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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이달의 섬] 그리움으로 남을 완도, 노화도
[이달의 섬] 그리움으로 남을 완도, 노화도
  • 김상미 객원기자
  • 승인 2005.08.0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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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완도 노화도의 안개낀 모습. 2005년 8월. 사진 / 김상미 객원기자
완도 노화도의 안개낀 모습. 2005년 8월. 사진 / 김상미 객원기자

[여행스케치=완도] 누가 찌푸린 하늘을 손끝이 아리도록 닦아낸 것일까. 오락가락하는 빗줄기는 뚝 그쳤다. 노화도로 향하는 배를 타려고 토말 쪽으로 달려가다 바람을 만났다. 유리창에 닿아 미끄러지며 먼저 길을 내는 바람을 보고 바다로 나가기는 다 틀렸다고 생각했다.

갈 수 없다면 어차피 떠나온 길, 항구라도 만나보고 가려고 산을 넘었는데 오히려 바다는 잔잔했다. 육지와 작별하는 뱃고동 소리를 뒤로 하고, 먼 바다로 나갈수록 바다는 오래된 정원으로 통하는 비밀 문 같았다.

석양이 좋다마는 황혼이 가깝도다
배 세워라 배 세워라
바위 위에 굽은 길 솔 아래 비껴 있다
찌그덩 찌그덩 어사와
푸른 나무 꾀꼬리 소리 곳곳에서 들려온다.

- 고산 윤선도 어부사시사 중 여름

노화도와 보길도 사이에 날마다 다리를 놓는 금산호. 2005년 8월. 사진 / 김상미 객원기자
노화도와 보길도 사이에 날마다 다리를 놓는 금산호. 2005년 8월. 사진 / 김상미 객원기자

낮게 내려온 구름이 다도해 섬들을 숨겨둔 채 가까이 다가서야만 보여주는 것 아닌가. 비 오는 날 바다의 또 다른 매력은 창조된 고독이다. 섬들은 고독 속으로 자신을 밀어 넣고 외로움을 즐기고 있는 듯했다.

그리고 누군가 찾아와 그 고독을 감상하도록 유혹하는 것이었다. 30여 분 조심스럽게 섬 사이를 가로지르던 여객선이 낮은 구릉지 쪽으로 배밀이를 시작하더니 노화 항구에 닿았다. 얼마나 나이를 먹어서 노화도라는 이름을 가졌을까.

蘆花라는 한자 풀이로, 갈대처럼 아름다운 섬이라는 것을 쉽게 알아냈다. 원래 섬 이름의 유래는 고산 윤선도 선생이 어린 종을 데리고 왔다하여 노아도(奴兒島)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동백나무, 후박나무, 곰솔, 팽나무 등 상록활엽수가 많아 쉽게 숲을 만날 수 있는 섬. 연초록 바람 속의 노화도는 도시의 삶을 버려둔 채 눌러앉아 있고 싶을 만큼 안락한 의자 같았다. 2007년에는 노화도와 보길도 사이에 연도교가 생긴다. 신안군에 이어 완도군도 섬과 섬이 연결되어 육지와 닿게 되면 뱃길이 끊긴다.

금산호 선장님. 2005년 8월. 사진 / 김상미 객원기자
금산호 선장님. 2005년 8월. 사진 / 김상미 객원기자

20년 동안 노화 이목 선착장에서 보길 청별 선착장까지, 태풍주의보로 통제가 내려지지 않는 한 언제나 다리가 되어주는 이상희 금산호 선장님. 그는 곧 직업을 잃게 된다며 너털웃음으로 마음을 쓸어내렸다. 바닷길에 젊음을 바쳤기 때문 아닐까.

그는 아침 7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자리를 지켜야 했던 선장의 삶에 나름대로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뱃길이 끊겼는데 찾아와 사정하는 여행객들에게 갈도나 완도로 안내해 육지에 닿을 수 있도록 해주었던 일, 섬에 놀러와 여비가 떨어진 학생들을 집으로 돌려보낸 일은 잊혀지지 않고 그의 마음속에 있다.

“노화에는 해수욕장은 읍지만 먹거리가 풍부하당게요. 보길도가 방파제 역할을 해주기 땀시 수산양식 최적지여부러서 김과 전복이 대량으루다 생산되고요, 농토가 넓고 토질이 좋아서 여러가지 곡식들이 풍부하지라이. 지금은 어촌계를 통해서 해산물을 팔지만, 예전에는 이목항으로 객지 사람들이 모여 들어 노화의 해산물과 잡곡을 사려고 북적거렸당게요. 그때는 금산호 인기도  겁나게 좋아서 연예인 못지않았써라우.”

이상순 완도군의회의장. 2005년 8월. 사진 / 김상미 객원기자
이상순 완도군의회의장. 2005년 8월. 사진 / 김상미 객원기자

과거로 시간을 돌려놓더니 더 궁금한 것이 있으면 완도군 의회 이상순 의장님께 물어 보라며 소개를 했다. 의장님 얼굴에는 노화의 비경, 아름다운 저녁노을이 드리워진 것처럼 보였다. 여행지를 소개하는 사람이라는 내 소개말을 듣고, 노화에도 신비의 바닷길이 열린다며 안내를 했다.

썰물 때가 되자 노화의 당산리와 보길의 노록 사이에 1.2km길이 솟아올랐다. 아이들과 갯벌에 나가 조개도 잡을 수 있고, 바다로 내려앉는 석양을 만날 수도 있는 아름다운 곳. 마음속에 그려 두어도 좋을 듯 싶었다.

그는 젊은 날 어업협동조합장등을 맡아서 노화도 발전을 위해 애써온 이야기들을 들려주었다. 그리고 노화를 뭍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 그려두었던 청사진을 아직도 간직해 두고 있었다. 그는 서해의 아름다운 섬들을 관광지로 만들려면 연도교를 놓아야 된다고 했다.

노화도 가는 여객선을 탈 수 있는 해남 땅끝마을 전망대. 2005년 8월. 사진 / 김상미 객원기자
노화도 가는 여객선을 탈 수 있는 해남 땅끝마을 전망대. 2005년 8월. 사진 / 김상미 객원기자

제주, 보길, 노화, 마삭, 흙일도를 해남 토말까지 연결하면 여행자들이 자동차를 타고와 쉽게 머무를 수 있기 때문이란다. 아무 힘도 없는 여행기자에게 진지하게 말하는 모습에서 바다와 함께 살아온 사람의 마음 깊이를 읽을 수 있었다.

노화에는 7년 전부터 김, 미역 어장을 전복양식으로 전환하고 있다. 도시에서 살다가 고향으로 돌아와 바다를 가꾸고 있다는 동그라미 수산 정대석씨는 처음 어장을 만들 때, 3년 이상 투자만 하다 보니까, 금전적으로 힘이 들었는데, 지금은 잘했다 싶은 생각이 든다고 했다.

3년 정도 기르면 상품가치가 있는데 1kg에 10마리 이하가 되어야 좋은 상품이다. 전복은 클수록 영양가도 있고 맛도 좋다. 인공사료는 전혀 먹이지 않기 때문에 순수한 자연식품이다. 11월부터 3월까지는 미역을 먹이고 4월부터 10월까지는 다시마를 먹고 자란다.

토말 시비 앞에서 시간을 저장하는 연인. 2005년 8월. 사진 / 김상미 객원기자
토말 시비 앞에서 시간을 저장하는 연인. 2005년 8월. 사진 / 김상미 객원기자

현지에서는 시중가보다 20% 정도 싸게 살 수 있는데, 1kg에 6개, 7개 올라가는 상품을 6만원~7만5천원에 판매 한다. 전복은 숫자의 개념이 아니라 무게의 개념이기 때문에 큰 것을 사먹으라고 가르쳐 주었다. 여행은 자신을 찾아 밖으로 떠나는 일이다.

그러나 안으로 돌아갈 때를 알아야 여행의 후유증이 남지 않는다. 섬을 떠나기 위해 산양 선착장으로 향하려는데 길이 섬을 3등분으로 갈라놓고 있었다. 갈림길 위에서 어느 길을 선택할까 망설이다가, 문득 길은 헤매라고 있는 것이라는 어떤 시인의 말이 떠올랐다.

Tip. 가는 길
서해안 고속국도 목포IC -> 해남(토말) 버스를 이용하려면 목포버스터미널에서 땅끝으로 가는 버스를 타면 된다. 오전 6시 40분에 첫차가 출발하고 마지막 버스는 2시 40분에 떠난다.
땅끝에서 산양(노화도)으로 떠나는 배는 동절기와 하절기 시간이 약간 다르지만 오전 7시부터 오후 5시까지 시간마다 한 번씩 출발한다. 떠나기 전에 전화를 하는 것이 좋다. 날씨에 따라 결항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배를 타고 가는 시간은 약 30분 소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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