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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1박 2일 주말 가족여행] 푸르른 남강 따라 삼백리, 강마을 마을마다 봄볕 흐드러지게 내려앉네!
[1박 2일 주말 가족여행] 푸르른 남강 따라 삼백리, 강마을 마을마다 봄볕 흐드러지게 내려앉네!
  • 이민학 기자
  • 승인 2005.05.0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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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남강에 봄이 찾아왔다. 2005년 5월. 이민학 기자
남강에 봄이 찾아왔다. 2005년 5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여행스케치=산청] 함양 서상면 남덕유산에서 발원한 남강천은 경호강이란 이름으로 산청을 가로질러 진양호로 들어간다. 진양호에서 넘친 물은 진주 남강이 되어 의령과 함안의 경계를 따라 흐르다 창녕군과 경계 짓는 낙동강과 합류한다. 물 따라 가는 그 길에 봄볕도 따라 흐른다.

봄날 강 따라 가는 드라이브하면 섬진강부터 떠올린다. 맞다. 섬진강을 따라가는 드라이브길이 좋긴 좋다. 잘 가꿔진 벚꽃 길은 이미 알려질 대로 알려져 있다. 반면 바로 옆에 있는 남강을 따라 가는 길은 봄이 오거나 말거나 거들떠보는 이 없다. 풀냄새 사람냄새 풀풀 나는 날것의 맛이라 그럴까?  

길도 들쑥날쑥하다. 여차하면 강을 잃어버리고 엉뚱한 마을에서 헤매기 일쑤. 그래도 탐구심 있는 사람에게는 술래잡기하는 재미가 있다. 이색 봄나들이 코스로 남강을 따라간다. 봄꽃 흐드러진 강마을, 깎아지른 단애, 너른 들판과 호수가 있는 길이다.

남덕유산 골짝 골짝에서 흘러내린 물들이 산속에서 상남저수지를 이루었다가 다시 흘러내려 서상면으로 오는데, 여행의 출발지를 이곳으로 잡는 게 편하다. 대전-통영간 고속국도 서상IC로 빠져나오면 바로 냇물과 만난다.

냇가 한복판 바위 위에 지은 거연정. 2005년 5월. 사진 / 이민학 기자
냇가 한복판 바위 위에 지은 거연정. 2005년 5월. 사진 / 이민학 기자
불에 타 사라진 농월정이 있던 계곡. 2005년 5월. 사진 / 이민학 기자
불에 타 사라진 농월정이 있던 계곡. 2005년 5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여기서부터 안의면 면사무소가 있는 읍사동까지가 쉬엄쉬엄 경치구경하며 가는 제1구간이다. 거연정(居然亭)과 동호정(東湖亭), 그리고 농월정(弄月亭) 등 내를 따라 옛 정자들이 자리 잡고 있다. 좀 여유를 가지고 쉴 만한 곳이 거연정과 농월정인데, 농월정은 아쉽게도 작년 봄에 원인모를 불로 소실되고 말았다.

근방에서 이름난 관광지라 식당들이 즐비한데 정작 정자는 없는 셈. 뛰어난 풍광이 이를 대신하고 있다. 거연정은 가장 먼저 만나는 정자다. ‘자연 속에 머문다’는 이름처럼 냇가 큰 바위 위에 덜렁 지었는데 큰물이라도 나면 쓸려가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

한복판으로 강이 흐르는 읍사동. 2005년 5월. 사진 / 이민학 기자
한복판으로 강이 흐르는 읍사동. 2005년 5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지나던 아주머니에게 냇물 이름을 물었다. “여? 냇물 아니요?” 아직 이름이 없다. 나라에서 남강천이라고 표시한다고 해도 사는 사람도 모르면 이름이 아니다. 안의면소재지에 오면 내는 제법 강의 모습을 갖춘다. 집 앞에 강이 흐르는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며 살까.

오밀조밀한 마을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강을 따라 산청으로 가는 3번 국도는 차량 통행이 빈번하다. 이제부터는 한눈팔고 가다간 큰일 날 수 있다. 운전 주의!

산청읍에서 바라본 경호강. 2005년 5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산청읍에서 바라본 경호강. 2005년 5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산청군 생초면으로 넘어가면서 지리산 북면에서 흘러내려온 임천강과 합쳐지며 은근슬쩍 경호강이란 이름을 얻는다. 경호강은 래프팅 명소. 큰 바위가 없이 너른 강에 물살이 빠르고 소용돌이는 없으니 래프팅을 즐기기에 딱 알맞다.

시즌은 5월에서 9월. 오부면으로 들어서면서 2차선이었던 3번국도가 4차선으로 넓어진다. 그 초입에서 우뚝 강을 막아선 대포리의 절벽을 감상할 수 있다. 강만 따라가면 고개를 넘을 일이 없지만 바쁜 사람들은 그렇지가 못하다.

경호강 드라이브 코스. 2005년 5월. 사진 / 이민학 기자
경호강 드라이브 코스. 2005년 5월. 사진 / 이민학 기자

길이 절벽을 그대로 넘어가므로 잠시 강과 헤어져야한다. 넘자마자 3번 국도를 벗어나 오른쪽 길로 접어들면 오부면사무소 소재지. 산청읍까지 강을 따라가는 도로가 있다. 3번국도는 산청읍에서 다시 만나면 된다.

단성에 이르면 3번국도는 강과 갈라진다. 내쳐 달리면 진주시까지 10분. 저물녘이면 바로 진주로 가서 숙소를 정하는 게 좋다. 2시간 정도 여유가 있다면 강 따라 가는 길을 택하자.

일단 도로를 갈아타야 한다. 3번국도 왼편으로 경호강휴게소를 지나 5분 정도가면 오른편으로 진달래주유소가 나오고 지나자마자 오른쪽 샛길로 빠져나가면 강을 건너 대전-통영고속국도 산청휴게소 뒤로 돌아가는 길이 나온다.

기타도로로 분류하는, 이름도 안 붙은 이 길은 강을 따라 단성까지 간다. 단성에서 20번국도로 갈아타고 10km 정도 가면 좌측으로 1001번지방도로가 나온다. 여기서부터 남강 3백리 가운데 추천할만한 제2구간이 시작된다.

래프팅 명소로 이름난 경호강. 2005년 5월. 사진 / 이민학 기자
래프팅 명소로 이름난 경호강. 2005년 5월. 사진 / 이민학 기자

푸른 강물을 따라 넘실거리며 진양호까지 가는 길이다. 길은 외길, 잘 단장되어 있어 다른 곳으로 빠질 염려도 없다. 험준한 절벽 밑으로 강이 흐르고 강 유역은 한없이 넓어지면서 잡목이 우거진 들판을 이루었다가도 어느 순간 좁아져 강 바로 옆에 딱 붙기도 한다.

지나는 차량도 드물어 쉬엄쉬엄 경치 구경하며 가기 그만이다. 관정이주단지를 지나면 진양호 상류다. 관정이주단지에서 좌측으로 다리가 나오는데 대평이주단지로 가는 기타도로. 여기를 놓치면 안된다. 이 길이 진양호를 순환하는 관광도로이다.

산천군 단성으로 흘러들어가는 경호강. 남강으로 이름이 바뀐다. 2005년 5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산천군 단성으로 흘러들어가는 경호강. 남강으로 이름이 바뀐다. 2005년 5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잡목이 우거진 너른 들판 사이를 가로질러 가다보면 대평이주단지가 나오는데 우회전하여 다리를 건너면서 진양호 유람이 시작된다. 진양호의 석양은 진주 팔경의 하나이다. 진주시민의 식수인 만큼 철저하게 관리하여 물빛이 정말 파랗다. 남강은 남녁 남(南)자를 쓰지만 ‘쪽 람(藍)’을 써도 좋을 듯.

계곡 사이사이를 파고 든 진양호를 휘휘 돌아가는 길은 한적하다. 내촌리에 와야 식당 두어 군데를 만날 수 있다. 내촌리에서 진주시까지 천천히 가도 30-40분 정도면 된다. 진주성의 화려한 야경은 꼭 보고가기를.

강 건너에 아늑한 공원이 있다. 첫날 일정 끝. 진주시를 벗어나면서부터는 강을 따라가기가 힘들다. 유역이 넓고 길도 들쑥날쑥하다. 제방이 높아서 도로에서 강이 보이지도 않는다. 때문에 군데군데 강가의 명승지를 찾는 식으로 가는 수밖에 없다.

진주시내 외곽에서 1013번 지방도를 타고 10분 정도 가다 대곡에서 1007번 지방도로 갈아타고 5분 정도 가면 좌측으로 화정ㆍ지수면으로 가는 기타도로가 나온다. 그 길 끝 지수면에서 1040번 지방도를 만날 수 있다.

남강 유역의 너른 잡목 들판. 산아래로 강이 흐른다. 2005년 5월. 사진 / 이민학 기자
남강 유역의 너른 잡목 들판. 산아래로 강이 흐른다. 2005년 5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주의할 것은 지도에는 1007번 지방도를 타고 계속 내려가면 남강을 건너기 직전 1040번 지방도를 만나고 이를 타면 지수면으로 갈수 있는 것처럼 표시되어 있는데 아쉽게도 가다가 길이 끊긴다. 강을 건너는 다리가 없는데 대부분의 지도에는 있는 것처럼 표시되어 있다.

돌아 나와야 하는데 오가는 길 풍광이 뛰어나니 그렇다하더라도 손해 볼 것은 없다. 1040번 지방도는 남강을 따라간다. 가다가 드문드문 남강을 만날 수 있다. 한적한 농촌, 지천으로 피어난 봄 꽃 그리고 푸른 강. 삶 그대로를 느낄 수 있는 길이다.

1040번 도로는 의령군 정암리 정암루까지 간다. 정암루 밑의 정암나루는 임진왜란 때 곽재우 장군이 의병을 이끌고 왜적을 무찌른 장소. 남강 줄기는 임진왜란 당시 왜적과 격전을 벌인 피의 줄기이기도 하다.

강을 따라 북진한 왜적은 의령, 함안, 진주, 산청, 함양 등등 지나는 고을고을마다 격전을 벌여야 했다. 때문에 남강을 따라 의병의 충절을 기리는 비각과 사당이 곳곳에 있다. 정암루 뒤편에는 식당들이 몇 집 몰려있다. 메기와 붕어매운탕 등이 주요 메뉴.

1040번 지방도는 정암대교를 건너 함안군에서 비포장 제방도로가 된다. 튼튼한 지프형 자동차가 아니면 권할만한 코스가 아니다. 대신 함안군으로 들어가 시등늪, 대평늪 등을 찾아보자. 빼놓을 수 없는 곳은 함안군 대산면에 있는 악양루.

악양루. 2005년 5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악양루. 2005년 5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악양루에서 바라본 남강. 중국의 명승 악양과 비슷하다고 한다. 2005년 5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악양루에서 바라본 남강. 중국의 명승 악양과 비슷하다고 한다. 2005년 5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절벽에 매달린 듯한 누각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중국의 명승 악양과 비슷하다하여 악양루라고 한다. 악양루에서 바라보는 풍광도 좋지만 절벽에 박혀 있는 악양루 자체도 볼만하다. 악양루 입구에는 ‘낙동강~ 강바람에’로 시작되는 ‘처녀뱃사공 노래비’가 있다.

6.25 전쟁 직후 가수 윤복희씨 부친 윤부길씨가 피난 왔다 돌아가는 길에 악양마을에 머문다. 이때 마을 처녀가 군에 간 오빠를 대신해서 나룻배를 젓고 있다는 애틋한 사연을 듣고 지은 노래. 그 인연 따라 노래비를 세웠다. 악양루 입구에 가든악양루라는 횟집이 있는데 주인 박길석씨의 누님과 고모의 이야기다.

강을 따라가다보면 한가로운 농촌 풍경을 만날 수 있다. 2005년 5월. 사진 / 이민학 기자
강을 따라가다보면 한가로운 농촌 풍경을 만날 수 있다. 2005년 5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악양루를 지나 1041번 지방도를 타고 다시 남강을 건너면 의령군 지정면 마산리가 나온다. 마을에서 우측으로 가는 길을 따라 끝까지 가면 남강이 낙동강과 합류하는 두물머리가 나온다. 두 강이 만나는 지점은 강바람이 세차고 공사 중인데다 폐자재를 쌓아두는 야적장까지 있어 황량하기 그지없다. 강은 그렇게 쓸쓸이 만나서, 서로를 섞고 바다로 간다.

Tip. 맛집
·생초식당 : 3번 국도가 경호강과 나란히 가는 산청 생초면 어서리. 쏘가리탕, 메기탕. 피라미튀김 등.
·산장토박이 : 산청 오부면소재지에서 산청읍으로 가는 기타도로변 차탄리. 오골계, 옻닭, 청둥오리, 유황오리 등 별미를 맛볼 수 있다. 멀리 진주에서도 찾는 곳. 단, 사전에 전화로 주문을 할 것.
·가든악양루 : 잉어회와 붕어찜, 메기매운탕, 장어구이 등을 맛볼 수 있는 집. 노래 ‘처녀뱃사공’의 주인공 집안에서 하는 식당. 악양루 입구에 있는데 여기서 술을 한잔 곁들이고 악양루를 오른다면 길이 좁으니 조심할 것.
·천황식당 : 진주시 중앙시장에 위치. 일제시대 때부터 3대가 대물림을 하며 진주비빔밥을 팔고 있다. 진주비빔밥은 살짝 데친 연한 나물과 육회가 들어가는데 씹히는 듯 마는 듯 부드럽다.
·송림산장 : 지리산 약초로 조리를 하는 곳. 산청읍 차탄리. 십전대보약백숙, 십전대보약오리백숙, 오리탕 등.
·옛날장어 : 진주식 장어구이는 탄불에 한번 초벌구이를 해두었다가 먹기 직전에 다시 한번 탄불에 굽고 양념을 한 것이 특징. 진주성 좌측에 장어거리 초입에 있는데 정통 진주식 장어구이를 맛볼 수 있는 집.
·정암나루가든 : 메기탕과 붕어탕, 장어구이와 잉어찜 전문. 잉어찜은 1시간 전에 예약을 해야 한다. 의령 정암루 바로 밑에 있는 운치 있는 집. 식사 후에 수국차를 한잔 달라고 할 것.
·제일식당 : 진주시 중앙시장에 위치. 천황식당과 함께 모르면 진주시민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유명한 집. 비빔밥외에 육회과 가오리무침이 별미.
·느티나무집 : 남강 끄트머리 의령군 지정면 마산리 송도다리 밑에는 매운탕집 등 음식점이 몇 채 몰려있다. 오리불고기와 옻닭, 메기구이을 한다. 닭을 놓아기르기에 맛이 쫄깃하다고.

숙박
·송림산장 : 단체 손님을 위한 대형 숙박시설에서 단출한 연인을 위한 방까지 다채롭게 마련되어 있다. 잘꾸며진 정원과 체육시설, 서바이벌 게임장 등이 규모가 작은 휴양단지라는 느낌. 산청군 차탄리에 위치.
·호수속에 동화풍경 : 역시 진양호 호숫가에 있는 펜션.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펜션에서 호수를 보며 게으름을 피우고 싶은 곳. 대평면 내촌리.
·언덕위의 하얀집 : 진양호를 내려다보는 야트막한 언덕에 세워진 펜션. 막 마무리 공사를 하는 걸 보고 왔으므로 지금쯤 예약하면 새집에서 자는 기분을 맛볼 수 있을 것. 대평면 내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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