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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2월호
인제 개인 약수, 약수 한 바가지에 담긴 광명의 빛
인제 개인 약수, 약수 한 바가지에 담긴 광명의 빛
  • 노서영 기자
  • 승인 2005.10.0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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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개인 약수 산장. 식당과 산장 틈 사이로 약수터 가는 길이 있다. 2005년 10월. 사진 / 노서영 기자
개인 약수 산장. 식당과 산장 틈 사이로 약수터 가는 길이 있다. 2005년 10월. 사진 / 노서영 기자

[여행스케치=인제] 풀벌레 소리와 물 흐르는 소리, 드러난 흙길 곳곳에 남겨진 짐승 발자국. 개인 약수터를 찾는 길은 철저하게 고독하다. 이 약수는 외로움을 견디는 자에게 주어지는 생명수인 것이다.

“여기 산장 뒤로 개울이 나오거든요. 개울 몇 번 건너면 길이 나오고, 길 따라 쭈욱 가세요. ‘이곳이다’라고 생각되는 곳이 바로 약수터 맞을 겁니다.” 애매하다. 근 30년 가깝도록 산장을 운영해 온 주인이 약수터 오르는 길을 설명해 준다.

40여분 오르면 나온다는 정보만 얻은 채, 정오가 훨씬 지난 즈음 산행이 시작됐다. 징검다리를 건너 산길을 따라 오르는데, 길이 물 속으로 빠졌길래 다시 개울을 건넜다. 개울가에 있는 바위를 타고 또 오른다.

하산하는 때는 제법 어두워질테니, 길을 익혀두어야 한다는 생각에 자꾸 뒤를 돌아보며 각인시킨다. 또 다시 개울을 건너고, 사람 한 명 지나갈만한 좁은 숲길을 걷는다. 30여분 동안 개울을 네 번은 족히 건넜을 게다.

개인 약수 산장에서 약수터까지 걸어서 40분 걸린다. 약수터로 가는 산길 풍경. 2005년 10월. 사진 / 노서영 기자
개인 약수 산장에서 약수터까지 걸어서 40분 걸린다. 약수터로 가는 산길 풍경. 2005년 10월. 사진 / 노서영 기자

사실 개울을 몇 번 건넜지만 처음 개울을 맴도는 것과 매한가지다. 길을 따라 가려니 지그재그로 개울을 건너야 하기 때문이다. 얼마나 더 걸어야 할까. 꽤 숨이 차지만 잠시도 쉬지 않는다. 인적 하나 없고, 계곡 물소리만 귓가를 맴도는 가운데 어둠은 내 뒤를 쫓고 있었다.

적극적으로 물색해 봐야겠다는 생각에, 큰 바위를 찾았다. 그 틈 사이로 약수물이 흐르고 있을런지 모른다는 간절한 희망을 가지고 거미줄과 가지를 헤치면서 가까이 갔다. 몇 번을 같은 방법으로 찾았지만 남겨진 것은 허탈감과 두려움 뿐이었다.

‘여기서부터 개인산 약수 m입니다’ 라는 이정표가 눈에 들어왔다.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퍼뜩, 도대체 몇 m란 거야? 안내가 허술하다는 생각에 혀를 차며 계속 올랐다. 약수터 가는 길을 좀더 자세히 물어볼 것을.

산장 주인한테 부탁해서 함께 오자고 할 것을. 겁도 없이 덜렁 산길을 오르려 한 자신이 멍청하게 느껴졌다. 내려오고 싶다는 생각을 몇 번씩 하면서 풀벌레 소리에 깜짝 놀라면서 가슴을 쓸어 내려야 했다.

더 이상은 안되겠다, 내려가야겠다고 다짐하면서 딱 3분의 등산만을 허용했을 때, 갑자기 빨간색 낯익은 물바가지가 눈에 띄었고 넓은 평지가 펼쳐졌다. 한 사람이 겨우 지날 수 있을 정도의 좁은 길 뒤로 이렇게 넓은 터가 있다니.  

톡 쏘는 맛이 나는 약수. 2005년 10월. 사진 / 노서영 기자
톡 쏘는 맛이 나는 약수. 2005년 10월. 사진 / 노서영 기자

마치 비밀의 화원 마냥, 꼭꼭 숨겨져 있는 약수는 고독이라는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낸 자만이 마실 수 있는 생명수다. 감상에 젖어 있다가는 쉬이 어두워지고 만다. 노트를 펼친 정도 크기의 웅덩이에서 보글보글 솟고 있는 약수를 한 바가지 떠서 마신다.

바닥이 벌겋게 물들어 있는 약수는 혀끝을 톡 쏘게 하는 깊은 맛이 있다. 강원도 일대 약수에는 탄산가스, 철분, 칼슘 등의 광물질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물맛과 효능이 비슷하다. 개인약수는 내린천 계곡과 수려한 개인산 자락 깊숙이에 파묻혀 있어 그 맛이 더 진하게 다가온다.

약수의 효능은 아직 의학적으로 검증되지는 않았다고 한다. 약수의 효험도 있겠지만 약수터 가는 길에 만나는 신선한 공기와 심적 안정이 병을 치유하는 힘이 된것은 아닐까.

Tip. 개인 약수
개인 약수(開仁藥水)는 국내에서 최고 높은 곳(해발 1,066m)에 있는 약수터이다. 강원도 인제군 상남면 미산리의 개인산에 있는 약수로 탄산과 철분이 많이 들어 있다. 맛이 혀끝을 톡 쏘며 씁쓸하면서 비릿한 쇳물 맛이다. 위장병 등에 효험이 있다고 한다. 개인 약수터 가는 길에 산장과 식당을 겸하는 <개인산 약수집>)이 있다.

개인산 중턱의 대개인동에서 산장까지는 도로가 거칠어, 초보운전자는 특히 조심해야 한다. 산장에서 약수터까지 도보로 40분.

개인산(해발 1388m) 산행코스
개인 약수산장 모덤터 (1시간 30분) -> 구룡덕봉 (2시간) -> 구룡덕재 (1시간 30분) -> 조경동 (3시간 30분)

매일 규칙적인 산행과 적절한 휴식으로 당뇨병을 치유한 한창호씨. 2005년 10월. 사진 / 노서영 기자
매일 규칙적인 산행을 실천하고 적절한 휴식으로 당뇨병을 치유한 한창호씨. 2005년 10월. 사진 / 노서영 기자

Interview 당뇨합병증으로 시력을 잃을 뻔 한 한창호씨
“제가 입산한 게 93년도니까 중간에 몇 년 빼고 8년 정도 됐어요. 모 공중파 방송국에서 방영한 약수에 관한 프로그램을 시청하고서 건강을 찾아 이곳에 왔지요.”

개인산 옛 암자가 있던 터를 사들여 집을 짓고 살았다는 그는 매일 개인 약수까지 2시간을 걸어 올라 약수를 마시고 온다. 지금은 혈당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을 정도로 좋아졌다.

“개인 약수로 당뇨를 고쳤냐고요? 반은 맞고 반은 아니라고 할 수 있지요. 맑은 공기와 2시간의 규칙적인 산행 그리고 적절한 휴식이 함께 있었기에, 당뇨병이 많이 치유된 거라고 생각합니다.”

약수의 효험을 단정하기에는 조심스럽다면서 건강은 좋은 물과 공기와 운동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개인 약수물이 개인적으로 몸에 잘 맞은 것 같다고 말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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