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케치=서울] 차 마시는 마음이 있는 집이란 뜻의 다심헌(茶心軒). 성균관대 생활과학대학원에서 아직은 생소한 생활예절다도를 전공하고 석사까지 이수한 여사장 조국선씨가 10여 년의 준비 끝에 지난해 오픈했다. 10여 평도 안 되는 작은 공간이지만, 아기자기한 다기와 차들이 오밀조밀하게 전시되어 있어 그리 좁게 느껴지진 않는다.
조국선씨는 차 인심이 후하다. 오룡차, 철관음, 동방미인, 보이차, 말차, 매화차, 뽕잎차, 국화차 등 한 가지를 우릴 때 잔에 세 번만 받아도 마신 차가 40잔이 넘어간다. 차에 따라 맛과 향과 색이 달라 마실 때마다 새롭고 물리지 않는다.
“차(茶)의 색(色),향(香),미(味)를 느끼고 어떻게 우렸을까를 생각하는 사이 잡념이 사라지고 빠져드는 게 차가 주는 매력인거 같아요. 차를 마시면서도 그냥 훌쩍훌쩍 마시기보다 두 손으로 잔을 들고 색도 보고 향을 음미하며 절제해 가면서 마시는 게 차를 제대로 마시는 방법이에요. 미(美) 중의 미는 절제의 미라고 생각합니다.”
다심헌에서는 차를 사러 가면 원하는 잔에 시음할 수 있는 행운이 있다. 차에 대해 아는 사람들은 찻물이 배인 잔을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때로는 여러가지 고급차를 시음한 손님들이 차 재료비를 주고 가는 경우가 있다. 여기서 오래도록 차를 마시고 싶은데 행여 비용 문제로 차가 떨어질까 걱정해서이다.
차나 다도구를 사러 온 손님들에게 차를 내고 차를 바로 알고 먹을 수 있도록 차 예절과 다도에 대한 설명도 곁들인다. 한국차는 녹차나 황차를, 일본차는 말차를, 중국차는 오룡, 철관음, 대홍포, 동방미인, 수선, 육계, 보이, 벽라춘 등 80여 가지를 갖추고 있다. 대용차는 국화, 뽕잎, 죽엽, 쑥, 장미, 페퍼민트가 있다.
다기는 외국여행을 다니며 틈틈이 모은 것들과 한국 장인에게서 사온 것들이 섞여 있으며 유리다기와 말차를 마시기 좋은 다기 ‘다완’도 찾을 수 있다.
Info 다심헌 가는 길
서울 지하철 7호선 내방역 7번 출구.
Tip. 다심헌에서 맛본 차
말차 _ 부드럽게 채엽한 찻잎을 증기로 쪄서 건조시킨 다음 미세한 가루로 만든 차다. 아미노산과 엽록소가 많으며 떫은맛이 적다.
오룡차 _ 중국 발음은 우롱차. 청차의 대표격이며, 정신안정과 피로회복, 소화 촉진을 도와준다. 맛이 산뜻하여 기름진 음식에 어울린다.
철관음차 _ 카페인 성분이 높아 잠자리에 들기 전에 마시면 좋지 않다. 졸음을 쫓거나, 밤을 새울 때 요긴한 차이다. 머리가 아프고 지끈거릴 때 마시면 효과가 있다.
보이차 _ 발효시간이 길어 잎 색깔이 흑갈색 종류인 흑차류에 속한다. 배변활동을 도와줘 ‘변차’라고도 불리며 숙취제거에도 효과가 있다. 전체적으로 기를 순환시켜 소화를 돕는다. 수족냉증을 비롯해 몸이 찬 사람은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보이차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