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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3월호
[드라마 속 여행지]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촬영지, 포항 구룡포를 거닐다
[드라마 속 여행지]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촬영지, 포항 구룡포를 거닐다
  • 송인경 여행작가
  • 승인 2019.11.14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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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속 장면을 찾아 떠난 구룡포 여행
근대역사관ㆍ일본인 가옥거리에서 역사의 흔적 만나기도
얼큰하고 뜨끈한 국물로 입맛 사로잡는 '모리국수'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푸른 하늘과 바다가 맞닿아 있는 포항 구룡포.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여행스케치=포항] 과거보다 모든 것이 넉넉해졌지만, 자존감만큼은 풍족하지 못한 시대에 살고 있다. 가진 것도, 배움도 늘었지만 늘 움츠리게 되는 삶을 사는 현대인들. 그런 우리에게 “넌 할 수 있어”라고 응원하며 무한 긍정의 힘을 심어주는 한 편의 드라마가 방송됐다. 바로 KBS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이다. 

많은 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명언과 명장면으로 매회 화제를 모으는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주인공들이 건넨 따뜻한 위로와 응원을 되돌아보며 작품에서 ‘옹산’으로 불리는 작은 마을, 경북 포항 구룡포로 향해본다.

<동백꽃 필 무렵>, 시린 가슴에 불어온 따스한 바람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은 고아 출신 싱글맘 동백(공효진 분)이 옹산이라는 시골 마을에서 술집 까멜리아를 운영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어린 시절부터 자기편 하나 없이 늘 위축된 채 살아온 그녀는 말수도 적고, 목소리도 작고, 행동 자체도 늘 조심스럽다. 그런 동백에게 낯설고도 이상한. 그러면서도 싫지 않은 존재, 용식(강하늘 분)이 나타나면서 그녀의 인생은 달라지기 시작한다.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마을을 거닐며 볼 수 있는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포스터.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드라마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주는 까멜리아 앞 골목.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나는 걸을 때도 땅만 보고 걷는 사람인데 이 사람이 자꾸 나를 고개를 들게 하니까, 이 사람이랑 있으면 내가 막 뭐라도 된 것 같고. 자꾸 너 잘났다, 훌륭하다. 막 지겹게 이야기를 하니까 내가 꼭 그런 사람이 된 것 같으니까…….” -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동백의 대사 中

촌스럽고 투박하지만, 사랑 앞에 주저함이 없는 이른바 ‘촌므파탈’로 여심을 사로잡은 용식. 그런 그의 사랑과 격려, 칭찬과 응원은 웅크려 있던 동백을 일으켜 세우는 변화를 가져온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시청자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되어 시린 가슴에 따스한 바람을 불어 넣어준다.

보고 있으면 저절로 미소 짓고 응원하게 되는 동백과 용식의 사랑이 더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드라마의 배경인 ‘옹산’이라는 마을이 한몫한다. 주인공들처럼 순수하고, 풋풋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곳이기에 그들의 사랑을 더 돋보이게 만든다. 

구수하고 푸근한 집밥 같은 마을 ‘옹산’
푸른 하늘과 드넓은 바다가 맞닿아 있는 아름다운 마을, 옹산.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청량감이 물씬 풍겨 마음마저 상쾌하게 해주는 곳이다. 하지만 옹산이라는 마을은 실제 존재하는 곳이 아니다. 씨족 사회처럼 끈끈한 느낌이 들면서 동시에 동화를 연상케 하는 공간을 찾았다던 제작진의 눈에 들어온 곳은 포항 구룡포. 이곳에 가상의 마을 옹산이 만들어졌다.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옹산 게장거리 안내판.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용식의 엄마인 곽덕순(고두심 분)이 운영하던 가게. 갈비탕과 냉면을 판매하는 음식점이다.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드라마 속 옹산은 게장으로 유명한 곳이다. 골목 곳곳에 설치된 게장과 관련된 다양한 소개 문구와 안내판, 꽃게 모형 등을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만약 옹산이라는 마을 명처럼 게장 거리 역시 드라마를 위해 만든 곳이라는 사실을 미리 확인하지 않고 간다면 ‘이곳이 게장으로 유명한 곳이구나’ 하고 생각할 정도로 잘 꾸며져 있다. 실제 이곳을 방문한 사람 중에 일부는 드라마 촬영과 관련된 안내 문구를 확인한 후에야 게장 거리가 실제가 아님을 알기도 했다. 

골목을 걷다 보면 동백에게 만큼은 기어코 돈을 더 받아야겠다며 배짱을 부리던 채소가게 아줌마, 시기와 질투로 동백을 늘 구박하던 준기네 엄마의 모습 등 작품 속 다양한 인물들의 모습이 생각나 픽하고 웃음이 나기도 한다.

그러나 구박은 할지언정 김치만은 꼭 챙겨주는 것과 떠나는 동백에게 이삿짐을 담을 박스와 함께 선물을 툭 던져주는 등 투박하지만 다정한 모습도 보여준다. 말은 한없이 서운하고 얄밉게 하면서도 그 속에 끈끈한 정이 가득 차 있음을 알 수 있기에 동백이 그랬던 것처럼 이 마을 또한 정겹게 느껴진다. 

드라마 속 거리를 거닐며 옛 흔적을 만나다 
골목에서는 약속이나 한 듯 같은 자리에서 멈춰서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떡집, 미용실, 용식 엄마(고두심 분)의 게장 가게 등 드라마 속에 등장한 장소들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높은 곳은 동백이 운영하던 술집, 까멜리아다. 지인의 가게라도 방문한 듯 “동백이 가게다!” 하고 친근하게 외치는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들려온다.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동백이 아들의 성장과정을 기록해 놓은 흔적은 또 다른 재미를 준다.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드라마 속 주인공이 운영하는 술집 '까멜리아'. 실제로는 구룡포 문화 커뮤니티 공간으로 쓰이며 작가들이 만든 작품을 관람하거나 구입할 수 있다.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독특한 외관의 목조건물이기에 드라마를 위해 지은 세트장인가 싶지만, 이곳은 마을 주민들의 문화 커뮤니티 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는 장소 ‘문화마실’이다. 안으로 들어서면 외부 촬영은 이곳에서, 실내 촬영은 경기 김포에 있는 세트장에서 촬영했다는 설명이 적힌 안내문을 부착해놓아 방문객들의 궁금증을 속 시원히 풀어준다. 

현재는 구룡포 문화 커뮤니티 공간으로 이용되고 있지만 80여 년 전만 해도 이곳은 구룡포에 오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묵고 싶어 할 정도로 좋은 여관이었다. 문화마실과 더불어 마을에는 오랜 세월을 구룡포와 함께해온 건물이 많다. 특이한 것은 여느 어촌마을의 옛 건물과는 외관과 내부 등이 아주 다르다는 점이다. 이러한 궁금증은 인근 골목 한편에 자리한 구룡포 근대역사관에서 해소할 수 있다.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구룡포 근대역사관은 일본에서 건축자재를 들여와 만든 일본식 목조가옥으로 역사적 정보를 살펴볼 수 있다.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당시 생활상과 가정에서 쓰였던 물품을 볼 수 있다.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가옥거리에서는 일본식 가옥을 쉽게 볼 수 있고, 과거 어떤 용도로 쓰였는지를 알 수 있다.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지금으로부터 한 세기 전인 1906년, 일본의 어부들은 물고기 떼를 따라 구룡포에 오기 시작했다. 이후 287가구 1160여 명이 이주해 오면서 하나둘 집을 지으며 이곳에 일본인 집단 거주지가 형성된 것이다. 풍부한 어족자원으로 인해 이곳에는 다양한 산업이 성행했고, 음식점은 물론 제과점, 술집, 백화점, 여관 등이 줄줄이 들어서며 구룡포 최대 번화가로 성장했다. 

구룡포 근대역사관 역시 당시 이주해온 하시모토 젠기치가 살림집으로 쓰기 위해 지은 것으로 하시모토 일가가 일본으로 돌아간 후 2010년 포항시에서 매입해 역사관으로 개관했다. 지난 세월의 흔적은 역사관뿐 아니라 구룡포 일본인 가옥거리라 불리는 골목 곳곳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INFO 문화마실
운영시간
오전 9시 30분~오후 6시 30분(4월~9월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매주 월ㆍ화요일 휴관)
주소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구룡포길 135-1 

INFO 구룡포 근대역사관
운영시간
오전 11시~오후 5시(월요일 휴관)
주소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구룡포길 153-1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일본인 가옥거리와 이어진 계단을 오르면 구룡포 풍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아홉 마리 용이 승천한 포구’라는 구룡포 전설을 담은 조형물.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동백꽃이 필 무렵 더욱 그리워지는 구룡포
일본인 가옥거리와 이어진 긴 계단을 오르면 구룡포의 아름다운 풍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곳을 만나게 된다. 주인공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웃고 있는 모습이 담긴 <동백꽃 필 무렵> 포스터 속 장소이기도 하며, 최고의 사진 명소로 손꼽히는 곳이다. 이곳에서 드넓게 펼쳐진 바다를 조망하며 드라마 속 풍경을 되짚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눈과 마음에 구룡포를 가득 담고 나서는 이 마을을 ‘맛있게’ 즐겨보는 건 어떨까. 구룡포에는 과메기 못지않게 유명한 음식이 있다. 요즘처럼 차가운 바람에 몸과 마음이 허해졌을 때 더욱 안성맞춤인 음식인 모리국수다.

모리국수는 만드는 이에 따라 재료나 맛이 조금씩 달라지지만, 갖가지 해산물과 고춧가루, 칼국수 등을 넣고 끓여낸다는 공통점이 있다. 50여 년 전부터 구룡포에서 모리국수를 판매한 까꾸네는 눈에 잘 띄지 않는 골목에 자리하고 있으나 입소문을 타고 많은 사람이 찾아오는 곳이다.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얼큰하고 칼칼한 국물로 입맛을 사로잡는 구룡포의 별미, 모리국수.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구룡포 방파제 인근에 그려져 있는 트릭아트.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이곳의 메뉴는 모리국수 단 하나기 때문에 따로 주문할 필요 없이 인원수에 맞춰 음식이 만들어진다. 얼큰하고 뜨끈한 국물과 아담한 식당, 반갑게 맞아주는 주인 할머니가 계시기에 왠지 더 정겹게 느껴지는 곳이다. 까꾸네 외에도 인근에 모리국수를 파는 가게가 여럿 영업 중이어서 입맛에 골라 즐길 수 있다.

아쉬움이 남는다면 길게 펼쳐진 구룡포 방파제를 걸으며 여행을 마무리해 봐도 좋다. 양옆으로 펼쳐진 바다를 감상하며 걷다 보면 거대하고 독특한 모양의 트릭아트를 만날 수 있고, <동백꽃 필 무렵> 티저 영상에도 등장했던 빨간 등대도 만날 수 있다. 

매서운 바람이 코끝을 스치는 계절에 꽃을 피운다는 동백. 드라마의 여운에 푹 빠진 탓인지 아니면 동백꽃이 필 시기가 되어서인지 푸른 하늘과 그보다 더 푸르른 바다, 그 속에 어우러진 빨간 등대를 보고 있으면 너른 자연에 피어난 붉은 동백꽃을 닮은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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