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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수수한 차림의 시골처녀 같은 역, 양평 국수역
수수한 차림의 시골처녀 같은 역, 양평 국수역
  • 노서영 기자
  • 승인 2005.11.0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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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국수역에서만 볼 수 있는 추억의 통일호 열차. 2005년 11월. 사진 / 노서영 기자
국수역에서만 볼 수 있는 추억의 통일호 열차. 2005년 11월. 사진 / 노서영 기자

[여행스케치=양평] 중앙선 기차를 타고 양수리를 지나면 다음 역이 국수역이다. 빨간 벽돌로 짓고 파란색 지붕을 얹은 전형적인 시골역. 이곳에 웃음이 있고 이웃이란 단어가 있다.  

“밤 많이 주었소?” “예. 지천에 깔렸데요.” “손녀딸이 아주 예쁘게 생겼네. 얘야, 몇 살이니?”

대합실이라고 해봤자 4평 남짓 되려나. 따닥따닥 붙어 앉아야 7, 8명이 겨우 엉덩이를 걸칠 수 있는 의자. 본래 안면있는 사이인 듯 주고받는 대화가 친근하다.

하루에 상행선과 하행선을 합쳐 여섯 번 정차하는 국수역은 누가 뉘집 자식인지, 누가 뭣하러 여기왔다 가는지, 아님 뉘집 딸이 누구랑 연애하는지 말 안해도 훤하다. 국수역은 오늘 이용하는 사람이 또한 어제 그 사람이다.

대합실 전경. 막차를 놓치지 않기 위해 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는 승객들. 2005년 11월. 사진 / 노서영 기자
대합실 전경. 막차를 놓치지 않기 위해 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는 승객들. 2005년 11월. 사진 / 노서영 기자

서울에서 50분 정도의 거리에 있는 이 역은 서울 일터로 출퇴근하는 승객들이 많은 역이라는데. 주말이면 북쪽으로 보이는 청계산에 호젓한 산행을 즐기기 위해 오는 등산객, 시골역을 찾아 카메라 들고 찾아온 사진작가, 시간이나 가격에서 부담스럽지 않은 기차여행을 즐기는 연인들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1939년 4월. 국수역(驛)이 세워지고 기차가 다니기 시작했다. 60년 이상의 세월이 흘렀으니 역(驛)사를 신축한다거나 증축했을 법도 한데, 전혀 손대지 않은 자연미인이다.

몇 년 후면, 중앙선 철로가 증축되면서 옛 모습 그대로의 국수역은 사라지고 크고 넓은 역사로 새로 지어질 예정이다. 청량리에서 기차를 타고 남한강을 따라 국수역에 도착하면 먼저 깔끔하게 이발된 정원수 몇 그루가 시야에 들어온다.

철저한 점검만이 안전을 지킨다! 열차를 점검하는 계획 날짜와 실시한 날짜를 적어놓은 통일호 열차 외부. 2005년 11월. 사진 / 노서영 기자
철저한 점검만이 안전을 지킨다! 열차를 점검하는 계획 날짜와 실시한 날짜를 적어놓은 통일호 열차 외부. 2005년 11월. 사진 / 노서영 기자

그 뒤로 ‘국수’라는 간판만이 고개를 빼꼼하니 들고 승객을 맞이한다. 역전을 나오면서 좌측으로 우리 안의 토종닭이 시선을 끌려는지 분주히 뛰어다닌다.

국수역은 서울에서 가까운 간이역이라는 것 외에도, 앞으로 철도박물관에 가야 볼 수 있을 노후된 통일호 여객 54칸이 서 있는 게 특징이다. 작은 역이지만, 선로가 13개나 되어 이용않는 열차의 차고역할을 한다.

등받이 각도가 고정된 파란색 의자에 작은 창문이 특색인 통일호 열차는 국수역에 다 모였다. 곧 폐차된다고 하니, 기념사진 찍고 싶으면 서두르는 게 좋다. 국수역 인근에는 삼계탕을 하는 처가마을 식당을 포함해 15분정도 걸어 도예체험을 곁들어 할 수 있는 음식점 예마당 등 먹거리가 풍부하다.

Info 가는 길
국수역 가는 열차는 청량리에서 06:50/16:15/19:00로 하루 세 번 있다. 55분 정도 소요된다.

강종원 역장과 국수역. 2005년 11월. 사진 / 노서영 기자
강종원 역장과 국수역. 2005년 11월. 사진 / 노서영 기자

Interview 강종원 역장의 철도 인생
“저기 정원수 사이로 해가 걸리고, 철로에 전등이 켜지는 모습을 봐야하는데. 벌써 가신다고요….”

서울 가는 막차는 오후 6시 10분. 기차를 타려는데, 진짜 예쁜 국수역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서 안타까운 모양이다. 한 평생 철도원의 인생을 살아온 강종원 역장은 철도원으로서 자부심이 대단하다.

그다지 높은 보수도 아니고, 손과 얼굴이 시꺼멓게 그을리던 청년시절도 있었지만 회상해 보니 ‘참 좋았더라’는 생각이 든다고.

1974년 지하철 1호선(당시 ‘종로선’이라 불리던 서울역에서 청량리역을 달리던 7.8km의 노선)이 생겼을 때 첫 멤버로 일했다는 역장이 국수역에서 근무한지도 4년. 국수역은 그에게 고향역처럼 친근하고 정이 많이 가는 역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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