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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가을 여행] 수확의 계절 가을, 가족과 함께 떠나기 좋은 이천 농촌 여행
[가을 여행] 수확의 계절 가을, 가족과 함께 떠나기 좋은 이천 농촌 여행
  • 김샛별 객원기자
  • 승인 2019.09.30 14: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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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1시간 컷! 여행도 하고, 체험도 하는 이천 서경들 마을
두부, 전통주 및 다식 체험 등 50여 가지 체험활동
처음 잡은 호미로 고구마 캐고, 오솔길도 걸어
서경들 마을을 방문한 학생들이 손두부 만들기 체험을 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 김샛별 객원기자
서경들 마을을 방문한 학생들이 손두부 만들기 체험을 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 김샛별 객원기자

[여행스케치=이천] 이른 봄부터 가을까지. 시간은 아주 천천히 만물에 여물어 완숙해진다. ‘쌀’로 유명한 이천의 가을은 느릿느릿 시간을 쌓아 완성한 황금 물결이 넘실대고 있었다. 서경들 마을도 그렇다.

마을 뒤에 산세가 소가 밭을 갈고 있는 형국이라 하여 ‘쇠경들’이 ‘서경들’로 불렸다는 서경1리와 보(洑)가 많아 넓은 들을 구해 농사를 지었다 하여 ‘봇들’이라 불린 서경2리도 평야에 누렇게 가을이 익어 있다. 

농촌에는 농촌만의 시간이 흐른다
마을 입구에 커다란 장독대가 곳곳에 보인다 했더니 마을 입구에 커다란 온실이 눈길을 잡아끈다. 그 안에는 어림잡아 백 개는 넘는 항아리들이 줄지어 서 있다. 

서경들 마을 체험장 가운데에는 고추장, 간장, 된장 등을 숙성시키는 숙성실이 있다. 사진 / 김샛별 객원기자
서경들 마을 체험장 가운데에는 고추장, 간장, 된장 등을 숙성시키는 숙성실이 있다. 사진 / 김샛별 객원기자
송성재 서경들 마을 위원장. 사진 / 김샛별 객원기자
송성재 서경들 마을 위원장. 사진 / 김샛별 객원기자

송성재 서경들 마을 위원장은 “옛날 마을 사람들은 여름에 담배 농사 다 짓고, 후작으로 콩을 심었다”며 “그때 콩이 많이 나니 메주도 뜨고, 장을 많이 떠서 장 체험을 하기 시작한 것이 체험 마을의 시작이라면 시작”이라고 설명한다.

송 위원장은 “지금은 장류 체험뿐 아니라 농촌문화생활체험과 손두부 체험을 비롯해 전통주 체험, 다식 체험 등의 먹거리 체험까지 합하면 50여 가지의 체험 프로그램이 있다”고 전한다.

농촌문화생활이라는 것이 계절마다 다르다. 하고 싶다고 되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감자는 초여름에 캐야 하고, 옥수수는 한여름 찌는 땡볕과 싸우며 수확해야 한다. 고구마는 가을바람이 더 차가워지기 전에 캐야 한다. 지난겨울부터 고이 키워온 벼가 황금으로 물드는 가을녘에야 벼 수확이 가능한 것처럼 말이다.

맷돌 돌리고, 꾹 눌러… 세상에 하나뿐인 두부 만들기
서경들 마을에 아침부터 백 명이 넘는 아이들이 찾았다. 경기도 성남시의 수진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이 체험학습을 왔다. 아이들이 할 먹거리 체험은 손두부 만들기 체험. 손을 씻고 체험장으로 들어가 순서대로 앉으면, 두부를 만드는 과정을 담은 짧은 영상을 시청한다. 두부의 역사와 효능, 종류 등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나면 이제 실전이다. 

직접 불린 콩을 맷돌로 갈아보고 있는 아이들. 사진 / 김샛별 객원기자
직접 불린 콩을 맷돌로 갈아보고 있는 아이들. 사진 / 김샛별 객원기자
서경들 마을에서는 주막촌이 조성되어 있어 서경들 마을에서 직접 뜬 메주로 끓여낸 청국장을 맛볼 수 있다. 사진 / 김샛별 객원기자
서경들 마을에서는 주막촌이 조성되어 있어 서경들 마을에서 직접 뜬 메주로 끓여낸 청국장을 맛볼 수 있다. 사진 / 김샛별 객원기자
마을 사람들이 직접 그려 만든 솟대가 인상적인 서경들 마을 입구. 사진 / 김샛별 객원기자

두부를 만들기 위해서는 8시간 이상 콩을 불려야 하므로 아이들이 오기 전날 미리 불려둔 콩을 맷돌로 가는 것부터 시작이다. 맷돌은 왼쪽(시계 반대 방향)으로 갈아야 하는데, 설명을 제대로 듣지 않은 학생 하나가 거꾸로 돌려 콩이 위로 뿜어져 나오자 여기저기서 아이들의 웃음이 터진다. 

원래대로라면 간 콩을 자루에 짜보고, 짜놓은 콩물을 끓여야 하지만 안전상의 이유로 아이들은 끓이는 과정을 관찰한다. 여기에 조금씩 간수를 넣고, 엉기는 과정을 지켜보던 아이들이 신기했는지 감탄사를 낸다.

엉긴 두부가 테이블마다 놓이고, 아이들은 야무지게 주걱으로 두부를 퍼 두부틀 안에 넣고 누름틀로 꾹꾹 누른다. 너무 꾹꾹 눌러서 아주 단단한 두부를 만든 아이도 있고, 틀 안에 꼼꼼히 넣지 않아 모서리가 미처 다 채워지지 않은 두부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모양은 가지각색 엉망처럼 보여도 모두 두부다. 

문라율 학생은 “사 먹는 두부랑 비교하면 약간 고소한데 무(無)맛에 가깝다”며 “간장 없어요?” 하고 되묻기도 했다. 서예율 학생은 “원래 두부를 좋아하고, 많이 먹었는데 만들어본 건 처음이라 재밌고 신기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고구마 캐고, 마옥산 오솔길 걸어
수확의 계절인 가을. 체험장 밖으로 나선 아이들이 장갑을 낀 손에 호미 하나씩을 쥐고 고구마밭으로 향한다. 어디를 캐면 되는지 묻지도 않고 성질 급한 아이들은 호미로 냅다 땅을 판다. 호미로 땅을 파는 대로 줄줄이 굵은 고구마가 흙에서 딸려 나온다.

고구마 캐기 체험 후 직접 캔 고구마를 자랑하고 있다. 사진 / 김샛별 객원기자
고구마 캐기 체험 후 직접 캔 고구마를 자랑하고 있다. 사진 / 김샛별 객원기자
열심히 고구마 캐기 체험 중인 아이의 모습. 사진 / 김샛별 객원기자
열심히 고구마 캐기 체험 중인 아이의 모습. 사진 / 김샛별 객원기자
여러 농촌 체험 프로그램을 할 수 있는 서경들 마을. 사진 / 김샛별 객원기자
숲 해설가를 따라 마옥산 오솔길을 오르는 수진초등학교 학생들. 사진 / 김샛별 객원기자
마옥산 숲 체험 중 나뭇잎에 붙어 있던 곤충 알을 관찰중이다. 사진 / 김샛별 객원기자

제 얼굴보다 길고 큰 고구마를 캔 아이들이 놀라서 이것 좀 보라며 주변에 자랑한다. 질 수 없어 호미를 더 열심히 놀린 아이들의 비닐봉지가 순식간에 고구마로 가득 찬다. 

연가은 학생은 “큰 고구마도 있고 긴 고구마도 있고 이상한 모양의 고구마들이 나와서 너무 웃겼다”라며 말하는 순간에도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2~3kg의 고구마를 캔 아이들이 이번에는 고구마밭 윗길에서 이어지는 마옥산 오솔길을 숲 해설가와 함께 걷기로 했다. 해발 445m 마옥산에는 여러 코스가 있지만, 15~20분 정도의 가벼운 산책길로 삼기 좋은 오솔길이 나 있어 쾌청한 가을 하늘을 벗 삼아 아이들이 걷기엔 최적의 환경이다. 

오솔길 중간중간에는 소나무광장 등 단체로 앉을 수 있는 너른 공간이 있어 잠시 쉬어가기 좋다. 숲 해설가의 인솔에 따라 옹기종기 모여 앉은 아이들은 오솔길을 걸으며 보았던 버섯이나 나뭇잎, 꽃과 곤충들 이야기를 듣고 저마다의 생각을 이야기한다. 낙엽을 직접 만져보고, 숲의 소리를 듣고 폐 깊숙한 곳까지 숨을 들이마시며 오감으로 숲을 느낀다.

아이들과 함께 가면 딱! 이천 필수 가족 여행 코스는?
‘쌀’이 유명한 이천에 온 만큼, 쌀과 농업에 대해 더 알고 가는 것도 추천한다. 서경들 마을에서 차로 약 12분 정도 거리를 가면, 꼭 쌀알을 3개 붙여 놓은 것 같은 독특한 건물이 눈에 띈다. 쌀문화관과 농업에 대해 알 수 있도록 조성해놓은 이천 농업테마공원이다. 

벼와 허수아비가 방문객들을 반기는 이천 농업테마공원 입구. 사진 / 김샛별 기자
종합안내센터를 지나 쌀문화관으로 가는 언덕길 중간에 조성된 다랭이논. 사진 / 김샛별 객원기자
종합안내센터를 지나 쌀문화관으로 가는 언덕길 중간에 조성된 다랭이논. 사진 / 김샛별 객원기자
즉석도정쌀자판기에서 현미부터 5분도, 7분도, 9분도, 11분도를 선택해 도정할 수 있다. 사진 / 김샛별 객원기자
즉석도정쌀자판기에서 현미부터 5분도, 7분도, 9분도, 11분도를 선택해 도정할 수 있다. 사진 / 김샛별 객원기자
농업테마공원의 쌀문화관 모습. 사진 / 김샛별 객원기자
농업테마공원의 쌀문화관 모습. 사진 / 김샛별 객원기자

입구에서 쌀문화관까지 걷는 300m 길에 작지만 다랭이논을 재현해놓은 곳과 경관작물경작지, 체험용경작지 등이 있어 눈길을 잡아끈다. 부모님과 여행을 많이 한 아이들도 차창 밖으로 논밭 풍경을 지나쳐 갔을 뿐, 논두렁 사이를 걸어보거나 벼를 자세히 살펴볼 기회는 많지 않았던 아이들에게는 신기하기만 하다.

지상 1층과 지하 1층으로 구성되어 있는 쌀문화관은 이천쌀뿐만 아니라 쌀의 역사부터 시작해 농기구 전시, 쌀로 만든 가공식품 등에 대해 설명해두었다.

그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즉석도정쌀자판기다. 현미부터 5분도, 7분도, 9분도, 11분도를 선택해 도정할 수 있다. 미강 부분을 5번 벗긴 5분도 쌀은 배아가 남아 있어 단맛이 강하고, 영양도 많다. 다만 단맛 탓에 벌레들이 꼬여 마트에서는 유통이 불가한데, 이곳에서는 4000원으로 도정 체험이 가능하다. 참고로 자판기의 쌀은 이천쌀 중에서도 맛있기로 소문난 모가면의 쌀이다. 

야외정원 곳곳 공룡들을 만날 수 있는 덕평공룡수목원. 사진 제공 / 덕평공룡수목원
야외정원 곳곳 공룡들을 만날 수 있는 덕평공룡수목원. 사진 제공 / 덕평공룡수목원

‘공룡’을 사랑하는 아이들과 함께한 가족 여행객이라면 덕평공룡수목원을 빼놓을 수 없다. 수목원에 ‘공룡’ 콘텐츠를 결합한 이곳은 수목원 산책을 하며 곳곳에 거대한 공룡이 있어 아이들의 상상력을 키워주고, 재밌는 포토존이 되어준다. 

가만히 서 있는 줄만 알았던 공룡에게 가까이 다가가면, 마치 깨어나기라도 한 것처럼 고개며 발을 움직여 모형인 것을 알던 어른들도 깜짝 놀라기 일쑤다. 
트리케라톱스, 파키케팔로사우르스, 티라노사우루스 등 공룡 이름을 줄줄 꿰뚫고 있는 아이들이 지나는 걸음마다 오히려 부모에게 설명해주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한편, 공룡테마관에서는 3D영화관도 무료로 상영한다. 평일 11시부터 4시까지 한 시간 간격으로 상영하며, 주말 및 공휴일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수시상영한다.

Info 서경들 마을
주소 경기 이천시 모가면 진상미로1178번길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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