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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11월호
[이달의 섬] 너른 갯벌이 자랑인 '증도'에 싸움 났네, 신안군 증도
[이달의 섬] 너른 갯벌이 자랑인 '증도'에 싸움 났네, 신안군 증도
  • 노서영 기자
  • 승인 2005.05.1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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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산정봉에 오르는 길에 바라본 우전해수욕장. 꼭 한반도 모양이다. 2005년 5월. 사진 / 노서영 기자
산정봉에 오르는 길에 바라본 우전해수욕장. 꼭 한반도 모양이다. 2005년 5월. 사진 / 노서영 기자

[여행스케치=신안] 갯벌속의 작은 게 한 마리. 꿈틀꿈틀 기지개를 펴는데 덜커덕. 냉정하네, 증도 사람. 막 잠에서 깬 능정이 게를 한 주먹 움큼 잡아 양동이에 홀인원. 이게 사는 맛이제.

“사각사각.” 게들을 광주리에 담는 소리다. 썰물 때라 물이 쭉 빠지고 속살을 훤히 드러낸 증도의 갯벌에서 시골 향기 나는 두 분이 허리를 숙이고 있는데. 갯벌 통째로 전세 냈다. 오전 열한 시 정도 됐을까. 한 사람은 펄을 파고, 다른 이는 긁어모은다.

남의 집 마당에 숨겨놓은 금덩이 캐 가나. 소리질러볼까. 도둑이야, 도둑! 동네 사람들, 어서 나와 보시라요! 이순이 넘었다. 증도 갯벌에서 두어 시간 전부터 게를 잡고 있다는데 기운이 팔팔하다. 요즘 육십은 어딜가나 젊은 오빠요, 누나가 아닌가.

바구니 한가득 잡은 게. 2005년 5월. 사진 / 노서영 기자
바구니 한가득 잡은 게. 2005년 5월. 사진 / 노서영 기자

“어디서 오셨수? 보아하니 증도분 아니구만.” “네. 사진 찍으러 서울서 왔어요. 지금 뭐 하고 계신데요?” “어이구, 귀한 손님이구만. 우리? 게 잡고 있지. 물 빠질 때 빨리 잡아야 하니께, 게 좀 볼라우?” 갯벌을 걷기는 참 오랜만이다.  

“게 사진 좀 이쁘게 찍어봐여. 많이 잡힐 때는 2백 마리가 넘는다니까. 좀 고생스러워도 어쩌겠어. 그 맛에 살제.”

곳곳에 펄을 파헤친 흔적은 전쟁터였군. 부부 대 능정이 게. 광주리 안의 게들이 힘이 없다. 패배를 의식한다. 그래도 가재는 게 편이라, 기자는 사람 편이다. 게 많이 잡아 부자 되세요.

갯벌 위로는 면사무소가 있는 증동리와 우전해수욕장이 있는 우전리를 잇는 목교가 있다. 짱뚱어가 많이 잡혀 짱뚱교라 막 이름 붙여진 목교는 폭이 2m, 길이 4백70m가 넘는다. 지금은 우전리까지 걸어서 10분 정도 걸리지만, 목교가 세워지기 전에는 증동리에서 10여 분 차를 타고 가야 했다.

갯벌에 새발자국이 있어, 지나가는 분에게 물으니 황새나 두루미 것이라고 했다. 2005년 5월. 사진 / 노서영 기자
갯벌에 새발자국이 있어, 지나가는 분에게 물으니 황새나 두루미 것이라고 했다. 2005년 5월. 사진 / 노서영 기자

목교 위를 걷다보니 갯벌에 발자국이 보인다. 지나가는 증도주민에게 물으니, 황새 발자국이라고. 겨울 철새인 황새는 지금쯤 이미 증도를 떠났으리라. 행정구역상 전남 신안군에 속하는 인구 2천명 남짓 되는 작은 섬이 증도이다.

4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어종이 다양하다. 농어나 돔이 잘 잡히고, 미역이나 김 양식업이 주를 이룬다. 증도에는 국내 최대의 천일염 생산지인 태평염전도 있다. 증도는 증동리, 우전리, 방축리, 대초리 그리고 병풍리로 구성되어 있다.

면사무소와 초등학교, 중학교가 있는 곳이 증동리다. 선착장도 여기 있다. 면사무소 옆으로 산정봉에 오르는 오솔길이 보인다. 십 분 정도 오르더니 증도 면장님이 씨익 웃는다.

“여기여. 한반도 보이제? 아따, 얼마 전 사진작가가 여기 와서 찍어 갔다니께. 우전 해수욕장 있는데 말이여. 영락없이 한반도 지도 모양이랑께. 오른쪽에 보이는 것이 울릉도, 남쪽에 보이는 것이 제주도. 날이 흐린께로 잘 안보이네. 허허.”

섬지방 특유의 매장형태인 초분. 짚으로 엮는다. 2005년 5월. 사진 / 노서영 기자
섬지방 특유의 매장형태인 초분. 짚으로 엮는다. 2005년 5월. 사진 / 노서영 기자

두드리면 열리는 삶의 이치. 애써 눈 부라리니, 납작한 거 빼고 그럴싸하네. 울릉도 옆에 독도도 있고. 해무가 자욱한 게 원망스럽다. 면사무소에서 직진하면 초등학교가 나온다. 학교를 지나 오른편으로 언덕을 오르면, 초분(草墳)을 볼 수 있다. 신안군립도서관 고경남씨는 초분을 이렇게 설명한다.

“초분은 보통 집안에 좋지 않은 일이 겹쳤을 때, 임시로 만드는 무덤입니다. 초분에 들어왔다는 것은 곧 산 사람으로 인식하겠다는 의미지요. 그래서 초가집처럼 정기적으로 짚을 교체합니다.”

시신이나 관을 땅 위에 올리고 짚으로 엮은 무덤이다. 초분을 하는 이유는 여럿이다. 뼈에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 민간신앙의 발현이기도 하고, 집안에 삼재가 있을 때도 한다. 죽은 사람을 아직 산 사람으로 인식하여 재를 피하려는 것이다.

섬 지방 특유의 매장 양식인데, 증도의 초분을 연구하러 오는 사람들이 간혹 있다고 한다. 넓은 논이 펼쳐진다. 한 농부가 이랑 사이로 씨를 뿌리나 보다.

논에 비료를 뿌리고 있는 농부. 자녀가 대학생이란다. 2005년 5월. 사진 / 노서영 기자
논에 비료를 뿌리고 있는 농부. 자녀가 대학생이란다. 2005년 5월. 사진 / 노서영 기자

“바쁘신가 봐요. 지금 무슨 농사짓고 계세요?” “요소 뿌리지. 비료란 말이여. 양파랑 마늘이랑 잘 자라야 자식 학비도 대고…. 우리 애가 벌써 대학교 4학년이여.”

심어진 곳마다 보온을 위한 비닐이 덮여 있다. 그 위에 요소를 뿌리면, 열과 물에 녹아 스며든다. ‘쉬쉬’ 하면서 비료 뿌리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증도의 밤하늘에는 별이 많다. 그리고 십자가도 많다. 면장님이 웃으면서 “놀라지 마요. 증도는 80% 이상이 교인이요. 성결교회가 거의 다여” 한다.

증동리의 솔무등 공원 옆으로 순교비가 세워져 있다. 1950년 증동리에서 공산세력들에게 고초를 겪다가, 그해 10월 4일 순교한 문준경 전도사를 기리는 순교비이다. 자신이 죽어도 좋으니 성도들은 살려달라던 문전도사는 결국 가슴에 총탄을 맞고 순교했다.

증도 주민과 여행객을 위해 마련된 운동장과 쉼터. 2005년 5월. 사진 / 노서영 기자
증도 주민과 여행객을 위해 마련된 운동장과 쉼터. 2005년 5월. 사진 / 노서영 기자

신안군 선교의 어머니로 증도 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증도는 여행객을 위한 새단장이 한창이다. 해송숲과 4km의 넓은 해변을 자랑하는 우전해수욕장에는 곧 갯벌생태전시관이 개관할 예정이다.

게다가 해안 절벽을 따라서 풍광 좋은 펜션이 생기고 있다. 작년에는 TV 드라마 ‘섬마을 선생님(김민종, 한지혜 주연)’이 증도에서 촬영됐다.

방축리 도덕도 앞 바다에서 중국 송·원대 해저유물이 발견되어 이목이 집중되기도 했던 증도. 아지랑이가 한창 피어난다.

Tip. 가는 길
사옥도 지신개 선착장에서 증도버지까지는 약 15분. 지신개 선착장은 작년 9월경에 여객선이 운항되면서부터 이용된 곳으로, 임시 화장실 한 동과 포장마차가 있을 뿐이다.

여객선에 차량을 실을 수 있어 차를 몰고 온 여행객에게 편리하다. 선박은 하루에 일곱 번 정도 있으므로 미리 출발 시간을 숙지하고 2·30분전에 도착하는 게 좋다.  

·숙식 정보 : 증동리와 우전해수욕장 근처에 민박집이 여럿이다. 객실 수는 10개까지도 있으니, 단체손님이 와도 문제없다. 증동리에는 백반, 생선회를 파는 식당과 숙박을 겸하는 여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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