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케치=충남] 낙지의 계절. 하지만 태안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밀국낙지가 박속낙지 되는 계절’이라고. 혹은 ‘밀 익은 계절이 박 익은 계절 된다’고.
부글부글 넘치는 육수에 들어간 낙지가 꿈틀거린다. 옛말에 음력 7~8월의 낙지 한 마리는 인삼 한 뿌리와 같고, 두 마리면 쓰러진 소도 벌떡 일어난다 했다. 양력 6월초에 부화한 어린 낙지가 여름에 충분히 자라 9월쯤에는 속이 꽉 차기 때문이다.
남해안에서 세발낙지라 부르는 어린 낙지를 태안에서는 ‘밀국낙지’라 부른다. 초가을 다 자란 낙지를 부르는 이름도 따로 있다. ‘박속낙지’다. 칼국수를 태안에선 ‘밀국’이라 부른다. 6월쯤 다 익은 밀로 칼국수를 하면서 어린 낙지를 넣었던 모양이다.
그러니 밀국낙지란 밀국에 넣는 낙지이자 어린 낙지란 뜻이다. ‘박속’은 말 그대로 박의 내용물이다. 박이 익기 시작하는 8월에 박속과 낙지를 넣고 탕을 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박속과 함께 넣는 낙지이자 다 자란 낙지를 박속낙지라 일컫게 됐다.
그래서 6월은 밀국낙지탕, 8,9월부터는 박속낙지탕이라 불러야 한다. 육수가 끓으면 박속도 노릿하게 변한다. 서해 펄 낙지는 질기지 않아 큼지막하게 썰어 먹는다. 박속과 박속낙지를 간장 소스에 찍어 먹는다. 진한 초장에 찍는 것보다 향이 훨씬 잘 돈다.
박속향은 무향보다 깊다. 박의 향이 낙지에 배고, 낙지향이 박속에 밴다. 첫 맛과 끝 맛이 어쩌면 이렇게 한결같은지. 화학 조미료 없는 시원하고 깨끗한 육수맛이다.
이제 구기자 칼국수와 쑥 수제비, 그리고 바지락을 넣으면 박속낙지탕의 대미다. 1인분에 대략 박속낙지 4마리, 밀국낙지 10마리가 들어간다. 6월에는 마리당 2,000원, 8월에는 3,500원까지 하는데, 낙지가 계속 자라니 일주일에 보통 200원씩 가격이 오른단다.
Info 가는 길
서해안고속국도 서산IC -> 32번국도 서산 방향 -> 태안군청·터미널 표지판 따라 우측 길 -> 신터미널 맞은편 안과와 정형외과 사이로 우회전 -> 정가네 박속낙지탕
주변여행지
백화산 : 날씨가 맑으면 국립공원 태안반도를 한 눈에 굽어볼 수 있어 태안 8경 가운데 1경이다. 정상에는 백화산성이라는 고려시대 산성이 있다. 백화산(284m)은 기암괴석으로 뒤덮인 절경이다.
백화산 정상까지 오르지 않고도 태안마애삼존불을 찾는 비탈의 백조암이라 바위 근처에 서면 백화산의 무수한 바위 절벽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