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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지구촌기행] 바욘의 아름다운 보살의 얼굴, 앙코르
[지구촌기행] 바욘의 아름다운 보살의 얼굴, 앙코르
  • 김연미 기자
  • 승인 2004.12.2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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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캄보디아 앙코르 와트. 2004년 12월. 사진 / 김연미 기자
캄보디아 앙코르 와트. 2004년 12월. 사진 / 김연미 기자

[여행스케치=캄보디아] 연필을 깎고 있다. 지구본 모양의 연필깎이. 너무 작아서 캄보디아가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이쯤이겠지 지도를 짚어본다. 한국보다 2시간 느린 시차. 손목시계를 돌린다. 지금 사람들은 오수의 낮잠을 즐기고 있으리라. 

“캄보디아는 어른이 없는 사회입니다.” 캄보디아 앙코르와트에 들어서면서 소름끼치는 소리를 들었다. 소인국의 나라가 아닌 ‘아이들의 나라’ 순간, 영화 ‘킬링필드’와 ‘파리대왕’이 생각난다. 당혹스럽다. 프랑스 식민지배에 이어서 30년 가까운 전쟁. 아마 캄보디아하면 킬링필드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전체 인구 1천4백만명 중 50% 이상이 20세 이하. ‘아이들의 나라’라는 이름이 그래서 슬픔으로 들린다.

조각과 아이, 둘다 오묘한 포즈와 표정을 가졌다. 2004년 12월. 사진 / 김연미 기자
조각과 아이, 둘다 오묘한 포즈와 표정을 가졌다. 2004년 12월. 사진 / 김연미 기자
앙코르에는 다양한 조각이 있다. 2004년 12월. 사진 / 김연미 기자
앙코르에는 다양한 조각이 있다. 2004년 12월. 사진 / 김연미 기자

우리만큼 근대사를 슬픔으로 견뎌온 나라다. 그러나 현재 캄보디아는 평화스럽다. 캄보디아의 우울한 이미지를 한순간에 날려보내는 곳이 앙코르다. 씨엠리업은 인구 10만명 정도가 있는 조그만 도시다. 다양한 숙소와 식당들이 있어서 여행자에게 더위 빼놓고는 불편함이 없는 곳이다.(불편함이 없다하여 한국의 도시를 생각하면 안된다)

씨엠리업 주위로 앙코르유적이 분포되어 있다. 외곽 7개 지역에 1천여 개의 사원이 있다. 앙코르와트, 앙코르 톰, 프놈바켕, 반띠아이 끄데이, 쓰랑 쓰랑, 반띠아이 쌈레, 쁘레 룸, 반띠아이 쓰레이 등. 앙코르유적은 3박4일 돌아보아도 다 볼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유적이 있다. 그런 불가사의한 석조를 보기 위해서 세계의 많은 배낭족들이 앙코르에 모인다.

따 프롬은 나무 뿌리들이 사원의 기둥과 지붕을 감싸 무너뜨리고 있다. 2004년 12월. 사진 / 김연미 기자
따 프롬은 나무 뿌리들이 사원의 기둥과 지붕을 감싸 무너뜨리고 있다. 2004년 12월. 사진 / 김연미 기자
중앙탑에서 바라보는 앙코르 와트 입구. 주위는 정글이다. 2004년 12월. 사진 / 김연미 기자
중앙탑에서 바라보는 앙코르 와트 입구. 주위는 정글이다. 2004년 12월. 사진 / 김연미 기자

앙코르(Angkor)는 유적이 있는 정글 전체를 가리키고, 앙코르와트는 앙코르에 속한 유적 중의 하나다. 즉 앙코르 유적은 정글 속에 묻혀있다. 그렇다고 아마존 정글을 생각하면 안된다. 유적지와 유적지 사이에 길이 잘 닦여있다. 커다란 열대 나무들 사이로 차를 타고 달리면 신기한 석조들의 사원이 맞는다. 앙코르와트 중앙탑이나 프놈 바켕에서 바라보면 앙코르가 정글 속에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어둠이 내린 씨엠리업. 숙소로 들어가는 거리에 마사지 555, 1234 번호판이 붙은 가게들이 늘어서 있다. “여자들은 가지 마세요!” 방콕 홍익여행사 방영근 씨가 장난스럽게 주의를 준다. 붉은 간판, 붉은 불빛 순간! 깨달음. 한국은 지금 저 불빛에 대해서 논란 중이다.

한 비문에 의하면 자야바르만 2세(802~850)가 앙코르의 창시자로서 최초의 왕으로 기록되어 있다. 앙코르 지역을 도읍으로 건립한 왕이 아쇼바르만 1세(889~900). 도읍을 지금의 프놈펜으로 옮긴 게 1434년. 그들이 왜 이 거대한 도시를 버렸는지 기록이 남아있지 않다. 혹자는 태국의 잦은 침입으로 수도를 옮겼으리라 추측한다. 이 앙코르왕조가 알려지게 된 것은 1860년 프랑스의 앙리 무오에 의해서다.

앙코르 와트 3층 내부의 긴 통로. 2004년 12월. 사진 / 김연미 기자
앙코르 와트 3층 내부의 긴 통로. 2004년 12월. 사진 / 김연미 기자
앙코르 와트 중앙탑에서 내려다 본 스님. 2004년 12월. 사진 / 김연미 기자
앙코르 와트 중앙탑에서 내려다 보는 스님. 2004년 12월. 사진 / 김연미 기자

앙코르를 방문한 앙리는 사원의 스케치와 여행기를 서유럽에 소개한다. 그 인연으로 앙코르왕조는 프랑스학자들에 의해서 활발한 연구가 이루어졌다. 앙코르와트 역시 프랑스에서 복원을 했다. 지금은 일본인에 의해서 복원을 하고 있는 중이다. 신기하게도 복원이 된 곳이 더 빨리 허물어진다고 하니, 현대의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흉내를 낼 수 없는 게 있다.

여행은 일찍 시작했다. 아침 7시. 매표소에서 유적지 3일간 입장료(40달러. 하루는 20달러)를 샀다. 입장권에 붙이는 사진은 공짜로 찍어준다. 단, 4사람이 되어야만 인화를 하기 때문에 혼자서 찍었을 때는 3사람이 더 찍힐 때까지 기다려야한다. 유적지를 관람할 때는 내내 입장권을 보여줘야 한다.

캄보디아는 리엘과 달러가 동시에 사용된다. 1달러가 4천리엘. 거스름돈은 리엘로 준다. 소액의 달러를 가지고 다니는 게 편리하다. 캄보디아는 못 사는 나라 중의 하나다. 한달 월급이 30~50달러 정도. 공산품을 생산하는 능력이 없기 때문에 태국, 베트남에서 수입한다. 우리가 캄보디아에서 산 물건이 태국에서 더 싸게 판매된다.

그래도 캄보디아 쇼핑센타에서 물건을 사보라. 시장에서 물건을 사며 흥정을 하는 재미도 있다. 물론 현지 사람보다 약간 비싸게 사겠지만 그래도 시장에서 만나는 풍경이 사람 사는 맛이 나서 재미가 있다.

캄보디아인들은 오수를 즐긴다. 11시부터 3시까지. 여행 내내 캄보디아인처럼 오수를 즐겼다. 유적지 앞마다 어린 아이들이 물건을 판다. 코코넛으로 만든 팔찌, 엽서, 책 등. 한국사람들은 인정이 많기 때문에 한국사람 주위로 유난히 아이들이 모인다고 한다.

“그 아이들은 학교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안됐지만 너무 많이 동정하지 마십시오.” 냉정하게 들렸지만 유적지마다 달라붙은 아이들 때문에 여러 감정을 갖는다. 다행히 유적지 안까지 쫓아오지 않아서 그나마 마음이 덜 무겁다. 1달러가 아까워서가 아니다. 나중에 돌아오는 길에 보니 다들 한 가지씩 샀다. 아이들의 눈빛을 쫓아낼 수 없어서….

바욘의 미소. 2004년 12월. 사진 / 김연미 기자
바욘의 미소. 2004년 12월. 사진 / 김연미 기자

나도 미소가 아름다운 엽서를 사서 그리운 사람들에게 편지를 띄웠다. 사실 그 많은 유적지를 일목요연하게 설명하기가 어렵다. ‘바욘’에서 바라본 거대한 관세음보살 상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떠나기 전 먼저 갔다온 선배에게 물었다. “뭐가 있어?” “가서 그냥 봐라. 세상에 설명이 안되는 것도 있다!”

여행을 다녀왔을 때 누군가 물었다. “어땠어?” “혼자 놀기 좋지!” 앙코르는 혼자 가기 좋은 곳이다. 여럿이 다니기보다 혼자가 좋은 곳. 그 곳에서 나는 가방하나 둘러메고 혼자 온 한국인 여성들을 많이 만났다. 가이드는 앙코르에 오는 사람들은 기가 세다며 저렴하게 다니려고 친구를 찾는다면 잘 찾아야 한다고 한다.

기가 세다. 거대한 석조들이 주는 느낌이 그래서 그런가. 아니면 캄보디아가 어쩐지 오지 같은 이미지를 줘서 그런가. 어쨌든 더불어 나도 기 세다는 얘긴데…. 앙코르와트는 해자(폭 약 2백60m, 길이 약 5.5km)에 쌓여있다. 입구에 자주빛 연꽃이 곱게 피었다. 간혹 연꽃을 파는 사람들이 있다.

앙코르와트는 캄보디아 사람들에게 공원 같은 곳이다. 해자 주위로 돗자리를 깔아놓고 낮잠을 즐기거나 식사하는 풍경이 보인다. 여행객들은 해자 주위를 돌아보기보다 앙코르와트로 들어간다. 수리아바르만 2세(1112`~1152)에 의해 약 30년에 걸쳐서 건축되었다고 한다. 전체 크기가 동서로 1.5km 남북으로 1.3km. 정글 한가운데 2m가 넘는 거대한 돌들이 쌓여있다. 그것도 입에서 저절로 감탄이 쏟아지는 거대한 탑들이.

중앙탑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무척 경사가 심해서 기어서 올라가야 한다. 2004년 12월. 사진 / 김연미 기자
중앙탑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무척 경사가 심해서 기어서 올라가야 한다. 2004년 12월. 사진 / 김연미 기자

한치의 오차도 없이, 상상력은 어디까지 펼쳐질까? 여행은 상상력이다. 마음껏 상상해라. 거대한 사원들이 주는 의미를. 앙코르와트는 힌두교의 비슈누에게 봉헌되었다. 앙코르와트는 힌두교의 우주관에 입각한 우주의 모형을 한 구조이다. 다섯 개의 탑 중에서 중앙의 탑은 우주의 중심 메루산을 상징한다.

쁘레 룹에서 바라본 일몰. 2004년 12월. 사진 / 김연미 기자
쁘레 룹에서 바라본 일몰. 2004년 12월. 사진 / 김연미 기자

불교에서 부처가 있는 수미산과 같은 의미다. 외벽은 세상 끝에 둘러쳐진 산을 의미하며 해자는 바다를 의미한다. 오수를 즐기지 않고 3박4일 내내 돌아보면 그 많은 유적지들을 다 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절반도 보지 못하고 왔다. 열대 숲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천천히 오수를 즐기며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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