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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자전거 여행] 자전거로 강릉 일주하기, 바퀴 2개로 경포를 접수하다
[자전거 여행] 자전거로 강릉 일주하기, 바퀴 2개로 경포를 접수하다
  • 김정민 기자
  • 승인 2005.07.0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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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경포호 풍경. 자전거를 타고 경포호를 한바퀴 둘러본다. 2005년 7월. 사진 / 김정민 기자
경포호 풍경. 자전거를 타고 경포호를 한바퀴 둘러본다. 2005년 7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여행스케치=강릉] 경포호수 부근에서 자전거를 한 대 빌렸다. 오늘은 자전거가 유일한 교통수단이다. 귓가에 부는 바람이 싱그럽다. 사각거리는 초록빛 나뭇잎이, 수면 위를 스치는 바람의 노래가 입가의 머문 미소를 크게 만든다. 젊음은 발산하라고 있는가 보다.

워밍업, 경포호수 4.35km
강릉 사람들은 최고의 데이트 코스로 경포호를 꼽는다. 하늘하늘 버들가지 늘어지는 호수와 사공 없는 나룻배가 주인을 기다리는 나루터가 있다. 2차선으로 이어진 자전거 코스는 활동적인 연인들에게 구미가 당기는 곳이다.

4.35km의 경포호수. 쭉쭉 뻗은 자전거 도로와 삼삼오오 손을 흔들어대는 사람들은 젊은 혈기에 불을 당긴다. 경포호수에는 관동팔경 중의 하나이자 안축과 송강 정철이 쓴 관동별곡에 등장하는 경포대가 있다.

보름달이 휘영청 밝은 밤에 경포대 정자에 올라가 보면 달이 5개가 보인다. 하늘에 뜬 달, 호수에 잠긴 달, 바다에 비친 달, 술잔에 빠진 달과 님의 눈동자에 걸린 달. 5개의 달을 보려면 챙길 것도 많다. 함께 구경할 님과 그윽한 풍경을 담을 술과 술잔까지.

옛날에는 둘레가 12km나 되었다는 경포호는 지금은 4km로 줄어들었다. ‘수면이 거울과 같이 청정하다’ 해서 ‘경포’라고 한다는데 호수는 예의바른 모범생처럼 적막한 미소만 띠고 있다. 경포호 정중앙에는 작은 정자와 우암 송시열이 ‘조암’이라고 쓴 새바위가 있다.

예로부터 물이 깨끗하고 수심이 깊지 않아 호사가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선비들이 물 위에 배 한 척을 띄워놓고 이태백처럼 시를 한 수 읊으면서 풍류를 즐겼을 생각을 하니 부러움이 밀려든다.

선교장의 모습. 99칸의 넓디 넓은 대궐집은 아니지만 아름다운 전통미를 갖췄다. 2005년 7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선교장의 모습. 99칸의 넓디 넓은 대궐집은 아니지만 아름다운 전통미를 갖췄다. 2005년 7월. 사진 / 김정민 기자

허난설헌 생가, 오죽헌, 선교장
경포호수에서 간단한 워밍업을 즐겼다면 이제 슬슬 호수 근교에 있는 여행지를 찾아떠나 보자. 자전거로 달리면 10분 남짓한 거리. 도로까지 한적해서 금상첨화다. 경포호수에서 제일 가까운 곳에 허난설헌 생가가 있다.

‘ㅁ’자 형태로 남자와 여자의 출입문이 다른 전통 양식을 갖추고 있어 역사적으로 보존적인 가치가 있단다. 이 집은 수줍은 여인을 보는 듯 한 묘미가 있다. 따뜻한 계절이 되면 정원에 붉은 꽃들이 만발하고 뒷마당에서는 솔숲이 신비한 분위기를 낸다.

선교장의 연못정원과 활래정. 2005년 7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선교장의 연못정원과 활래정. 2005년 7월. 사진 / 김정민 기자

바로 앞에 맛있는 순두부집까지 있어서 오감을 채우는 행복을 누릴수 있다. 경포호수에서 시청 방향을 향해 달리다 보면 전통가옥이 하나 나타난다. 조선말기의 전형적인 사대부의 저택으로 안채, 사랑채, 별당, 정각, 행랑채 등을 두루 갖추고 있는 선교장이다.

조선후기의 주거생활을 연구하는데 귀중한 자료가 되는 것은 물론이요 우리나라 전통가옥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곳의 백미는 아름다운 연꽃들이 둥실둥실 떠 있는 연못 속의 정자 활래정이다.

서울 창덕궁의 부용정과 흡사한 모습을 하고 있다. 밖에서 바라보면 활짝 열린 마루문 사이로 아름다운 소나무가 그림처럼 걸려있다. 선교장에서는 가끔씩 전통혼례식도 치러져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고.

오죽헌에도 아름다운 꽃들이 만발했다. 율곡 이이 선생이 남긴 시들이 저택 곳곳을 지키고 있었다. 2005년 7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오죽헌에도 아름다운 꽃들이 만발했다. 율곡 이이 선생이 남긴 시들이 저택 곳곳을 지키고 있었다. 2005년 7월. 사진 / 김정민 기자
한국에서 가장 오래도니 살림집 중의 하나라는 오죽헌. 2005년 7월. 사진 / 김정민 기자
한국에서 가장 오래도니 살림집 중의 하나라는 오죽헌. 2005년 7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선교장에서 5분 거리에는 율곡 이이 선생이 탄생한 오죽헌이 있다. 집 주위에 까맣고 마른 몸을 뽐내는 오죽이 많아 오죽헌이라고 불렀다. 오죽헌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살림집 중의 하나. 선교장과 달리 넓은 산책로를 갖추고 있어서 어슬렁어슬렁 거리다 보면 한나절이 후딱 지나가 버릴지도 모른다.

아름다운 별채와 사랑방, 신사임당과 율곡 선생의 일대기를 살펴볼 수 있는 율곡 기념관, 조각공원도 함께 한다.

1,400여점의 오디오와 15만장의 음반을 자랑하고 있는 참소리 박물관. 2005년 7월. 사진 / 김정민 기자
1,400여점의 오디오와 15만장의 음반을 자랑하고 있는 참소리 박물관. 2005년 7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음악 감상과 전시회를 한 곳에, 참소리 박물관
참소리 박물관에서 마지막 정점을 찍는 것은 어떨까? 참소리박물관까지는 20분 정도 걸리는데 가는 길이 만만치 않으므로 자신 없는 사람들은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기 바란다. 1,400여 점의 축음기와 15만장의 음반이 쌓인 곳.

3개월마다 전시물이 교체되므로 관람 후 3개월이 지났다면 다시 찾아도 실망하지 않는다. 마지막 코스에 돌비 서라운드 시스템으로 듣는 콘서트 음악은 그야말로 일품이다.

하루 동안의 멋진 자전거 여행을 즐겼다면 혹사당했을(?) 엉덩이를 경포호 근처의 찜질방에서 풀어주는 센스~!를 발휘해 보는 것은 어떨까. 돌아가는 길이 아쉽다면 쪽빛 바다가 드넓게 펼쳐져 있는 경포대 해수욕장을 거닐어 보자.

하늘에 몽실몽실 떠있는 구름이 자전거 바퀴같이 보일 무렵이면 해는 동해 바다 저쪽 편으로 서서히 모습을 감춘다.

시원한 경포호의 바람을 맞으며 달리는 자전거 여행. 2005년 7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달리는 경포호 자전거 여행. 2005년 7월. 사진 / 김정민 기자

Tip. 경포자전거 여행
일반인 코스
강릉시내 -> 경포호수 -> 허난설헌 생가 -> 선교장 -> 오죽헌 -> 참소리박물관 -> 경포호수
전문가용 코스
자전거 여행에 자신이 있다면 정동진 코스도 좋다. 다만 오르락내리락하는 고갯길을 통과할 수 있는 체력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등명락가사, 하슬라아트월드, 통일안보전시관 등을 둘러볼 수 있다. 그러나 갓길도 없고 도로도 좁아서 사고의 위험이 많으므로 초보자는 금물이다.

자전거 대여점
경포호수에 자전거 대여점들이 5~6군데 정도가 있다. 가격은 어디를 가나 비슷. 이 중 경포호수 초입에 ‘빛나는’ 자전거점이 있다. 최저가를 자랑한다는데 직접 확인하시라. 안이나 밖이나 자전거가 줄지어 서 있는데 자신의 키에 맞는 자전거를 고르면 된다.

맛집
토담순두부

자글자글 끓는 순두부에 시원한 김치가 송송 들어간 순두부찌개.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를 만큼 고소한 콩비지가 혀끝을 자극한다. 시골집처럼 구수한 풍경에 마음까지 차분히 가라앉는 그런 집. 허난설헌 생가가 바로 뒷편에 있어 식사를 마치고 잠시 산책을 하기에도 좋다. 곁가지로 나오는 밑반찬도 깔끔해서 입맛을 돋우는데 한 몫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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