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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12월호
[한국의 세계유산 시리즈 - 아리랑③] 보배섬에 덩실덩실 울려 퍼지는 진도아리랑
[한국의 세계유산 시리즈 - 아리랑③] 보배섬에 덩실덩실 울려 퍼지는 진도아리랑
  • 박상대 기자
  • 승인 2019.09.11 13: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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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의 민요, 진도아리랑
경쾌한 가락 속 민족의 애환이 담겨
진도향토문화회관에서 진도토요민속여행 공연 진행

[여행스케치=진도] 해남땅에서 진도대교를 넘어가면 육지와 확실히 다른 바람과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전형적인 시골 마을이다. 높은 산도 없고 드넓은 들이나 커다란 마을도 없다. 조용한 섬이라는 분위기만 진하게 풍긴다.

진도 사람들은 진도를 예향이라고 말하는데 주저함이 없다. 국가지정문화재가 4종이나 있고, 소치 허련 이래 수많은 한국화가들이 배출되었다. 진도읍내 유명 한식당에 가면 북과 장고가 있고, 식사 전에 누군가 북채를 잡고 “소리 한 곡 해 볼란가?” 하면 흔쾌히 한 곡을 뽑는다. 소리를 할 줄 모르면 진도 사람이 아닐 테고, 예와 흥을 모르는 사람 취급을 받는다.

함께 부르면 금방 한 덩어리가 되는 노래
흔히 보배섬 진도에는 3보(寶)4락(樂)이 있다고 말한다. 3가지 보물은 진돗개·구기자·돌미역을 말하고, 3가지 즐거운 것은 진도민요·진도서화·진도민속주인·홍주를 가리킨다. 

진도아리랑은 진도민요의 범주에 들어 있다. 진도민요 중에 국가지정무형문화재로 등재된 노래가 다시래기·강강술래·씻김굿·남도들노래 등이다, 진도아리랑은 아직 전남도지정문화재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향토문화회관과 무형문화재전수관에서 진도아리랑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향토문화회관과 무형문화재전수관에서 진도아리랑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1985년 진도아리랑보존회를 만들어 이끌고 있는 박병훈 회장은 진도아리랑이 도지정문화재가 되지 못한 이유를 “너무 많은 사람들이 알고, 누구나 손쉽게 부를 수 있고, 가사를 마음대로 개사하여 부를 수 있어서”라며 “진도에 이미 국가지정 민요가 4종이나 있는 것도 아리랑이 홀대 받는 이유”라고 말한다.

진도에는 향토문화회관, 남도국악원, 무형문화재전수관, 아리랑체험관이 있고, 심지어 진도국악고등학교에서 청소년들이 국악을 배우고 있다. 

진도아리랑은 근래에 진도 출신의 젓대(대금) 명인인 박종기 씨가 정형화 시켰다고 전해진다. 세마치장단에 맞고 중모리장단에도 맞는데, 2행 1연의 장절 형식으로 되어 있다. 여러 사람이 어울려 놀 때 즐겨 부르는데, 선소리꾼이 중몰이 두 장단을 메기면 여러 사람이 중몰이 두 장단을 후렴으로 받는다. 선창을 메김소리라 하고 후렴을 맞음소리라 한다. 가장 일반적인 노래는 이렇게 부른다.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아라리가 났네/아리랑 응응응 아라리가 났네.”

박병훈 회장이 1986년에 펴낸 <진도아리랑타령>에 실린 첫곡이다. 이렇게 시작하여 분위기를 띄우고 본격적인 사설이 불리기 시작한다.

문경새재는 웬 고갠가 구부야 구부구부가 눈물이로다(후렴)
놀다 가세 놀다나 가세 저달이 떴다지도록 놀다나 가세(후렴)
세월아 네월아 가지를 말어라 아까운 청춘이 다 늙어간다(후렴)
서산에 지는 해는 지고 싶어 지느냐 날 두고 가신 임은 가고 싶어 가느냐(후렴)
(후렴)아리 아리랑 스리 스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응응응 아라리가 났네

무형문화재전수관에서 매주 수요일 저녁 ‘진수성찬’ 공연을 한다. 사진 / 박상대 기자
무형문화재전수관에서 매주 수요일 저녁 ‘진수성찬’ 공연을 한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진도아리랑은 남녀가 같이 부르기도 하고 여인들만 부르기도 한다. 들에서 일을 하다가 지친 몸에 기운을 불어넣기 위해 부르기도 하고, 산속에서 나물을 뜯다가 심심풀이로 부르기도 한다. 비오는 날 베틀 앞에 앉아 베를 짜다가 부르고, 시장이 파할 때쯤 막걸리 한 잔을 나눠 마시면서 부른다. 그러다가 상소리·한탄·익살 등이 튀어나오고 결혼한 여성들의 야성이 거침없이 노출되기도 한다.

흥이 나고 취기가 오르면 선창을 하는 사람이 바뀐다. 둥그렇게 앉았을 때나, 나란히 서 있을 때는 순서대로 창작한 가사를 불러낸다. 이를 돌림노래라 한다. 누구는 시집살이의 고단함을 노래하고, 누구는 하늘나라로 가버린 이를 그리워하고, 누구는 객지에 나간 남편 흉을 본다. 

마치 사물놀이패를 만나 어울리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처음 만난 사람들도 금방 어우러지고 한 패가 되게 한다. 여럿이 부를 때에는 장고나 북을 든 사람에 따라 빠르고 흥겨운 노래로 신명을 고양시키고 일체감을 강화시킨다.

애절함과 한, 그리고 익살과 해학 
진도아리랑은 얼핏 보기에 경쾌한 가락이다. 그러나 서너 번 반복해서 들으면 한이 맺혀 있다. 노래를 선창한 사람의 목소리가 구성지고 처량하면 그 노래는 함께 부르는 사람들과 관객들의 가슴을 쥐어짠다. 그리고 후렴을 같이 부르면서 힘이 되어 주고 슬픔을 나눠 가진다.

진도향토문화회관에서는 매주 토요일 오후 2시~4시까지 진도민요를 공연한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진도향토문화회관에서는 매주 토요일 오후 2시~4시까지 진도민요를 공연한다. 사진 / 박상대 기자

현재 <진도아리랑타령> 책자에 수록된 진도아리랑 가사는 780곡이다. 아리랑보존회에서 사비를 들이고 시간과 공을 들여 수집한 가사들이다. 가사에는 남녀의 사랑과 이별이 가장 많고, 애절함과 한이 담겨 있는가 하면, 익살과 해학이 넘쳐나기도 한다.

이를 두고 어떤 사람들은 진도아리랑을 잡가라고 폄하하기도 한다. 그러나 진도아리랑은 19세기말부터 매천 황현의 <매천야록> 등 문헌에 등장하기도 하는 남도의 민요이다. 경복궁 복원 때는 밀양·정선 등 전국에서 불려온 사내들이 각 지역 아리랑을 부르며 고향에 대한 향수를 달랬다고 한다.

임회면에 있는 아리랑체험관. 사진 / 박상대 기자
임회면에 있는 아리랑체험관. 사진 / 박상대 기자

진도향토문화회관에서는 매주 토요일 오후 2시부터 진도토요민속여행 공연을 한다. 진도군립예술단원들이 판소리, 진도들노래, 진도북놀이 등을 공연한다. 이때 진도아리랑이 마지막 피날레를 장식하고, 관객들이 함께 따라 부르며 하나 되는 시간을 갖는다.

아리랑체험관에서는 예약한 단체체험객들이 아리랑을 체험할 수 있고, 문형문화재전수관에서는 진수성찬이란 이름으로 매주 수요일 오후 7시 30분부터 남도 민요를 공연하는데 아리랑은 한 달에 한 번 정도 공연한다. 

아리랑체험관에서 진도아리랑을 배우고 있는 학생들. 사진 / 박상대 기자
아리랑체험관에서 진도아리랑을 배우고 있는 학생들. 사진 / 박상대 기자

진도에서는 예향의 향기를 맛볼 수 있는 여행지와 역사적인 현장을 답사할 수 있는 여행지가 있다. 한국화의 큰맥을 형성한 허련 선생의 운림산방, 삼별초군의 주둔지였던 용장산성과 남도석성, 해넘이가 아름다운 세방낙조 등 다양하다

※ 본 기획 취재는 국내 콘텐츠 발전을 위하여 (사)한국잡지협회와 공동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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