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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강변 따라가는 양평 갤러리 여행, 심신을 씻는 예술의 향기~
강변 따라가는 양평 갤러리 여행, 심신을 씻는 예술의 향기~
  • 김진용 기자
  • 승인 2005.12.1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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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갤러리 아지오'의 야외 전시장. 2005년 12월. 사진 / 김진용 기자
'갤러리 아지오'의 야외 전시장. 2005년 12월. 사진 / 김진용 기자

[여행스케치=양평] 감미로운 음악에 실린 커피향이 북한강과 남한강 강줄기를 따라 흐른다. 그 강줄기가 부드럽게 양평의 갤러리를 감싼다. 그곳에선 예술이 그렇게 멀게만 느껴지지 않는다.

양평의 북한강 가 서종면 지역, 남한강 가의 강하면 지역에는 일반인도 쉽게 들를 수 있는 갤러리가 모여 있다. 강변의 정취가 깊어질 때면 낭만을 찾으려는 여행객의 발길도 잦아진다.

강하면의 남한강 가 ‘갤러리 아지오’에서는 푸근하고 정감있는 아프리카의 얼굴을 만난다. 아프리카 짐바브웨의 ‘쇼나 조각’을 국내에 본격적으로 알린 쇼나 조각 전문 갤러리로 유명세를 타는 곳이다.

쇼나 조각엔 짐바브웨의 돌과 쇼나 부족이라는 아프리카 흑인의 예술혼, 거기에 서양의 현대 예술양식이 담겨 있다. 돌의 형상과 결을 최대한 살리면서 그 속에 짐바브웨 쇼나 부족의 평범한 생활문화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갤러리 아지오'의 쇼나 조각품. 쇼나 조각은 아프리카인의 숨은 영혼과 삶의 방식을 나타내는 유익한 작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2005년 12월. 사진 / 김진용 기자
'갤러리 아지오'의 쇼나 조각품. 쇼나 조각은 아프리카인의 숨은 영혼과 삶의 방식을 나타내는 유익한 작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2005년 12월. 사진 / 김진용 기자

쇼나 조각에 담긴 표정과 몸짓을 보고 있으면 아프리카 흑인의 웃음과 찡그림, 해학과 절규와 마주하고 있다는 강렬한 느낌에 휩싸인다. 낯선 아프리카가 친근하게 다가온다.

아이와 함께, 연인과 함께 복합문화체험을 하고 싶다면 ‘바탕골 예술관’을 찾자. 도자기 공방과 공예스튜디오, 미술전시관 등을 갖춘 문화예술 공간이다. 흙을 만지는 아이는 EQ까지 높아진다 했던가. 도자기 공방에서는 흙을 마음껏 만지고, 흙에 그림도 그릴 수 있다.

물레를 이용해 찻잔이나 머그컵도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다. 한지방에서는 닥나무로 한지를 뜨는 재미를 맛볼 수 있고 한지 카드나 액자도 만들 수 있다. 공예스튜디오에서는 티셔츠를 염색하거나 비누를 만들어 볼 수 있고, 은으로 메달이나 반지제작도 가능하다.

바탕골 예술관이 양평의 문화공간 가운데 복합문화체험을 대표하는 공간이라면, 서종면 문호리의 ‘갤러리 서종’은 전시 갤러리를 대표하는 곳이다. 갤러리를 아늑하게 감싸는 문호천의 맑은 물소리와 감미로운 음악에 젖어 천천히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맑은 기운 속에 몸이 녹아 들어가는 것 같다.

테라스에 나오면 옆으로 강변이 펼쳐진다. 2005년 12월. 사진 / 김진용 기자
테라스에 나오면 옆으로 강변이 펼쳐진다. 2005년 12월. 사진 / 김진용 기자

테라스에서 박연주 관장이 내놓는 차 한잔을 마실 때면 강변 전원 카페가 따로 없다. 이 갤러리는 특이한 건축 디자인으로도 유명하다. 직각의 콘크리트 기둥과 건물이 얼핏 단순하고 삭막해 보이지만, 곰곰이 뜯어보면 곳곳이 서로 연결되고 틔어 있어 물소리와 푸른 하늘, 그리고 자연의 풍취를 그대로 건물 안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90년대 말까지만 해도 러브호텔과 매운탕집 같은 음식점으로 몸살을 앓던 양평의 강변. 하지만 지금은 몇 발자국만 거닐어도 시원한 강바람에 문화의 향기가 실려오는 곳으로 변하고 있다.

갤러리뿐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모인 예술인 300여 명이 모여 작업 활동을 벌이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1개 군에 이렇게 많은 갤러리와 예술인이 모여든 이유는 뭘까. 현재 양평 외지 예술인 가운데서 가장 먼저 양평에 정착한 민정기(56) 화백을 찾았다.

'갤러리 서종'의 외관은 독특하다. 닫힌 듯하다가도 열려있고, 삭막한 듯하다가도 운치가 있다. 2005년 12월. 사진 / 김진용 기자
'갤러리 서종'의 외관은 독특하다. 닫힌 듯하다가도 열려있고, 삭막한 듯하다가도 운치가 있다. 2005년 12월. 사진 / 김진용 기자

99년부터 ‘서종 사람들’이라는 문화 모임을 만드는 등 양평의 문화 기반을 조성하는 데 노력해 온 민 화백은 예술인들이 한 지역에 모이는 것은 이제 자연스런 현상 아니냐고 반문한다. 예술인이 이 시골로 모여든 것은 멋을 부리기 위해서도 아니고, 도를 닦기 위해서도 아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작품 활동과 예술적 영감을 위해, 싼 땅값과 깨끗한 환경을 찾은 것뿐이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생존을 위해 모이는 겁니다. 이렇게나마 모여 자신의 작업 공간 한 평을 온전히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입니까.”

88년부터 양평 지역을 지켜온 민중화가 민정기 화백. 2005년 12월. 사진 / 김진용 기자
88년부터 양평 지역을 지켜온 민중화가 민정기 화백. 2005년 12월. 사진 / 김진용 기자

양평의 예술인은 모두 저마다의 작은 공간 하나를 찾았음에 감사하고, 그 작은 공간이나마 다행으로 여기고, 이웃과 예술을 나눌 줄 아는 모습이었다. 양평의 그 많은 갤러리를 다 둘러 볼 필요는 없다. 그럴 시간도 없다.

강변을 지나다 마음에 드는 갤러리 하나 스쳐가거든 캔커피 하나 들고 놀러 가자. 저녁 무렵 갤러리를 나와 강변에서 말없이 지는 노을을 바라볼 수 있다면 그게 바로 웰빙 여행.

Tip. 주변 여행지
양평 서종숯가마

숯가마 찜질방이다. 숯을 굽는 가마에서 다 구운 숯을 꺼낸 다음 찜질방으로 운영하는 곳이다. 숯을 만들기 위해서는 가마에서 목재를 일주일 동안 태우는데, 숯을 꺼내고 난 뒤 하루가 지나면 숯가마에 들어가 찜질을 할 수 있다.

숯가마에서 나오는 원적외선이 피부와 건강에 좋다는 소문이 나면서 여행객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마당에서 참숯으로 고기를 구워먹는 맛도 일품. 양수리역을 지나 수능리 수능계곡 주변을 찾을 것.

중미산 천문대 전경. 2005년 12월. 사진 / 김진용 기자
중미산 천문대 전경. 2005년 12월. 사진 / 김진용 기자

중미산 천문대
별자리 여행은 아이들에게 인기가 좋다. 겨울 밤하늘은 특히 그렇다. 중미산 자연휴양림 안에 있는 천문대. 천문우주과학과 출신의 젊은 천문대 지기들이 여행객의 연령에 맞게 별자리 관찰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당일코스, 1박2일, 2박3일 패키지로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다. 젊은 연인을 위한 별자리 궁합보기, 별자리 및 천체관찰, 밤에 타는 눈썰매, 바비큐 파티 등의 이벤트가 있다.

로그캠프
용문산 연수계곡의 통나무집 펜션. 캐나다산 원목으로 지은 데다 마감도 잘 되어 있어 아늑하고 따뜻한 느낌이다. 로그캠프 맞은편에는 주인이 운영하는 농장이 있는데, 알래스카산 말라뮤트를 비롯해 여러 종의 개를 키우고 있다. 애견을 데리고 와도 투숙객 대접을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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