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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초록별 가족여행] 화톳불 둘러앉아 온가족이 도란도란, 너와마을에서의 하룻밤
[초록별 가족여행] 화톳불 둘러앉아 온가족이 도란도란, 너와마을에서의 하룻밤
  • 구동관 객원기자
  • 승인 2005.07.1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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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중요민속자료 33호인 너와집. 2005년 7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중요민속자료 33호인 너와집. 2005년 7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여행스케치=삼척] 삼척시 도계읍 신리에 있는 너와마을에 갔다. 기와를 구할 수 없던 산골, 붉은 소나무 조각으로 덮은 너와집. 한지붕 밑에 방과 부엌, 마루, 외양간이 한데 모여 있었다. 너와마을로 향하는 길, 날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삼척 바닷가에서 낚시를 즐기고, 정라항의 좌판에서 오징어 회를 맛있게 먹다보니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원래의 계획으로도 첫째 날에는 너와마을에서 숙박만 할 생각이었고, 둘째 날 다른 체험팀을 따라 야생화 트레킹을 하고 가족끼리 마을을 돌아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너와마을이 워낙 깊은 산골마을이라는 안내를 보았던 터라 마음이 조급해졌다. 삼척에서 태백으로 가는 길목 중간쯤인 환선굴 갈림길에서 마을로 전화를 했다. 20분은 더 와야 한단다. 그곳부터 세 번쯤 갈림길이 있었고, 도계 들어서자 신리마을 이정표가 있었다.

그 길을 따라 한참을 더 진행했다. 길을 잘못 든 것이 아닐까 걱정이 들 때쯤 경동광업소가 나왔다. 마을에서 안내해 준 길로 가고 있었다. 그곳부터 길은 가파르고 험해졌다. 가는 길에 사람 사는 마을이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그래도 가끔씩 차량이 오고갔다.

철판 출렁 다리. 2005년 7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철판 출렁 다리. 2005년 7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가파른 길을 한참 올라 고개 마루를 지났다. 온 길을 힐끔 돌아보니 멀리 도계읍의 불빛이 아른거렸다. 아름다운 모습이다. 가곡과 태백의 갈림길. 더 이상은 안내를 받지 못했던 길이었다. 마을로 다시 전화를 했다. 지금 서 있는 곳의 위치를 설명했다.

“너무 가셨나 보네요. 되돌아 오셔야 할 것 같은데….” “고개 넘는 중에 마을이 보이지 않았는데, 어떻게 된 건가요?” 마을에서 전기 없던 옛날을 체험하는 시간이었단다. 마을을 지나쳤을 거란다. 이제 불을 밝혔으니 마을 찾기가 어렵지 않을 거라고.

어쩔 수 없이 차를 돌렸다. 가파른 고개를 다시 넘었다. 천천히 마을을 찾았다. 경동광업소까지 갔는데도 마을은 보이지 않는다. 마침, 경동광업소에 근무하시는 분에게 마을의 위치를 여쭤보았다. 되돌아가 고개를 다시 넘어야 한단다.

이쯤 되면 거의 무언가에 홀린 셈이다. 마을로 전화를 했다. 다른 분이 전화를 받았다. 아까 전화 받으신 분이 잘못 알려준 거란다. 길을 물었던 갈림길에서 좌회전을 했어야 한단다. 씩씩거리며 전화를 끊고 다시 마을로 향했다. 그렇게 같은 고개를 세 번 넘어 어렵게 마을을 찾았다.

너와마을 체험장 풍경. 2005년 7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너와집을 숙소로 만든 너와마을 체험장 풍경. 2005년 7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마을 주민 몇 분이 우리가족을 반갑게 맞이했다. 길을 헤매게 한 미안함이 표정마다 역력했다. 따져보면 마을 주민분들 만의 잘못이 아니다. 마을 위치 자료를 좀 더 찾고 준비를 했더라면, 이렇게 헤매지는 않았을 것이다.

너와마을은 조용한 산골 그 자체였다. 가끔씩 숙소 앞 도로로 차들이 지나갔지만, 산중의 적막함은 깨지지 않았다. 너와마을 체험장 한쪽에 젊은이들이 화톳불을 가운데 두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대학생들이 1박2일 체험에 참여했단다.

길 찾는 것을 너무 어렵게 했다며 마을에서 차 한 잔을 대접했다. 밤하늘을 보았다. 별이 맑았다. 그 별빛 아래서 우리가족도 곤한 잠에 빠져 들었다. 7시쯤 잠에서 깼다. 어제 운전한 거리가 많았지만, 몸 상태는 양호하다. 맑은 공기를 마시며 편한 잠을 잔 때문일 것이다.

야생화 설명을 듣고있는 대학생 체험단. 2005년 7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야생화 설명을 듣고있는 대학생 체험단. 2005년 7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가볍게 아침식사를 마치고 9시부터 진행하는 대학생들의 야생화 탐방을 따라 나섰다. 원래는 해발 1,244m 육백산 중턱의 야생화 탐방로에서 진행하는데, 시기가 조금 늦은 편이어서 마을 주변의 야생화 탐방으로 행사가 대체 되었단다.

마을 주변에도 스무 가지가 넘는 야생화들이 피어 있었다. 어느새 내려온 대학생 팀은 떡 만들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동안 떡 만들기 체험을 몇 번 해 보았던 우리가족은 체험장 주변과 마을을 둘러보러 나섰다. 체험장에 복원되어 있는 너와집으로 들어갔다.

부엌 아궁이에는 떡 만들기 체험을 할 시루가 장작불에 끓고 있었다. 아이들은 장작불이 신기하단다. 현석이는 활활 타고 있는 아궁이에 장작 하나를 더 넣었다. 잠시 주춤거리던 불길이 새로 넣은 장작에 옮겨 붙어 더욱 거세졌다.

디딜방아를 힘껏 들어올려보는 남매. 2005년 7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디딜방아를 힘껏 들어올려보는 남매. 2005년 7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너와집에서 나와 디딜방아를 찾았다. 다솜이 혼자 방아의 다리에 올라섰다. 하지만 꿈쩍도 하지 않는다. 현석이가 함께 올라섰다. 그때야 디딜방아의 공이가 조금 올라왔다. 쿵, 쿵, 쿵 몇 번 방아를 찧어보고 내려섰다. “쉬운 일이 아니지?” 아빠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너와는 지붕을 붉은 소나무 조각으로 덮은 집이다. 예전에는 흔한 재료였지만 지금은 평당 50만원쯤 하는 고급(?)자재이다. 너와집 안에서 별빛을 볼 수 있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때 너와집을 보고 싶다, 하루쯤 묵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이번 여행은 그런 바람이 이루어진 것. 하지만 지난밤 잠을 잘 때 하늘이 보이지는 않았다. 우리가 하룻밤 묵은 곳이 너와집인 것은 확실했지만, 현대식으로 개량을 한 것 이어서 별은 볼 수 없었다. 중요민속자료 33호로 지정된 너와집은 마을 끝자락에 자리 잡고 있었다.

사람이 살고 있지 않았지만, 둘러보는 것은 자유로웠다. 집안에 들어가 별을 볼 수 있는지 먼저 살펴보았다. 별을 볼 수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아무데서나 별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정지나 마루, 마구 등에서는 별빛을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소를 집안에 키웠던 흔적. 2005년 7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소를 집안에 키웠던 흔적. 2005년 7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또한 연기가 나갈 수 있도록 만든 까치구멍이나 나무가 마주 닿으며 생긴 작은 틈으로도 별빛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았다. 너와집에서 나와, 마을의 물레방아를 보러갔다. 마을을 가로지르는 계곡 옆쪽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아이들은 물레방아보다는 마을 계곡을 가로지르는 쇠다리가 더 신기했나 보다. 영화 ‘인디아나 존스’에 나와도 어울릴 모습이다. 쇠줄은 녹이 잔뜩 슬었고, 다리 바닥을 덮은 얇은 철판도 무척 낡았다. 걷다보면 구멍이 뻥 뚫릴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들었다.

아이들에겐 마을의 물레방아도 한참을 관찰하게 되는 신기한 풍경이다. 2005년 7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아이들에겐 마을의 물레방아도 한참을 관찰하게 되는 신기한 풍경이다. 2005년 7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더욱이 다리 아래쪽 풍경도 만만치 않다. 꽤 깊은 계곡 아래로 맑은 물이 흐르고 있었다. 아이들은 건너지 못하고 주춤거렸다. 엄마가 씩씩하게 앞서 나갔다. 아이들도 씩씩한 엄마를 따라 다리를 건넜다. 한번 다리를 건넌 아이들은 몇 번이나 오가며 모험(?)을 즐겼다.

문득, 하루를 머물렀던 마을치고는 정이 많이 들었다는 생각을 했다. 가파른 고개를 세 번이나 넘어 어렵게 찾은 때문일까? 아니면 여행자를 헤매게 한 미안함에 더 환한 웃음으로 맞아주었던 마을 분들 때문일까? 그것도 아니면 언제가 다시 찾아 별을 보며 하룻밤 지낼 생각을 했던 때문일까? 마을에서 나온 뒤 환선굴과 죽서루를 돌아보며 마을을 빠져 나왔다.  

Info 가는 길
중앙고속도로 제천IC -> 영월 -> 태백 -> 신리 -> 너와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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