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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한국의 세계유산 시리즈 - 아리랑②] 산 비탈길을 흐르는 노래, 정선 아리랑
[한국의 세계유산 시리즈 - 아리랑②] 산 비탈길을 흐르는 노래, 정선 아리랑
  • 박상대 기자
  • 승인 2019.09.11 13: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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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정선의 민요, 정선아리랑
한탄의 고려 역사를 품어 애절함이 특징
정선아리랑센터, 정선아리랑박물관, 정선아리랑전수관 등 아리랑관련 여행지 다수

[여행스케치=정선] 정선아리랑은 강원도 정선지방에 전승되는 민요이다. 부르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구성진 곡조에 취하는 노래. 고려가 멸망할 때에 이를 한탄한 송도의 선비들이 지어 부른 노래가 강원도 계곡과 산비탈에 녹아 흐른다.

강원도 정선은 산과 계곡으로 이루어진 고장이라고 말한다. 오죽하면 하늘이 천 평이면 땅도 천 평이라고 했을까. 그만큼 산과 계곡이 많다는 이야기다. 그 산골짜기에 구성진 노랫가락이 흐른다.

남녀노소 누구나 흥얼거리는 가락, 정선아리랑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오~”
정선 사람들 말을 빌리자면 콩밭 매는 할머니도 흥얼거리고, 시장에서 생선 파는 아주머니도 아리랑을 입에 달고 산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누구나 흥얼거린다. 정선읍내에는 아리랑과 아리랑창극을 공연하는 정선아리랑센터가 있고, 그 건물 한쪽에 아리랑박물관이 있다.

정선읍내에 있는 아리랑센터. 한쪽에 아리랑박물관이 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정선읍내에 있는 아리랑센터. 한쪽에 아리랑박물관이 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아리랑박물관에는 아리랑의 역사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아리랑박물관에는 아리랑의 역사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아리랑박물관에는 수많은 사진과 영상, 사료들이 전시되고 있다. 밀양이나 진도 등 전국 각지에서 채록한 지역 아리랑과 연길, 연해주, 우즈베키스탄 등 해외 여러 나라에서 고려인이나 2세, 3세들이 부르는 아리랑이 영상으로 흘러나온다.

이 많은 사료들은 진용선 정선아리랑박물관장이 20년 넘게 수집한 것이다. 젊은 날부터 아리랑에 미쳐 세계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수집한 인생 자산이라고 한다.

 “일제강점기에 아리랑은 우리 민족의 공통 언어와도 같았습니다, 나라 잃은 설움을 달래주기도 하고, 저항의식을 일깨워주기도 했지요.”

 진용선 관장은 단순하면서도 구성진 곡조에 저마다 삶의 애환을 담아 부르기도 하고, 애절한 사랑을 노래하기도 했다고 말한다.

정선아리랑 보존회 단원들이 공연하고 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정선아리랑 보존회 단원들이 공연하고 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정선아리랑의 뿌리는 고려 선비들이 내렸다 
정선아리랑이 진도나 밀양아리랑에 비해 애절한 데는 까닭이 있다. 600여 년 전 고려조가 망하고, 관직을 내려놓은 선비들은 강원도 일대로 숨어들었다. 시들어버린 국운과 벼슬을 잃어버린 개인의 운을 한탄하며 노래를 흥얼거렸다. 정선아리랑이 구슬프고 구성진 가락으로 이루어진 것은 이러한 한탄과 시름이 밑바탕이 된 것이다.

눈이 올라나 비가 올라나 억수장마 질라나
만수산 검은 구름이 막 모여 든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고개로 나를 넘겨주게

정선아리랑 전수관에서 연습중인 단원들. 사진 / 박상대 기자
정선아리랑 전수관에서 연습중인 단원들. 사진 / 박상대 기자

개경에 있는 만수산에 검은 구름이 끼어 있으니 그 마음이 얼마나 아팠겠는가. 선비들의 한탄조 가락은 금세 백성들에게 스며들었고, 구슬픈 가락은 이후 다양한 삶의 형태를 가사에 담아냈다. 산에서 나무하던 총각도 부르고, 개울에서 나물을 씻던 처녀도 불렀다. 

아우라지 뱃사공아 배 좀 건너 주게/ 싸릿골 올동백이 다 떨어진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고개로 나를 넘겨주게

사람들은 저마다 시인이 되고 가수가 되었다. 그때그때 즉흥적으로 개사하여 부르고, 남녀노소에 따라 음이 길어지고 늘어졌다. 정선아리랑연구소가 1991년부터 2013년까지 정선군과 중국 동북 3성에서 채록 조사한 결과, 정선아리랑의 이름으로 2만3000여 수가 채록되었고, 5500여 수가 서로 다른 가사로 보고되었다.

김형조 정선아리랑 보존회 회장. 사진 / 박상대 기자
김형조 정선아리랑 보존회 회장. 사진 / 박상대 기자
아우라지는 두 물줄기가 하나를 만나는 지점인 여량리에 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아우라지는 두 물줄기가 하나를 만나는 지점인 여량리에 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아리랑 덕을 많이 보는 정선 
정선아리랑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되기 전인 1971년 강원도 무형문화재 제1호로 지정되었다. 전국 다른 지역보다 먼저 아리랑 발굴과 전수에 관심을 가진 정선은 아리랑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정선아리랑센터에 새로운 아리랑창극을 공연하고, 박물관에서는 관련 콘텐츠를 전시하고 있다.

정선아리랑 전수관. 사진 / 박상대 기자
정선아리랑 전수관. 사진 / 박상대 기자

아우라지에는 정선아리랑전수관이 있는데, 예술단원들이 꾸준히 연습하고 신인들을 지도하고 있다. 2018년 2월 평창올림픽 개막식 행사에서는 정선아리랑 예능보유자 김남기 옹이 정선아리랑을 불러서 전세계에 그 이름을 알렸다.

정선에는 구경거리가 많다. 2일과 7일에 정선5일장이 열리고, 아리랑센터에선 아리랑창극 공연이 열린다. 5일장은 여행객들에게 인기가 높은데 다양한 산나물과 농산물, 토속 먹거리들을 판매한다. 변방치전망대에서 짚라인과 스카이워크를 체험하고, 아우리지역에서 구절리역까지 레일바이크와 풍경열차를 탈 수 있다.

※ 본 기획 취재는 국내 콘텐츠 발전을 위하여 (사)한국잡지협회와 공동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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