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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봄맞이 가족여행] 연분홍 꽃구름에 매화향 흩날리네, 광양 매화 마을과 청매실 농원
[봄맞이 가족여행] 연분홍 꽃구름에 매화향 흩날리네, 광양 매화 마을과 청매실 농원
  • 김진용 기자
  • 승인 2005.05.0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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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홍매화가 가득 피어난 광양의 봄. 2005년 5월. 사진 / 김진용 기자
홍매화가 가득 피어난 광양의 봄. 2005년 5월. 사진 / 김진용 기자

[여행스케치=광양] 바람결에 매화향이 실렸다더니, 참말이다. 섬진강 봄볕이 눈꺼풀 위로 아련하다 못해 아릿하다. 남도의 산자락이 고층 건물과 달리, 양지녘을 가리지 않을 만큼 충분히 멀고 낮은 게 얼마나 다행인지. 매화는 이 봄을 먹고 매실을 품는다. 섬진 마을은 그 매실을 먹고 산다. 봄꽃만큼 부지런해야 봄꽃을 본다.

서울에서 새벽같이 출발한 가족들이 전남 광양에 도착한 건 오전 11시가 조금 지난 때. 어디쯤 왔는지 알려 주는 사람 하나 없어도 매화 마을이 가깝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다. 백운산과 섬진강을 뒤덮은 매화 천지가 이정표다. 극심한 교통정체다. 20분이면 도착한다는 게 2시간 이상 거북이 운행이다.

도착하자마자 돌아갈 걱정이 앞선다. 걸어가는 게 빠르겠다. 어? 맞다. 왜 그 생각을 못했지. 걷자! 가족들은 겉옷을 벗어젖히고 내려서 걷기 시작한다. ‘봄심’이다. 설레서 앉아 있을 수가 없다. 백운산 자락은 섬진강 너머 지리산 자락을 바라보고 있다. 그 자락의 다압면 섬진 마을에 도착한다.

홍매화와 백마화가 조화를 이룬다. 섬진강의 푸른 물결도 한층 부드러워진다. 2005년 5월. 사진 / 김진용 기자
홍매화와 백마화가 조화를 이룬다. 섬진강의 푸른 물결도 한층 부드러워진다. 2005년 5월. 사진 / 김진용 기자
섬진강의 물빛이 부드러워지기 시작할 때 매화향도 짙어진다. 2005년 5월. 사진 / 김진용 기자
섬진강의 물빛이 부드러워지기 시작할 때 매화향도 짙어진다. 2005년 5월. 사진 / 김진용 기자

산비탈이 전부 매실 농원이다. 눈 가는 곳 전부 매화니 매화산이다. 눈부시게 하얀 백매화와 푸른 기운을 머금은 청매화, 그리고 붉은 빛이 감도는 홍매화. 초등학교 6학년인 의신이는 버스를 오래 타서 그런지 연신 배가 고프단다.

저 매화꽃이 모두 먹을 걸로 보인다나. 농원으로 오르는 산책로에서 내려다보니 매화꽃 사이로 꽃대궐을 차린 강마을이다. 사람들 느낌은 다 비슷하다. 어김없이 매실 동동주 좌판이 깔려 있으니 말이다. 동동주가 달다. 막 담그면 그렇게 달단다. 한 이틀 묵혀야 단맛이 빠진다.

초등학교 3학년인 아림이는 달다기에 뭔지도 모르고 넙죽 한잔 받아 마신다. 불콰해진다. 한 송이 홍매화가 된다. 네 살 난 채연이가 꽃터널로 숨어들었다. 두 손을 죽 뻗고는 막 뛰어 들어갔다. 초등학교 3학년짜리가 취하더니 네 살짜리도 취했다.

매실농원으로 오르는 산책로에 봄나들이 나온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넘친다. 2005년 5월. 사진 / 김진용 기자
매실농원으로 오르는 산책로에 봄나들이 나온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넘친다. 2005년 5월. 사진 / 김진용 기자
매화꽃이 있는 곳엔 어디나 사람이 북적북적하다. 2005년 5월. 사진 / 김진용 기자
매화꽃이 있는 곳엔 어디나 사람이 북적북적하다. 2005년 5월. 사진 / 김진용 기자

엄마의 눈은 아이를 좆으랴, 매화 보랴, 저만치 올라간 아이 아빠와 오빠를 좆으랴 이리저리 취했다. 그 모습에 따라 취한다. 동동주 기운이 돈다. 눈을 감아도 봄볕에 꽃잎이 따라온다. 누구는 그게 꽃멀미란다. 기분 좋다. 청매화든, 홍매화든, 백매화든 5장 꽃잎은 모두 하얗다.

자세히 보면 꽃받침의 빛깔이 다 제각각이다. 그 빛깔이 흰 삼베 같은 꽃잎에 내비쳐 멀리서 보면 분홍이요, 청록이요 한다. 하얗고 하얀 매화 속살 사이로 산수유꽃 노랑 물감도 앙증맞게 번지고 있다. 산수유꽃 한 송이에서 합동결혼식이 벌어진다.

눈처럼 흰 꽃잎 5장에 붉은 물감이 번진다. 2005년 5월. 사진 / 김진용 기자
눈처럼 흰 꽃잎 5장에 붉은 물감이 번진다. 2005년 5월. 사진 / 김진용 기자

꽃봉오리 하나에 꽃술이 20개 정돈데 꽃술 하나하나마다 열매를 품는다나. 꿀벌이 중매 한번 잘 서면 봉오리 하나에 새빨간 산수유 열매 20개를 달리는 것이다. 중매비로 벌이 따 갈 토종꿀도 탐난다. 산책로 정상에 서니 푸른 물결도 넘실거린다.

영화 <취화선>의 배경이 됐다는 왕대숲이 섬진강에서 밀려올라오는 봄바람 따라 부드럽게 모양을 바꾼다. 보리밭도 조금씩 푸른빛을 찾아 간다. 매화밭에 제초제를 쓰지 않기 위해 일부러 심은 보리라고 한다. 섬진 마을에는 집집마다 매화밭이지만 가장 꽃이 많은 곳이 이곳 청매실농원이다.

6월이면 탐스런 청매실이 익는다. 청매실은 간과 쓸개를 다스리고 오공을 통하게 하는 등 열 가지도 넘는 효능을 지녔단다. 2005년 5월. 사진제공 / 광양시청
6월이면 탐스런 청매실이 익는다. 청매실은 간과 쓸개를 다스리고 오공을 통하게 하는 등 열 가지도 넘는 효능을 지녔단다. 2005년 5월. 사진제공 / 광양시청

매실은 농원의 장독에서 익고 있다. 자그마치 2천 5백 개나 되는 장독이 저 멀리 지리산 중턱과 눈을 맞추고 있다. 매실이 익어 고추장과 된장, 그리고 장아찌가 될 것이다. 매실 원액과 농축액도 나올 테다. 매화가 상춘객을 홀렸던가. 6월이면 매실이 비탈을 일구어 살아온 마을 사람의 땀을 씻길 테다.

매화 축제장에서 흥겨운 노랫 가락을 펼쳐보이는 이들은 대부분 마을사람이다. 바다 바람이 실어온 습기에다, 물을 머금지 못하는 비탈의 자갈 토질에서는 기껏해야 밤나무나 매화나무 외에는 심을 게 없었단다. 20년 전까지만 해도 매실 농사를 지어서는 밥 먹고 살기가 힘들었다고 한다. 10여 년 전부터 매실이 건강식품으로 인기를 얻었다.

매화에 질세라 산수유꽃이 알알이 노란 꽃망울을 터뜨렸다. 2005년 5월. 사진 / 김진용 기자
매화에 질세라 산수유꽃이 알알이 노란 꽃망울을 터뜨렸다. 2005년 5월. 사진 / 김진용 기자
2천 5백 개에 달하는 청매실 농원 장독대가 장관이다. 2005년 5월. 사진 / 김진용 기자
2천 5백 개에 달하는 청매실 농원 장독대가 장관이다. 2005년 5월. 사진 / 김진용 기자

요즘만 같으면야 살만 하다며 흥겨운 웃음들이 번진다. 매실 농원을 나와서도 도로 사정은 나아질 줄을 모른다. 구례 산수유 구경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지만 가족들은 별 불만 없다. 부인과 아이들 등살에 끌려 나온 아빠들 많을 게다. 하지만 막상 오고 나니 내심 제일 즐거웠던 건 그 아빠들인 것 같다. 수연이네 아빠처럼.

Tip. 숙박 시설
섬진 마을 주변 숙박지와 음식점을 소개할 땐, 지역번호가 061과 055를 넘나들게 된다. 다압면과 섬진리에는 숙박 시설이 따로 마련돼 있지 않다. 대신 민박은 여러 곳에서 운영한다. 하동읍이나 구례읍, 그리고 화개면으로 나오면 숙박시설이 많다.

섬진강 재첩국. 2005년 5월. 사진 / 김진용 기자
섬진강 재첩국. 2005년 5월. 사진 / 김진용 기자

맛집
섬진강 재첩국집 : 섬진강은 하구둑 하나 없이 푸른 물빛을 간직한 곳이다. 재첩국은 섬진강과 하구둑이 건설되기 전 낙동강 가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이들에겐 어머니 같고 고향 같은 음식이다. 부추를 넣고 끓여 소금간만 하면 끝나는 그 담백하고 짭조름하고 향긋한 ‘재치국’ 맛을 어찌 잊을까. 섬진강 주변 음식점에서 재첩 백반을 시키면 반찬이 푸짐하다. 하동 재첩국 식당가의 동흥식당, 광양시의 청룡식당, 화개면의 평사리 고소성 식당.

가는 길
대중교통 : 동서울터미널에서 광양 종합터미널(5시간 소요). 광양시에 도착해 섬진 마을로 가는 방법은 두 가지다. 광양 5일장(도보 10분) -> 하동 행 버스 -> 섬진교 검문소 앞 하차 -> 섬진 마을(도보 20분), 광양 5일장 -> 하동 행 버스 -> 하동 터미널 -> 섬진 마을 행 시내 버스

승용차 : 호남 고속국도 -> 전주 IC -> 17번 국도 -> 남원 지나 19번 국도 -> 구례 -> 간전면 -> 다압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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