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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미천골 불바라기 약수, 두마리의 용 사이에서 찾은 붉은 여의주
미천골 불바라기 약수, 두마리의 용 사이에서 찾은 붉은 여의주
  • 김정민 기자
  • 승인 2005.10.0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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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깊은 계곡이 휘돌아 나가는 광경. 산이 얼마나 깊은지 웬만한 카메라 렌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2005년 10월. 사진 / 김정민 기자
깊은 계곡이 휘돌아 나가는 광경. 산이 얼마나 깊은지 웬만한 카메라 렌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2005년 10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여행스케치=양양] 차로 비포장 길을 7km 달려 4.8km의 임도를 걸어야 나오는 약수란다. 진시황이 찾아 헤매던 불로초도 아니건만 벌써부터 마음이 설렌다. ‘고생 끝의 낙’이는 말이 꼭 맞기를 바랄 뿐이다.

덜컹덜컹거리는 차를 타고 미천골 계곡을 따라 가다가 차단기가 있는 임도 끝에 도착했다. ‘멍에정’이라는 정자가 있는 곳. 여기서부터 약수까지 걸어가야 한다.

계곡이 얼마나 깊은지 흐르는 물이 군데군데 폭포를 이루고, 물의 낙차로 인해 생긴 바람이 찬 기운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계절이 계절인지라 시원함보다 오싹함이 스치고 지나간다. 2002년 루사가 이곳까지 훑고 갔는지 울퉁불퉁 깎인 바위의 모양이 안쓰럽기 그지없다.

계곡을 받쳐주는 수풀이 무성하다. 겹겹이 쌓인 초목에는 가을이 스며들고 있었다. 머리에 하이라이트 염색을 하듯 노랗고 빨간 나뭇잎이 바람에 나부껴 흔들리고 있었다. 별안간 풀숲에서 무엇인가 재빠르게 도망을 친다.

계곡에 살던 도롱뇽이 일광욕을 즐기는 중이었나 보다. 미천골은 물이 맑고 계곡이 깊어서 멧돼지나 수달, 노루, 산토끼, 고슴도치가 산다. 혹 길을 걷다 멧돼지가 튀어나오면 어떡하지 하다가 영화 ‘웰컴 투 동막골’에서처럼 돌을 집어 멋진 스트라이크를 날려야겠다는 우스갯 상상도 한다.

미천골의 맑고 깨끗한 계곡물. 2005년 10월. 사진 / 김정민 기자
미천골의 맑고 깨끗한 계곡물. 2005년 10월. 사진 / 김정민 기자

고요한 산길. 불바라기 약수터로 가는 길은 임도이기는 하나 깎아지를 듯한 낭떠러지가 이어져 있어 차를 타고 들어가기에는 무리가 있다. ‘아차’하는 순간에 바로 깊이를 알 수 없는 계곡으로 추락해 버릴지도 모른다.

한참 길을 올라가다가 뒤를 돌아보았다. 첩첩이 쌓인 산을 배경삼아 고산지대에서 산다는 주목나무 한 그루가 한 폭의 그림을 그린다. 일출이나 일몰이 곁들여 졌다면 참 아름다웠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2시간 거리의 산길을 정신없이 올라가니 낭떠러지가 아닌 넓은 공터가 나타나면서 약수가 멀지 않았음을 알려준다. 아니나 다를까 몇 발자국 못 가 약수터임을 알리는 표지판이 나타난다. 표지에는 화살표를 따라 280m를 올라가라고 써 있었다.

약수가 있는 계곡은 미천골 계곡의 원류. 나뭇가지와 바윗돌 하나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듯 자연적인 형상을 띠고 있었다. 수풀이 어찌나 무성한지 오후 5시도 안 됐는데 8시나 된 듯 어둠이 짙게 깔려있었다.

어둠을 뚫고 약수를 찾아보려했지만 물 많은 계곡만 있을 뿐 사람이 다녀간 흔적이 없어 길을 못 찾겠다. 급한 마음에 관리사무소에 문의를 하려고 핸드폰을 찾았지만 ‘통화권 이탈’이라는 글씨만 선명하게 뜬다.

갑자기 두려움이 왈칵 밀려왔다. 2시간을 걸어왔건만 허무하게 돌아설 수가 없었다. 계곡을 따라 계속 발걸음을 재촉했다. 들은 풍문에는 2개의 폭포가 흐르는 바위틈에서 약수가 난다 하였는데…. 그 순간 시야가 환해졌다.

철분이 스며 빨갛게 변한 바위틈에 샘솟는 약수. 2005년 10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철분이 스며 빨갛게 변한 바위틈에 샘솟는 약수. 2005년 10월. 사진 / 김정민 기자

막다른 길에 두 개의 폭포수가 우렁차게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 이름은 청룡폭포와 황룡폭포. 폭포 옆 나뭇가지에 달린 빨간 바가지. 드디어 찾았다!

철분이 스며 빨갛게 변한 바위틈에 약수가 고여 있었다. 허겁지겁 계곡물에 손을 씻고 물을 벌컥 마시는 순간 저절로 얼굴이 찌푸려졌다. 진한 쇳물과 뽀글뽀글한 탄산수가 섞인 맛.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물맛은 비려도 풍경은 가히 최고였다.

청룡 폭포와 황룡 폭소 사이에 있는 붉은 약수라? 이것은 두 마리의 용이 지키는 붉은 여의주가 아니었을까?

Tip. 미천골자연휴양림
해발1,000m의 고산에 둘러싸인 미천골은 선림원지를 지나 청룡과 황룡폭포가 지키는 불바라기 약수에 이르는 계곡. 1993년 이 지역을 자연휴양림으로 조성하고 숲속의 집과 야영장을 설치하여 방문객을 맞고 있다.

숲속의 집 15동, 오토캠핑장과 야영장, 물놀이장 등을 갖추고 있으며, 숲생태탐방로 1.7km를 따라 자연을 배울 수 있는 숲 해설 교실도 운영하고 있다. 4인 가족 이상 해당되며 관심이 있는 사람은 하루 전에 예약하면 된다.

약수의 효능
바위틈이나 땅으로 스며든 빗물이 주위의 광물질을 녹이고 그 물이 새로 솟아난 물을 흔히 약수라 부른다. 그러나 땅에서 솟은 물이라고 무작정 마시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으므로 검사가 완료된 약수를 음용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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