛좋은 가자미회 한 접시. 2004년 12월. 사진 / 이민학 기자
맛좋은 가자미회 한 접시. 2004년 12월. 사진 / 이민학 기자

● 향토식당 가자미회와 칼국수
살을 발라 물기를 꾹 짜낸 다음 고추장에 범벅을 해서 먹는 데 꼬들꼬들 씹히는 맛이 아나고회와 맛이 비슷하다. 한여름에 맛이 제일 좋다는데 늦가을까지 먹는다고. 요즘은 가자미가 안잡혀 단체 손님은 받지도 못한다는데, 삼척 사람들은 식당에 오면 향토식당의 칼국수를 시키면서 꼭 가자미회 한 접시를 주문한다.

향토식당은 겉보기에 말끔한 빌딩 1층에 자리 잡고 있어 흔한 식당같이 보이는데 실은 인근에서 오랫동안 칼국수와 가자미회집을 하다가 이전하였다. 이 곳의 칼국수 맛을 삼척 토박이가 보증하였다. 역시 정라항에 있다.

신리정보화마을 풍경. 2004년 12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신리정보화마을 풍경. 2004년 12월. 사진 / 이민학 기자

● 신리정보화마을 민박
너와집으로 유명한 신리 너와집마을의 너와펜션. 한적한 계곡마을에서 정말 오붓한 가족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좋다. 펜션 옆에 역시 너와지붕을 이은 식당이 있다. 닭도리탕과 송이백숙, 옻닭 등의 메뉴가 있으며 너와마을에서 자체생산한 포도주도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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