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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농촌체험] 여주 주록마을, 시골 외갓집 같은 아늑한 분위기
[농촌체험] 여주 주록마을, 시골 외갓집 같은 아늑한 분위기
  • 이수인 기자
  • 승인 2006.04.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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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봄나물을 캐는 체험 참가자들. 2006년 4월. 사진제공 / 이응제
봄나물을 캐는 체험 참가자들. 2006년 4월. 사진제공 / 이응제

[여행스케치=여주] 십장생의 하나인 사슴이 살만큼 깊고 깨끗한 마을, 주록리.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팜스테이를 시작했을 거라고 말하는 사람들이지만, 청정한 자연을 닮은 그네들의 인심은 조금도 때묻지 않았다.  

주록(走鹿)이란 사슴이 뛰어논다는 뜻으로 여주군 금사면 일대는 한때 ‘주록거리’라 불리는 사슴들의 낙원이었다. 지금은 사슴을 보기가 쉽지 않지만 사슴들이 뛰놀았던 깊은 산속에선 1급수의 물에서만 산다는 가재가 잡힐 만큼 물이 깨끗하다.

주록마을은 상수 1권역으로 일체의 농장이나 공장이 없다. 마을 어디서건 삼겹살을 구워 먹는 흔한 시골풍경도 이곳에선 볼 수 없다. 마을사람들조차 지정된 곳에서만 취사를 할 만큼 그 깨끗함을 지키기 위해 다같이 애쓰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차를 달려 약 한 시간 반 거리에 아직도 이런 청정구역이 오롯이 남아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99년부터 팜스테이를 시작했다는 주록리의 농촌체험은 그 역사가 말해주듯 프로그램이 다양하고 체계도 잘 잡혀 있다.

지난해부터 시작해 벌써 네 번째 방문이라는 한결이네는 이참엔 아예 동네 친구들까지 대동했다. 다들 비슷한 또래의 초등학생을 둔 가족들로 잘 아는 이웃사촌간이다. 점심식사가 끝난 후 시작된 첫 일정은 제기 만들기.

체험장 내에서 색습자지를 이용해 제기를 만들고 있다. 2006년 4월. 사진 / 이수인 기자
체험장 내에서 색습자지를 이용해 제기를 만들고 있다. 2006년 4월. 사진 / 이수인 기자

각자 엄마 아빠 곁에 앉아 열심히 노랑·빨강 색습자지를 접어 엽전모양의 쇠붙이에 꿴다. 생각처럼 엽전에 잘 꿰지지 않자 5학년 영주가 “나 이거하기 싫어” 하며 만들던 제기를 내려놓는다. 옆에서 보고 있던 도우미 아저씨가 거든다.

“잘 안된다고 하기 싫다고 하면 안 되지. 줘봐, 아저씨가 가르쳐 줄게.” 아저씨의 코치로 제기 만들기를 완성한 영주의 입이 헤벌쭉 벌어졌다. 각자 만든 제기를 들고 나와 제기차기 시합을 했다. 오늘 처음 온 5살 가람이까지 열심히 차보지만 연방 헛발질뿐이다.

제기차기에서 각각 1등을 차지한 다굼이 엄마와 한결이가 받은 상품은 여주산 고구마 한 박스다. 캠프파이어 때 구워 먹자며 다들 싱글벙글이다.  

마을에서 차로 약 5분 거리에 있는 딸기농원에 도착했다. 너른 딸기밭에 주렁주렁 매달린 붉은 딸기를 보자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더 흥분한 듯 딸기 비닐하우스 안이 왁자지껄하다. 고랑 사이를 따라가며 다들 달디 단 딸기를 연신 베어 물기 바쁘다.

"뱃속에 팩속에 꽉꽉 채워가야지." 딸기따기 체험 중인 아이들. 2006년 4월. 사진 / 이수인 기자
"뱃속에 팩속에 꽉꽉 채워가야지." 딸기따기 체험 중인 아이들. 2006년 4월. 사진 / 이수인 기자

처음엔 뭣 모르고 붉고 큰 것만을 골라 땄는데, 이곳의 딸기는 작고 붉은 것이 특히 달다. 한 고랑 끝까지 왔는데도 하나씩 나눠준 딸기 팩에 고작 여섯 알을 담은 도현이가 해맑게 웃으며 말한다. “이거 봐. 엄마, 나 많이 땄지.” 그런 딸애가 어이없는지 엄마도 따라 웃는다.

아빠를 졸졸 따라 다니던 가람이가 크고 실한 것을 골라 아빠 입에 내민다. 맛있게 받아먹은 아빠도 딸기 한 알을 어린 아들에게 내민다. 살뜰한 부자의 모습이 정겹다.   딸기체험이 끝나고 다시 농원으로 돌아왔다.

팔이 아프지도 않는지 연신 맷돌을 돌리는 아이들 모습. 2006년 4월. 사진 / 이수인 기자
팔이 아프지도 않는지 연신 맷돌을 돌리는 아이들 모습. 2006년 4월. 사진 / 이수인 기자

마당 한쪽에서는 손두부 만들기 채비가 한창이다. 맷돌로 갈은 콩국물을 커다란 가마솥에서 부어 끓이는데 기다리는 것이 지루했는지 개구쟁이들은 우르르 개울가로 몰려갔다. 불 조절을 못해 아까운 콩국물이 부뚜막으로 넘친 후에야 두부가 완성됐다.

팜스테이마을 대표인 이준목씨는 손수 빚었다는 동동주를 단지 채 내왔다. 자신들이 직접 만든 손두부가 입맛에 맞았는지 아이들이 두부 몇 접시를 뚝딱 해치웠다. 생각지 못한 아이들의 먹성에 놀란 어른들은 아쉽다는 듯 남은 빈 접시를 보며 동동주 사발만 홀짝거린다.

지난밤 늦게까지 이어진 바비큐 파티와 캠프파이어로 피곤했는지 다들 아침식사에 늑장이다. 아침 메뉴는 어제 만든 두부를 넣어 끊인 된장찌개다. 직접 담가 묵힌 시골된장이라 그런지 깊고 진한 국물 맛에 비워지는 밥그릇이 서운하다.

떡메를 치고 있는 영주, 덩치가 커서일까? 제법 잘 친다. 2006년 4월. 사진 / 이수인 기자
떡메를 치고 있는 어린이 체험객, 덩치가 커서일까? 제법 잘 친다. 2006년 4월. 사진 / 이수인 기자

누룽지까지 깨끗이 비우고 나왔는데, 마지막 일정인 인절미 떡메치기 체험이 이어진단다. 아이들이 서로 자신들이 먼저 떡메를 잡아보겠다고 아우성이다. 1박 2일의 모든 일정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두부를 만들고 남은 콩비지와 먹고 남은 인절미를 가족수로 나눠 담은 봉지를 하나씩 들고 나오려는데, 진행 도우미들이 고구마 박스를 하나씩 들려준다. 이렇게 막 퍼줘도 되냐고 묻자 손 큰 주인장 이준목 대표가 웃으며 말한다.

“이런 게 다 시골인심 아니겠습니까.” 고구마 박스를 차에다 실으면서 엄마들이 한마디 한다. “꼭 친정집 왔다가는 것 같아. 한결이네가 왜 여기 오자 했는지 알 것 같네요.”

염색체험. 천연재료인 치자와 홍옥을 사용하는데 노란물과 빨간물이 든다. 2006년 4월. 사진 / 이수인 기자
염색체험. 천연재료인 치자와 홍옥을 사용하는데 노란물과 빨간물이 든다. 2006년 4월. 사진 / 이수인 기자

Info 가는 길
중부고속국도 곤지암IC(이천 방향) → 곤지암사거리(양평 방향) → 98번국도 15분 운행 → 만선리사거리 → 렉스필스 골프장 → 여주 방향 → 동부화재 연수원 지나 고갯길 따라 넘어감 → 주록휴게소 옆 도착(산마을 농원)

체험내용
농사체험 : 파종하기, 모내기, 과수따기, 고구마ㆍ밤ㆍ감자따기, 벼수확 등
전통문화체험 : 도자기ㆍ손두부ㆍ허수아비ㆍ제기 만들기, 떡메치기, 김장담그기 등
자연체험학습 : 곤충ㆍ식물채집, 야생화가꾸기, 허브농장견학, 물놀이 등
관광체험 : 신륵사, 목아박물관, 명성황후생가, 세종대왕릉, 고달사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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