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호 표지이미지
여행스케치 5월호
[초록별 가족여행] 제주도, 용왕 나드르 마을과 예래동 논짓물 체험
[초록별 가족여행] 제주도, 용왕 나드르 마을과 예래동 논짓물 체험
  • 구동관 객원기자
  • 승인 2005.10.24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군산에서 바라본 서귀포 쪽 풍경. 맑은 날은 서귀포 앞바다의 섬들과 한라산이 투명하게 바라보인다. 2005년 10월. 사진 / 박영오 객원기자
군산에서 바라본 서귀포 쪽 풍경. 맑은 날은 서귀포 앞바다의 섬들과 한라산이 투명하게 바라보인다. 2005년 10월. 사진 / 박영오 객원기자

[여행스케치=제주] 산길을 꼬불꼬불 넘어가자 바다와 맞닿아 있는 대평리 마을이 눈에 훤히 들어왔다. 전통 테마마을로 지정된 뒤 ‘난드르 마을’이란 이름을 사용하고 있었다. ‘난’은 밖으로 떨어져 나간, ‘드르’는 벌판을 뜻하는 제주 방언이란다. 바다로 멀리 뻗어나간 넓은 벌판 마을이다. 게다가 제주의 남서부가 한눈에 들어오는 군산을 품고 있는 마을이다.

여행은 풍경과의 만남이고, 사람과의 만남이다. 하지만 어쩌다 찾는 제주 여행에서 우리는 과연 몇 명이나 되는 제주 사람과 만날까?

이태 전 제주 여행 중에 남제주군 체험마을에서 민박을 한 적이 있다. 사실 잠자리는 조금 불편했지만 열 번도 넘게 제주를 돌아보면서도 몰랐던 것을 그때 많이 알 수 있었다. 이번 제주도 여행도 그런 기대 속에 출발했다.

숙박은 농촌과 어촌의 민박이었으며, 주민이 진행하는 체험 몇 가지도 포함돼 있었다. 그 중 제주 전통 고깃배인 ‘테우’를 타는 체험이 가장 기대가 됐다. 지난번 여행에서 다솜이가 거뒀던 수확이 떠올랐다.

그때 처음으로 ‘구멍 낚시’를 했다. 갯가의 넓은 바위틈에 낚싯줄을 넣어 고기를 잡는 방법인데, 작은 대나무를 낚싯대 삼아 1.5m쯤의 낚싯줄과 바늘을 매단 것이었다. 다솜이는 제 손바닥 만한 우럭을 낚아 그날의 낚시 왕이 됐었다.

바닷가 바위틈에서 잡은 고기가 그 정도였으니 고깃배를 타고 나간다면 팔뚝만한 고기가 물 거라고 기대하며 제주 ‘용왕 난드르 마을’로 향했다. 난드르 마을은 서귀포에서 중문을 거쳐 서쪽의 안덕면으로 가는 길목의 안덕계곡 근처에 있다.

마을 주민이 나와 여행객을 맞이했다. 그런데 파도가 높아 ‘테우’ 체험이 어렵단다. ‘테우’ 체험을 기다려왔던 우리 가족에게는 큰 실망이었다. 대신 바로 옆 마을인 예래동으로 갈 계획이란다.

예래동의 논짓물 해변. 제주 해변 곳곳엔 용천수가 솟아나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곳이 많다. 예부터 민물이 귀했던 제주 사람들에게 해안의 이 민물은 소중한 자원이 됐다. 예래동에서는 이 민무을 논짓물이라 부르고 있다. 2005년 10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예래동의 논짓물 해변. 제주 해변 곳곳엔 용천수가 솟아나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곳이 많다. 예부터 민물이 귀했던 제주 사람들에게 해안의 이 민물은 소중한 자원이 됐다. 예래동에서는 이 민무을 논짓물이라 부르고 있다. 2005년 10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서귀포의 예래동에서는 ‘논짓물 해변축제’가 열리고 있어 넙치잡이 체험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꿩 대신 닭 정도는 될 것 같았다. 예래동 논짓물 축제장은 이색적이었다. 민물인 용천수가 솟아나와 바닷물과 만나는 곳에 돌담을 둘러 수영장으로 만들었다.

주변의 경치가 원래 아름다운 곳이었지만, 우리가 축제장을 찾았을 때는 가끔씩 집채만한 파도가 몰려들어 더 멋진 모습이었다. 축제장에서는 막 넙치잡이 체험이 시작되고 있었다. 금세 즐거운 함성이 울렸다. 넙치를 잡은 사람들의 환호였다.

잡은 고기를 두 손으로 번쩍 들어 보였다. 30분쯤 지나 넙치잡이는 끝이 났다. 체험장은 다시 수영장이 되었다. 넙치를 잡지 못한 사람은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수영을 즐기는 아이들 주변을 서성이며 넙치를 찾고 있었다.

난드르 마을로 돌아와서는 천연 염색 체험을 하기로 했다. 체험장은 마을의 포구가 보이는 곳이었다. 포구에는 네댓 척의 배가 파도에 발이 묶인 채 쉬고 있었다. 높은 방파제가 있었지만 높은 파도가 몰려올 때는 배가 드나드는 작은 틈으로 바닷물이 몰려들곤 했다.

천염염색의 재료는 감물이었다. 설익은 풋감의 즙을 염색 재료로 사용한단다. 여름철에 제주를 다녀온 사람이라면 제주 사람이 붉은 색 면 옷을 즐겨 입는 것을 보았을 것이다. 투박하면서도 자연스러운 그 옷이 바로 감물 염색의 ‘갈옷’이다.

감물 염색을 마치고 숙소 배정을 받았다. 숙소에 짐을 풀고 저녁 식사를 한 뒤 소라 양초 만들기 체험이 있었다. 소라 껍질에 심지를 넣고, 파라핀을 녹여 넣어 양초를 만들었다. 소라 양초에 불을 붙여 어둠을 밝히면 제주의 밤바다 냄새가 날 것 같았다.

소라 양초 만들기 체험. 2005년 10월. 사진 / 박영오 객원기자
소라 양초 만들기 체험. 2005년 10월. 사진 / 박영오 객원기자
난드르 마을을 떠나기 전 일행을 기다리며 나무피리를 만들었다. 2005년 10월. 사진 / 박영오 객원기자
난드르 마을을 떠나기 전 일행을 기다리며 나무피리를 만들었다. 2005년 10월. 사진 / 박영오 객원기자

소라 양초 만들기를 끝으로 첫날 일정은 모두 끝이 났다. 아침 일찍 군산에 오르기로 했다. 군산은 제주의 오름 중 산체의 규모가 가장 큰 오름이란다. 난드르 마을 사람은 군산에 올라보면 그곳에서 바라보는 경치가 성산포 일출봉의 경치보다 훨씬 좋다고 했다.

전날 저녁 잠자리에 들며 꼭 올라봐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눈을 떠보니 7시가 넘었다. 새벽 일찍 출발한 사람은 벌써 군산 오름을 다녀왔단다. 오름에 가지 못한 것을 크게 아쉬워하자, 시간이 많이 걸리지는 않는 길을 알려 줬다.

원래 오름 아래쪽부터 등산을 해야 제 맛이지만, 오름 정상 가까이까지 차로 가는 방법도 있단다. 마을 분께 찾아가는 길을 물어 아내와 함께 군산 오름으로 향했다. 정상과 바로 아래까지 길이 만들어져 있었다.

정상에 오르니 사방이 훤히 보였다. 바로 앞쪽 대평리 마을의 모습이며, 동쪽으로 중문 바닷가가 훤히 들어왔다. 서쪽으로는 산방산과 송악산의 경치도 보였다. 그동안 만났던 제주의 모습과 다른 모습이었다.

난드르 마을을 경계짓는 박수기정 절벽. 저 바위 절벽을 넘어야 이웃 마을로 갈 수 있었다고 한다. 2005년 10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난드르 마을을 경계짓는 박수기정 절벽. 저 바위 절벽을 넘어야 이웃 마을로 갈 수 있었다고 한다. 2005년 10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제주는 언제나 새롭다. 아름다운 경치를 마음에 담느라 한참동안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군산에서 내려와 마을에서 아침 식사를 한 후 마을 주민과 나무 피리 만들기를 했다. 손가락 마디만한 나무에 구멍을 뚫고, 셀로판지로 울림판을 붙이니 근사한 나무 피리가 되었다.

아이들은 나무 피리에 길게 줄을 둘러 목걸이로 만들었다. 서로 제 피리의 소리가 크다며 불기 시합을 한다. 마을을 시끄럽게 만든 피리소리는 우리가 마을을 떠날 때가지 이어졌다. 오전 열시. 난드르마을에서의 체험은 모두 끝났다.

‘테우’를 타지 못한 것은 못내 아쉬움이지만, 예래동 바닷가에 솟는 민물 담수를 즐긴 것, 그리고 군산에 올라 제주 서남부 지역을 조망한 것으로 충분히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다. 또한 아직 여행객이 많지 않아 더 순박한 제주 토박이 사람을 만난 것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이다.

Tip. 가는 길
제주공항 -> 95번 서부관광도로 -> 창천 삼거리에서 12번 일주도로로 우회전 1km -> 안덕계곡 입구 버스 정류장에서 대평리 방향 좌회전 -> 산길을 10분쯤 따라가면 난드르 마을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