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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시원한 강&계곡] 영남의 소금강 '안동 가송리', 협곡에 잠긴 강호의 참뜻
[시원한 강&계곡] 영남의 소금강 '안동 가송리', 협곡에 잠긴 강호의 참뜻
  • 박영오 객원기자
  • 승인 2005.08.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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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가송협과 낙동강 풍경. 2005년 8월. 사진 / 박영오 객원기자
가송협과 낙동강 풍경. 2005년 8월. 사진 / 박영오 객원기자

[여행스케치=안동] 태백 황지에서 실핏줄처럼 시작한 낙동강. 개울을 이루고 계곡을 거쳐 칠백리를 굽이굽이 흘러가는 동안 숱한 풍경을 만들어 놓았다. 가장 뛰어난 풍경으로 치는 곳이 봉화 청량산 자락에서 안동 도산서원 앞마당까지라고 한다. 그 가운데서도 빼어난 경치로 영남의 소금강이라고 불리는 곳이 바로 ‘가송리’이다.

지금은 35번국도가 안동에서부터 봉화 청량산 앞을 거쳐 가는 동안 더러 낙동강을 바라보며 가거나 돌아서 가기도 한다. 하지만 과거에는 낙동강을 끼고 굽이굽이 돌아서 가는 오솔길뿐이기에 그 한적한 길을 따라 시인묵객들이 쉬엄쉬엄 오르내리며 풍경을 즐기고 시(詩)를 남겼으리라 짐작 된다.

가송리는 낙동강을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보고 있는 절벽 가송협(佳松峽)에서부터 시작된다. ‘가송리(佳松里)’를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소나무가 아름다운 마을’이라는 뜻이다. 지금은 아름다운 소나무는 몇 그루밖에 남지 않았지만 기암절벽과 낙동강은 옛 모습 그대로이기에 옛 풍경을 전하기에 그리 부족하지 않다.

산과 마을을 둘로 나눠 협곡을 만들어 굽이쳐 흐르는 물길은, 상류지역이라 강이라 하기에는 부족한 듯하고 계곡이라 하기에는 넘치는 곳이다. 그래서 계곡과 강의 장점을 두루 갖추고 있어, 강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숲과 그늘 그리고 여울이 있고, 계곡에서 찾을 수 없는 모래밭과 물놀이 할 수 있는 넉넉한 수량과 낚시터가 있어 여름휴가처로 안성맞춤이다.

마을에 전해오는 전설에 따르면, 용이 승천하며 물길을 가로막고 있던 바위산을 꼬리로 쳤는데 그때 둘로 갈라졌다고 한다. 용의 꼬리에 맞아 뚝 떨어져 나온 바위산을 고산(孤山)이라 부르고 강 건너편 바위절벽을 먹황새가 살았다고 해서 ‘학소대’(鶴巢臺)라고 이름 한다.

실제로 학소대에는 1960년대까지 천연기념물인 먹황새가 날아와 둥지를 틀고 살았다고 한다.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학소대 숲 그늘에는 일제 강점기 때 세운 천연기념물 표지석이 아직 남아있다.

가송협의 학소대와 고산정 풍경. 퇴계 이황 선생도 즐겨 찾았다고 한다. 2005년 8월. 사진 / 박영오 객원기자
가송협의 학소대와 고산정 풍경. 퇴계 이황 선생도 즐겨 찾았다고 한다. 2005년 8월. 사진 / 박영오 객원기자

학소대에는 퇴계 이황의 제자 ‘금난수’가 세운 아름다운 정자 ‘고산정’이 자리 잡고 있는데, 정자가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고산정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빼어나게 아름답다. 예나 지금이나 그 풍경은 변함이 없었던지 퇴계 이황 선생이 20여리 떨어진 도산서당에서 청량산으로 오르면서 제자도 볼 겸 경치도 즐길 겸 자주 찾았다고 한다.

그곳에서 바라본 고산과 낙동강 풍경은 그림처럼 아름답다. 가송협에서 시작하여 농암 이현보 종택과 공민왕이 안동에 피난 왔을 때 쌓았다는 왕모산성, 이육사 시인의 고향인 원촌을 거쳐 도산서원 앞에 이르기까지 굽이굽이 돌아가는 낙동강 상류의 풍경이 가슴 시리도록 아름답다.

가송리를 더욱 아름답게 하는 것은 이곳을 오고가며 남긴 옛 선인들의 발자취와 그들이 노래한 시(詩)가 남아있다는 것과 이를 보존하기 위해 노력하는 후손들이 살아있다는 것이다.

농암 이현보(1467~1557) 선생이 연산군 이후 고향에 내려와 이곳 풍경에 젖어 영남의 강호문학(江湖文學)을 열었고 퇴계 이황 선생이 이 길을 따라 청량산으로 오르며 시를 남겼다.

그리고 ‘청포도’ 시인 이육사 선생이 이 길목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그러기에 이곳은 역사와 문학이 배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가송리에서 강물 따라 한 굽이 돌아가면 농암 이현보 종택이 있다. 그곳에서 종갓집 체험을 할 수 있고 하룻밤 묵어갈 수 있는데 인터넷이나 전화로 반드시 예약을 해야한다.

농암종택 긍구당. 마루에서 바라본 낙동강 상류 풍경이 그림처럼 아름답다. 2005년 8월. 사진 / 박영오 객원기자
농암종택 긍구당. 마루에서 바라본 낙동강 상류 풍경이 그림처럼 아름답다. 2005년 8월. 사진 / 박영오 객원기자

농암 종갓집은 안동댐 수몰로 몇 번을 옮겨와 비록 그 원형이 다소 훼손되었지만, 옛 목재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조선시대의 향기가 배여 있는 농암 종택 ‘긍구당’에서 하룻밤을 지새운다면 무엇을 더 바랄 것이 있겠는가 싶다.

한지로 바른 미닫이 방문을 열면 흐르는 강물이 한눈에 들어오고 까칠까칠한 삼베 장판에 몸을 누이면 여름 달빛이 봉창으로 교교히 흘러 들어온다. 때맞춰 소쩍새마저 운다면 그 밤을 어이 쉽게 잠들겠는가?

가송리 학소대에 자리잡은 고산정에서 바라본 그림같은 풍경. 2005년 8월. 사진 / 박영오 객원기자
가송리 학소대에 자리잡은 고산정에서 바라본 그림같은 풍경. 2005년 8월. 사진 / 박영오 객원기자
농암종택 대청마루. 이곳에서 바라보면 낙동강 상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2005년 8월. 사진 / 박영오 객원기자
농암종택 대청마루. 이곳에서 바라보면 낙동강 상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2005년 8월. 사진 / 박영오 객원기자

모기향 피워놓은 대청마루에 올라 종손 어른께 농암 선생의 <어부가> 한 구절을 청해보면….

굽어보면 천길 파란 물, 돌아보니 겹겹 푸른 산
열 길 티끌 세상에 얼마나 가렸는가
강호에 달 밝아 오니 더욱 무심하여라

푸른 연잎에 밥을 싸고 파란 버들가지에 고기 꿰어
갈대 꽃 덤불에 배를 매어 두었으니
한결같이 맑은 뜻을 어느 분이 아실까

농암종택. 이곳에서 전통 종갓집 체험을 할 수 있다. 2005년 8월. 사진 / 박영오 객원기자
농암종택. 이곳에서 전통 종갓집 체험을 할 수 있다. 2005년 8월. 사진 / 박영오 객원기자

시가(詩歌) 속의 그 시절 그 풍경이 눈앞에 그대로 남아 있어, 나도 따라 시인 묵객이 되어 낙동강 상류 계곡 따라 걸어감을 느낄 수 있다. 종택에서 지새지 못한다고 서운해 할 필요는 없다.

가송리 앞 고산정에서 농암 종택까지 2km 남짓 모래밭과 드문드문 미루나무 그늘이 있어 텐트치고 하룻밤을 보낸다면 밤하늘의 별빛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려옴을 경험할 것이다.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는 곳이기에 주위는 고요 속에 잠길지 모르고 운이 좋으면 반딧불이 날아들고 별똥별이 떨어질지 모르지 않는가? 그리고 고무보트와 여울 낚시 도구나 물고기 잡을 어항 하나 준비하면 온 가족 하루가 금방 지나간다.

물맑고 수량 넉넉한 가송협 풍경. 2005년 8월. 사진 / 박영오 객원기자
물맑고 수량 넉넉한 가송협 풍경. 2005년 8월. 사진 / 박영오 객원기자

가송리에서 20여리 하류 단사협까지 래프팅 코스가 마련되어 있고 퇴계 이황 선생이 청량산을 찾아가던 옛 오솔길을 복원하고 있어 그 길을 따라 트레킹을 즐기기에도 부족함이 없을 듯하다.

가송리는 농촌체험테마 마을로 지정되어 있어 가족끼리 방문하여 계절에 따른 농촌 마을의 여러 가지 일들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 여름휴가철에 찾으면 가송리 입구에 마련된 마을회관에서 묵으며 고추 따기, 호박전 부쳐 먹기 등을 체험할 수 있다.

Info 가는 길
중앙고속국도를 이용하여 서안동이나 남안동IC에서 안동으로 간다. 안동에서 시청 앞을 지나 도산서원과 봉화 청량산 방향의 35번국도를 타고 30여분 가면 농암 유적지. 가송리 이정표가 나온다. 그곳에서 우회전하면 바로 가송리 입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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