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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계곡 트레킹] 숨겨진 비경 영덕 옥계계곡, 먼바다 갔다 돌아오는 은어 맞으러 갈까나
[계곡 트레킹] 숨겨진 비경 영덕 옥계계곡, 먼바다 갔다 돌아오는 은어 맞으러 갈까나
  • 박영오 객원기자
  • 승인 2005.09.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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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옥계계곡 침수정 부근 풍경. 2005년 9월. 사진 / 박영오 객원기자
옥계계곡 침수정 부근 풍경. 2005년 9월. 사진 / 박영오 객원기자

[여행스케치=영덕] 뛰어난 절경을 꼭꼭 숨겨왔던 계곡이 영덕에 있다. 내연산과 주왕산 양대 명산에서 옥처럼 맑고 차가운 물이 흘러내린 계곡. 9월이면 그 맑은 물에 바다로 갔던 은어가 돌아온다.

태초에 비로 내린 물이 대지를 깎아 산과 계곡을 만들고 강과 바다로 이어지는 길을 터 주었을 테고, 강이 흐르는 곳곳마다 너른 들을 만들어 우리 인간을 품고 길렀으리라.

모든 생명의 원천이 물에서 시작되고 유지되기에 우리 인간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은  원초적으로 물을 그리워하고 좋아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가끔씩 계곡이나 강에서 흐르는 물을 바라보며 그런 생각에 잠긴다.

생명의 원천인 맑은 물이 넘쳐흐르는 계곡으로 마음이 먼저 길을 떠나본다. 경북 영덕군 달산면에 자리 잡은 옥계계곡(玉溪溪谷)은 아름다운 산과 숲 그리고 빼어난 계곡을 지녔으면서도 아직 그리 많이 알려지지 않아 비교적 조용한 곳이다.

옥계계곡 곳곳에 바위 동굴과 절벽이 이어지는 절경이 펼쳐진다. 2005년 9월. 사진 / 박영오 객원기자
옥계계곡 곳곳에 바위 동굴과 절벽이 이어지는 절경이 펼쳐진다. 2005년 9월. 사진 / 박영오 객원기자

안동과 영덕을 이어주는 34번국도와 69번지방도가 바로 지척으로 지나가 찾기 쉬우며 영덕 바닷가 해수욕장이 가까워 피서지로 금상첨화이다.

달산면 소재지에서 옥계계곡까지 ‘배롱나무’라고도 부르기도 하는 백일홍이 가로수로 줄지어 서 있어, 초여름부터 여름이 다 끝나는 계절까지 긴 시간동안 쉼 없이 붉은 꽃이 피고 진다. 어찌 꽃이 백일을 가겠는가.

시인 도종환은 그의 시 <목백일홍>에서 ‘가만히 들여다보니 한 꽃이 백일을 아름답게 피어 있는 게 아니라 수 없는 꽃이 지면서 다시 피고 떨어지면 또 새 꽃봉오릴 피워 올린다’라고 했다.

피었던 꽃이 지고 미처 피지 못한 꽃이 뒤따라 피어 백일 동안 꽃이 이어지기에 백일홍이라 하는데, 떠난 님을 기다리기 위해 차마 지지 못하고 백일 동안 피고 진다는 전설이 있다. 봄에는 복사꽃으로 치장하더니 여름에 찾으니 목백일홍이 호위한다.

바위 협곡이 줄곧 이어지는 옥계계곡 풍경. 2005년 9월. 사진 / 박영오 객원기자
바위 협곡이 줄곧 이어지는 옥계계곡 풍경. 2005년 9월. 사진 / 박영오 객원기자

백일홍 가로수 길을, 옥처럼 투명한 물이 흐르는 계곡을 10km 거슬러 올라가면 옥계계곡에 도달한다. 옥계계곡(玉溪溪谷)은 청송 주왕산에서 발원해서 얼음골을 거쳐 내려온 차가운 물과 내연산 서쪽 자락 골골마다 솟아난 맑은 물이 합쳐지는 곳에 자리 잡고 있다.

그 이름처럼 옥(玉)처럼 맑고 차가운 물이 쉼 없이 흐른다. 내연산 주왕산 이름난 두 산에서 시작한 실낱같은 물이 수천년 동안 제 스스로 길을 만들어 가며 기암절벽과 소(沼)와 담(潭)을 연이어 깎고 다듬어 놓았다.

수직으로 이어지는 기암절벽 위에는 낙락장송 소나무가 기품 있게 자라고 있고 줄곧 흘러내린 물은 바위가 가로막으면 돌아서 소(沼)를 만들어 물고기를 키우고 작은 폭포와 담(潭)을 만들어 놓아 사람도 물도 쉬어가게 한다.

옥계계곡에서 거슬러 올라가면 만나게 되는 얼음골 폭포 모습. 2005년 9월. 사진 / 박영오 객원기자
옥계계곡에서 거슬러 올라가면 만나게 되는 얼음골 폭포 모습. 2005년 9월. 사진 / 박영오 객원기자

물길이 닿은 절벽 가장자리에 깊게 패인 바위틈과 공을 반으로 잘라 놓은 듯한 움푹 패인 반원형 동굴을 보노라면 자연의 힘이 대단하다는 생각과 참 아름답게도 빚어 놓았구나 하는 생각을 아니할 수 없다.

기암절벽과 폭포 그리고 맑은 물이 휘-돌아가는 절묘한 곳에 ‘침수정’이라는 정자가 자리잡고 있다. 침수정은 1607년 조선 광해군 때 ‘손성을’이라는 사람이 지어놓고 주변 풍광을 즐겼던 곳이다. 정자가 있는 너럭바위에 올라 옥계를 내려다보면 그곳의 풍경이 옛 그림 속에나 나올 듯한 무릉도원처럼 빼어나게 아름답다.

그리고 바닥까지 훤히 보이는 투명한 계곡 물에 풍덩 몸을 담그고 싶은 유혹을 떨쳐버릴 수가 없어 자연스럽게 바위를 내려와 물이 흐르는 계곡으로 향하게 된다. 밑바닥까지 훤히 보이는 물 속에 내 몸을 담그면 푸른 물빛이 내 몸에 밸 듯 싶다.

옥계계곡의 맑은 물은 오십천을 거쳐 영덕 강구항으로 흘러 들어가는데, 그 물길 따라 은어가 은빛 비늘을 번쩍이며 옥계까지 거슬러 올라온다. 은어는 연어처럼 자신이 태어났던 어머니 강으로 되돌아오는 회귀 본능을 가지고 있다.

옥계계곡은 물이 맑고 얕은 곳이 많아 아이들이 물놀이하기에 좋다. 2005년 9월. 사진 / 박영오 객원기자
옥계계곡은 물이 맑고 얕은 곳이 많아 아이들이 물놀이하기에 좋다. 2005년 9월. 사진 / 박영오 객원기자

9월에는 강을 거슬러 올라오는 은어를 잡기 위해 강태공들이 오십천과 그 상류 옥계계곡에 진을 치고 있다. 특히 이곳의 은어는 황색 띠를 두르고 있어 임금님께 진상했던 것으로 이름이 나있다. 피서객들이 떠난 조용한 9월, 맑은 물에 몸을 담그고 이곳에서 은어 한번 잡아보는 것은 어떨까?

옥계계곡은 계곡 하나로 끝나는 곳이 아니다. 등산 코스로 유명한 ‘팔각산’이 있는데 산 이름에서 이미 말했듯이 8개 봉우리가 연이어 있다. 그리고 옥계를 거슬러 올라가면 청송 얼음골로 이어지는데 바위 협곡 따라 맑은 계곡을 바라보며 가는 그 길이 너무나 아름답다.

그 길 중간에는 계곡 물을 퍼올려 산 절벽을 내려 꽂는 폭포를 만들어 놓았다. 또 얼음골 약수터가 있어 가던 발길을 저절로 멈추게 된다.

얼음골 약수터. 효험이 있다고 많은 사람이 찾는다. 2005년 9월. 사진 / 박영오 객원기자
얼음골 약수터. 효험이 있다고 많은 사람이 찾는다. 2005년 9월. 사진 / 박영오 객원기자

얼음골을 내쳐 달리면 그 유명한 주산지와 국립공원 주왕산에 도달하게 되고 역으로 옥계 물길 따라 내려가면 영덕 바닷가로 곧장 이어지는데 이 모두가 승용차로 30여분 시간 안에 있어 두루두루 둘러보기 좋은 곳이다.

이 아름다운 비경이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감춰져 있었는데 방송과 신문에 몇 번 알려진 다음부터는 서서히 유명세를 타기 시작해 제법 많은 사람이 찾게 되었다. 이제는 혼자만 가질 수 없는 비경이라 아쉽다.

은어떼가 은빛 비늘 번쩍이며 모천(母川)을 찾아오는 한적한 그 무렵에 나도 다시 회귀하듯 찾아오고 싶다. 이 아름다운 옥계계곡에….

Info 가는 길
중앙고속국도 서안동IC -> 34번국도 영덕 방향 -> 달산 주유소 -> 69번지방도 -> 옥계 또는 7번국도 -> 영덕군 지품면 신양리 -> 달산 주유소 -> 69번지방도 -> 옥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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