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호 표지이미지
여행스케치 5월호
달빛 아래 속삭이는 연인들의 섬, 한강 선유도
달빛 아래 속삭이는 연인들의 섬, 한강 선유도
  • 황수현 인턴기자
  • 승인 2005.09.19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수질 정화원. 부레옥잠, 마름, 갈대 등이 자란다. 2005년 9월. 사진 / 황수현 인턴 기자
수질 정화원. 부레옥잠, 마름, 갈대 등이 자란다. 2005년 9월. 사진 / 황수현 인턴 기자

[여행스케치=서울] 하늘과 바람과 별의 섬 선유도. 낮에는 하늘과 바람에 취하고 밤에는 별빛과 옆에 앉은 사람에 취하는 도심 속의 휴식. 이보다 더한 신선놀음이 있을까? 아~ 살 맛 난다.

양화대교를 품에 안고 그림처럼 떠 있는 섬 선유도. 시인들이 풍류를 읊던 한강의 명승지가 정수장으로, 거대한 생태공원으로 거듭났다. 정수장을 고스란히 이용한 번뜩이는 ‘역발상’ 덕분에 회색과 초록이 공존하는 미래 도시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낮, 햇살 아래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
선유도는 꼭꼭 숨겨놓고 연인과 둘이서만 즐겨보고 싶은 곳이다. ‘물’이 테마인 만큼 양화대교로 통하는 입구에서부터 물길을 따라 돌아보는 것이 좋다.

먼저 수질 정화원에서 부레옥잠과 마름 등 수생식물들이 자라나는 모습을 관찰할 것. 유리 온실에서는 남쪽 지방의 열대식물도 구경할 수 있다. ‘환경물놀이터’의 자그마한 냇물은 가장 깊은 곳이 어른 무릎 정도라, 발 담그고 첨벙거리는 것도 색다른 재미.

수생 식물원에 도도하게 떠 있는 수련. 2005년 9월. 사진 / 황수현 인턴기자
수생 식물원에 도도하게 떠 있는 수련. 2005년 9월. 사진 / 황수현 인턴기자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정자인 선유정에서 잠시 쉬었다가 한강전시관에서 역사와 옛 모습을 구경하며 한강의 속살을 엿보는 것도 좋다. 여과지를 재활용한 수생식물원에서 콘크리트 사이로 자라나는 생명의 숨소리도 들어보자.

침전지가 재탄생한 ‘시간의 정원’은 이끼원, 초록벽의 정원 등 다양한 테마로 구성되어 있어서 수풀 속에 파묻혀 돌아다니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선유도 공원의 물 잔치를 충분히 구경했다면 환경놀이마당에서 술래잡기를 하거나 미끄럼을 타면서 어린 시절의 향수를 느껴보자!

해질 무렵이면 선유교 전망대에서 높이가 202m에 달하는 월드컵 분수와 어우러지는 일몰을 감상하면서 선유도의 조명이 켜지기를 기다려보자. 운이 좋으면 전망대 아래의 자생습초지에서 토끼도 발견할 수 있다.

밤이면 녹색 기둥의 정원이 알록달록해 진다. 2005년 9월. 사진 / 황수현 인턴기자
밤이면 녹색 기둥의 정원이 알록달록해 진다. 2005년 9월. 사진 / 황수현 인턴기자

밤, 야누스의 얼굴
선유도의 밤은 화려하다. 밤이 되면 섬 전체가 색색의 조명으로 옷을 갈아입어, 전혀 다른 장소에 온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기둥에 담쟁이가 운치 있게 휘감겨 있는 녹색 기둥의 정원에서는 아래쪽에서 붉고 푸른 조명을 쏘는데, 낮 동안의 담쟁이 기둥이 밤이 되면 도깨비 방망이를 세워 놓은 것처럼 기묘하게 보인다.

수생식물원과 시간의 정원에서는 조명을 통해 나무와 꽃의 실루엣을 극대화시키는데 마치 식물들이 연극을 하는 것 같다. 섬 남쪽에 이어진 바람의 언덕에는 형광등처럼 길쭉한 조명들이 줄지어 서 있어 장엄하기까지 하다.

선유도에서 바라본 한강 야경. 2005년 9월. 사진 / 황수현 인턴기자
선유도에서 바라본 한강 야경. 2005년 9월. 사진 / 황수현 인턴기자

무엇보다도 가장 두드러지는 곳은 선유교다. 디카족들의 사랑을 받는 이곳은 알록달록한 조명이 다리 아래쪽을 수놓아 ‘무지개다리’라고도 한다. 선유교에서 사랑을 고백하면 이뤄진다는데 믿거나 말거나…. 선유교는 원래 흔들리게 설치된 다리이니 괜히 무서워하지 말자.  

선유봉의 옛 모습은 잃었지만 꽃이 피고 야경이 아름다우니, 멀리 떠난 신선도 이쯤되면 다시 돌아오지 않을까? 곳곳에 아기자기한 재미가 가득한 선유도, 술잔을 나누는 신선이 된 듯 훨훨 날아갈 것 같은 마음으로 노닐어 보자.

Info 가는 길
서울 지하철 2, 6호선 합정역 8번 출구 -> 5714번 시내버스 -> 공원 정문 하차.

Tip. 
생태공원 보존을 위해 입장객 수를 제한하니 꼭 문의한 후 갈 것. 단체는 전화와 인터넷으로 예약해야 한다. 월드컵 분수는 13시, 19시에 평일 30분, 주말 및 휴일 1시간 동안 가동된다.

카페테리아 '나루' 전경. 2005년 9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카페테리아 '나루' 전경. 2005년 9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카페테리아 <나루>
선유도의 풍광 좋은 카페. 취수 펌프장을 재활용한 건물로 통유리를 통해 한강을 바라보며 식사와 음료를 즐길 수 있다. 가격도 부담스럽지 않다. 2층 야외테이블에서 선선한 강바람을 쐬보자.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