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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전설 따라잡기] 어깨동무한 산과 절, 안성 칠현산과 칠장사
[전설 따라잡기] 어깨동무한 산과 절, 안성 칠현산과 칠장사
  • 김선호 객원기자
  • 승인 2006.04.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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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꺽정, 박문수, 혜소국사, 궁예가 북적북적
[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부드럽게 부풀어 오른 흙을 밟으며 싱그럽게 자란 산죽을 헤치며 오르는 산행이 마냥 행복했던 여정이었다. 2006년 4월. 사진 / 김선호 객원기자
부드럽게 부풀어 오른 흙을 밟으며 싱그럽게 자란 산죽을 헤치며 오르는 산행이 마냥 행복했던 여정이었다. 2006년 4월. 사진 / 김선호 객원기자

[여행스케치=안성] 칠장사와 관련된 재미난 전설들 때문에 칠장사는 한결 가깝게 느껴진다. 칠장사에 가거든 칠장산과 칠현산도 올라 보시라 권한다. 칠장사로 안내하는 칠장리 마을도 한 번 더 눈여겨보셨으면 한다.

마을이 안내하는 절이, 절을 감싸고 있는 산이 긴밀한 연관성을 갖고 있으며 모두 그렇게 포근하고 정겹기도 쉽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절로 들 것이므로. 처음 와보는 곳이건만 한적한 시골 풍경을 간직한 칠장리 마을에 들어서니 마치 고향에 와 있는 듯 마음이 푸근해 온다.

칠장사 가는 들머리 봄이 내리고 있는 마을을 지나 칠장사를 200여m 못 미쳐 오른편 산기슭에서 칠장사 부도밭을 만났다. 사실상, 칠장사가 시작되는 그곳엔 열네 기의 부도가 나란히 서서 푸른 이끼로 세월의 흔적을 보여주고 있다.

고려시대의 양식을 보여주는 칠장사 철당간지주. 2006년 4월. 사진 / 김선호 객원기자
고려시대의 양식을 보여주는 칠장사 철당간지주. 2006년 4월. 사진 / 김선호 객원기자

칠장사는 신라 선덕여왕 5년에 자장율사가 창건한 절이니 그 역사가 1,300년이 넘은 유서 깊은 사찰이다. 절 앞에 이르러서는 칠장사 철당간지주가 우뚝 서 있다. 이는 공주 갑사와 청주의 용두사지와 함께 고려시대의 것으로 유일한 철당간지주라 한다.

산을 먼저 오르고 난 다음에 둘러보기로 한 칠장사를 뒤로 하고 칠현산을 오르니 산죽이 장관이다. 아직은 쌀쌀한 겨울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건만 칠현산은 온통 산죽으로 푸르러 마치 신록의 계절을 미리 보는 듯한 착각이 일었다. 산길 양옆으로 무성한 산죽은 앞으로 나아갈 때마다 내 몸과 부딪혀 사그락 거리는 소리를 내고는 했다.

칠장사 풍경. 2006년 4월. 사진 / 김선호 객원기자
칠장사 풍경. 2006년 4월. 사진 / 김선호 객원기자

칠장사에서 출발 반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칠장산에 닿았다. 칠현산은 혜소국사와 관련된 재밌는 일화가 전해 내려온다. 칠현산의 원래 이름은 아미산이었던 것을 그 산에서 못된 짓을 일삼던 7명의 악인을 당시 절에서 수도 중이던 혜소국사가 교화를 시켰고 그들이 도를 깨달아 칠현으로 거듭났다고 하며 그 후, 산 이름이 칠현산이 되었다.

혜소국사와 칠현의 전설은 훗날 갖바치스님인 병혜대사와 임꺽정과 그 부하들의 이야기로 엮어지고 이는 벽초 홍명희의 소설 ‘임꺽정’의 탄생 배경이 되었다. 칠현산 능선을 탄다. 칠장사와 거의 같은 높이를 가진 칠현산을 향하는 능선도 대체로 완만하여 아이가 낀 가족단위의 등산객들이 자주 눈에 띈다.

철쭉 군락을 지나 내리막 능선을 타고 가다 만난 '부부탑'. 칠순을 기념하여 부부가 무거운 돌을 이고 와 직접 쌓은 탑이라는데 그 높이가 상당하다. 금슬좋은 온화한 노부부를 보는 것 같은 돌탑이다. 2006년 4월. 사진 / 김선호 객원기자
철쭉 군락을 지나 내리막 능선을 타고 가다 만난 '부부탑'. 칠순을 기념하여 부부가 무거운 돌을 이고 와 직접 쌓은 탑이라는데 그 높이가 상당하다. 금슬좋은 온화한 노부부를 보는 것 같은 돌탑이다. 2006년 4월. 사진 / 김선호 객원기자

칠현산 정상 능선엔 봄이면 연분홍꽃빛을 수놓는 철쭉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완만하게 이어진 능선이 지루하다 싶을 무렵 제법 가파른 오르막이 눈앞을 가로막는다. 마지막 등성이를 넘으니 마침내 정상. 정상이라고 표현하기에 너무 밋밋한 ‘조금 높은 봉우리’에서 한숨을 돌리고 있으려니 명적암 쪽에서 올라온 머리가 하얀 노인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아이들의 인사를 받는다.

명적암 표시를 확인하며 내리막길로 접어드는데 정상 능선에서 주춤하던 산죽의 푸른 행렬이 다시 시작이다. 푸른 산죽 사이로 거제수 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서 있어 칠현산에서 보는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한다. 그러나 그 길은 사람들이 그리 많이 다니지 않은 길인지 등산로 표시가 없다.

활쏘기를 하고 있는 어린 궁예. 2006년 4월. 사진 / 김선호 객원기자
활쏘기를 하고 있는 어린 궁예. 2006년 4월. 사진 / 김선호 객원기자

지나다닌 흔적을 따라 대충 짐작으로 길을 내려와 보니 명적암에서 멀리 떨어진 낯선 동네다. 마침 장작을 패고 있던 할아버지께 물었다. 그곳에서부터 도로를 따라 한참을 걸어가야 한단다. 그나저나 어른 품으로도 한 아름이 넘을 것 같은 통나무를 보기 좋게 명중시켜 도끼로 나무를 쪼개는 할아버지의 솜씨가 대단했다.

솜씨가 하도 좋아 대체 어디서 그 힘이 나오냐고 여쭈니 ‘칠현산에서 흘러내리는 산삼 썩은 물’이 힘의 원천이라며 산 자랑이 한참이시다. 팍팍한 아스팔트길을 내려오느라 발바닥에 통증이 느껴질 즈음, ‘칠현산 칠장사’라고 쓰인 일주문의 붉은 기둥이 보인다.

다시 보는 일주문도 반갑고 일주문 뒤로 길 양편에 일렬로 늘어선 은행나무 행렬도 다시 보인다. 칠장사 경내가 바로 눈앞이다. 천왕문 안에 유난히 눈이 부리부리한 사천왕상은 특이하게도 흙으로 빚은 것이란다. 흙으로 빚은 사천왕상은 그 크기로도 보는 이들을 압도한다.

명부전벽에 그려진 힘겨루기 하는 임꺽정. 2006년 4월. 사진 / 김선호 객원기자
명부전벽에 그려진 힘겨루기 하는 임꺽정. 2006년 4월. 사진 / 김선호 객원기자

천왕문에서 왼쪽으로 가면 벽에 임꺽정과 병혜대사의 이야기가 그려진 벽화를 볼 수 있는 명부전 건물이다. 임꺽정은 갖바치였던 병혜대사를 스승으로 모시고 칠현산과 이곳에서 무술을 닦았다고 한다.

명부전 앞쪽, 칠장사 정 중앙엔 단청이 벗겨진 채로 고색창연한 대웅전이 버티고 서 있다. 1 고려시대의 양식을 보여주는 칠장사 철당간지주. 2 부드럽게 부풀어 오른 흙을 밟으며 싱그럽게 자란 산죽을 헤치며 오르는 산행이 마냥 행복했던 여정이었다. 대웅전 건물을 돌아보노라니 바람이 불어 경내의 풍경이 일제히 맑은 바람소리로 울어댄다.

옹달샘물이 퐁퐁 솟는 듯한 느낌의 풍경소리에 마음을 맑게 씻고 대웅전 옆에 모셔진 ‘봉업사지입석불’을 보러 간다. 폐사된 봉업사 절터에서 모셔온 입석불은 보물 983호. 칠장사는 국보 296호로 지정된 ‘오불회괘불탱’을 비롯해 혜소국사비, 인목대비친필족자등 12점의 문화재를 보유한 사찰이다.

칠장사 경내에 유난히 개가 많은 이유도 문화재를 지키기 위해서란다. 송아지만한 칠장사 개들은 덩치에 비해 한결같이 온순해 보이지만 밤중에 인기척이 느껴지면 무섭게 짖는다고. 그만하면 문화재지킴이로 손색이 없을 듯하다.

칠장사에 관련된 전설을 재미있게 들려주시던 해설사 할아버지. 칠장사는 국보 296호인 '오불회괘불탱'을 비롯한 많은 문화재를 보유한 것으로도, 또 박문수와 임꺽정 그리고 궁예와 같은 역사적 인물과 관련된 전설이 많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2006년 4월. 사진 / 김선호 객원기자
칠장사에 관련된 전설을 재미있게 들려주시던 해설사 할아버지. 칠장사는 국보 296호인 '오불회괘불탱'을 비롯한 많은 문화재를 보유한 것으로도, 또 박문수와 임꺽정 그리고 궁예와 같은 역사적 인물과 관련된 전설이 많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2006년 4월. 사진 / 김선호 객원기자

칠장사 경내의 건물 배치는 매우 특이해 보인다. 일주문을 지나 천왕문에서 경내를 살피면 건물들이 모두 앞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 때문인지 칠장사 주차장에서 곧장 경내로 오르는 널따란 계단이 만들어 졌는데, 천왕문을 통해 경내로 들어가는 느낌과는 많은 차이를 주는 듯하다.

칠장사 주차장에 차를 세우더라도 조금 돌아서 일주문 지나 천왕문을 거쳐 경내로 들어서야 할 것 같다. 경내를 한 바퀴 돌아보고 나면 나한전과 혜소국사비를 둘러볼 차례다. 나한전은 어사 박문수와 관련된 일화가 전해 내려온다. 나한전에서 불공을 드린 후 박문수는 장원에 급제하고 어사가 되었다.

그때 어머니가 챙겨 준 유과를 바치고 기도를 했다고 하며 그러한 유래 탓에 오늘날은 수험생을 가진 부모들이 사탕과 과자를 바치며 불공을 드리니 나한전에는 항상 과자와 사탕을 넘쳐난다고 한다. 또한 나한전에는 혜소국사와 일곱 나한이 모셔져 있는데 이는 혜소국사가 교화시킨 7명의 악인의 전설과 관련이 깊다.

이외에도 칠장사에는 궁예가 열 살까지 머물며 활쏘기를 배웠던 ‘활궁터’가 있으며, 명부전 벽화 속에서는 궁예가 활 쏘는 모습까지 볼 수 있다.

Info 가는 길
중부고속국도 일죽IC → 38번국도 안성 방향 → 죽산면사무소 지나 17번국도로 좌회전 → 걸미고개 넘어 오른쪽 샛길 → 칠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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