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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섬플러스⑯] 철새들이 쉬어가는 섬, 서천 유부도
[섬플러스⑯] 철새들이 쉬어가는 섬, 서천 유부도
  • 김세원 기자
  • 승인 2019.09.06 14: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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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에서 15분 거리에 자리한 유부도
검은머리물떼새, 붉은어깨도요와 같은 철새들 만날 수 있어
아버지와 아들에 대한 전설도 존재해
서천에서 배를 타고 15분 거리에 있는 유부도 선착장에서 본 모습. 사진 / 조아영 기자

[여행스케치=서천] 서천의 유일한 유인도인 유부도는 작지만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섬이다. 주민들은 유부도에 잠시 쉬어가는 철새들과 함께 동죽과 바지락을 캔다. 넓게 펼쳐진 모래 갯벌을 비롯해 바닷가와 소나무가 무성한 마을길은 이곳, 유부도에 대한 궁금증을 깊게 만든다.

유부도는 이름이 알려지지 않아, 대부분의 사람에게 생소한 섬이다. 보통 정기적으로 섬과 육지를 오가는 정기여객선이 있는 섬과 달리 이곳은 어업 활동을 하는 어선을 이용해야만 섬 내부로 들어갈 수 있다. 

유부도는 철새들이 쉬어가는 곳으로, 이미 전문가들 사이에선 소문난 곳이다. 사진제공 / 서천군청

새들이 쉬어가는 섬, 유부도
바닷바람을 맞으며 달리면 양옆으로 군산의 산업단지 풍경을 비롯해 장항 제련소의 명물인 굴뚝이 눈에 들어온다. 어선을 운전하는 이의승 어촌계장은 “서해는 만조와 간조의 차이가 커 섬에 들어갔다 나오려면 물때를 꼭 맞춰야 한다”고 설명한다.

유부도는 철새가 많이 찾기로 전문가들 사이에선 소문난 곳이다. 계절에 따라 거처를 옮기는 철새의 여행길의 중간지점인 유부도는 넓게 펼쳐진 질 좋은 갯벌에 사는 생물들이 많아 새들의 쉼터로 제격이다. 

펄과 모래 갯벌이 함께 존재하는 이곳은 동죽과 바지락을 비롯해 다양한 생물이 서식한다. 검은머리물떼새, 황조롱이 등 여러 보호종의 서식처라는 점을 사 2018년 습지보호지역 및 람사르 습지로 지정되기도 했다. 현재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기다리고 있다. 

집집마다 색이 알록달록한 대나무 울타리가 쳐 있다. 사진 / 김세원 기자
어장의 집을 기준으로 오른편 길을 쭉 따라가면 탁 트인 갯벌이 나온다. 사진 / 김세원 기자

선착장에서 길을 따라 쭉 들어가면 유부도 방문을 환영하는 팻말과 함께 유부도에 대해 알려주는 안내판이 함께 서 있다. 안내판을 지나 조금 더 들어가면 알록달록 색칠된 대나무 울타리들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어장의 집을 기준으로 오른쪽 길을 택해 모서리를 돌기만 하면 바로 바다가 펼쳐진다. 섬이라는 특성상 왼쪽 길을 선택해도 바다가 나오지만, 이쪽 길은 방파제가 바다를 가로막고 있어 바다와 갯벌을 직접 만나고 싶다면 오른쪽 길을 선택하는 편이 좋다. 

길을 꺾으면 바다와 함께 눈앞에 초록빛 수풀이 펼쳐진다. 바닷바람에 흔들린 수풀은 또 다른 물결을 보는 듯하다. 넓게 펼쳐진 모래갯벌에는 하얀색 조개껍데기가 가득하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조개가 바스라지는 소리가 함께 들린다. 이의승 계장은 “조개껍데기는 주민들이 채취하면서 남겨진 것도 있지만 유부도를 찾은 철새들이 조개를 먹고 남긴 것”이라며 설명한다. 

갯벌을 걸으면 게들이 먹이활동을 한 후 뱉은 모래경단이 보인다. 사진 / 조아영 기자
넓게 펼쳐진 갯벌에는 계절마다 철새들이 찾아온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새들이 먹고 남긴 조개 껍데기가 갯벌을 덮었다. 사진 / 김세원 기자

갯벌의 중간 지점에서 왼편으로 고개를 돌리면 지금까지 걸었던 것보다 넓은 새로운 갯벌이다. 게들이 갯벌 위를 다니며 먹이활동 후 뱉어놓은 동글동글한 모래 경단이 가득하다. 경단으로 덮인 갯벌에 발을 디디자 폭신하게 내려앉는 느낌이 좋다.  

새를 보지 못했다고 실망할 일은 아니다. 섬에 매가 살고 있어, 철새들은 매를 피해 반대편 갯벌에 모여 자리한다. 갯벌을 다시 돌아 걷는다. 새들이 모여 있을 반대편 바다를 향한다.

반대편 왼쪽 길을 선택하면 방파제를 따라 이어진 길을 걸을 수 있다. 사진 / 김세원 기자

아들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곳
왔던 길을 되돌아 반대편을 걸으면 소나무가 무성하게 우거진 길이 나온다. 소나무 숲은 아니지만 주민들의 더위를 식히기에 좋을 만큼의 길이이다. 숲길이 끝나면 방파제가 바다를 막고 서있다. 방파제를 따라 걷는 길 끝에는 갯벌 쪽에서 바라봤을 때 보이던 작은 섬이 있다. 섬까지 가는 방파제길의 간격이 매우 좁아 위험하니 육로보다는 장항항으로 나갈 때 배를 이용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30가구 정도 남아있는 섬은 걷는 내내 적막함이 흐른다. 천막을 쳐놓은 채 바다를 감상하는 주민도, 자전거로 물건을 나르는 사람도 보이지만 고요함은 깨지지 않는다. 방파제에 부딪히는 파도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린다.

유부도에는 소리에 대한 전설이 있다. 비가 오기 직전처럼 흐린 날씨나, 비가 내린 후 갠 날이면 아버지를 부르는 아들의 목소리가 들린다는 것. 

주민들이 햇볕을 피하기 좋은 소나무 길. 사진 / 조아영 기자
고요한 섬에는 바위에 와서 부딪히는 파도 소리만 울린다. 유부도의 전설이 생각나는 지점이다. 사진 / 김세원 기자

임진왜란 때 왜구를 피해 각각 유부도와 유자도에 정착한 부자 중 아버지가 병환으로 죽고 남은 아들도 시간이 흘러 삶을 마감 하자 유부도에서는 아들의 목소리가 유자도에서는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렸다는 것이다.  

이제 이름에서만 그 전설의 흔적을 찾을 수 있지만, 적막한 섬에서 귀를 기울이면 파도 소리와 함께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아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한 바퀴 빠르게 산책하면 3~40분, 풍경을 감상하며 걸으면 1시간이면 다 볼 수 있는 섬을 떠날 때에는 돌섬과 묵도가 있는 쪽으로 배를 몰면 갯벌 위에 가득 찬 여러 철새들을 만날 수 있다. 

유부도에서는 국내에서 쉽게 찾아보기 힘든 넓적부리도요새도 만날 수 있다. 사진제공 / 서천군청
큰뒷부리도요와 붉은어깨도요새가 함께 모여있는 모습. 사진제공 / 서천군청

검은머리물떼새, 붉은어깨도요와 같은 국제 멸종위기종 13종을 비롯해, 저어새와 같은 환경부 멸종위기종 16종, 문화재청이 지정한 황조롱이 같은 천연기념물 9종을 관찰 할 수 있다. 매년 들어오기 힘든 섬에 조류학자들이나 철새 사진가들이 유부도를 찾는 이유이기도 하다. 

Info 유부도
주소 충남 서천군 장항읍 송림리
Tip 유부도는 정기 여객선이 없어 유부도에 거주하는 주민이나, 근처에서 어업 활동을 하는 어민들의 어선을 타고 이동해야 한다. 주로 철새를 연구하는 조류학자나, 전문 철새 사진가들이 이곳을 방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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