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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제철 맛기행 ①] 제주를 가득 품은 무 맛! 배처럼 달큼한 제주 월동무
[제철 맛기행 ①] 제주를 가득 품은 무 맛! 배처럼 달큼한 제주 월동무
  • 김세원 기자
  • 승인 2019.11.08 17: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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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수확하는 제주 월동무
잘 익은 무는 배맛이 나는 것이 특징
무와 돼지고기가 잘 어울리는 향토 음식 접짝뼈국
사진 / 김세원 기자
제주 농작물 재배면적 중 가장 넓은 범위를 자랑하는 제주 무. 사진은 제주 무 밭. 사진 / 김세원 기자

[여행스케치=제주] 제주의 월동무는 육지의 무와 다르다. 좀 더 아삭하고 달큼해 무생채로 먹으면 씹는 재미가 있고, 조림으로 푹 익혀 먹으면 무가 만들어낸 풍미가 입안을 가득 채운다. 한 번 먹으면 잊을 수 없는 맛, 제주 월동무는 한겨울 제주가 반가운 이유다.

겨울이면 수확을 시작하는 제주의 무는 제주도에서 나는 농작물 중 가장 넓은 재배면적을 차지한다. 서귀포를 제외하고서도 제주 전체에서 경작되고 있어, 올레길을 걷는 올레꾼들도 길을 걷다보면 여기저기서 만나곤 한다. 

사진 / 김세원 기자
화산토에서 자란 제주 월동무는 영양분이 뛰어나다. 사진 / 김세원 기자

겨울에 만나는 제주의 맛, 월동무
김장 무, 봄 무처럼 제주의 무를 지칭하는 말이 있다. 바로 ‘월동무’. 육지에 채소가 귀해지는 한겨울에 수확해 겨우내 먹는, 겨울을 나는 무라는 의미이다. 

8~9월에 파종을 한 후 11월 중순부터 수확하는 월동무는 4월까지 수확하기 때문에 한겨울은 물론이고 저온 저장창고를 사용하면 다음 수확 전까지 맛볼 수 있다. 

제주의 귤이나 당근에 비해 유명세가 크지 않지만, 사계절 내내 유통되어 우리는 알게 모르게 제주의 무로 한해를 난다. 당근으로 이름을 알린 구좌읍에서도 무밭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구좌읍에 자리한 ‘다울친환경영농조합법인’의 경작지도 그중 하나. 

무밭은 제각각의 모습으로 영역을 구분하고 있다. 특히 구멍이 송송 뚫린 현무암으로 세워진 밭담이 이곳이 제주도임을 여실히 드러낸다. 

사진 / 김세원 기자
무청을 모아 제치자 무의 윗 부분이 드러난다. 사진 / 김세원 기자
사진 / 김세원 기자
김두형 다울친환경영농조합법인 대표. 사진 / 김세원 기자

추운 날씨에도 푸릇한 무청이 존재감을 내뿜는다. 무성한 무청을 살짝 제치자 새까만 흙에 묻힌 무의 윗부분이 하얀 모습을 살짝 비춘다. 무만큼이나 길게 자란 무청을 한데 모아 잡고 살살 흔들며 힘을 줘 당기자 쑥 하고 뽑혀 나온다. 

제주에서 판매하는 월동무의 특징이라면 모두 세척무라는 점. 밭에서 막 뽑아낸 듯 흙이 묻은 것이 육지 무라면 제주 월동무는 수확되자마자 공장으로 옮겨져 깨끗이 목욕재계를 마친다. 제주의 어느 농장을 가던 마찬가지인데, 그래서인지 세척무는 이제 제주 무의 특징이 되었다. 무를 구매하는 고객의 의견이 반영된 결과라는 것이 김두형 다울친환경영농조합법인 대표의 설명이다. 

사진제공 / 다울친환경영농조합법인
다 자란 월동무는 배만큼 단 맛을 자랑한다. 사진제공 / 다울친환경영농조합법인
제주의 무는 모두 세척 후 판매된다. 사진제공 / 다울친환경영농조합법인

Info 다울영농협동조합
구매 방법 전화 혹은 방문 구매 20kg(한 박스) 단위로 판매
주소 제주 제주시 구좌읍 다랑쉬로 9-30

사진제공 / 다울친환경영농조합법인
밭담에 기대선 월동무. 사진제공 / 다울친환경영농조합법인

겨울을 견뎌낸 무의 달콤함
제주도 곳곳에 자리한 오름과 한라산에서 알 수 있듯 제주도의 땅은 화산토이다. 영양분이 많으면서도 물이 잘 빠져 월동무가 추운 겨울을 나기에 좋은 환경이다. 밤부터 새벽까지는 영하로 떨어져 살짝 얼었던 무가 낮이면 상온으로 올라가 녹는 과정을 반복하며 무는 살아남기 위해 주변의 영양분을 빨아들인다. 그 결과 육지 무보다 훨씬 달고 아삭한 월동무가 만들어진다. 

사진 / 김세원 기자
 무청을 쥐고 살살 흔들어 빼자 쑥 뽑힌다. 사진 / 김세원 기자
사진 / 김세원 기자
세척을 마친 월동무는 저온 저장창고에 보관된다. 사진 / 김세원 기자

수확 시기 전 무는 맵싸하고 얼얼한 맛이 나지만 뽑히기만을 기다리는 다 자란 무는 그냥 먹어도 시원하고 달아 맛이 좋다. 김두형 대표는 “제철을 맞은 제주 월동무는 달짝지근한 배 맛이 나는 것이 특징”이라며 “아삭하기까지 해 생으로 먹어도 그 맛이 일품”이라고 설명한다. 

깨끗이 세척된 무를 숭덩숭덩 잘라 한 입 베어 물자 “아삭”하는 소리와 함께 단 무향이 느껴진다. 단단한 무에는 화산토의 영양분과 수분이 들어차 물을 먹은 것 마냥 목마름이 해소된다. 

사진 / 김세원 기자
제주의 향토 음식인 접짝뼈국. 무가 들어가 맛이 시원하다. 사진 / 김세원 기자

함께 먹으면 더 맛있는 무와 돼지고기
싱싱한 갈치를 칼칼한 양념에 졸인 갈치조림부터 고등어조림 등 제주도에서 맛볼 수 있는 음식 중에는 무가 들어가는 것이 많다. 손가락 한 마디만큼 도톰한 무를 푹 익힌 무는 매콤하면서도 짭짤한 양념과 잘 어울린다. 

조림에 들어간 무도 좋지만, 제주도 향토 음식과 함께 월동무를 즐겨보는 것도 좋다. 돼지머리와 갈비 사이의 뼈(접짝뼈)를 사골처럼 폭 고아낸 육수에 제주 무와 메밀가루를 넣고 끓인 접짝뼈국은 쉽게 설명하자면 제주의 갈비탕이다.  

사진 / 김세원 기자
접짝뼈국을 맛볼 수 있는 구좌읍의 음식점 모다정. 사진 / 김세원 기자
사진 / 김세원 기자
국에 들어가는 무가 돼지고기의 느끼함을 잡아줘 잘 어울린다. 사진 / 김세원 기자

오랜 시간 접짝뼈국을 끓여 온 모다정 사장은 “무의 시원한 맛이 돼지고기의 느끼한 맛을 잡아줘서 아주 잘 어울린다”며 “육수 안에서 푹 익은 무는 무척 부드러워 무를 많이 달라고 하는 손님도 많다”고 말한다. 

걸쭉한 국물과 함께 접짝뼈에 붙은 고기를 뜯다 느끼할 찰나 무를 한 입 크게 맛본다. 담백한 육수를 머금은 무가 부드럽게 부서지면서 시원한 맛을 낸다. 더 깔끔한 맛을 원한다면 국물에 청양고추를 넣어 먹거나, 함께 나온 무장아찌를 먹어도 좋다. 제주 무로 만들어 아삭아삭 씹는 재미가 있다. 

Info 모다정 
가격 접짝뼈국 8000원
주소 제주 제주시 구좌읍 세평항로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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