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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가을여행] 백두대간이 품은 봉화에서 가을 힐링 여행
[가을여행] 백두대간이 품은 봉화에서 가을 힐링 여행
  • 유인용 기자
  • 승인 2019.10.22 14:2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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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대째 대를 잇는 토향고택에서 숙박 체험
시베리아 호랑이 살고 있는 백두대간수목원
원효대사가 창건한 천년고찰 청량사까지
사진 / 유인용 기자
백두대간이 갈라지는 길목에 자리한 봉화는 명산을 두루 품고 있다. 봉화 백두대간수목원의 암석원을 내려다본 모습. 사진 / 유인용 기자

[여행스케치=봉화] 한반도 북쪽에서 이어지는 백두대간이 태백산맥과 소백산맥으로 나뉘는 갈림길에 자리한 경북 봉화에는 청량산, 문수산 등 이름난 명산들이 여러 곳 있다. 더불어 봉화에서는 안동, 영주 등 인근 지역과 더불어 유교적 풍토가 남아 있는 흔적도 찾아볼 수 있다. 봉화의 자연과 역사를 느낄 수 있는 여행지들을 소개한다.

12인의 독립운동가 배출한 유서 깊은 마을
봉화에는 같은 성 씨가 마을을 이루고 사는 집성촌이 아직까지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봉화군내 인근의 바래미마을은 지대가 바다보다 아래에 있다는 데에서 마을 이름이 유래됐으며 의성 김씨의 집성촌이다. 조선 후기 문신인 팔오헌 김성구 선생이 마을에 우물을 파고 농토를 개척한 것이 그 시작이다.

바래미마을에서 눈에 띄는 것은 특별한 날이 아닌데도 마을 곳곳에 태극기가 꽂혀 있다는 점이다. 일제강점기 때 활동했던 12인의 독립운동가를 배출한 곳인 만큼 선조들을 기리고 있는 것이다. 마을에서는 당시 큰 역할을 했던 장소들을 아직도 보존하고 있다.

만회고택은 마을 유림들이 모여 파리만국평화회의에 제출한 독립청원서를 작성했던 장소다. 남호고택은 상해임시정부에서 군자금을 모집할 때 전재산을 저당 잡히면서도 군자금을 제공했던 남호 선생의 생가다. 이외에도 국가유공자 문패가 걸려 있는 집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사진 / 유인용 기자
바래미마을 유림들이 모여 파리만국평화회의에 제출한 독립청원서를 작성했던 만회고택. 사진 / 유인용 기자
사진 / 유인용 기자
일제강점기 당시 독립운동가 12인을 배출한 바래미마을에는 국가유공자로 지정된 분들이 많다. 사진 / 유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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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향고택 뒤 언덕에서 마을을 내려다본 모습. 사진 / 유인용 기자

마을의 종택인 토향고택에서는 김성구 선생의 자손들이 11대 째 한 번도 집을 비우지 않은 채 대대로 이어오며 자리를 지키고 있다. 유서 깊은 고택에서 하룻밤 묵어보는 특별한 경험을 해볼 수 있으며 도자기 체험, 민속놀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토향고택의 종부인 김희선 씨는 “오직 고택 숙박만을 위해 토향고택을 찾는 방문객들도 많다”며 “도심과 떨어진 오래된 고택에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면 절로 힐링이 된다”고 말했다.

INFO 바래미마을 토향고택
주소 경북 봉화군 봉화읍 바래미1길 43

500년의 역사 품은 서당과 정자
바래미마을에서 차량으로 10분 거리의 닭실마을은 안동 권씨의 집성촌으로 풍산의 하회마을, 경주의 양동마을, 안동의 내앞마을과 함께 영남의 4대 길지 중 하나로 손꼽히는 곳이기도 하다. 마을로 들어서면 황금빛으로 익은 드넓은 논이 방문객을 먼저 맞이한다.

닭실마을의 이름은 지형이 마치 한 마리 닭이 날개를 활짝 편 채 마을을 품고 있는 것 같다는 데에서 유래됐다. 가을의 닭실마을은 돌담을 쌓아올린 가옥들과 노랗게 익은 벼, 하늘거리는 코스모스들이 어우러져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닭실마을에 안동 권씨가 살기 시작한 것은 조선시대 충재 권벌 선생이 기묘사화 이후 파직당해 이곳에 정착하면서부터다. 마을 입구의 충재박물관에서는 권벌 선생과 닭실마을에 대해 자세히 알아볼 수 있으며 권벌 선생이 항상 품에 갖고 다니며 읽었다는 보물 제262호 <근사록> 등 관련 유물도 남아 있다.

사진 / 유인용 기자
벼가 노랗게 익은 닭실마을의 풍경. 사진 / 유인용 기자
사진 / 유인용 기자
충재 권벌 선생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충재박물관. 사진 / 유인용 기자
사진 / 유인용 기자
거북이모양 바위 위에 만들어진 청암정. 사진 / 유인용 기자

마을 종택에는 권벌 선생의 27대 후손이 아직도 살고 있으며 종택 뒤편으로는 선생이 후학을 양성하던 서당과 거북바위 위에 만든 정자인 청암정이 남아 있다. 권벌 선생이 16세기 초반에 활동했으니 약 500여 년의 역사를 품은 곳이다. 처마의 빛이 바랜 서당은 세월의 흔적을 말해주고 청암정은 정자 주변으로 물길이 휘감아 돌면서 수려한 풍경을 완성한다.

청암정은 드라마 <바람의 화원>, <정도전> 등의 촬영지로 이름나며 방문객들이 종종 찾는 곳이지만 사유지인 만큼 단체 관람이나 작품 사진 촬영 등을 할 경우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음식물 반입 및 애완동물의 동반 출입도 불가하다.

INFO 닭실마을 청암정
관람시간 오전 10시~오후 4시
관람요금 무료
주소 경북 봉화군 봉화읍 충재길 44

시베리아 호랑이가 내 눈앞에
봉화에는 수려한 풍경을 자랑하는 산이 다양하지만 등산이 부담스럽다면 가장 좋은 선택지는 백두대간수목원이다. 문수산 한 자락의 백두대간수목원은 31개의 주제별 전시원으로 나뉘어 있으며 2700종 이상의 식물을 보유하고 있어 사시사철 다양한 꽃과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백두대간수목원에서 가장 인기 많은 전시원은 호랑이 중 가장 크다는 시베리아 호랑이를 축구장 7개 넓이 울타리에서 사육하고 있는 호랑이숲이다. 호랑이는 야행성이기 때문에 낮 시간에는 주로 낮잠을 자는데 운이 좋으면 울타리 내를 어슬렁거리는 호랑이를 관찰할 수 있다. 호랑이숲 인근으로는 바위 사이로 크고 작은 꽃들이 자라고 있는 암석원, 습지 식물들을 관찰할 수 있는 고산습원 등이 있어 함께 둘러보기 좋다.

사진 / 유인용 기자
백두대간수목원은 호랑이 중 가장 큰 종인 시베리아 호랑이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사진 / 유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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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수목원의 입구. 사진 / 유인용 기자
사진 / 유인용 기자
수목원에서는 다양한 꽃들도 볼 수 있다. 사진 / 유인용 기자

수목원 내를 걸어서 돌아보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트램을 이용할 것을 권한다. 매표소와 단풍식물원을 왕복 운행하기 때문에 단풍식물원에서 내려 호랑이숲과 주변을 둘러보며 걸어 내려오면 된다. 특히 가을에 찾기 좋은 단풍식물원에서는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품종뿐 아니라 네군도단풍, 섬단풍 등 독특한 단풍나무도 구경할 수 있다.

나무를 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직접 만져보며 만들기 체험을 해보고 싶다면 목재문화체험장을 들러보자. 봉화군내에서 백두대간수목원으로 가는 길에 자리하며 작은 솟대부터 우편함, 자석 홀더, 열쇠고리 등 목재를 활용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체험장 1층의 전시실에서는 여러 목재에 대해 자세히 알아볼 수 있다. 체험은 현장 접수제로 운영된다.

사진 / 유인용 기자
목재문화체험장에서는 나무를 활용해 다양한 만들기 체험을 해볼 수 있다. 사진 / 유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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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재문화체험장의 프로그램은 현장 접수로 운영되며 금액은 체험 및 나무 종류 등에 따라 다르다. 사진 / 유인용 기자

INFO 백두대간수목원
관람시간 오전 9시~오후 6시(오후 5시까지 발권 가능)
관람요금 성인 5000원, 청소년 4000원, 어린이 3000원 (트램 1회 이용료 성인 1500원, 청소년 및 어린이 1000원)
주소 경북 봉화군 춘양면 춘양로 1501

INFO 봉화목재문화체험장
주소 경북 봉화군 봉성면 구절로 151

첩첩산중 사이 천년고찰, 청량사
봉화의 남쪽에 자리한 청량사는 신라시대 원효대사가 세웠다고 전해지는 천년고찰이다. 주차장에서 출발해 산길을 따라 30여분 정도 올라가면 빽빽하게 심어진 나무들과 둥근 암봉에 둘러싸인 사찰이 눈에 들어온다. 건물들은 봉우리를 따라 세워져 단층이 있으며 중간 즈음에 유리보전이 있다.

다른 사찰의 대웅전에 해당되는 유리보전에는 보물 제1919호인 건칠약사여래좌상이 주불로 봉안돼 있다. 유리보전의 정면으로는 아름드리 소나무가 한 그루 자라나 있는데 자세히 보면 굵은 기둥이 세 개다. 원효대사가 청량사를 창건할 때 온갖 자재들을 다 날랐던 뿔이 세 개인 소가 있었는데, 절이 문을 열기 하루 전 죽어버려 땅에 묻었더니 그 자리에서 자라났다는 나무다. 소의 무덤은 삼각우총, 나무는 삼각우송이라고 부른다.

첩첩산중의 사찰인 만큼 물이 귀한 곳이지만 한 스님이 기와를 활용해 계곡물이 사찰을 지나 흐르도록 물길을 만들면서 사찰의 풍경이 한층 더 풍성해졌다.

사진 / 유인용 기자
청량산 봉우리 사이에 자리한 청량사. 사진 / 유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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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효대사의 청량사 창건을 도왔던 뿔이 세 개인 소가 죽은 무덤에서 자라났다는 삼각우송. 사진 / 유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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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사 유리보전. 보물 제1919호인 건칠약사여래좌상이 주불로 봉안돼 있다. 사진 / 유인용 기자
사진 / 유인용 기자
청량사 가는 길목의 산꾼의 집에서는 김성기 시인이 머물며 등산객들의 말벗이 되어준다. 사진 / 유인용 기자

청량사로 오르는 길은 크게 두 곳으로 나뉘는데 하나는 산을 둘러 가는 흙길이고 하나는 차량이 다닐 수 있도록 만든 포장도로다. 흙길은 코스가 긴 대신 나무와 주변 풍경을 감상하며 걸을 수 있고 포장도로는 코스가 짧은 대신 경사가 가파르다. 흙길의 경우 청량사까지 왕복 시간은 약 1시간이고 포장도로의 경우 40분가량 소요된다.

흙길로 오갈 경우 청량사에서 5분 거리의 산꾼의 집이 들러볼 만하다. 언뜻 보기에는 찻집처럼 생겼지만 따뜻한 약차 한 모금으로 목을 축일 수 있는 쉼터다. 시집 <나도 누군가에게 그리움이고 싶다>를 낸 김성기 시인이 머물면서 작은 솟대를 만들어 팔고 등산객들의 말벗이 되어준다. 김성기 시인의 아코디언 연주도 들어볼 수 있다.

INFO 청량사
주소 경북 봉화군 명호면 청량산길 199-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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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원 2019-11-04 06:28:43
봉화 백두대간수목원외 만회고택까지
소개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