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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가을여행] 횡성에서 만난 2000년 전의 산성 터, 태기산성
[가을여행] 횡성에서 만난 2000년 전의 산성 터, 태기산성
  • 조용식 기자
  • 승인 2019.09.22 20: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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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성군, 2019 태기왕과 함께 하는 가을여행 개최
우리 땅 걷기 회원 320명... 태기산성 및 횡성호수길 걸어
진한의 마지막 임금 ‘태기왕 전설길’ 통해... 자연과 역사 기행
지난 21일 횡성군은 '2019 태기왕과 함께하는 가을여행'이란 테마로 우리 땅 걷기 회원 320명과 태기산성 및 횡성호수길 걷기 행사를 가졌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지난 21일 횡성군은 '2019 태기왕과 함께하는 가을여행'이란 테마로 우리 땅 걷기 회원 320명과 태기산성 및 횡성호수길 걷기 행사를 가졌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여행스케치=횡성] 태풍 ‘타파’의 북상으로 가을비가 촉촉이 내리는 지난 21일 강원도 횡성군은 사단법인 우리 땅 걷기 회원 320명과 함께 ‘2019 태기왕과 함께하는 가을여행’ 걷기 행사를 개최했다.

320명의 참가자는 태기산성비, 태기약수터, 성황당(서낭당) 터 등으로 이어지는 태기왕 전설길과 지난해 5월 담수 지역인 횡성댐 주변을 걷기 길로 조성하여 선보인 횡성호수길 5구간, 그리고 1801년 신유박해 이후 40여 명의 신도가 신앙지로 정착한 이후 1907년 건립된 강원도 최초의 성당인 횡성 풍수원 성당 등을 둘러보며 자연과 인문학을 함께 경험했다. 

‘자연과 역사가 공존하는 태기산 국가생태탐방로’란 입간판 앞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는 우리 땅 걷기 회원들. 사진 / 조용식 기자 
‘자연과 역사가 공존하는 태기산 국가생태탐방로’란 입간판 앞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는 우리 땅 걷기 회원들. 사진 / 조용식 기자 
출발에 앞서 신정일 우리 땅 걷기 이사장이 회원들에게 태기왕 전설길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안전에 유의해 달라는 당부의 말을 하고 있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출발에 앞서 신정일 우리 땅 걷기 이사장이 회원들에게 태기왕 전설길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안전에 유의해 달라는 당부의 말을 하고 있다. 사진 / 조용식 기자
태기왕 전설길은 진한의 마지막 임금인 태기왕이 신라와 전쟁을 벌인 곳인 태기산을 근거로 태기산성, 약수 터, 성황당 터 등의 발자취를 스토리텔링으로 만들어낸 길이다. 사진 / 조용식 기자
태기왕 전설길은 진한의 마지막 임금인 태기왕이 신라와 전쟁을 벌인 곳인 태기산을 근거로 태기산성, 약수 터, 성황당 터 등의 발자취를 스토리텔링으로 만들어낸 길이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진한 마지막 임금인 태기왕의 발자취를 따라서

이번 걷기 여행은 태기왕 전설길 구간과 횡성호수길, 풍수원 성당을 탐방하는 코스로 횡성군의 정기가 살아있는 태기산 정상 부근의 하늘 아래 첫 학교 태기분교 터에서 출발했다. 

총 4.5km 구간의 태기왕 전설길은 삼한시대 말기 진한의 마지막 임금인 태기왕의 이야기가 전해지는 곳이다. 출발지점에서 약 2km 지점에서 만나는 태기산성비에 소개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태기산성에 대한 전설을 소개하고 있는 태기산성비. 사진 / 조용식 기자
태기산성에 대한 전설을 소개하고 있는 태기산성비. 사진 / 조용식 기자
태기산성의 흔적을 재현해 놓은 산성의 모습. 사진 / 조용식 기자
태기산성의 흔적을 재현해 놓은 산성의 모습. 사진 / 조용식 기자
태기산성 아래에 자리한 태기약수. 당시 태기왕과 군사들은 이곳에서 기거하며 이 샘물을 마셨다고 한다. 사진 / 조용식 기자
태기산성 아래에 자리한 태기약수. 당시 태기왕과 군사들은 이곳에서 기거하며 이 샘물을 마셨다고 한다. 사진 / 조용식 기자
태기약수는 원주시 상하수도사업소가 수질 체크 기록표를 수시로 점검하고 있어 오가는 사람들의 식수로 이용된다. 사진 / 조용식 기자
태기약수는 원주시 상하수도사업소가 수질 체크 기록표를 수시로 점검하고 있어 오가는 사람들의 식수로 이용된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삼한시대 말기 진한의 마지막 왕인 태기왕이 새로 일어나는 신라군에 쫓기어 이곳에 성을 쌓고 군사를 길러 신라의 대군을 맞아 크게 싸웠다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옛 기록에 따르면 성의 둘레는 1200m로 성안에는 샘이 있고, 창고와 건물이 있었던 자리가 남아있다.’

그러나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허물어진 성벽 등과 샘터, 그리고 성황당 터 등으로 추정되는 것들을 복원하고 스토리텔링을 입혀 ‘태기왕 전설길’을 만들게 된 것이다.

실제로 태기산성비 부근에는 주변의 흐트러진 돌들을 모와 옛 흔적을 복원해 놓은 산성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산성비에서 약 5분 정도 내려가면 태기 약수가 자리하고 있다. 

태기약수(샘) 입간판에는 ‘태기왕과 그의 부하들이 태기산에서 생활하면서 사용했던 샘터로 이 물을 마시면 태기산의 기운을 받아 아이를 갖게 해준다고 하여 태기(泰岐)약수를 태기(胎氣)약수로 부르는 사람도 있다’고 적혀있다.

태기약수는 원주시 상하수도사업소의 수질 체크 기록표와 함께 깊은 산 속에서 내려오는 물이라 40여 분을 걸어온 참가자들도 시원하게 한 모금 마시고 이동하는 모습이다. 

이번 태기왕 전설길에는 아이와 함께 참가한 가족들도 많이 있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이번 태기왕 전설길에는 아이와 함께 참가한 가족들도 많이 있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약 1.3km 구간에서 흐르는 계곡물은 태기왕 전설길을 오가는 사람들에게 청량감을 전해준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약 1.3km 구간에서 흐르는 계곡물은 태기왕 전설길을 오가는 사람들에게 청량감을 전해준다. 사진 / 조용식 기자
마지막 구간은 잠시 앉아 발을 담글 수도 있다. 사진 / 조용식 기자
마지막 구간은 잠시 앉아 발을 담글 수도 있다. 사진 / 조용식 기자
태기왕 전설길 안내도. 사진 / 조용식 기자
태기왕 전설길 안내도. 사진 / 조용식 기자

아이와 함께 약수 한 모금을 마신 한 참가자는 숲속 주변의 커다란 양치류 식물을 가리키며 “쥬라기공원에서 봤던 대형 고사리 숲 장면들이 바로 이런 양치류 식물과 같은 것”이라고 소개하기도. 실제로 태기산에는 신우대, 물푸레, 주목군락지와 같은 원시 식물이 많이 자생하고 있으며, 길 주변의 나무에 이름이 적힌 명찰이 걸려있다.

태기왕의 발자취는 바로 아래 성황당 터에도 남아있다. 큰 고목과 함께 돌들이 쌓여있는 모습이 보이는 바로 옆 입간판에는 ‘태기왕이 부하들과 함께 태기산으로 와서 성을 쌓고 전답을 개간하며, 군사를 훈련하고, 무사 기원과 안녕을 빌었던 성황당 자리가 있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성황당 터를 지나면서 길은 한 두 사람만이 오갈 수 있으며, 가파른 산세를 하고 있어 안전 로프를 잡고 이동해야 한다. 태기산성의 둘레는 약 1.2km로 동문, 서문, 남문 등으로 출입문이 있었는데 태기산성 서문은 성황당 터에서 조금 내려온 길에서 만날 수 있다. 이곳 역시 산성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게 주변의 돌로 산성의 모습을 복원해 놓았다.

20여 명이 쉴 수 있는 공공쉼터에는 내려가고 올라오는 등산객이 땀을 씻으며, 가져온 과일이나 음료, 초콜릿 등으로 당을 보충하는 모습이다. 다시 가파른 길을 내려가다 보면 시원한 계곡 물소리 덕분에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태기왕 전설길 종점까지 약 1.3km 구간에서부터 만나게 되는 계곡을 따라 마지막 종점까지 걸어가는 내내 청량함을 전해주는 역할을 한다.

횡성호수길 5구간 참가자를 위해 횡성군이 소개한 사진전. 사진 / 조용식 기자
횡성호수길 5구간 참가자를 위해 횡성군이 소개한 사진전. 사진 / 조용식 기자
가을비가 내리는 가운데 횡성호수길 5구간을 걸아가는 참가자들. 사진 / 조용식 기자
가을비가 내리는 가운데 횡성호수길 5구간을 걸아가는 참가자들. 사진 / 조용식 기자
물에 잠긴 5개 마을에 사람들이 살았다는 것을 강조하는 '장터 가는 가족' 조형물이 인상적이다. 사진 / 조용식 기자
물에 잠긴 5개 마을에 사람들이 살았다는 것을 강조하는 '장터 가는 가족' 조형물이 인상적이다. 사진 / 조용식 기자

‘가족길’에서 아름다운 풍경과 인생샷을 남기자

머리에 광주리를 인 엄마, 지게에 물건 한가득 진 아버지, 그리고 동생 손을 꼭 잡고 오일장으로 가는 누이의 미소가 시선을 이끈다. 바로 20년 전 횡성댐으로 물에 잠기기 전까지 이곳에 살았던 횡성군 갑천면의 구방리, 중금리, 화전리, 부동리, 포동리 등 5개 마을에 사람들이 살아왔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한 가족의 오일장 가는 모습을 형상화한 조형물이다. 

신구선 갑천면장은 “횡성호수길 5구간은 사이클처럼 도는 구간이다. 호수를 주변으로 조성된 길은 편하고 다리에 무리를 주지 않아 노약자들과 어린이들도 쉽게 걸을 수 있는 가족길”이라고 말했다. 

횡성호수길 5구간의 시작점. 사진 / 조용식 기자
횡성호수길 5구간의 시작점. 사진 / 조용식 기자
버려진 나무를 이용해 쉼터와 개성있는 조형물을 만들어 장식해 놓았다. 사진 / 조용식 기자
버려진 나무를 이용해 쉼터와 개성있는 조형물을 만들어 장식해 놓았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전망대에서 호수를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참가자들. 사진 / 조용식 기자
전망대에서 호수를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참가자들. 사진 / 조용식 기자
아이들과 함께 걷기 좋은 횡성호수길 5구간. 사진 / 조용식 기자
아이들과 함께 걷기 좋은 횡성호수길 5구간. 사진 / 조용식 기자

한 바퀴를 돌아 제자리로 돌아오는 원점회귀형 코스인 5구간은 때마침 내리는 빗방울로 타원형이 그려지는 호수에 주변 산세의 형태가 은은하게 퍼지며 가을비의 정취를 느끼게 한다. 곳곳에 놓여있는 휴식공간에는 호수길을 조성하며 버려진 나무를 이용해 기린, 달팽이, 거북이, 토끼 얼굴, 귀뚜라미, 해바라기 등 아기자기한 조형물을 만날 수 있다. 

잠시 쉬어가기 좋은 전망대와 쉼터는 휴식과 함께 인생샷, 풍경샷을 담기에 좋은 포토존 역할도 한다. 호수가 잔잔한 평일에는 푸른 수면으로 데칼코마니 풍경을 담아낼 수 있다.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정자와 함께 주변으로는 소나무와 잣나무가 곧게 뻗은 삼림욕장이 있다. 상쾌한 공기를 가슴 깊이 들이마시며 걸어가면 도심의 스트레스는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기분이 든다. 특히 삼림욕장 길을 따라 걸으면 보이는 양지바른 곳에 모여 있는 무덤들을 보며 수몰 지역의 흔적을 마주하게 된다. 

호수길 곳곳에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다. 사진 조용식 기자
호수길 곳곳에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다. 사진 조용식 기자
전망대 중에 배의 앞 부분처럼 되어 있어 영화 '타이타닉'의 장면을 연출하게 만든 타이타닉 전망대. 사진 / 조용식 기자
전망대 중에 배의 앞 부분처럼 되어 있어 영화 '타이타닉'의 장면을 연출하게 만든 타이타닉 전망대. 사진 / 조용식 기자
박두희 횡성군 부군수(사진 맨아래 가운데 파란점버)와 신정일 이사장이 회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 조용식 기자
박두희 횡성군 부군수(사진 맨아래 가운데 파란점버)와 신정일 이사장이 회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 조용식 기자
한국인 신부가 지은 최초의 성당이며, 강원도 최초의 성당인 횡성 풍수원 성당 앞에서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사진 / 조용식 기자
한국인 신부가 지은 최초의 성당이며, 강원도 최초의 성당인 횡성 풍수원 성당 앞에서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사진 / 조용식 기자

호수길 전망대, 가족 쉼터, 삼림욕장에 이어 전망대 앞이 배의 모양처럼 생긴 타이타닉 전망대이다. 영화 <타이타닉>처럼 두 팔을 펴고 호수를 바라보며 사진을 찍기 좋은 포인트라서 붙여진 이름이다. 

횡성호수길은 굽이굽이 돌아가는 길이 많아 걷는 재미를 더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오솔길 전망대를 지나 장터가는 가족들의 조형물을 다시 만나게 된다. 

횡성호수길 5구간을 걸으며 만난 박두희 횡성군 부군수는 “횡성댐은 횡성·원주의 식수원으로 개발할 수 없는 곳이다. 그러나 이렇게 호수길을 만들어 놓으니까 우리 땅 걷기 회원들처럼 이곳을 걸으며 힐링하는 즐거움을 제공하고 있다”며 “사계절의 아름다운 횡성호수길을 찾아 마음껏 즐겨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INFO
횡성호수길

횡성호수길 5구간의 모습. 사진 / 조용식 기자
횡성호수길 5구간의 모습. 사진 / 조용식 기자

횡성 호수를 주변으로 모두 6개의 걷기 좋은 길이 있다. 횡성댐에서 대관대리까지 걷는 횡성댐길(1코스), 대관대리에서 횡성온천으로 가는 능선길(2코스), 횡성온천에서 화전리로 이어지는 치유길(3코스), 화전리에서 망향의 동산까지의 사색길(4구간), 망향의 동산을 회귀하는 가족길(5구간), 망향의 동산에서 횡성댐까지 걷는 회상길(6구간)이 모두 횡성 호수길 코스이다.
입장료 무료
주소 강원 횡성군 갑천면 대관대리 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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