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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가을여행] ‘먹자쓰놀’운동이 한창인 경북의 성주군 
[가을여행] ‘먹자쓰놀’운동이 한창인 경북의 성주군 
  • 권동환 여행작가
  • 승인 2019.10.21 15: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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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성주에서 먹고, 자고, 쓰고, 놀고!
돌담길이 펼쳐진 한개마을과 아름다운 성밖숲을 시작으로
국내 유일 왕실 태실지가 남아있는 세종대왕자태실까지
수령이 오래된 듯 보이는 나무 앞에 피어난 맥문동. 사진 / 권동환 여행작가
성밖숲 산책로를 지키고 선 나무 앞에 피어난 맥문동. 사진 / 권동환 여행작가

[여행스케치=성주] ‘먹고, 자고, 쓰고, 놀고’의 줄임말인 ‘먹자쓰놀’은 즐거운 여행에 있어 필수조건이다. 경상북도 성주군에서는 ‘먹자쓰놀’ 운동이 한창이다. 자연과 역사 그리고 음식까지 고루 갖추고 있는 성주에서 가을의 하루 ‘먹자쓰놀’ 해보는 것은 어떨까?  

사진 / 권동환 여행작가
마을에 생기는 흉사를 막기위해 밤나무 숲을 조성하기 시작해 만들어진 성밖숲의 산책로. 사진 / 권동환 여행작가

아름다운 마을숲
역사와 토착 신앙, 풍수지리 등에 따라 조성된 성밖숲은 성주 군민들의 생활터이다. 오래된 왕버들로만 이루어진 성밖숲은 2019년 10대 생태관광지로 선정되어 ‘500년 왕버들 숲으로 떠난 생명 여행’이란 주제로 다양한 행사가 진행 중이다. 우수한 자연생태와 역사를 바탕으로 구성된 체험 프로그램은 혈액순환에 좋은 숲속 맨발 걷기, 아이들이 좋아할 왕버들 그리기 등이 있다. 

성밖숲의 유래는 조선 중엽 성주읍의 소년들이 이유 없이 죽는 흉사로부터 시작되었다. 남겨진 전설에 따르면 마을의 족두리바위와 탕건바위가 서로 마주 보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전해진다. 더 이상의 흉사를 막기 위해 1380년대에 풍수지리에 따라 성주읍성의 서문 밖에 밤나무 숲을 조성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모두 베어졌다. 임진왜란 시절, 전쟁으로 인해 흉흉해진 민심 때문이었다. 

전쟁의 아픔을 견뎌내기 위해 새롭게 심어진 300~500년생의 59그루는 지금까지 제자리를 지키며 성주 군민들의 정신적 안식처로 보존되고 있다. 2017년 ‘올해 가장 아름다운 숲’으로 선정된 성밖숲에 대해 더욱 자세히 알고 싶다면 숲 입구에 위치한 성밖숲정보센터를 방문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참고로 6월부터 시작한 생태체험프로그램은 11월에 끝맺음한다. 성밖숲의 가치를 느끼고 싶다면 행사 기간에 꼭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사진 / 권동환 여행작가
성밖숲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성밖숲정보센터. 사진 / 권동환 여행작가

Info 성밖숲
생태체험프로그램 일정

10월 19, 20, 26, 27일, 11월2일
음악회 
10월 29일 26일 (오후 2시~4시)
주소 경북 성주군 성주읍 경산리 
입장료 무료 (주차가능)

사진 / 권동환 여행작가
고즈넉한 매력이 있는 한개마을의 돌담길. 사진 / 권동환 여행작가

걷기 좋은 분위기의 한개마을
600년이 넘는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성주의 한개마을은 안동의 하회마을, 경주의 교촌마을과 분위기가 다르다. 인파로 북적이기보다는 주민들의 정감어린 온정을 느끼며 고즈넉한 시간을 보내기 좋은 곳이다.

조용한 한개마을도 한때는 사람들로 시끌벅적했다. 대구와 칠곡을 거쳐 김천 서울로 올라가는 길목이어서 역촌이 들어서고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렸기 때문이다. 현재는 부귀영화의 흔적이 사라지고 이름을 물려받은 한개마을만이 남아있다. 

한 개마을 여행의 핵심은 오랜 세월이 담긴 고택들을 천천히 둘러보는 것. 고택과 고택의 경계를 정해주는 돌담길을 걸을 때 과거로 돌아온 듯한 기분을 선사해준다. 수많은 고택 중 가장 인상 깊은 곳은 북비고택이다. 영화 ‘사도’에서 유아인이 맡은 역할 사도세자의 호위무관이었던 이석문이 바로 북비고택의 주인이다. 

사도세자가 영조의 명으로 뒤주에 갇히자 그 부당함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가 관직을 잃은 그는 고향인 한개마을로 내려왔다. 이후, 사랑채의 담을 헐어 북쪽에 문을 만들어 사도세자를 추모했다고 전해진다. 

이처럼 북비고택을 포함한 한개마을 고택들은 오랜 세월만큼 자신들만의 이야깃거리가 가득하다. 한편, 이곳에서는 매주 일요일 오후 2시 광대걸, 광대승천 공연이 열리며 짚공예, 한복, 전통놀이와 같은 다양한 체험활동을 즐길 수 있다. 

사진 / 권동환 여행작가
성주군의 한개마을도 한때는 역을 거치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곤 했다. 사진 / 권동환 여행작가
사진 / 권동환 여행작가
이석문 북비고택과 사도세자추모비. 사진 / 권동환 여행작가

Info 한개마을
주소
경북 성주군 월향면 한개2길 8-5
영업시간 매일 오전 9시~오후 6시
입장료 무료(주차 가능)

사진 / 권동환 여행작가
등겨장을 이용해 음식을 만드는 남경식당. 사진 / 남경식당 대표.

떨어진 입맛을 살리는 등겨장
등겨장이란 음식은 보리를 재배하던 1980년대 이전 한국인이 흔히 만들어 먹던 향토음식이다. 식문화 양식의 개선과 시대의 변화에 따라 가정의 등겨장 제조는 물론 흔히 찾기 힘든 음식이 되었다. 요즘 젊은 세대에게 익숙하지 않은 등겨장의 이름은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다. 경북 칠곡에서는 등겨장은 ‘딩기장’ 또는 ‘시금장’이라고 부르는 것이 예이다. 

우리나라만의 고유한 식품 등겨장 제조법은 보리 등겨를 반죽하여 여름철에 노릇노릇해질 때까지 불로 굽고 건조한 뒤 등겨메주로 만든다. 발효 과정을 거친 등겨메주는 겨울과 봄철에 곱게 빻아서 장으로 담가 밑반찬으로 활용한다. 

발효 시간과 온도에 의해 맛이 좌우되는 저염식 발효음식인 등겨장은 식이섬유와 비타민 그리고 아미노산이 풍부하여 소화에 도움이 된다. 다른 장과 달리 볶고 찌는 음식과 국에는 사용하지 못하고 찍고 비벼 먹는 것이 보통이다. 

한편, 경북 성주군에서는 성주대표 음식으로 등겨장을 이용한 ‘고방찬’이라는 지역대표 향토음식 브랜드로 만들어 ‘남경식당’에 보급하고 있다. 1986년에 개업을 하여 33년의 전통을 지키고 있는 이곳은 비옥한 낙동강과 천혜의 가야산에서 길러진 지역농산물로 깨끗한 음식을 만든다. 오랜 손맛으로 차려낸 한상차림은 아련한 맛을 그리워하는 어르신들에게 건강한 한 끼가 되어줄 것 같다. 등겨장을 이용한 밑반찬이 가득한 맛있는 밥상을 성주에서 만나보자.

공방찬-등겨장 쌈밥정식. 사진제공 / 남경식당 대표.

Info 고방찬 남경식당
주소 경북 성주군 성주읍 시장길 10-6
영업시간 오전 10시~오후 8시(주차 가능)

사진 / 권동환 여행작가
태실을 수호하는 사찰인 선석사. 사진 / 권동환 여행작가

전국 최대의 태실유적지
태실이란 왕실의 자손이 태어나면 ‘태’를 봉안하는 곳이다. 태란 배 속의 아기와 어머니를 이어주는 연결고리이자 생명을 창조하는 길이다. 그런 이유에서 우리의 선조들은 태 역시 신체의 일부로 여겨 함부로 버리지 않고 소중하게 다루었다. 

신분제도에 따라 태 처리방식도 달랐는데 민간의 경우 마당에 태를 묻거나 불에 태우는 소태 풍습으로 처리했다. 왕실의 경우 전국적으로 좋은 터를 찾아 날짜를 따로 잡은 뒤 ‘안태식’이라는 의식을 크게 치렀다.  의식을 치룬 뒤 항아리에 태를 넣어 묻는 장태 풍습으로 처리했다. 신분이나 지역에 따라 장태, 소태 등 처리하는 방식이 달랐지만, 태 자체를 신성하게 여긴 것은 동일했다. 

이 모든 행위는 태에 의해 흥망성쇠가 결정된다고 믿었기 때문인데 우리의 선조들이 얼마나 생명력에 대한 각별함을 느꼈는지 알 수 있는 문화이다. 왕실에서 ‘장태’라는 의식의 기원을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조선시대의 기록에 따르면 신라 말 고려 초로 추정하는데 이러한 관습은 중국에도 없는 우리만의 독특한 문화이다. 
한편, 성주의 역사가 고풍스러운 이유는 전국 최대이자 유일의 왕실태실지가 있기 때문. 세종대왕 세손(단종)의 태실을 포함한 19개의 태실이 있는 세종대왕자태실지는 성주군생명문화공원에 위치하고 있다. 태실을 포함한 우리나라만의 풍습에 대해 궁금하다면 세종대왕자태실문화관에서 선조들의 문화를 엿보는 것도 좋겠다. 

생명문화공원에서 둘러볼 곳은 이뿐만이 아니다. 현존하는 왕의 태실을 복원하여 산책로로 조성함은 물론 성주에서 가장 큰 사찰이자 태실 수호 사찰인 선석사가 있기 때문이다. 고유하게 내려오는 한국적 관습을 볼 수 있는 생명문화공원에서 역사의 한 면을 조명해보자.

늦가을의 성주는 여행자를 유혹한다. 인문, 역사, 음식, 문화적 가치를 지닌 성주의 과거과 현재를 보며 ‘먹자쓰놀’ 해보는 것은 어떨까? 

사진 / 권동환 여행작가
세종대왕자태실 문화관에 전시된 관련 물품들. 사진 / 권동환 여행작가
사진 / 권동환 여행작가
국내 유일 왕실 태실지인 세종대왕자태실지. 사진 / 권동환 여행작가

Info 세종대왕자태실생명문화공원
주소 경북 성주군 월항면 인촌리 8
입장료 무료 (주차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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