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케치=강원] 고속국도 휴게소는 잠시 거치는 곳이다. 적어도 지금껏 내게는 그랬다. 그런 곳에서 새해 해맞이 축제를 한다는 것이다. ‘해맞이’를 하며 ‘축제’를 벌이는 휴게소라면, 가다 들르는 곳이 아니라 들르기 위해 가는 곳이란 얘기다. 멀고도 먼 동해 고속국도 끝자락의 옥계 휴게소는 ‘찾아갈 만한 곳’이었다.
오후 늦게 도착한 휴게소. 차를 세운다. 키를 뽑는 것도 잊는다. 휴게소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나중 일이다. 곧바로 뒤편 해맞이 공원을 향하는 급한 걸음. 바다다. 겨울 망상 해변의 하얀 포말이 오히려 뒤에서 부서지고 있다. 목재 산책로 끝에 서니 동해가 휴게소를 감싸고 있다. 지금껏 보아온 휴게소 뒤편 풍경 가운데 가장 단순한 풍경이다. 바다뿐이다.
겨울 바다는 늘 가쁜 숨으로 달려오게 된다. 허위허위 그렇게 찾아오면, 턱없이 무심한 곳 또한 회색의 겨울 바다다. 그런데도 바다를 봐야 직성이 풀린다. 그것도 왜 꼭 동해여야 하는지. 겨울 바다를 봤으니 그래 이젠 됐다. 발걸음을 돌리면 휴게소가 눈에 들어온다.
식당 내부는 깔끔하면서도 한산하다. 새로 생긴 휴게소다. 지난해 11월 동해 고속국도가 신설·확장되면서, 속초 방향의 간이 휴게소인 동해 휴게소가 사라지고 근처에 옥계 휴게소가 들어섰다. 고속국도 휴게소 가운데 가히 최고의 풍광이라는 동해 휴게소의 명성을 이어받은 셈이다.
식당 건물은 물론, 연결된 원통형의 전망대 건물도 통유리로 마감돼 곳곳에 바다가 한가득이다. 굳이 화장실에서는 보이지 않아도 괜찮은데 싶을 정도로 바다가 넘친다. 전망대 1층은 휴게소를 둘러보다 쉴 수 있는 또 다른 휴게소다. 매장에서 산 음식을 둘러 앉아 먹을 수 있는데 유명 작가의 목각 작품도 전시돼 있다.
따뜻한 계절에는 자갈과 모래로 만든 맨발 지압장과 분수공원에서 쉬어가도 좋겠다. 안내 데스크에는 탁상 달력 대신 내일의 일출 시간표가 세워져 있다. 휴게소 직원은 33명. “매일 일출과 함께 일하니 좋겠습니다” 하니, 당연히, “이젠 지겨울 정돕니다” 한다. “아무리 그래도 부러운 건 부러운 겁니다” 하며 같이 웃었다.
고속국도 휴게소는 대개 뒤쪽에 샛길이 나있다. 근무하는 지역 주민의 출퇴근 용도다. 하지만 옥계 휴게소에는 뒷길이 없어 매장 판매원 대부분이 강릉과 동해 지역에서 고속국도로 출퇴근한다. 차가 없는 분은 근처에 사는 직원차를 같이 타고 온다. 매일 고속국도를 사용하다보니 통행료를 단체로 할인 계산할 정도.
기숙사 생활을 하는 직원도 16명. 제일 힘든 게 무료함이다. 술집이 있나 노래방이 있나. 무인도나 다름없는 고속국도 휴게소 기숙사의 밤. 동해 고속국도의 통행량은 아직 하루 3천 대 이하인데다 휴게소가 문을 연 지도 3달이 안 됐다. 그 흔한 취객의 소란 한번 없었던 ‘평온한’ 나날의 연속.
먼 지역에서 발령받아 온 직원은 그저 동해 바다에 사연을 담아 시름을 달랜다. 술 생각이 나면 20km 떨어진 동해시를 찾아야 한다. 동해시로 가기 위해서는 속초 방면으로 올라가 옥계 IC에서 유턴해야 한다. 돌아올 때는 물론 대리운전. 그렇게 휴게소로 돌아오고 나면 다음은 차를 찾으러 갈 차례. 동해시로 퇴근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 차를 타고 옥계 IC까지 올라가 또 유턴. 동해시까지 20km….
차라리 안 마시고 만다. 요즘은 일출과 풍광에 입소문이 나면서 일부러 멀리서 찾아오는 여행객이 꽤 늘었다는 게 가장 큰 기쁨이다. 여건이 된다면 일출제도 계속 치르겠다는 계획.
Tip. 우리가 알고 있는 65번 동해 고속국도는 더 이상 고속국도가 아니다. 지난해 11월 24일자로 새로운 동해 고속국도가 65번의 이름을 달고 신설·확장됐기 때문이다. 예전 고속국도는 구간별로 나뉘어 국도와 지방도로 편입됐다. 일부 구간은 4차선으로 확장돼 신설 동해 고속국도로 편입됐다. 새 65번 고속국도는 동해에서 주문진을 잇고 있다. 옥계 휴게소는 새 65번 고속국도 속초 방향 망상 IC와 옥계 IC 사이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