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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12월호
[여행 레시피] 하루에 돌아보는 장성ㆍ정읍 느낌여행, 늦가을 길목에서 떠난 시티투어 ‘남도한바퀴’
[여행 레시피] 하루에 돌아보는 장성ㆍ정읍 느낌여행, 늦가을 길목에서 떠난 시티투어 ‘남도한바퀴’
  • 황소영 객원기자
  • 승인 2019.11.15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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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 정읍 주요 명소를 돌아보는 시티투어 '남도한바퀴'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무성서원과 필암서원부터
늦가을 정취 즐기기 좋은 장성호, 쌍화탕 거리까지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아홉 곳의 서원 중 한 곳인 무성서원.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여행스케치=장성ㆍ정읍] 지난 7월, 우리나라의 서원 아홉 곳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교육을 기초로 형성된 성리학에 기반한 한국 사회 문화 전통의 특출한 증거’ 등이 선정 이유다.

광주광역시를 출발해 전라남도, 또 전남과 경계를 이룬 이웃 도의 주요 명승지를 묶어 둘러본 후 다시 광주로 돌아오는 ‘남도한바퀴’는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매일매일 운행하는 시티투어 형식의 하루여행 코스다. 11월 30일까진 30여 개의 가을여행상품을, 그 이후엔 겨울에도 가능한 주말 프로그램으로 새로운 여행객을 맞을 계획이다.

11월 말까지 운행하는 가을여행상품은 강진·완도 역사문화산책, 영광·고창 펀펀여행, 해남·진도 향토문화여행, 보성·장흥 마음테라피, 곡성·남원 달콤여행, 함평·신안 생태여행, 구례·하동 지리산 문학길 등의 당일여행 코스로 이뤄졌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장성·정읍 느낌여행’ 코스를 선택하면 관람할 수 있는 정읍 무성서원.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남도한바퀴 시티투어버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30여 개의 여행지 중 딱 한 곳을 정하는 것도 보통 어려운 게 아니어서 몇 번을 고민하다 ‘장성·정읍 느낌여행’을 최종 선택한다. 이번 여행 코스엔 소수서원, 남계서원, 옥산서원, 도산서원, 도동서원, 병산서원, 돈암서원과 함께 지난 7월 유네스코(UNESCO) 세계유산에 등재된 두 개의 서원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이 절실한 아침, 아직 출발 시간에 여유가 있단 걸 확인한 후에야 승강장 앞 카페에 들러 커피를 주문한다. 광주 유스퀘어 버스터미널 32번 홈엔 승객을 기다리는 초록의 버스가 정차돼 있다. 명단을 확인하고 배정된 자리에 오른다. 월요일이기도 했지만 생각보다 조촐한 인원인데, 다음 정차지인 송정역에서 꽤 많은 인원이 탑승한다. 

드문드문 비었던 자리에 꽃처럼 밝은 옷들이 점점이 찍힌다. 광주를 출발한 버스는 장성에 들러 문화관광해설사를 태우고 첫 번째 목적지로 향한다. 도로를 달리는 동안 커피는 식고 줄었지만, 목적지에 다다를수록 가슴 속 설렘은 뜨겁게 차오르고 있었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투어 내내 해설사의 설명이 더해진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하서 김인후의 필암서원
장성 필암서원(사적 제242호)은 1590년(선조 23) 하서 김인후(1510∼1560)를 추모하기 위해 세웠다가 1597년 정유재란 때 불타 없어진 것을 1624년(인조 2)에 다시 지은 것이다. 잘 모르면 사진 몇 컷만 찍고 지나갔을 장소도 해설사와 함께라면 여행의 깊이가 달라진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필암서원은 임금이 직접 현판을 내린 사액서원 중 하나이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청절당, 동재와 서재, 장각판부터 작은 유물전시관까지 알차고 유익하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공부하는 곳을 앞쪽에, 제사 지내는 곳을 뒤쪽에 배치했습니다. 필암서원이라고 쓴 현판은 임금께서 직접 내려주신 거고요.” 서원의 출입문이자 유생들의 휴식공간이었던 확연루는 고개를 빳빳이 들고는 들어설 수 없다. 낮은 자세로 ‘입문’을 통과하면 청절당, 동재와 서재, 경장각, 우동사, 장판각 등이 차례로 나온다. 

작은 유물전시관도 알고 보면 제법 알차고 유익하다. 50분쯤 머물다 버스로 돌아갈 때까지 “청산도 절로절로 / 녹수도 절로절로 / 산도 절로 물도 절로 하니 / 산수간 나도 절로 / 아마도 절로 삼긴 인생이라 / 절로절로 늙사오리”란 김인후의‘자연가’가 발끝에 따라 붙는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장성호의 출렁다리는 비상하는 두 마리의 황룡을 형상화한 것으로 주차장에서 왕복 3.4km 거리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장성호와 사거리전통시장
황룡강 상류를 막아 만든 장성호는 낚시, 수상스키, 카누 등을 즐기는 동호인은 물론 출렁다리를 오가는 왕복 3.4km의 트레킹 코스 덕분에 남녀노소 모두에게 인기가 많은 곳이다. 버스에서 내리니 댐 위로 올라서는 기다란 계단이 보인다. 

“힘든 분은 찻길을 따라 오셔도 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승객은 200여 개의 계단을 선택한다. 댐으로 올라섰다면 더 이상 힘든 길은 없다. 출렁다리까진 오솔길처럼 편한 데다 백암산과 입암산의 물줄기를 모아 만든 댐 안엔 남도의 가을이 고스란히 비쳐 보여 걷는 재미를 더한다. 

30분 후쯤 장성호에 걸린 샛노란 출렁다리가 보인다. “비상하는 두 마리의 황룡”을 형상화했다는 다리다. 카메라를 들 때마다 출렁, 오가는 이의 걸음에 맞춰 꿀렁꿀렁, 바람에 날리듯 다리가 춤을 춘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낚시, 수상스키, 카누 등을 즐기는 동호인에게 인기가 좋은 장성호.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황룡강 상류를 막아 만든 장성호에는 주변을 따라 이어진 산책길이 있어 걷기에 딱 좋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사거리 전통시장에서 판매하는 말린 고추.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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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거리전통시장 맞은편의 그림벽화 골목. 고흐의 해바라기 그림 등이 그려져 있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1910년 이래로 장이 서기 시작한 사거리전통시장에서 점심을 먹기로 한다. 1일과 6일 장이 열리지만 이미 파장을 한데다 생각보다 규모가 작다. 시장보다 더 눈이 가는 건 길 건너 골목의 그림 벽화였다. ‘옐로우시티’라는 장성의 대표 슬로건답게 하얀 벽마다 고흐의 해바라기가 늦가을 햇발에 흔들리고 있었다. 

그림 속 해바라기와는 달리 담장 너머의 감이며 석류에선 붉은 생명력이 활기차다. 골목을 잠시 거닐다 시간에 맞춰 버스로 돌아간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한국의 서원' 아홉 개 중 전남의 유일한 서원인 무성서원.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무성서원에 내려앉은 계절
장성을 떠난 ‘남도한바퀴’ 버스는 도계를 넘어 전북 정읍의 무성서원(사적 제166호)으로 향한다. 필암서원과 무성서원 모두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인정한 ‘한국의 서원’ 아홉 개 중 각각 전남과 전북의 유일한 서원이자 19세기 말 시행된 서원철폐령에도 무사한 곳들이다. 

무성서원은 신라말 태산(태인) 태수로 부임해 8년간 선정을 베푼 최치원(857~?)을 기리기 위해 생사당, 그러니까 살아있는 사람을 모신 사당을 세운 데서 유래했다. 건립 당시엔 태산서원으로 불렸는데 1696년(숙종 22) 무성서원으로 사액 돼 지금에 이른다.

“자연경관 속에 입지한 여느 서원과는 달리 이곳은 마을 속에 위치해 주민들 스스로 보존과 운영에 참여합니다.” 안내자의 설명대로 서원은 누구에게나 개방돼 있다. 어찌나 보존이 잘 됐는지 오래된 목조건물에선 반짝반짝 윤이 난다. 조선의 한가운데 와있는 방문객들은 탁 트인 강당 마루에 누워 잠시 노곤한 휴식에 빠져든다.

무성서원 또한 필암서원과 마찬가지로 사액서원이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해설이 함께 해 더 깊이 있는 관람을 할 수 있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일정의 마지막을 장식한 정읍의 쌍화탕. 밤, 잣, 대추 등이 고명으로 올라간 한방차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무성서원은 전라북도 내 유일한 서원으로 고운최치원, ‘상춘곡’을 지은 정극인 선생 등 성리학을 보급하고 장려한 칠현(七賢)을 배향하고 있습니다. 또 우리나라 최초의 향약인 고현동향약을 시행했고, 을사늑약 체결 후 최익현을 중심으로 한 호남 최초의 의병이 창의한 곳이지요.” 설명이 이어지는 동안에도 몇 팀의 여행객들이 머물다 사라진다. 유네스코에 등재된 이후 찾는 이가 부쩍 많아졌다.

서원을 나와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전설의 쌍화차거리’. <세종실록지리지>와 <신동국여지승람>에 기록될 만큼 오래된 정읍의 차 문화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궁중탕약에서 영향 받은 정읍만의 쌍화탕은 숙지황, 생강, 대추 등 총 20여 개의 엄선된 약재에 밤, 은행, 잣 등의 고명을 넣고 만든 한방차다.

하루 종일 같은 버스를 타고, 같은 공간을 걸었으면서도 서먹했던 이들이 뜨거운 곱돌 찻잔을 마주하고 앉아 서로의 마음에 각인된다. “다음에도 오실 거지요?” 오늘보다 좋을 다음 여행을 꿈꾸며 ‘남도한바퀴’는 원점으로 회귀한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남도한바퀴 시티투어 장성·정읍 느낌여행은 유스퀘어버스터미널 기준 오전 8시 20분 출발이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원데이 장성·정읍 느낌여행 레시피
① 남도한바퀴 시티투어는 광주광역시 유스퀘어버스터미널 32번 홈과 송정역 택시 승강장에서 각각 탈 수 있다. 장성·정읍 느낌여행은
터미널 기준 아침 8시 20분 출발이다. 검색창에 ‘남도한바퀴’를 입력한다. 미리 예약을 하는 게 좋다. 문의 062-360-8502
② 광주에서 1시간 거리의 장성에 도착해 약 50분간 필암서원 관람 후 15분 거리의 장성호로 이동한다. 장성호에서 출렁다리까지는 왕복
3.4km로 여유 있게 1시간 이상이 주어진다. 이후 사거리전통시장에서 점심식사를 한다. 게장, 칼국수, 오리탕, 돈까스 등이 먹을 만하다.
③ 30분 거리의 전북 정읍으로 이동해 무성서원으로 향한다. 문화관광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50여 분간 자유롭게 관람한다. 마지막으로 정읍
쌍화차거리의 쌍화탕(6000원 개별 부담)을 마시며 담소를 나눈다. 이후 광주로 돌아와 일정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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