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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만화 속 배경 여행] 허영만 화백의 자취가 어린 여수 고소동 천사벽화마을
[만화 속 배경 여행] 허영만 화백의 자취가 어린 여수 고소동 천사벽화마을
  • 서찬휘 여행작가
  • 승인 2019.11.14 08: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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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앞바다와 접한 언덕 마을, 고소동
'타짜', '꼴' 등 벽화로 재탄생한 허영만 화백의 작품
제3구간에서는 바다 조망하며 쉬어갈 수 있어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여수 고소동 천사벽화마을에서 바라본 돌산대교와 바다 전경.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여행스케치=여수] ‘밤바다’로 이름난 전남 여수는 <타짜>, <식객>, <각시탈> 등을 펴낸 허영만 화백의 고향이기도 하다. 허 화백은 오래전 완행열차를 타고 고향으로 향했던 자전적 단편을 그린 적이 있고, TV 프로그램에서 자주 찾던 단골집을 소개하는 등 여수에 대한 이야기를 지속해서 남기고 있다. 여수 고소동에는 허 화백의 만화가 벽화로 그려진 천사벽화마을이 자리한다.

고소동은 여수 앞바다와 접한 언덕 마을로, 이 고장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마을이다. 이순신 장군이 작전을 짜고 명령을 내린 ‘고소대’에서 마을 이름이 유래하였고, 진남관과 타루비를 비롯해 이순신과 관련한 유적이 산재해 있다. 또한 높은 지대에 자리한 만큼 이순신 장군의 흔적과 자취를 바다와 함께 조망할 수 있는 훌륭한 전망대 역할을 하기도 한다.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이순신광장의 전라좌수영 거북선.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이순신광장 중앙에 세워진 성웅 이순신 동상.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따스한 정서가 묻어나는 벽화마을
고소동 천사벽화마을은 2012년 여수 엑스포를 개최할 시기에 다양한 벽화를 조성하면서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관광 명소로 탈바꿈했다. 이순신 장군이 전라좌수영 본영으로 썼던 진남관을 시작으로 여수 해양공원까지의 거리가 1004m라는 점에서 착안해 ‘천사벽화마을’이라는 별칭을 붙였다고 한다. 지자체에서 주도한 개발이 아니라 실제로 마을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성금을 모금해 제작했다는 점도 특별하게 느껴진다.

벽화마을은 온 가족이 함께 찾아도 즐겁게 둘러볼 수 있지만, 언덕배기 마을인 만큼 계단이 가팔라 아이들의 안전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골목에 조성된 벽화마을의 특성상 한 번에 모든 구간을 다 돌아보려면 봤던 곳을 일부 다시 마주치게 되기도 한다. 그러나 시간을 들여 천천히 돌다 보면 곳곳에 자리한 전망 포인트와 유적들, 곳곳의 볼거리들을 빠짐없이 감상할 수 있다.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언덕배기 마을인만큼 계단을 오르내릴 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오포대 근처에 자리한 이순신 장군 벽화. 곳곳에 이순신을 소재로 한 벽화들이 있다.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구간에는 다양한 포토존이 마련되어 있다.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길고양이 급식소. 길에 사는 동물을 보듬는 모습이 따뜻하게 느껴진다.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고소동 주민들은 외지인임이 분명해 보이는 여행객들 사이에서 자신의 일상을 보내다가 도움이 필요해 보이는 이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 말을 걸고 안내를 해주기도 한다. 게다가 주민들이 돈과 마음을 모아 골목 한편에 길고양이 사료통을 마련해 놓은 점이나 동네 터줏대감인 고양이를 아예 벽화로 그려놓은 모습은 이곳의 마을 공동체가 품은 끈끈한 유대감과 따스한 정서를 보여주는 듯하다.

INFO 고소동 벽화마을
주소
전남 여수시 고소동 268

제3구간에 자리한 허영만 만화 벽화
벽화마을은 모두 9개 구간으로 되어있는데, 구간별로 ‘동심의 세계(제1구간)’, ‘바다와 여수 풍경 이야기(제2구간)’, ‘생활 이야기(제3구간)’, ‘동물과 판타지(제4구간)’, ‘여수의 어제와 오늘(제5구간)’, ‘사계절 자연 풍경(제6구간)’, ‘이순신 장군 일대기(제7구간)’, ‘여수8경(제8구간)’, ‘바다 속 이야기(제9구간)’등 다양한 주제를 담고 있다.

마을로 들어서는 입구는 1구간의 ‘종포문’, 3구간의 ‘낭만포차문’, 7구간의 ‘진남관문’과 9구간의 ‘이순신 광장문’ 등 4곳이 마련되어 있어 어느 방향에서나 접근성이 좋고, 마음이 가는 대로 코스를 짜서 움직이면 된다. 전체를 다 걸어 보고 싶다면 1구간에서 시작해 9구간까지, 혹은 그 반대로 둘러보는 것도 좋겠다.

곳곳에서 여수 바다를 조망할 수 있음은 물론 오포대와 같은 근대 유적, 이순신 장군과 얽힌 유적인 고소대, 복싱 세계 챔피언 김기수 선수의 체육관 등 함께 살펴볼 만한 곳들이 많다.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고소동 천사벽화마을 입구 중 하나인 이순신광장문.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제3구간에는 '만화가 허영만 선생의 벽화 갤러리'라는 글씨가 쓰여있다.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볕이 잘 드는 공터에 자리한 허영만 벽화 골목.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진입로 구석구석에도 벽화가 그려져 있어 지루하지 않게 돌아볼 수 있다.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허영만 벽화 골목은 이 가운데 제3구간 한복판 볕 잘 드는 공터 지대에 자리한다. ‘만화가 허영만 선생의 벽화 갤러리’로 이름 붙은 이곳은 허영만의 대표작 <식객>을 시작으로 <말에서 내리지 않는 무사>, <타짜>, <꼴>, <제7구단>(훗날 <미스터 고>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된 작품), <날아라 슈퍼보드>, <꼬마대장 망치>, <세일즈맨>, <사랑해>에 이르기까지 허영만 만화의 과거와 현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작품을 소재로 삼아 새로운 벽화를 창작했다기보다는 표지나 작품 속 대표 이미지를 벽화로 옮겨놓은 경우가 많지만, 허영만 선생이 오랜 시간에 걸쳐 끊임없이 시대적 트렌드를 놓치지 않았다는 것이 고스란히 읽혀 흥미롭다.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사랑에 관한 명언, 잠언을 다양한 에피소드와 함께 풀어낸 <사랑해>.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영화화되어 더욱 널리 알려진 작품 <식객> 벽화.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또한, 영화화된 작품 <식객>과 <타짜>는 널리 알려져 있어도 <세일즈맨>이나 <꼬마대장 망치>를 아는 이들은 많지 않으리라 생각하면 허영만 화백이 얼마나 오랜 시간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지 새삼 실감 난다. 화백이 동료들과 함께 여행을 다니며 겪었던 일화를 담은 자전 만화도 벽화로 옮겨져 있어 잔재미를 더한다. 한편, 허영만 만화 벽화가 그려진 공터 구간은 앞이 탁 트여 있고, 근처에 카페가 여럿 자리해 바다를 조망하며 쉬어가기에도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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