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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드라이브 여행] 문경 이화령 옛 도로, 옛길 향기 따르는 드라이브
[드라이브 여행] 문경 이화령 옛 도로, 옛길 향기 따르는 드라이브
  • 김진용 기자
  • 승인 2005.11.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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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문경의 숨은 드라이브 코스, 이화령 옛 도로. 2005년 11월. 사진 / 김진용 기자
문경의 숨은 드라이브 코스, 이화령 옛 도로. 2005년 11월. 사진 / 김진용 기자

[여행스케치=문경] 문경 갈 땐 문경새재 IC를 통하지 말자. 연풍 IC에서 나와 이화령을 넘어 가는 게 좋다. 왜? 자가용으로 간다 하더라도 문경은 고개 넘어 들어가야 제격인 곳이니까.

경북 문경이 바쁘다. 최근 여행객의 발걸음이 잦기 때문. 가을 단풍 옛길을 거닐 수 있는 문경새재와 도자기 같은 옛 문물에다 철로자전거를 비롯한 현대식 위락시설이 더해진 덕이다.

거기에 이화령(548m) 고개 구(舊)도로는 문경으로 드는 숨겨진 드라이브 코스다. 수도권에서 갈 때 중부내륙고속국도 문경새재 IC에 못 미쳐 연풍 IC로 빠져 나오면 충북 괴산의 연풍이다.

읍내의 행촌 교차로에서 우회전하면 문경으로 향하는 길이 두 갈래로 나뉜다. 이화령 터널을 지나는 3번국도와 이화령 고개를 넘어가는 구도로이다. 표지판에는 ‘이화령 터널’과 ‘이화령 고개’로 구분돼 있다.

몇 년 전 열린 이화령 터널은 문경 지역과 충북을 연결하는 교통로와 수송로 역할을 하고 있다. 터널이 뚫리면서 이화령 구도로는 쓸모를 다한 것 같다.

단풍이 피어난 문경의 아름다운 풍경을 자동차로 돌아보는 시간. 2005년 11월. 사진 / 김진용 기자
단풍이 피어난 문경의 아름다운 풍경을 자동차로 돌아보는 시간. 2005년 11월. 사진 / 김진용 기자

그 덕에 평일이긴 했지만 30리 가까운 고갯길을 넘는 동안 마주 오는 차 한 대 구경하기 쉽지 않을 만큼 한적한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었다. 이화령 구도로를 대체했다는 이화령 터널 3번국도도 지금은 한산한 길로 변했다.

지난해 바로 옆으로 중부내륙고속국도가 열린 탓이다. 얼마 전 국회 감사에서 교통량이 당초 추정의 4분의 1에도 못 미쳐 이화령 터널이 적자에 허덕인다는 지적을 받았을 정도. 이화령 구도로는 탁 트인 고원과 울창한 숲길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드라이브길이다.

연풍에서 고개 정상까지는 백화산(1063.5m)-이만봉-희양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를 바라보며 오르는 길이다. 경북과 충북의 경계를 짓는 산줄기다. 차에서 내려 뒤편을 바라보면 암벽과 억새 너머 괴산 땅이 시원하다.

문경새재 제1관문 주흘관. 2005년 11월. 사진 / 김진용 기자
문경새재 제1관문 주흘관. 2005년 11월. 사진 / 김진용 기자

 

고개를 넘으면 문경 땅이 열린다. 조심운전 한다면 180도로 휘도는 숲길을 내려오는 맛이 운치 있다. 월악산이 조령산을 어깨 짚고 속리산을 벌려놓은 백두대간. 그 틈을 비집고 문경엔 영남에서 한양으로 가던 일명 ‘조령삼로’(鳥嶺三路)가 있었다.

하늘재, 새재, 이화령이다. 북쪽의 하늘재가 가장 오래됐다. <삼국사기>는 서기 156년 신라왕이 하늘재(鷄立嶺)를 열었다고 적고 있다. 조선 초기 새재가 열리면서 하늘재는 쓰임새를 잃었다.

새재, 즉 조령 고개는 조선 시대에 각처에서 한양을 향하던 여섯 대로 가운데 하나였다. 의주나 전라도 지역에서 한양으로 향하는 길은 비교적 평탄했으나, 영남과 한양 사이의 관문은 백두대간을 넘어야 하는 험한 길이었다.

이화령은 새재와 비슷한 시기에 열려 새잿길을 보완하는 소로의 역할을 담당했다. 그러다 일제 강점기 때 새재는 산세가 험하다 하여 이화령을 넘는 국도가 놓였다. 문경 일대의 특용작물 수송을 위해서다.

지금은 이화령 구도로라 부르지만 당시로서는 획기적이었던 ‘신(新)작로 시대’가 열린 것이다. 배나무가 정말 많을까 살피며 올라온 이화령 구도로. 배나무는 눈에 띄지 않는다.

고개 정상 휴게소에서 바라본 풍경. 고개 아래로 새로닦인 3번국도가 지나가고 있다. 2005년 11월. 사진 / 김진용 기자
고개 정상 휴게소에서 바라본 풍경. 고개 아래로 새로닦인 3번국도가 지나가고 있다. 2005년 11월. 사진 / 김진용 기자

‘이화령’(梨花嶺)이라는 이름은 배꽃과는 무관한 유래를 지녔거나, 지금은 배나무가 사라졌던가 둘 중 하나일 것 같다. 휴게소에서 만난 한 조령산 산객은 ‘이유릿재’가 이화령의 옛 명칭이란다.

깊고 험한 산길에 짐승의 피해가 많았으니 함께 어울려 넘으라는 뜻 아니었겠냐는 게지만, 그 유래를 짐작하기엔 이제 멀다. 고개 정상 휴게소. 1회용 커피 한잔을 탔더니 700원이다. 커피향이 퍼지는 북서쪽으로 산하를 굽어볼 수 있다.

멀리 중부내륙고속국도가 보이고, 아찔한 발아래 3번국도가 이화령을 뻥 뚫고 씽씽 내달린다. 그릇이 차면 새 그릇을 들이듯, 쌓인 사연 고이 보듬은 채 길도 차면 사라진다. 하늘재가  문경새재에 밀려 옛 길로 비켜섰다.

새재는 다시 이화령에, 이화령은 이윽고 터널과 고속국도에 짐을 내려놓고 숨을 고르고 있다. 몇 번의 명멸 뒤 인적 없는 드라이브길이 그렇게 남았다.

문경산성 옛길 걷기. 고모산성. 2005년 11월. 사진 / 김진용 기자
문경산성 옛길 걷기. 고모산성. 2005년 11월. 사진 / 김진용 기자

Tip. 문경의 즐길 거리
문경새재 옛길은 제3관문까지 걸어서 갔다 오는 데 왕복 3시간 남짓 걸린다. 문경새재는 숱한 전설과 유적이 잘 재현돼 새재를 따라 오르다보면 자연의 소리와 역사의 숨결을 함께 느낄 수 있다.

새재 입구로 내려오면 문경 향토 음식점이 즐비하다. 3번국도를 타고 문경 시내 방향으로 내려가 고모산성에 올라보자. 지리적으로 군사요충지였던 문경엔 유난히 산성이 많았다.

고모산성은 임진왜란과 조선말기, 그리고 6·25 전쟁을 거치면서 수많은 수난을 겪었던 천년고성이다. 고모산성에서는 문경의 소금강이라 불리는 진남교반의 절경을 굽어볼 수 있다.

진남교반으로 내려가 지금은 폐선된 석탄운반용 철로를 이용한 철로자전거를 타 볼 것. 강 위를 달리면 시원한 바람에 스트레스가 날아간다. 문경읍내로 돌아와 문경종합온천에서 피로를 녹이면 문경 하루 코스 여행 끝. 그 외에도 문경석탄박물관이나 도자기전시관을 들러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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