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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외국인 체험여행] 남해 해바리마을, 횟불 들고 격은 한방 중 대소동!
[외국인 체험여행] 남해 해바리마을, 횟불 들고 격은 한방 중 대소동!
  • 노서영 기자
  • 승인 2005.09.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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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해바리마을 전경. 2005년 8월. 사진 / 노서영 기자
해바리마을 전경. 2005년 9월. 사진 / 노서영 기자

[여행스케치=남해] 해바리마을은 남해군 창선면 신흥리에 있는 80가구 정도 되는 마을이다. 주민 대부분이 유자나무를 키울 정도로 유자농사가 주업인 마을에 40여 명의 외국인을 태운 버스 한 대가 들어왔다. 그들은 오늘밤 이곳에서 대소동을 일으킬 주인공들이다.

“So beautiful! I love this town.”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의 한국사랑은 한국인이 보기에도 감탄할 정도다. 뷰티풀, 판타스틱을 외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한국의 어디가 그리 좋은지 물었더니, “우리나라에는 연두색이 없어요. 한국 시골 풍경은 참 아름다워요.” 현재 세종대에서 어학공부를 하고 있는 독일인 Wolfgang이 서두를 꺼낸다.

햇살에 일렁이는 벼들의 연둣빛 물살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단다. 남해까지 오면서 내내 창밖을 바라보며 감상에 잠겨있던 이유가 바로 거기 있었구나. 전날 새벽 서울에서 출발, 6시간 남짓 동안 버스 타고 남해까지 오는 긴 일정이었지만 기운이 팔팔하다.

해바리마을의 '행복한 집' 민박집 주인과 독일에서 온 늑대, Wolfgang. 2005년 9월. 사진 / 노서영 기자
해바리마을의 '행복한 집' 민박집 주인과 독일에서 온 늑대, Wolfgang. 2005년 9월. 사진 / 노서영 기자

국내 영어학원 강사에서부터 유학생, 배낭여행 온 외국인까지 다양한 국적의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다. 바쁜 일상 중에서도 주말에는 국내 곳곳을 찾아다니는 재미가 쏠쏠하다.

수령이 270년이 넘어가는 마을의 보호수, 팽나무 그늘에 모였다. 삼삼오오 모여 얘기를 하는 사람, 웃통을 벗어 던지고 더부룩한 가슴을 내놓고 쉬는 사람, 또 바닥만 보이면 시멘트길이라도 누워 일광욕을 즐기는 그룹도 있다. 가지각색 쉼을 찾는 모습에서 남을 의식하는 마음을 던져버린 자유로움이 느껴진다.

청량고추를 먹고서 '매워요'를 연발하던 Erick은 끝까지 전어를 먹었다. 2005년 8월. 사진 / 노서영 기자
청량고추를 먹고서 '매워요'를 연발하던 Erick은 끝까지 전어를 먹었다. 2005년 9월. 사진 / 노서영 기자

하나, 배타고 강진만에서 전어회 먹기
마을 앞바다에서 대여섯 명씩 배를 타고 고기를 낚는 체험이다. 작은 고기잡이배를 타는 것도 흥밋거리지만, 뭐니해도 직접 잡은 생선을 바로 회쳐먹는 재미에 비할 바 못된다. 그물을 통해 잡은 전어는 총 40여 마리. 덤으로 새우와 매운탕거리로 기가 막히다는 뱅어도 잡았다.

“나 회 먹을 수 있어요. 전어회 맛있어요. 이것 너무 맵다. 호호, 아, 매워.” 전어를 서너 점 집어서 청량고추와 초고추장을 먹을 때부터 그럴 줄 알았다. 한국인도 매워하는 청양고추를 두 개씩 넣어 먹은 미국에서 온 Erick이 아차 싶다.

2년째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그는 젓가락질이나 전어를 초고추장을 듬뿍 찍어 먹는 수완이나, 영락없는 한국사람이다. 그런 그가 얼굴이 붉어지면서 코를 훌쩍거린다. 그래도 깨끗이 비운 회 접시와 청량고추. 외국인은 못 먹을 것이라는 편견은 버릴 때가 지났다.

마을 배를 타고 물고기를 잡으러 가는 외국인 체험객들. 2005년 8월. 사진 / 노서영 기자
마을 배를 타고 물고기를 잡으러 가는 외국인 체험객들. 2005년 9월. 사진 / 노서영 기자
'덩실한 집'의 선박 주인과 한배를 탄 아일랜드의 다정한 Cornor. 2005년 9월. 사진 / 노서영 기자
'덩실한 집'의 선박 주인과 한배를 탄 아일랜드의 다정한 Cornor. 2005년 9월. 사진 / 노서영 기자

다른 배에 탔던 Wolfgang이, “Fishing in a boat is the best. I’ve never taken the boat like this and never gone fishing before” 하면서 회로 배 채워서 점심을 먹을 수 없다고 자랑한다.  

잠시 운행을 중지하고 파도에 배를 맡긴다. 울렁울렁하면서 머리가 멍해온다. 아일랜드에서 온 Cornor가 하늘과 바다가 맞닿는 수평선을 바라보면 안정된다면서, 따라하란다. 해무가 자욱한 남해바다의 수평선이 완만한 포물선을 그린다. 수평선은 직선이 아니다.

“어이 총각, 뭐라하는 거요? 통 모르겠네. 궁금해 죽겠구만, 아가씨가 설명 좀 해봐요.” 배를 태워준 ‘덩실한 집’ 부부가 가슴을 두들기며 푸우 한숨을 내뱉었다.

횃불을 들고 낙지를 잡으러 가는 외국인들. 전쟁터에 나가는 전사 같다. 2005년 8월. 사진 / 노서영 기자
횃불을 들고 낙지를 잡으러 가는 외국인들. 전쟁터에 나가는 전사 같다. 2005년 9월. 사진 / 노서영 기자

두울, 횃불 들고 둥둥! 잠자는 낙지 건지기
대나무를 자르고 헤진 장갑을 돌돌 말아 대나무 끄트머리에 철사로 매단다. 기름통 속에 담갔다가 불을 살짝 붙이니 훨훨 불길이 솟는다. 본래 신흥마을인 이 마을 해바리마을이라 불리게 된 이유가 횃불과 관련이 있다.

마을의 전통 어로방식인 ‘해바리’는 횃불을 들고 야간 썰물 때를 이용해서 게와 낙지, 바지락 등을 잡는 것을 말한다. “어쩌나, 사람들 발이 억수로 크다이. 여자들도 발이 2백 6, 70이 넘는구만. 장화가 맞는 게 없다카이.” 해바리마을 주민들은 잠깐 당황한다.

목까지 올라오는 장화를 신고 물속에 들어가는데, 인원수에 맞게 준비했건만 옆으로 제쳐둔 장화가 한더미다. 큰 아들이 신던 헐은 운동화를 건네는 것으로 사태를 해결했다.

수면 가까이 횃불을 비춘다. 마을 주민들과 외국인 체험단은 조심조심 발걸음을 옮긴다. 횃불만이 활활 타는 잠잠한 가운데, 미국에서 온 Matthew가, “I catch it! A big octopus!”하고 외치자  “Great!”하는 탄성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어드벤처코리아의 해바리마을 농촌체험에 참가한 외국인 단체사진 한 컷. 2005년 8월. 사진 / 노서영 기자
어드벤처코리아의 해바리마을 농촌체험에 참가한 외국인 단체사진 한 컷. 2005년 9월. 사진 / 노서영 기자

낙지 한 마리가 그의 손아귀에서 사지를 축 늘어뜨린다. 돌 밑에서 자는 놈을 Matthew가 건져올린 것일까, 아직도 잠이 덜 깬 듯, 상황을 전혀 파악 못하는 낙지. 우르르 Matthew를 둘러싸더니 기념사진 한 장 찍는다고 아우성이다.

한 시간 남짓 바닷물을 헤집고 다녔는데 돌아온 건 대여섯 마리의 낙지. 잡을 뻔 했다는 소리는 간간이 들리고, 해바리마을 앞 바다는 멀건 흙탕물로 변한 채, 대소동은 끝! 밤 12시다.

‘행복한 집’을 숙소로 배정받은 외국인들은 옥상으로 올라간다. 짙은 어둠이 깔린 밤하늘 아래, 이부자리를 편다. 시골에서는 역시 별빛 쏟아지는 하늘을 바라보며 자는 것이 최고라면서 새벽부터 도착해 길었던, 한편으로는 색다른 체험덕분에 떠나보내기 아쉬웠던 하루를 그렇게 보냈다.

Info 가는 길
남해고속국도 사천 IC -> 3번국도 사천시 -> 창선-삼천포대교 -> 1024번지방도 -> 남해 해바리마을

식사 및 숙박
해바리마을의 25가구 정도가 민박집을 운영하기 때문에, 편안한 잠자리와 함께 식사를 제공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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