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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부산 '토암 도자기공원'의 멋과 맛
부산 '토암 도자기공원'의 멋과 맛
  • 김진용 기자
  • 승인 2006.04.1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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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줌의 흙에 스민 생기'를 맛보다
[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故서타원씨가 빚은 토우들. 2006년 4월. 사진 / 김진용 기자
故서타원씨가 빚은 토우들. 2006년 4월. 사진 / 김진용 기자

[여행스케치=부산] 어린 시절 이글이글 타오르는 불꽃에 빨려들 듯 넋을 놓았던 기억이 겹쳐진다. 할아버지네 풍로 공장 가마의 활활거리는 불꽃에 반해 30여 년 불과 흙을 만졌다는 故 토암 서타원씨. 그가 생명과 맞바꿔 빚은 곳이 토암 도자기 공원이다.

봄철 미각을 돋우는 단팥죽과 봄나물도 맛볼 수 있다. 2,000여 개의 토우에 귀가 없다. 머리부터 몸통까지 속은 텅 비었고, 속이 훤히 보일 정도로 우렁우렁 아우성을 내지르고 있다. 한결같다.

하지만 그 표정만은 천 가지 만 가지다. 기쁨의 노래, 슬픔의 노래, 괴로움의 노래, 즐거움의 노래…. 마음이 토해내는 참된 나만의 함성을 지르겠단다.

지난해 타계한 고 서타원씨가 토우를 빚은 것은 암 투병을 시작한 지난 97년부터다. 도요를 운영하던 서씨가 병마에 힘이 부쳐 도자기를 접고, 2002년 5월까지 토우에만 전념한 것이다. 혹자는 월드컵 성공 기원을 빌며 2002점을 제작했다고도 한다.

아들 서양현씨가 직접 지은 황토방에서 단팥죽을 먹는다. 2006년 4월. 사진 / 김진용 기자
아들 서양현씨가 직접 지은 황토방에서 단팥죽을 먹는다. 2006년 4월. 사진 / 김진용 기자

암 판정을 받으면서 만병통치약이니 신비의 명약이니 하며 수많은 사람이 찾아왔단다. 그 상술에 시달리던 서씨는 어느 순간 토우의 귀를 닫고 마음을 비웠단다.

“두어 차 분량의 장작을 산더미같이 쌓아놓고 하룻밤 가마를 때고 나면, 어스름한 새벽에 남아 있는 것은 한줌의 재뿐이야. 우리네 인생이 바로 그런 것 같아.”

토암 도자기 공원은 그대로 토암 선비식당이기도 하다. 병마를 이기고자 채식을 통한 자연식이요법을 시도했는데, 그때 먹던 나물과 채소를 주변 사람들에게 내놓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반응이 좋아지면서 비빔정식을 주메뉴로 한 전통 식당을 시도한 것이다. 그 맛이 참 깨끗하고 담백하다.

달달한 단팥죽을 음미하며 故서타원씨가 일궈낸 토우를 감상한다. 2006년 4월. 사진 / 김진용 기자
달달한 단팥죽을 음미하며 故서타원씨가 일궈낸 토우를 감상한다. 2006년 4월. 사진 / 김진용 기자

별미는 봄철 미각을 살리는 단팥죽이다. 황토방인 ‘단팥죽방’ 통유리창 너머 포근한 햇살이 온몸을 쓰다듬을 때, 마음을 비운 토우의 모습을 받아들이게 된다. 남양주 수종사의 다원 삼정헌에서의 풍경과 차맛도 떠오른다.

이 멋에 반해 단팥죽만 먹으러 들르는 여행객도 많다고. 부산 APEC 공식 지정 음식점으로 기장군 대변항 주변에 있어 풍광도 좋다.

귀없는 土偶
헛된 소리 딱딱한 소리
듣지 말고
텅빈 마음으로
참된 노래를 하자

- 서타원

Info 가는 길
찾기가 어려운 편이다. 해운대에서 해변을 따라 송정을 거쳐 직진하다 기장읍 우체국 사거리에서 대변항 방향으로 우회전. 다보성 지나 우양마을 직전에서 좌회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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