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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오지마을] 인제 설피마을을 찾아온 사람들, 오뉴월에도 봄꽃 대신 설화 피는 마을
[오지마을] 인제 설피마을을 찾아온 사람들, 오뉴월에도 봄꽃 대신 설화 피는 마을
  • 노서영 기자
  • 승인 2006.02.2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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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이동할 때는 물론 멧돼지 사냥을 다닐 때도 설피는 필수품이었다. 2006년 2월. 사진 / 노서영 기자
이동할 때는 물론 멧돼지 사냥을 다닐 때도 설피는 필수품이었다. 2006년 2월. 사진 / 노서영 기자

[여행스케치=인제] 설피마을은 인제군 기린면 현리에서 40여분 포장도로와 비포장도로를 달려야 도착하는 진동 2리를 말한다. 점봉산 자락에 자리한 이 마을은 봄이 다가와도 여전히 추운데다가 눈도 많이 내려 며칠씩 고립되기도 한다.

설피마을 사람들은 이걸 매력으로 알고 살아간다. 남쪽 섬 지방에 개나리 싹이 파릇파릇 돋아나도 설피마을에는 봄꽃 대신 설화가 피어난다. 해발 700m가 넘는 고지에 형성된 이 마을의 봄은 5월이 지나야 비로소 찾아온다.

이토록 긴 겨울이 익숙한 사람들이 있다. 설피마을 사람들은 겨울 내내 먹을 양식을 미리 준비해 두고, 걸을 때 눈에 빠지지 않도록 신발에 덧신는 설피를 준비한다. 유난히 눈이 많고 지대가 높아 잘 녹지도 않는 마을에서 설피는 필수품이다.

현리에 있는 기린초등학교 진동분교. 학생은 모두 6명이다. 2006년 2월. 사진 / 노서영 기자
현리에 있는 기린초등학교 진동분교. 학생은 모두 6명이다. 2006년 2월. 사진 / 노서영 기자

집들이 진동계곡을 따라 띄엄띄엄 서 있어, 1m 넘게 쌓인 눈을 헤치고 건넛집을 가는 것이 보통 일은 아니다. 이럴 때면 마을 사람들은 설피를 신는다. 설피를 신으면 빨리 걷지도 못하고, 또한 넓은 챙 덕분에 팔자걸음을 걷게 된다.

어른도 아이도 마치 돌이 막 지난 아이처럼 아장아장 걷는데, 귀엽기까지 하다. 현재 35가구 정도가 살고 있는 마을에서 이곳에서 나고 자란 이보다 외지인이 더 많다면 이상한 걸까. 주민의 60% 이상이 도시에서 살다 온 사람들이란다.

Info 가는 길
자가운전 _ 영동고속국도 원주IC → 횡성 → 청일 → 갑천 → 서석 → 상남 → 현리 → 진동2리

Tip. 설피마을
점봉산 일대에 자리한 인제군 기린면 설피마을은 백두대간의 남쪽에 해당한다. 강선리 계곡의 등산로를 따라 야생화 군락지로 유명한 곰배령과 평지와 습지를 형성하고 있어 생태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 단목령을 오르는 길목에 있다.

마을을 가로질러 흐르는 진동계곡에는 청정지역에서나 발견할 수 있는 천연기념물인 열목어가 살고 있다. 설피마을에는 음식점이나 가게가 없어 비교적 상업화 되지 않은 전형적인 오지마을에 속한다.

등산객이나 조용히 시골 정취를 느끼고 싶은 여행객들이 주로 찾는다. 올 때는 미리 음식을 준비하거나 민박집 가정식을 이용하는 게 좋다. 설피마을에서 양양을 가려면 반나절 이상 걸어 조침령을 넘어가야 했지만, 올해 상반기 터널이 개통되면 차로 20분 거리내로 단축될 예정이라 관광객들이 더욱 많아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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