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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취재여행] 금산 홍도인삼마을 유쾌한 취재기
[취재여행] 금산 홍도인삼마을 유쾌한 취재기
  • 이민학 기자
  • 승인 2004.12.1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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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금산 홍도인산마을의 농촌체험. 2004년 12월. 사진 / 이민학 기자
금산 홍도인산마을의 농촌체험. 2004년 12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여행스케치=충남] 지난 10월 9일 <여행스케치>에서 독자 가족들과 함께 취재여행을 떠났다. 취재지는 충청남도 금산 홍도인삼마을. 말 그대로 인삼이 유명한 마을에서 유기농법을 체험하고 인삼도 캐며 1박2일 농촌의 정을 푸근하게 느꼈다.

10월 9일 토 오후. 인삼마을로 출발!
버스 안에서 금산에 대한 소개, 취재요령 등을 설명하면서 홍도인삼마을이라고 소개를 하니까 한 엄마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홍도? 홍도야 우지마라? 그게 아니고 토종복숭아인 개복숭아 꽃이 붉게 피어서 홍도라고 설명을 하자 아하! 하며 “봄에 오면 좋겠네요?”라고 되묻는다. 마을로 가는 길에 쭉 늘어선 복숭아나무들이 일제히 꽃을 피우면 따로 꽃구경 갈 이유가 없다.

수삼센터에 수북한 인삼에 놀라고 가격에 또 한번 놀랐다. 2004년 12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수삼센터에 수북한 인삼에 놀라고 가격에 또 한번 놀랐다. 2004년 12월. 사진 / 이민학 기자

모두 11가족 38명. 양재동에서 오후 3시30분에 출발한 버스는 6시 무렵 금산에 도착하였다. 서둘러 금산 인삼시장으로 갔다. 금산 인삼시장은 한달에 두 번 쉬는데 다음날이 쉬는 날이라 시간이 좀 늦었지만 일단 둘러보고 마을로 들어가기로 한 것. 인삼시장이 볼게 뭐있을까? 10여분이면 둘러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림없었다. 수북하게 쌓인 인삼과 나오는 길에서 만난 약재나 약초 등을 보고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이왕 나들이 온 김에 챙기자! 이것저것 사서 담다보니 마을도착 예정시간을 간신히 맞출 수 있었다. 배나무집, 구남매집, 회장댁…. 도착하자마자 민박을 할 집에 짐을 풀고 마을 한가운데 있는 펜션 커다란 방에 모여 늦은 식사를 하였다. 마을 주민들이 직접 담근 구수한 된장을 풀은 된장찌개와 갖가지 나물에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한 그릇 뚝딱! 여기저기서 한 그릇 더 달라는 소리가 나왔다.

모닥불에 둘러앉아 마을 소개를 들었다. 2004년 12월. 사진 / 이민학 기자
모닥불에 둘러앉아 마을 소개를 들었다. 2004년 12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저녁 8시. 누가 누가 여치집을 제일 잘 만드나 
엄마들도 모두 나서 재빨리 뒷정리를 하고 드디어 첫 번째 일정, 여치집 만들기에 들어갔다. 마을 아저씨의 설명에 따라 밀대를 자르고 꺾는데 이렇게 착한 ‘학생’들이 없다. 어른도 아이도 솜씨를 발휘하느라 골몰한 나머지 서로 이야기할 틈도 없을 정도. 어렸을 때 만들어봤다는 엄마 아빠들이 오히려 “어? 옛날 솜씨가 안나오네?”하며 민망해 한다.

그 사이 펜션 밖 마당에 장작불이 타오르고 은박지에 쌓인 고구마가 익어갔다. 타닥타닥 튀어 오르는 불꽃 따라 하늘을 보니 커다란 감나무에 붉은 감들이 밤하늘에 박힌 듯 주렁주렁 달려있다. 그대로 두었다가 홍시가 되면 딸 것이란다.

여치집을 하나씩 만들고 난 다음은 가족 소개 시간. 모닥불에 빙 둘러앉아 돌아가면서 소개를 하는데 각양각색이다. 목발을 짚고 온 개구쟁이에서부터 딸과 외손주와 함께 온 할아버님까지. 오늘 처음 본 가족들이지만 둘러앉아 고구마를 구워먹으며 왁자지껄 소개를 하다보니 어느새 한동아리가 되었다.

메뚜기를 잡는 가족들의 모습. 2004년 12월. 사진 / 이민학 기자
메뚜기를 잡는 가족들의 모습. 2004년 12월. 사진 / 이민학 기자

10월10일 아침. 메뚜기 잡고 고구마, 인삼 캐고
아침 일찍 서둘러 식사를 마치고 논으로 갔다. 우렁이 농법으로 지은 벼는 튼튼하게 자라있었다. 아이들은 논 뒤로 난 풀밭에서 메뚜기를 잡아 간밤에 만든 여치집에 넣고, 엄마들은 옆에 있는 밭에서 고구마를 캤다. 시골 출신 아빠들은 족대를 보자 냉큼 바지를 걷고 웅덩이로 들어갔다. 고기가 있을까 싶은데 잡아보겠다는 의지만은 대단했다.

논두렁을 따라 나오는 길에 벼도 한 움큼씩 베었다. 다음 체험프로그램은 고대하던 인삼캐기. 마을 앞 넓은 평원에 있는 인삼밭으로 앞 다퉈 몰려갔다. 한 뿌리 한 뿌리가 4년이나 정성들여 키운 인삼이다. 고구마 캐듯 마구 들어가 캤다간 마을 어른들한테 혼난다. 가족단위로 인삼밭에 들어가 마을 어른들의 지도를 받으며 캤다. 한 사람당 한 뿌리씩 자기가 캔 인삼을 가져간다는 말에 신중한 선택(?)을 하느라 표정들이 정말 진지했다.

인삼 캐는 요령을 전수(?) 받는 사람들. 2004년 12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인삼 캐는 요령을 전수(?) 받는 사람들. 2004년 12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이건 너무 작아요. 다른 걸로 하나만 더 캐게 해줘요.” 애도 아닌 엄마가 투정을 부리는 걸 보면 인삼이 좋긴 좋은 모양이다. 마침 취재를 나온 도민일보의 기자 또한 금산 출신이었는데 인삼에 대해 설명해주면서 ‘사람들은 몸통이 굵은 삼을 좋아하는데 사실 인삼의 효능을 발휘하는 사포닌 성분은 잔뿌리에 더 많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는 잔뿌리가 떨어질 새라 조심스럽게 들고 다니는 걸 보니 절로 웃음이 나왔다. 다음은 유기농 논에서 한 움큼씩 베어온 벼를 훑태로 훑어내는 체험이었다. 발로 훑태를 밟고 힘껏 당겨야 하는데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가족들은 재미삼아 한번씩 하면서도 옛날에는 이걸로 그 많은 벼를 훑었다는 이야기에 그 노동의 양을 생각하기만 해도 끔찍한 듯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금강 상류 천내강변에서 즐거운 한 때를 보내는 사람들. 2004년 12월. 사진 / 이민학 기자
금강 상류 천내강변에서 즐거운 한 때를 보내는 사람들. 2004년 12월. 사진 / 이민학 기자

낮 12시경. 맛있는 어죽과 강가에서 놀기
어느새 점심시간. 열심히 일한 만큼(?) 속이 출출했는데 일단 마을과 작별을 해야 했다. 도시의 가족들을 맞아 풍성한 가을 농촌의 인심을 아낌없이 베풀어 준 마을 어른들과 아쉬운 작별인사를 하였다. 손에 손에 고구마를 한 꾸러미씩 들고 마을을 떠났다.

이 날 점심은 어죽이다. 마을에서 차로 20분 거리인 금강 상류인 천내강변에는 어죽집들이 즐비하다. 얼큰한 어죽 맛도 맛이려니와 천내강 적벽을 마주한 풍광에 취해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 재빨리 식사를 마친 아이들은 강변으로 달려갔다.

비단 금(錦) 글자 그대로 비단같이 아름다운 금산. 해마다 금산 군북면 산안리에서 산꽃축제가 열리는데 국내 최대의 산벚꽃단지로 해가 갈수록 찾는 인파가 몰린다. 천내강변 또한 훼손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많이 남아 있어 운치가 있다. 가족들은 제각각 물수제비를 뜨거나 발을 담그곤 강물에 시간을 흘려보냈다.

천내강 적벽. 2004년 12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천내강 적벽. 2004년 12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칠백의총에 대해 설명을 듣는 사람들. 2004년 12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칠백의총에 대해 설명을 듣는 사람들. 2004년 12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짧은 가을날. 맑은 햇볕과 푸른 강물에 취해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가족들. 그러나 마지막으로 금산에 오면 꼭 들러야할 곳, 칠백의총 견학이 남아 있다. 오후 2시. 칠백의총의 영령을 기리다. 4백 년 전 임진왜란 당시 의병장 조헌과 칠백의 무명용사들이 금산 벌판에서 왜군과 맞서 싸우다 전멸하였다. 후일 시신을 모두 모아 한자리에 합장한 곳이 바로 칠백의총.

멀리 금산까지 와서 그 충혼을 생각지 않는다면 지하에서 통한해 할 것이다. 누군들 죽음이 두렵지 않았으랴. 다만 그래야 했기에 의연히 나섰던 민초들의 영령. 그 마음을 새기며 묵념을 하였다.

오후 3시. 귀가
칠백의총 견학을 끝으로 서울로 출발하였다. 여행지에서 오는 길이 늘 그렇듯, 모두 쿨쿨 잠이 들었다.

Tip. 홍도인삼마을 가는 길
대전-통영고속도로 금산 IC -> 금산읍 -> 금산인삼센터 앞길 -> 진안·하도리 표지판보고 13번 국도 진입 -> 주유소 삼거리에서 좌회전 -> 홍도 삼거리 표지판 보고 좌회전 -> 마을

이순희씨와 아이들. 2004년 12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이순희씨와 아이들. 2004년 12월. 사진 / 이민학 기자

Interview 아이들과 함께한 풍성한 가을 농촌체험여행, 이순희
우렁을 잡아 미끄러운 감촉을 확인하고, 메뚜기를 잡아 메뚜기의 사랑도 확인하고, 고구마를 캐면서 한 뿌리에 저렇게 많이 달릴 수도 있구나! 감탄도 하면서 농사의 묘미를 알았습니다. 모두들 놀라움의 탄성이 마를 새도 없이 인삼 캐기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아! 인삼이란 이런 것이 좋은 거였구나! 한 번 더 배움에 목말라 하면서 이것을 먹고 천년만년 살겠다는 우리 용우에게 인삼 한 뿌리를 먹여 봤더니 천년만년 사는 것을 포기하는 것이 좋겠다는 얼굴표정을 짓고 맙니다. 돌아오는 길에 아이들은 인삼백숙을 우리 어른들에겐 어죽을…. 어

죽이긴 한데 물고기는 전혀 들어있지 않아 ‘어죽의 `어`자가 물고기어 자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일긴했지만, 우리에겐 눈에 익지 않았던 깎아지른 듯한 기암절벽과 퐁당퐁당 돌을 던지며 놀 수 있는 강 풍경을 보고는 ‘음, 물고기가 맞을 것 같군’ 하며 한입 한입 입 속에 넣을 수 있었습니다.

입 속에 들어가서야 그 맛의 묘미를 알게 해 준 어죽에게도 감사드리며 기회가 된다면 우리 <여행스케치> 가족들과도 다시 만날 수 있는 날을 학수고대하며 이만 줄일까합니다. 마지막으로 가족들을 반가이 맞아주고, 맛있는 식사에 고구마까지 챙겨주신 마을 어른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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