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케치=부산] 어린 시절 이글이글 타오르는 불꽃에 빨려들 듯 넋을 놓았던 기억이 겹쳐진다. 할아버지네 풍로 공장 가마의 활활거리는 불꽃에 반해 30여 년 불과 흙을 만졌다는 故 토암 서타원씨. 그가 생명과 맞바꿔 빚은 곳이 토암 도자기 공원이다.
봄철 미각을 돋우는 단팥죽과 봄나물도 맛볼 수 있다. 2,000여 개의 토우에 귀가 없다. 머리부터 몸통까지 속은 텅 비었고, 속이 훤히 보일 정도로 우렁우렁 아우성을 내지르고 있다. 한결같다.
하지만 그 표정만은 천 가지 만 가지다. 기쁨의 노래, 슬픔의 노래, 괴로움의 노래, 즐거움의 노래…. 마음이 토해내는 참된 나만의 함성을 지르겠단다.
지난해 타계한 고 서타원씨가 토우를 빚은 것은 암 투병을 시작한 지난 97년부터다. 도요를 운영하던 서씨가 병마에 힘이 부쳐 도자기를 접고, 2002년 5월까지 토우에만 전념한 것이다. 혹자는 월드컵 성공 기원을 빌며 2002점을 제작했다고도 한다.
암 판정을 받으면서 만병통치약이니 신비의 명약이니 하며 수많은 사람이 찾아왔단다. 그 상술에 시달리던 서씨는 어느 순간 토우의 귀를 닫고 마음을 비웠단다.
“두어 차 분량의 장작을 산더미같이 쌓아놓고 하룻밤 가마를 때고 나면, 어스름한 새벽에 남아 있는 것은 한줌의 재뿐이야. 우리네 인생이 바로 그런 것 같아.”
토암 도자기 공원은 그대로 토암 선비식당이기도 하다. 병마를 이기고자 채식을 통한 자연식이요법을 시도했는데, 그때 먹던 나물과 채소를 주변 사람들에게 내놓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반응이 좋아지면서 비빔정식을 주메뉴로 한 전통 식당을 시도한 것이다. 그 맛이 참 깨끗하고 담백하다.
별미는 봄철 미각을 살리는 단팥죽이다. 황토방인 ‘단팥죽방’ 통유리창 너머 포근한 햇살이 온몸을 쓰다듬을 때, 마음을 비운 토우의 모습을 받아들이게 된다. 남양주 수종사의 다원 삼정헌에서의 풍경과 차맛도 떠오른다.
이 멋에 반해 단팥죽만 먹으러 들르는 여행객도 많다고. 부산 APEC 공식 지정 음식점으로 기장군 대변항 주변에 있어 풍광도 좋다.
귀없는 土偶
헛된 소리 딱딱한 소리
듣지 말고
텅빈 마음으로
참된 노래를 하자
- 서타원
Info 가는 길
찾기가 어려운 편이다. 해운대에서 해변을 따라 송정을 거쳐 직진하다 기장읍 우체국 사거리에서 대변항 방향으로 우회전. 다보성 지나 우양마을 직전에서 좌회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