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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가족여행] 고향 가는 길처럼 푸근한 바닷가 풍경, 안면도
[가족여행] 고향 가는 길처럼 푸근한 바닷가 풍경, 안면도
  • 이종원 객원기자
  • 승인 2005.04.1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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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안면도의 포근한 바닷가 풍경. 2005년 4월. 사진 / 이종원 객원기자
안면도의 포근한 바닷가 풍경. 2005년 4월. 사진 / 이종원 객원기자

[여행스케치=태안] 안면도는 세계 꽃박람회를 계기로 서해에서 가장 사람들이 많이 찾는 섬으로 변모했다. 식당과 펜션이 우후죽순 늘어나고 피서철이나 대하철만 되면 안면대교부터 꽃지해수욕장까지 고생길을 감수해야 한다.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섬(安眠島)은 이름에 불과한 것일까.

안면도에는 시선을 덜 받고 자연미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곳이 아직도 많다. 천수만을 바라보고 있는 동쪽 해안선을 따라 아늑한 포구가 구석구석에 숨어 있고, 그 황톳길을 굽이굽이 따라가는 여정은 고향 가는 길만큼이나 포근하다.

서해안 최고 일몰지인 꽃지. 2005년 4월. 사진 / 이종원 객원기자
서해안 최고 일몰지인 꽃지. 2005년 4월. 사진 / 이종원 객원기자

큼직한 염전은 넉넉한 심성을 가르쳐 주고 어느 바다를 들어가면 신명나게 갯벌체험할 수 있다. 특히 남쪽 해안인 ‘바람아래 해수욕장’은 안면도 토박이조차 일반인들에게 알려지는 것을 꺼릴 정도로 비경을 자랑하고 있다. 안면도의 진면목은 바로 이런 곳들이 아닐까.

사실 이런 곳들은 피서철보다 한적한 계절에 찾아가야 제 맛을 느낄 수 있다. 안면도의 서쪽 해안은 해수욕장 공화국이다. 삼봉-기지포-안면-두여-밧개-방포-꽃지-샛별-운여-장삼-장돌-바람아래 등이 줄지어 있다. 그 중에서 샛별해수욕장 아래쪽이 비교적 조용하고 운치 있는 곳이다. 장삼해수욕장 가는 길은 향토적이다. 쌀을 키우는 논두렁이 있고 소금을 키우는 염전까지 여행자를 반긴다.

영화 '마리아와 여인숙' 촬영지 장삼해수욕장. 2005년 4월. 사진 / 이종원 객원기자
영화 '마리아와 여인숙' 촬영지 장삼해수욕장. 2005년 4월. 사진 / 이종원 객원기자

장삼해수욕장
여인네의 장삼처럼 백사장이 길게 이어져 인근 장돌과 바람아래까지 연결되어 있다. 장삼 소맷자락 한 켠에 갈매기 떼가 밀가루처럼 고운 백사장을 거닐고 있다. 앞바다에는 기다란 장고도가 편안히 누워 있었다. 영화 ‘마리아와 여인숙’ 의 촬영지이기도하다. 조개와 게잡이를 할 수 있는 체험장으로 유명하다.

비포장도로를 덜컹거리며 고개를 넘어가면 장돌해수욕장이 나온다. 바람에 일렁이는 갈대숲은 봄의 정취를 만끽하기에 충분하다. 따사로운 햇볕을 받으며 까나리액젖 통이 부글부글 익어 가고 있다. 바로 자연이 숨쉬는 소리다.

장돌해수욕장
해변엔 아무도 없다. 먼저 바다를 차지하는 사람이 주인이다. 항아리처럼 해변이 움푹 들어가 있어 이곳에 서면 어머님 뱃속에 들어간 것만큼 편안하다. 이렇게 조용하고 예쁜 해변이 왜 ‘짱돌’이라는 거친 이름을 가졌는지 모른다. 하긴 음미하면 음미할수록 솔직하고 순박함이 묻어나는 어감이 아닌가.

워낙 외진 곳에 자리 잡고 있어 한여름에도 한적하게 피서를 즐길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바다에 드리워진 금빛 물결이 눈부시다. 조그만 섬 사이로 떨어지는 일몰이 참 아름답다고 한다.  

바람아래 해수욕장 끝에 자리 잡고 있는 해식동굴. 2005년 4월. 사진 / 이종원 객원기자
바람아래 해수욕장 끝에 자리 잡고 있는 해식동굴. 2005년 4월. 사진 / 이종원 객원기자

바람아래 해수욕장
장삼과 장돌 그리고 바람아래는 삼형제다. 큰형답게 바람아래라는 이름표를 달고 바람과 파도와 싸우며 동생 해수욕장을 보듬고 있다. 들어가는 초입부터 심상치 않다. 비포장 도로 위로 차가 울렁거릴 때마다 운치를 더해준다. 말끔히 길이 놓였으면 이런 기분은 아니었을거야. 깊은 속내로 빨려 들어가니 이번엔 울창한 해송이 반긴다.

하늘 한 점 보기 힘들 정도로 늘씬한 안면송이 하늘을 향해 내뻗고 있다. 바다는 옆으로 이어  있고, 나무는 하늘로 뻗고 있었다. 솔향의 미몽에서 벗어나면 안면도 최고의 보석인 바람아래가 눈앞에 펼쳐졌다. 한쪽은 끝이 보이지 않는 갯벌이 형성되어 있고 다른 한쪽은 섬까지 길게 이어진 백사장이 나타난다.

‘아! 바람아래.’ 그 옛날 이곳에 살던 용이 승천하면서 용트림한 것이 오늘의 특이한 지형을 만들어 냈다. 용이 솟아올랐으니 바람이 일렁이는 것은 당연하다. 그 바람이 만들어낸 하얀 포말은 생활에 찌들었던 스트레스를 단방에 날려 보낸다. 사자 갈기를 휘날리고 있는 사자바위, 다소곳이 앉아 있는 할미섬도 빼 놓을 수 없는 그림들이다.

더 멀리 시선을 던져보면 바다에 촘촘히 박혀 있는 장고도, 고대도, 삽시도, 원산도가 손에 잡힐 듯 가까이 서 있다. 물이 빠졌다면 해변의 서쪽 끝으로 가보라. 어른 10여 명이 너끈히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너른 바위굴이 뚫려 있다. 이곳에서 바라본 해변의 바다는 풍경화를 보는 것처럼 우아하다. 나가기 싫을 정도로….

순수한 뱃사람을 볼 수 있는 가경주항. 2005년 4월. 사진 / 이종원 객원기자
순수한 뱃사람을 볼 수 있는 가경주항. 2005년 4월. 사진 / 이종원 객원기자

가경주
예쁜 포구에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고, 순수한 뱃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을 가보는 것을 꿈꾸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안면도의 가경주 항을 가보라. 자연경관이 뛰어나고 아늑한 것이 마치 새의 둥지와 같아 예로부터 ‘가경지(佳景地)’라고 불리었다. 그 흔한 방파제도 없다. 물이 빠지면 배는 어쩔 수 없이 쉬어야 하고 물이 들어오면 일터로 다시 나가면 그만이다.

활처럼 휜 해변을 따라 파랑, 빨강 지붕들을 이고 있는 집들이 옹기종기 어깨를 맞대고 있다. 따사로이 내려 쬐는 양지에는 마을의 촌로들이 웅크리고 앉아 그렇게 지겹도록 바라본 바다를 또 쳐다보고 있었다. 하늘하늘 거닐고 싶고픈 어촌 마을이다.

안면도 땅 끝인 영목항. 바다건너 보령이 보인다. 2005년 4월. 사진 / 이종원 객원기자
안면도 땅 끝인 영목항. 바다건너 보령이 보인다. 2005년 4월. 사진 / 이종원 객원기자

영목항
77번 국도를 타고 남으로 남으로 가다보면 안면도에서 더 이상 갈 곳 없는 땅 끝인 영목항이 나온다. 안면대교에서 이곳까지 30여km나 떨어져 있을 정도로 멀다. 원산도, 효자도, 삽시도, 고대도, 장고도가 눈앞에 펼쳐져 있다. 현지 사람들에게 넌지시 물어 보았더니 고대도의 뒤쪽 해변이 여름 피서지로 최고라고 귀뜸해 준다. ‘기다려라. 금년 여름엔 꼭 찾아가마.’

안면도에 핵폐기장이 들어선다고 할 때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았고, 파출소를 불태웠을 정도로 안면도 최대의 위기를 맞았던 적이 있었다. 그 후보지가 바로 영목항이다. 바다 앞 보령화력발전소에서 내뿜는 연기가 눈에 거슬렸는데 이곳에 핵폐기장이 들어섰다면 얼마나 삭막할까?

마침 대천항에서 출발했던 큰 배가 들어온다. 거선 입에서 승용차들이 쏟아져 나온다. 한여름 안면도에 교통체증이 심할 때 눈치 빠른 사람은 이 배를 이용하여 안면도에 들어왔다고 한다. 선창가 바로 옆에 자리 잡고 있는 어시장도 볼 만하다. 어패류와 젓갈을 저렴하게 장만할 수 있다.

수락산 밑의 천상병 생가를 고스란히 대야도로 옮겨 왔다. 2005년 4월. 사진 / 이종원 객원기자
수락산 밑의 천상병 생가를 고스란히 대야도로 옮겨 왔다. 2005년 4월. 사진 / 이종원 객원기자

천상병 시인 생가
동백림 사건에 억류되어 고문과 옥고를 치르면서도 맑은 시어를 쏟아낸 천상병 시인을 안면도에서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의정부 수락산 밑에 있던 천상병 시인의 생가가 철거된다는 소식을 들은 모종인 씨는 시인의 생가를 통째로 안면도 대야도로 옮겨 좋았다. 벽돌블럭과 문틀까지 고스란히 가져 왔다.

천상병 문학관도 생가 옆에 있다. 천상병 시인의 생가가 있는 대야도는 그가 꿈꾸었던 이상향 ‘귀천’ 이란 시처럼 시원스런 경치가 펼쳐지는 곳이다. 생가만이라도 그 아름다움을 맛볼 수 있다니 다행이다.

시인의 섬 전경. 2005년 4월. 사진 / 이종원 객원기자
시인의 섬 전경. 2005년 4월. 사진 / 이종원 객원기자

Tip. 시인의 섬
천상병 시인의 생가를 옮긴 모종인 씨가 운영하는 펜션이다. 천상병 생가가 펜션 아래에 자리 잡고 있어 문학기행과 함께 하면 좋다. 바로 앞에 천수만 바다가 훤히 보일 정도로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한다. 내부 인테리어도 화려하고 좋은 시설을 갖추고 있다. 마당 앞에는 바비큐 시설까지 갖추고 있다.
위치 충남 태안군 안면읍 대야로 261-10

얼큰하고 시원한 복탕. 2005년 4월. 사진 / 이종원 객원기자
얼큰하고 시원한 복탕. 2005년 4월. 사진 / 이종원 객원기자

남일식당
지방의 향토 맛을 찾아가는 여정은 언제나 즐겁다. 고남면 현지인의 소개로 찾아간 남일식당은 예전에 여인숙 자리여서 겉은 허름하지만 실내는 인테리어를 새로 해서 넓고 깔끔하다. 점심시간에도 여유 좌석을 찾기 힘들 정도로 안면도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 집의 주메뉴는 복탕. 청정해역 고대도에서 잡은 말린 졸복에 갖은 양념을 넣어 시원스레 탕을 끓여 냈다. 작은 복어를 잘근잘근 씹는 맛이 그만이다. 어찌나 양이 많은지 먹어도 먹어도 끝이 없을 정도다. 국물이 시원해 숙취해소에 좋다. 고남면소재지 안쪽 골목에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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