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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가을 여행] 곡식과 함께 가을날 추억까지 무르익는 곳, 창원 빗돌배기마을
[가을 여행] 곡식과 함께 가을날 추억까지 무르익는 곳, 창원 빗돌배기마을
  • 조아영 기자
  • 승인 2019.10.11 18: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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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벼 수확하고, 맛있는 뻥튀기도 만들고
가을걷이 논농사 등 80여 가지 체험 가득한 빗돌배기마을
온 가족이 즐겁게 둘러볼 수 있는 여행지와 체험관
창원 빗돌배기마을에서 수확한 벼를 들고 기뻐하는 어린이의 모습. 사진 / 조아영 기자
창원 빗돌배기마을에서 수확한 벼를 들고 기뻐하는 어린이의 모습. 사진 / 조아영 기자

[여행스케치=창원] 경남도청이 자리한 창원 도심에서 조그만 마을버스를 타고 1시간 남짓 달렸을까. 계획도시답게 반듯반듯 조성된 도로와 빌딩 숲을 지나자 거짓말처럼 너른 논과 들이 펼쳐진다. 낙동강을 사이에 둔 채 북쪽으로는 밀양시 하남읍, 남쪽으로 김해시 진영읍과 이웃한 창원 빗돌배기마을은 가을 햇살을 받으며 뛰노는 어린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하다.

작은 마을이 품은 너른 세계
대산면 송등 정류장에 하차해 누렇게 물든 논밭 사이로 10분쯤 걸음을 옮기면 빗돌배기마을에 닿게 된다. 마을 뒤편에 솟은 동산이 ‘빗돌’이라는 돌로 이루어져 있고, 우리말로 ‘아래’라는 뜻을 지닌 ‘배기’가 붙어 이름 지어진 이곳은 1920년대부터 감나무를 많이 심어 맛 좋은 단감이 나기로 유명했다. 현재 20여 가구가 거주하는 고즈넉한 마을이지만, 가을을 담뿍 머금고 있어 걸음을 멈춰 세운다.

사진 / 조아영 기자
누렇게 물든 논이 반겨주는 빗돌배기마을. 사진 / 조아영 기자
사진 / 조아영 기자
빗돌배기마을은 도심에서 마을버스로 1시간가량 떨어진 대산면에 자리한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사진 / 조아영 기자
주렁주렁 탐스럽게 익어가는 단감. 사진 / 조아영 기자

마을과 인접한 논에는 이른 오전부터 체험학습을 온 어린이들로 북적북적 활기를 띤다. 눈으로 대강 헤아려 봐도 수십 명이 넘는 숫자다. 강창국 빗돌배기마을 대표는 “오늘 오전에 체험에 참가하는 학생은 100명 정도”라며 “만족스러운 체험과 원활한 진행을 위해 체험 가능 인원은 하루 500명의 상한선을 두고 있으며, 거의 매일 수백 명의 체험객이 방문한다”고 말한다. 체험객의 연령대 또한 유치원생부터 고등학생, 성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500명이라는 체험객 수도 놀랍지만, 마을이 걸어온 길을 되짚어 보면 시선을 잡아끄는 또 다른 이력이 보인다. 바로 ‘람사르총회’와 관련된 것. 빗돌배기마을은 지난 2008년 창원에서 제10차 람사르총회가 개최되었을 당시 외국인 습지 체험단을 마을에 유치해 필드트립(field trip)을 진행하며 다른 나라와의 교류에도 적극 앞장섰다. 

사진 / 조아영 기자
강창국 빗돌배기마을 대표는 "만족스러운 체험과 원활한 진행을 위해 체험 가능 인원은 하루 500명의 상한선을 두고 있으며, 거의 매일 수백 명의 체험객이 방문한다"고 말한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이후 UN 사막화방지총회 필드트립 등 국제적 행사 유치로 마을을 찾는 외국인 방문객도 눈에 띄게 늘어났다. 강창국 대표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농업농촌 교육프로그램도 진행하기 때문에 체험을 넘어 마을에 체류하며 농업에 대해 배우는 학생도 많다”고 귀띔한다.

자연에서 뛰놀며 배우는 농업의 가치
가을의 빗돌배기마을에서는 누구나 팔을 걷어붙이고 ‘1일 농부’가 될 수 있다. 강창국 대표가 자신 있게 권하는 ‘가을걷이 논농사 4종 체험’은 마을의 대표 체험으로, 잘 영근 벼를 베는 것에서 시작한다.

모든 체험은 관련 자격을 취득한 전문 지도사가 진행하며, 논농사 체험에 참여한 어린이들은 지도사의 도움 아래 첫 수확의 기쁨을 맛본다. 제 키만 한 벼를 들어 보이며 자랑하는 어린이도 있고, 벼의 모습이 낯선지 뚫어져라 관찰하며 친구들과 재잘재잘 대화를 나누는 어린이도 보인다. 

수확한 벼를 그대로 가져가면 탈곡 과정을 체험할 수 있다. 수동 탈곡기에 벼를 대고 발판을 힘껏 구르면 타닥타닥 낟알이 떨어져 나온다. 탈곡된 낟알을 거둬들여 도정 과정까지 마치면 드디어 우리 눈에 익숙한 ‘쌀’이 완성된다. 어린이들은 “매일매일 먹는 밥이 이렇게 만들어지는지 몰랐다”며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체험 과정을 따라간다.

지도사와 어린이가 함께 수동 탈곡기에 벼를 대고 발판을 구르고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은 뻥튀기 만들기 체험. 사진 / 조아영 기자

논농사 체험은 쌀을 수확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직접 수확한 쌀로 뻥튀기를 만들어 먹는 과정은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가 뜨거운 체험 중 하나. 체험에 앞서 조태민 빗돌배기마을 사무장은 “우리 눈엔 보이지 않지만 주변은 이것으로 가득 차 있다”고 퀴즈를 내며 흥미를 유발한다. 쌀알이 공기와 만나 뻥튀기가 만들어지는 원리를 설명하기 위해서다. 

뻥튀기 기계 아래 불을 지핀 지 10분쯤 흐르자 어린이들은 귀를 꼭 막고 조태민 사무장과 함께 숫자를 헤아리기 시작한다. 이내 “뻥!” 소리와 함께 뿌연 연기 속에서 우수수 뻥튀기가 쏟아진다. 막 만든 따끈따끈한 뻥튀기를 한 줌씩 나눠 먹는 아이들에게선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자극적인 음식에 비해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연신 “맛있다”, “고소하고 담백하다”는 평을 남긴다.

사진제공 / 빗돌배기마을
빗돌배기마을에서는 단감 따기 등 80여 가지의 체험을 계절에 따라 운영한다. 사진제공 / 빗돌배기마을
사진제공 / 빗돌배기마을
전기자동차를 타고 마을을 둘러보는 어린이들의 모습. 사진제공 / 빗돌배기마을

한편, 빗돌배기마을은 논농사 체험 이외에도 80여 가지의 체험을 운영 중이다. 가을에는 단감 따기, 고구마 캐기 등 친환경 농산물 수확 체험과 감말랭이 만들기 체험, 짚풀 공예 체험도 운영한다. 계절에 구애받지 않고 전통 활쏘기(국궁) 등 전래놀이, 전기자동차ㆍ화물마차 마을투어, 생태체험도 즐길 수 있어 언제 방문해도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다.

INFO 빗돌배기마을
주요체험
가을걷이 논농사 4종 체험(벼 베기, 탈곡, 도정, 뻥튀기 또는 새참 떡 시식), 단감ㆍ고구마 수확, 전통 활쏘기(연중)
주소 경남 창원시 의창구 대산면 진산대로505번길 51-17

철새가 월동하는 저수지와 운치 있는 사찰
빗돌배기마을에서 신나는 체험을 즐기고 나서는 주남저수지로 여정을 이어간다. 차량으로 10분가량 떨어진 곳에 자리한 주남저수지는 낙동강 줄기에 형성된 동남내륙 지역의 최대 철새도래지로 이름난 곳이다. 겨울이면 쇠기러기, 가창오리, 재두루미, 큰고니 등 수많은 철새가 겨울을 나기 위해 주남저수지를 찾는다. 날이 추워질수록 귀한 철새를 보기 위해 방문하는 여행객과 출사를 나온 사진 애호가도 쉽게 만날 수 있다.

김혜옥 창원시 주남생태가이드는 “주남저수지는 과거 낙동강에 의해 만들어진 자연 배후습지였으나 1920년대부터 홍수 조절과 농수 공급을 목적으로 개간되었다”며 “저수지를 찾는 겨울 철새들을 많이 볼 수 있는 시기는 11월부터 12월”이라고 설명한다.

수많은 철새가 겨울을 나기 위해 찾아오는 주남저수지 풍경. 사진 / 조아영 기자
주남저수지 둘레길 곁에는 은빛 물억새가 자라나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람사르 협약에 관한 자세한 내용과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람사르문화관 내부. 사진 / 조아영 기자
주남저수지 둘레길의 시작점이기도 한 람사르문화관 외부 전경. 사진 / 조아영 기자

아직 주남을 찾은 철새는 많지 않지만, 저수지 주변에 조성된 둘레길을 걸으며 완연한 가을을 만끽해볼 수 있다. 길 곁에는 은빛으로 물든 물억새가 자라나 있고, 억새밭 사이로 너른 저수지가 보인다. 걷는 내내 평탄한 길과 목제 데크가 번갈아 이어져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온 가족이 함께 걷기도 무리가 없다. 

둘레길의 시작점인 람사르문화관에서는 람사르 협약에 대한 내용과 역사를 살펴볼 수 있고, 문화관 곁에 자리한 생태학습관은 저수지에 사는 식물과 곤충, 철새 등에 관한 정보를 담고 있어 더욱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시간이 남는다면 탐조대와 낙조대를 지나 주남돌다리(문화재자료 제225호)까지 함께 돌아보는 것도 좋다. 대산면과 동읍 사이를 흐르는 주천강에 놓인 돌다리로, 800여 년 전 주민들이 4m 넘는 돌을 옮겨와 다리를 놓았다는 흥미로운 전설이 전해진다. 

주남저수지를 찾은 철새의 군무. 사진제공 / 창원시청
불모산 기슭에 자리한 성주사는 금관가야의 시조인 김수로왕의 비 허 씨와 관련한 전설이 전해진다. 사진제공 / 창원시청

한편, 주남저수지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성주사는 불모산 서북쪽 기슭에 자리한 사찰로, 금관가야의 시조인 김수로왕의 비 허 씨가 아들들을 입산 시켜 승려가 되게 했다는 설화가 전해져 내려온다. 현재 성주사에서는 자연물 만다라 액자 만들기, 나를 찾는 108배 및 탑돌이(탑을 돌며 부처의 공덕을 기리고 소원을 비는 것) 등 체험형 템플스테이와 휴식형, 당일형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 사찰의 운치를 느끼며 지친 마음을 다독여볼 수 있다.

INFO 주남저수지
생태탐방코스
람사르문화관~생태학습관~탐방로~탐조대~연꽃단지~람사르문화관(0.8km)
문화탐방코스 람사르문화관~생태학습관~탐방로~탐조대~낙조대~주남돌다리~주남수문~연꽃단지~람사르문화관~창원향토자료전시관(4.5km)
주소 경남 창원시 의창구 동읍 대산면 일원

INFO 성주사
주소
경남 창원시 성산구 곰절길 191

직접 보고, 만지고, 느끼는 과학 체험까지!
고즈넉한 성주사까지 돌아봤다면 다양한 과학 체험이 가득한 창원과학체험관으로 향해보자. 경남 유일의 과학체험관인 이곳은 기초과학의 원리부터 항공우주의 역사까지 총망라한 체험관으로, 어린이들은 물론 과학을 좋아하는 어른들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체험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체험관은 총 3층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에스컬레이터로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다양한 체험이 가득한 창원과학체험관은 아이부터 과학을 좋아하는 어른까지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사진 / 조아영 기자
자연에서 발생되는 기초과학의 원리를 살펴볼 수 있는 기초과학 존. 사진 / 조아영 기자
사진 / 조아영 기자
실제 지진 때 발생하는 진동을 체험하며 대응 매뉴얼을 익혀보는 지진체험장. 사진 / 조아영 기자

6개의 구역으로 나뉜 2층 사이언스 스테이션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붉은 로봇 물고기가 시선을 잡아끈다. 요리조리 자유자재로 물살을 헤치는 로봇 물고기는 실제 물고기와 흡사해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로봇 물고기뿐만 아니라 ‘기계소재 존’에는 미니로봇과 휴보로봇 등 다양한 로봇이 전시되어 있으며, 블루투스와 초음파를 이용해 작동하는 아두이노 RC카도 조종해볼 수 있다. 

기계소재 존을 벗어나면 지진 파형을 느낄 수 있는 지진체험장을 만나게 된다. 일반 가정집 주방을 재현한 이곳에서는 실제 지진 때 발생하는 진동을 체험할 수 있고, 가스 잠금, 전기 차단, 출입문 개방 등 지진 대응 매뉴얼을 익힐 수 있다. 한 번에 6명이 체험할 수 있으며, 체험 시간은 2분 정도 소요된다. 

3층 사이언스 테마파크는 항공기와 우주에 관한 호기심을 해소해주는 공간이다. 직접 조이스틱을 당기며 항공기를 조종해보는 체험을 할 수 있고, 우주복 모양 포토존도 설치되어 있어 이색적인 기념사진을 남길 수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3층 사이언스 테마파크 초입에서는 비행기 조종 체험을 해볼 수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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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다른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우주복 모양 포토존. 사진 / 조아영 기자

더욱 짜릿하고 실감 나는 체험을 하고 싶다면 같은 층에 마련된 4D 영상관과 플라네타륨의 문을 두드려보자. 4D 영상관에서는 시뮬레이터에 탑승해 우주 관련 입체영상을 관람할 수 있고, 플라네타륨은 천체 돔에 투영되는 우주 영상과 입체음향으로 마치 우주여행을 온 듯 생생한 감상이 가능하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창원시 성산구 중앙동에 자리한 창원과학체험관 입구. 사진 / 조아영 기자

INFO 창원과학체험관
관람시간
오전 10시~오후 6시(입장 및 발권은 5시까지, 매주 월요일 휴관)
관람료 성인 3000원, 청소년 2500원, 어린이 2000원(4D 영상관 및 플라네타륨 이용요금 별도)
주소 경남 창원시 성산구 충혼로72번길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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