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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농촌 마을 탐방] 산골 마을의 예스러움과 자연에 반하다 소설·드라마의 배경지, 남원
[농촌 마을 탐방] 산골 마을의 예스러움과 자연에 반하다 소설·드라마의 배경지, 남원
  • 조용식 기자
  • 승인 2019.08.20 18: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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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희의 대하소설 '혼불'의 배경지인 노봉마을
야생차로 고려단차를 만드는 '매월당'이 자리한 매촌마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 된 풍계서원도 둘러볼 수 있어
노봉마을 할머니로 구성된 혼불오케스트라가 지난 5월 동편제마을 국악거리축제에서 '혼불아리랑'을 공연하는 모습. 사진 / 조용식 기자

[여행스케치=남원] 전라북도 남원시의 농촌 마을은 의외로 산골에 자리한 곳이 많다. 마을 어디에서나 가슴이 탁 트인 전경을 감상할 수 있으며, 청정한 자연을 맞으며 오래 머물고 싶어진다. 거기에 외할머니, 어머니의 품 같은 포근함과 마을의 예스러움에 마음까지 두고 온 시골 여행을 소개한다.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아리랑 혼불고개로 날 넘겨주소”
90세가 넘으신 할머니는 ‘혼불아리랑’ 공연 시작에 앞서 “영감 얼굴도 모르고 시집을 왔다”며 “그때는 얼마나 무서웠는지 모른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90세가 넘어서, 시집온 지 70년이 지나서 말이다.

사진 / 조용식 기자

물박놀이와 함께 펼쳐지는 혼불아리랑 공연, 노봉마을
혼불아리랑은 남원 노봉마을 할머니들의 한(恨)이 담긴 소리였고, 혹독한 시절 할머니들이 흘렸던 눈물의 소리였다. 관객들은 “10여 명의 할머니가 부르는 혼불아리랑과 함께 박자를 맞추는 물박놀이가 노봉마을의 전통놀이였는지를 처음 알았지만, 공연을 듣고 나서야 오래전 우리 할머니, 어머니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혼불문학관의 전경. 사진 / 조용식 기자
목공예 중인 학생들의 모습. 사진 / 조용식 기자

남원의 노봉마을은 최명희의 대하소설 <혼불>의 배경이 되는 곳으로 종갓집, 청호저수지, 달맞이공원, 노적봉, 서도역 등 소설에 등장하는 장소가 있는 곳이다. 그중에서도 서도역은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촬영지로 여전히 인기가 많은 곳이다. 

일제 강점기의 간이역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서도역은 데이트 장소, 포토존으로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다. 오랜 세월 기차가 달리지 않아 녹이 슨 철로를 따라가면, 메타세쿼이아 터널 사이로 지금은 운행하지 않는 레일바이크가 한 폭의 그림처럼 자리하고 있다. 

서도역 메타세콰이어 터널. 사진 / 조용식 기자
노봉마을로 들어서는 길, 소설 '혼불'과 관련된 벽화가 그려져있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서도역에서 차로 5분 거리인 혼불문학관은 계단으로 오르는 입구부터 특별하다. 계단의 벽면에 빼곡히 자리한 나무 엽서에는 가족의 건강, 행복한 나라, 변치 않는 우정 등이 적힌 사연들로 가득하다.

노적봉을 배경으로 자리한 혼불문학관 내부에는 최명희 작가의 원고와 소설 <혼불>의 주요 장면들이 10개의 디오라마로 전시되어 있으며, 작가의 유품인 취재 수첩, 육필원고, 만년필 등도 만날 수 있다. 

억새지붕의 초가집에서 예스러움이 느껴진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억새 지붕의 고풍스러움, 고려단차에 흠뻑 취한, 매촌마을
마을 입구부터 한적한 산골로 들어서고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승용차 한 대가 지나갈 정도의 시골길을 따라 처음 눈에 들어온 것은 억새 지붕이다. 5m 정도의 높이로 뒤덮인 억새 지붕은 예스러움에 기풍까지 더한 느낌이다. 

“어렸을 때부터 초가집을 짓고 사는 것이 꿈이었어요. 초가집 한 채를 짓다 보니까 이렇게 억새집까지 짓고 살 게 되었네요. 지난 10년 동안 억새 지붕을 세 번이나 갈며 산골 마을로 들어온 이유는 바로 보련산의 야생차 군락지 때문입니다.”

야생차군락지 옆에 자리한 만학동 계곡. 사진 / 조용식 기자
고려단차는 자체발효를 위해 덩어리 모양으로 만들어진다. 사진 / 조용식 기자

10년 전 남원으로 귀촌해 고려단차 제다실인 ‘매월당’을 운영하는 오동섭 대표. 그는 유불선을 통달한 김시습의 걸림 없는 사상과 초암(草庵)에서 차를 즐겼던 매월당 김시습을 흠모해왔다. 그가 매촌마을에 터를 잡은 이유는 야생차 군락지라는 이유 이외에도 금오신화의 ‘만복사저포기’에 나오는 보련사의 터가 이곳이기 때문이다.

고리봉으로 올라가는 등산로 주변으로 퍼져 있는 야생차 군락지 바로 옆에는 커다란 맥반석이 자리한 만학동 계곡을 만날 수 있다. 널찍한 돌은 훌륭한 자리가 되어 주고, 계곡에서 흘러내리는 물은 청량함을 선사하고, 초록의 나무와 푸른 하늘은 한 폭의 산수화를 그려낼 기세다. 

야생차를 직접 따 말리고 있다. 사진 / 조용식 기자

‘매월당’은 5월이면 야생차를 따서 직접 차를 만든다. 매월당의 대표적인 차는 고려단차로 덩어리로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고려단차를 덩어리 모양으로 만드는 이유에 대해 오동섭 대표는 “외부는 산소가 접촉하지만, 안에는 산소가 차단이 되고 자체 발효가 이루어진다”며 “미생물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발효는 알코올 성분의 향기로움이 있어 차의 맛을 좌우한다”고 설명한다. 항아리에 보관하는 고려단차는 지금도 맛있지만, 1년이 지나면 더 맛있는 차로 발효가 된다는 것이다.

풍계서원의 모습. 사진 / 조용식 기자

세계문화유산 등재로 재조명을 바라는 남원 서원 문화
한국의 9개 서원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서 조선 시대 서원 문화의 고장으로 명성이 높았던 남원의 서원이 다시금 관심을 받고 있다. 그중 영의정을 지낸 황희와 오상덕, 황휘 등 청렴과 절개, 학문으로 명망이 높은 분을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풍계서원도 만날 수 있다. 풍계서원은 정조 12년에 지었으나, 고종 5년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으로 폐쇄되었다가 1909년에 복원된 곳이다. 

소한명 남원시농촌종합지원센터 팀장은 “역사 기행이 유행할 당시에는 풍수지리학적으로 명당이었던 풍산리와 풍계서원은 역사 탐방코스로 인기가 많았던 곳”이라며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서원들과 함께 다시금 남원의 서원문화가 재조명을 받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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