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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사찰기행] 해동 용궁사와 동래 범어사, 금빛 물고기 용궁으로 들다
[사찰기행] 해동 용궁사와 동래 범어사, 금빛 물고기 용궁으로 들다
  • 이현동 객원기자
  • 승인 2006.02.2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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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해동 용궁사 전경. 2006년 2월. 사진 / 이현동 객원기자
해동 용궁사 전경. 2006년 2월. 사진 / 이현동 객원기자

[여행스케치=부산] 부산에 가면 찾고 싶은 절이 두 곳 있다. 하나는 금정산 기슭에 자리하고 있는 대사찰, 범어사이다. 또 하나는 검푸른 바닷물이 철썩대는 바닷가에 위치한 용궁사. 의상대사가 창건했다는 범어사와 나옹화상이 창건했다는 용궁사, 두 사찰을 찾아 부산으로 떠난다.

해동 용궁사
부산 해운대 신도시를 관통하여 송정터널을 지나니 부산의 바다가 보인다. 때는 겨울이지만 부산 바다는 봄바람에 살랑이는 듯한 파도만 간간히 들었다 났다 할 뿐이다. 잔잔하기가 마음에 평화를 준다.

송정해수욕장의 완만한 모래사장도 봄볕처럼 따사롭게 느껴지는데, 이곳에 와서는 벌써 마음이 봄을 타는 것일까? 내가 미쳤나? 이 해안을 따라 북쪽으로 조금만 가면 해동 용궁사가 나온다. 이 절은 1376년 고려말 나옹화상이 창건하였다고 전한다.

오늘날 절의 모습은 1974년부터 계속된 것인데. 바닷물이 바로 발 아래로 철썩대는, 마치 바다 위에 지어진 느낌을 주는 곳이다. 앞으로는 바다가 바로 펼쳐지고 뒤로는 야트막한 산을 등지고 있으니, 산을 좋아하는 사람, 바다를 좋아하는 사람 모두가 찾아도 좋을 곳이다.

절에 들어서는 초입에 기념비처럼 보이는 돌이 있다. 여기에는 시와 함께 노랫말이 적혀 있는데, “바다도 좋다하고 청산도 좋다거늘 / 바다와 청산이 한곳에 뫼단 말가 / 하물며 청풍명월 있으니 / 여기 곳 선경인가 하노라.” 라고 춘원 이광수가 적고 있고, ‘용궁사의 밤’이라는 배신영씨가 작곡하고 최유나씨가 노래한 노래의 가사도 적여 있다.

용궁사 입구에 있는 득남불, 포대화상이다. 사람들이 많이 만져 배가 시커멓게 변했다. 2006년 2월. 사진 / 이현동 객원기자
용궁사 입구에 있는 득남불, 포대화상이다. 사람들이 많이 만져 배가 시커멓게 변했다. 2006년 2월. 사진 / 이현동 객원기자

“파도소리 철석철석 밀여오는 용궁사에….” 들어 본 적이 있었던가? 용궁으로 조금 더 들어서니 사람들의 손때가 묻은 일명 ‘득남불’이라는 포대화상이 있다.

원래 포대화상은 볼록한 배를 드러내고 있고 항상 포대를 들고 다니기에 그렇게 불리는데, 용궁사의 포대화상은 득남불로 배를 만지면 득남한다고 한다. 사람들이 워낙 많이 만져서 검게 손때가 졌다.

내가 이 용궁사를 찾은 이유는 다만 일출을 보기 위해서다. 사실 일출이라는 게 장소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날씨가 중요한 법이라는 것쯤은 이미 알고 있는 터. 그래도 날 좋기를 바라는 마음 한구석 빌어보기 좋은 곳이 바로 절이 아니겠는가!

1376년 고려 말 나옹화상이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용궁사. 용궁사는 마치 바다 위에 떠 있는 느낌을 주는 절이다. 일출로 유명해서 가까운 부산 사람들은 물론, 매년 1월 1일이면 국내 각지에서 몰려든 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루기도 한다. 2006년 2월. 사진 / 이현동 객원기자
1376년 고려 말 나옹화상이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용궁사. 용궁사는 마치 바다 위에 떠 있는 느낌을 주는 절이다. 일출로 유명해서 가까운 부산 사람들은 물론, 매년 1월 1일이면 국내 각지에서 몰려든 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루기도 한다. 2006년 2월. 사진 / 이현동 객원기자

이왕 찾은 발길 새벽을 기다려 일출을 맞이할까 한다. 언제나 일출을 기다리는 시간은 더디기만 하다. 기다림의 더딘 시간 속에 서서히 명백해지는 모든 것들. 용궁사는 금빛으로 물든다.

금정의 범어가 동해 용궁으로 들어 왔는지, 바다는 검붉은 색에서 온통 금빛으로 물든다. 파도마저 숨죽인 시각, 숨소리마저 내지 못할 지경인데 두 손이 저절로 모이더니 간절한 소원 하나 빌게 된다.

그 때 바다위로 새들이 날고 멀리 수평선 위로 물고기 한 마리 뛰어오르며 물속으로 드는데, 용궁으로 가는 것일까? 용궁으로 가는 금빛 물고기가 아침 해와 함께 물들여 놓은 금빛 바다. 그 금빛 바다로 내 망설임 없이 걸어가는데, 금빛 바다 가운데로 나간 나는 금빛 물고기!

범어사 내경. 범어사 가람배치상 중단에 해당하는 비로전 건물과 종루 사이에서 바라본 상단구역, 계단을 올라 대웅전이 보인다. 2006년 2월. 사진 / 이현동 객원기자
범어사 내경. 범어사 가람배치상 중단에 해당하는 비로전 건물과 종루 사이에서 바라본 상단구역, 계단을 올라 대웅전이 보인다. 2006년 2월. 사진 / 이현동 객원기자

동래 범어사
금정산 상봉에 5.6m 높이의 커다란 바위가 있고 그 위에 깊이 30cm, 둘레 3m 정도의 우물 모양의 바위 구덩이가 있어 빗물이 항상 고여 있는데 마를 날이 없다.

이곳에서 볼 수 있는 낙동강으로 지는 아름다운 저녁노을은 금빛으로 물드는데, 이 금빛에 바위 우물마저 금빛으로 물들이니 금정(金井)이라 이름 불리게 되었다. 또한 금빛 우물에 거무스레한 바위 빛이 마치 물고기 모양을 하고 있어 금빛 물고기가 노니는 것처럼 보인다.

이 물고기는 기록에 전하는 바 다름 아닌 하늘로부터 오색구름을 타고 내려온 금색 물고기라 하니 이러한 전설을 인연으로, 산 이름을 ‘금정산(金井山)’이라 하고 그 아래 절을 지어 ‘범어사(梵漁寺)’라 하였다.

범어사 당간지주를 지나 등나무 꽃향기 지극하다는 등운곡을 곁으로 하고 범어사 일주문에 다다른다. 일주문, 호흡의 가쁨으로 인한 거친 숨소리도 순식간에 멈춰버린다. 그도 그럴 것이 기다리고 기다리던 일주문이었다.

범어사 일주문. 가운데에는 '조계문', 양쪽으로는 해사 김성근이 글을 쓴 '선찰대본산'과 '금정산범어사'라는 3개의 현판을 달고 있다. 4개의 기둥을 사용한 것은 불교의 '희삼귀일' 사상을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2006년 2월. 사진 / 이현동 객원기자
범어사 일주문. 가운데에는 '조계문', 양쪽으로는 해사 김성근이 글을 쓴 '선찰대본산'과 '금정산범어사'라는 3개의 현판을 달고 있다. 4개의 기둥을 사용한 것은 불교의 '희삼귀일' 사상을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2006년 2월. 사진 / 이현동 객원기자

저기 경남 함양의 장수사 일주문과 경산 하양의 환성사 일주문 그리고 동래 범어사 일주문은 일주문 중에서 내가 아주 좋아하는 일주문이다. 보통은 2개의 기둥으로 일주문이 구성되는데, 범어사 일주문은 4개의 기둥으로 서있다.

돌기둥이라고 해야할 지 나무 기둥이라고 해야할 지 애매한데. 주춧돌이 높이 올라가고 나무 기둥이 아주 많이 짧아졌다고 해야 하나, 이렇게 보니 웃음이 자꾸 샌다. 기둥의 반 이상이 주춧돌이라니! 일주문을 지나면 천왕문이 보인다.

천왕문에는 목조 사천왕상이 있는데 이는 장흥 보림사의 사천왕상을 본떠서 만들었다고 한다. 사천왕은 손가락 끝까지 파내어 속을 비워 놓았는데 나무가 트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사천왕문을 지나면 불이문이 나온다.

천왕문에서 불이문으로 이어지는 이 진입공간은 한차례 살짝 꺾이는데, 부석사, 해인사에서와 같은 화엄종 사찰에서 많이 보이는 수법이다. 한단계 한단계 올라서면서도 곧장 나아가는 것이 아니고 한번은 꺾여서 들어서는 세계.

그것이 불법으로 이르는 길이던가! 불이문(不二門)에는 옛날 완주 송광사의 장승에서 보았던 문구가 주련에 적여 있다. “神光不昧萬古徽猷(신광불매만고휘유), 入此門來莫存知解(입차문래막존지해).” (신광의 밝고 오매한 뜻을 알기 위해서 이문을 들어서면서부터는 세상의 알음알이를 논하지 말라.)

범어사 대웅전은 1614년 건립되었고 1713년 대대적으로 중건을 거쳤다. 중앙에 석가여래를 모셨고 좌우에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을 모셨다. 2006년 2월. 사진 / 이현동 객원기자
범어사 대웅전은 1614년 건립되었고 1713년 대대적으로 중건을 거쳤다. 중앙에 석가여래를 모셨고 좌우에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을 모셨다. 2006년 2월. 사진 / 이현동 객원기자

하나하나의 의미를 새기면서 들어서는 이 길은 언제나 숙연하기까지 해 나를 겸손하게 만든다. 불이문을 지나 계단을 오르면 보제루가 나온다. 여기까지가 범어사의 진입공간이다. 보통의 절에는 누 밑을 통과하게끔 되어 있는데 범어사는 곁을 돌아가야 한다.

범어사는 의상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삼국유사에는 의상의 화엄종 전교십찰 가운데 하나로 범어사가 등장한다. 그러나 이렇게 유서 깊은 절은 임진왜란 때 완전히 전소되고 만다.

10여 년 폐허로 남아 있던 절을 광해군 때 와서 여러 스님들의 노력으로 다시 일으켜 세우는데, 이때 땅속에서서 묻었던 미륵이 솟아 새롭게 모시니 지금의 미륵전이다. 그런데 이 미륵불은 문을 들어서면 정면으로 보이는 것이 아니라 오른쪽 벽에서 왼쪽 벽(대웅전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서향으로 옆을 보고 있는데 이는 왜를 등지고 앉음이라 한다. 임진왜란의 참혹함을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미륵전 옆 비로전을 보고 다시 미륵전 앞 삼층석탑과 마당 반대편 쪽 석등을 살펴보고 보제루 정면 계단을 올라 대웅전으로 발길을 옮긴다. 계단을 오르려니 사자가 시선을 끈다.

일자 눈썹에 투구를 쓴 듯한 사자상. 표현이 이채롭다. 대웅전, 범어사의 중심되는 전각이다. 대웅전의 계단 소맷돌과 기단 그리고 범어사 건물의 각 기단에는 꽃이 피어 있다. 동백이라고 하는데 나름의 정성이 소복했다.

대웅전을 보고 서서 오른쪽 벽면에 그려진 호랑이 벽화도 인상적이고 1800년대에 만들어진 금고 또한 눈길을 끈다.

대웅전 오른쪽 옆으로 관음전이 있고 다시 왼쪽으로 명부전이 있고 다시 그 옆에 집채 만한 바위에 살짝 가려 산신각이 있고 그 곁에 바로 이어 길게 늘어선 독특한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범어사 독성전 출입문 양쪽에 조각된 남녀인물상. 범어사 독성전 건물은 팔상전과 나한전과 함께 하나의 건물로 칸을 구분해서 사용하고 있다. 이 인물상은 민화풍이 느껴지는데 언제 만들어졌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 2006년 2월. 사진 / 이현동 객원기자
범어사 독성전 출입문 양쪽에 조각된 남녀인물상. 범어사 독성전 건물은 팔상전과 나한전과 함께 하나의 건물로 칸을 구분해서 사용하고 있다. 이 인물상은 민화풍이 느껴지는데 언제 만들어졌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 2006년 2월. 사진 / 이현동 객원기자

팔상전, 독성각, 나한전을 한 건물 안에 칸을 구분지어 모셨는데, 가운데 칸의 문은 아치형으로 눈길을 끈다. 그리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조각 하나하나가 손길이 많이 갔음을 알 수 있는데, 특히 문 좌우에 아주 작게 조각되어 있는 남녀 인물상은 단청이 바랜 색감으로 민화를 보는 느낌을 준다.

범어사는 화엄종의 십대사찰로 창건된 절이다 임진왜란 때 전소되고 다시 근대에 이르러 큰스님들이 나오면서 선풍을 진작시켰다. 그래서인가 범어사를 내내 둘러보는 동안 그 가람배치에 있어 교종과 선종을 아우르는 통불교적인 요소를 느낀다.

Info  가는 길
용궁사 _ 경부고속국도 부산IC → 해운대 방향 → 기장·송정 이정표 따라 직진 → 송정 → 용궁사.
범어사 _ 경부고속국도 부산IC → 우회해서 직진 → 범어사 이정표가 보임.

용궁사 주변정보
● 맛집 용궁사 들어가는 입구의 <용궁해물야채쟁반짜장>집의 자장면은 부산까지 소문난 집이다. 그리고 용궁사를 나와 부산 송정쪽으로 가면 길옆으로 식당이 많다. <두부마을>도 괜찮고, 저렴한 가격에는 송정해수욕장의 <신국밥>도 좋다.
● 드라이브 코스 용궁사에서 송정해수욕장(송정해수욕장에는 피로를 풀기에 그만인 물좋은 해수탕도 있다)을 거쳐 해운대로 넘어가는 길은 경관이 좋다. 달맞이고개를 넘어서면 그림 같은 해안과 함께 카페촌이 나오고 곧이어 해운대 바다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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