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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한국의 세계유산 시리즈 - 아리랑 서문] 가장 한국적인 한국인의 노래, 아리랑
[한국의 세계유산 시리즈 - 아리랑 서문] 가장 한국적인 한국인의 노래, 아리랑
  • 박상대 기자
  • 승인 2019.09.11 13: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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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 2012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아픔과 배고픔을 달래주는 민족의 노래
국내 3대 아리랑 '정선‧밀양‧진도 아리랑'
정선 아우라지축제 공연 모습. 사진 / 박상대 기자
정선아리랑 보존회 단원들이 공연하고 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여행스케치=서울] 한국의 아리랑은 2012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2년 뒤에는 북한의 아리랑도 인류문화유산이 되었다. 북한 땅에도 아리랑이 세계유산이 될 만큼 살아서 불리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아리랑은 채집된 것만 해도 수백 개 가락과 수천 개 가사가 전해지고 있다. 

경복궁을 증축할 때 전국에서 불려온 목수와 노동자들이 불렀고, 잃어버린 나라를 되찾기 위해 낯선 산야를 헤집고 다닌 독립군들도 불렀다. 올림픽도 부르고 월드컵 경기 때도 불렀다. 아리랑을 부르면 금세 하나가 되고, 가슴이 뜨거워진다.

1926년 나운규가 연출한 <아리랑>이 극장에서 상영되기 전부터 아리랑은 한반도에서 사람들의 입을 통해 불리고 있었다. 88서울올림픽 때 세계인의 눈에 소개되었고, 1993년 임권택 감독의 <서편제>가 진도아리랑을 소재로 사람들의 가슴을 흔들었다.

그리고 숱한 다큐멘터리와 영화를 통해 아리랑이 일제 강점기에 조국을 떠나 외국에서 독립운동한 사람들이나 이산의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즐겨 부른 노래였다고 소개되었다. 

밀양 아리랑아트센터 공연 모습. 사진 / 박상대 기자
밀양 어린이들이 꾸민 밀양아리랑 창극 장면. 사진 / 박상대 기자

기자가 러시아에서 만난 30대 고려인 3세는 어렸을 때 할머니한테 배운 노래라며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오 아리랑 고개로 넘어 간다~”고 노래를 불렀다. 연해주나 간도에서 독립운동을 하던 조선인들이 스탈린 시대에 중앙아시아로 쫓겨 가서 황무지를 개간할 때도 아리랑을 부르고, 다시 러시아에서 분리되어 카자흐스탄 사람이 되어서도 아리랑을 불렀다고 한다.

구한말 멕시코 농장으로 건너간 조선 농부들도 사탕수수 밭에서 노예처럼 일하면서 아리랑을 불렀고, 자식을 낳아 기를 때마다 아리랑을 가르쳤다고 한다. 나라를 잃은 슬픔과 고향을 그리는 그리움, 가족 형제 친구들과 헤어져 살아야 하는 이별의 한을 아리랑 곡조에 담아 불러댔다. 

아리랑은 가슴에 맺힌 한스러운 응어리를 풀어주기도 하고, 노동현장에서 살과 뼈가 부서지는 아픔을 달래주고, 배고픔을 달래 주었다. 아리랑은 단순히 노래나 가락이 아닌 그 날의 일기였고, 그리운 사람에게 보내는 편지였고, 후손들에게 물려준 전기나 이력서였다. 아리랑은 언제 어디서나 쉽게 장단을 맞출 수 있고,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다. 

진도의 아리랑 공연 모습. 사진 / 박상대 기자
진도의 아리랑 공연 모습. 사진 / 박상대 기자

70년대 후반, 기계화가 되기 전에는 들판에서 모내기하던 여인들이 아리랑을 불렀다. 허리가 아프고, 배가 고플 때면 모를 심는 장단에 맞춰 아리랑을 불렀다. 간난 아기 엄마는 젖이 터질 듯한 아픔을 견디기 위해 아리랑을 부르고, 지게를 지고 무논을 걸어 다니던 남정네들은 아픈 허벅지를 달래며 아리랑을 불렀다.

시장에서 생선을 팔던 아낙네도 부르고, 마을 앞 개울에서 나물을 씻던 누이들도 아리랑을 불렀다. 세대를 가리지 않고 흥얼흥얼 따라하고, 쿵짝쿵짝 장단을 맞춰 불렀다. 즐거울 때는 즐거운 대로 슬플 때는 슬픈 대로 고단할 때는 또 고단함을 달래며 아리랑을 불렀다.

우리나라에는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는 일반적인 아리랑과 3대 아리랑이 있다. 정선‧밀양‧진도 아리랑이 그들인데 모두 특정 지역 이름을 달고 있다. 3대 아리랑은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여행지를 품고 있다. 이들 지역에는 아리랑을 공연하는 전수관이 있고 매주 1회 이상 아리랑을 공연하고 있다. 공연장에는 관람객이 가득 차는데 대부분 여행객이다.

먹고 마시고 사진 찍고 돌아다니는 여행만 유익한 것은 아니다. 아리랑 공연을 관람하면서 가족과 친구와 이웃이 하나가 되고, 흥겨운 시간을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  

※ 본 기획 취재는 국내 콘텐츠 발전을 위하여 (사)한국잡지협회와 공동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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