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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트레킹 여행] 선비의 자취를 좇아 가을 속을 걷다, 김천ㆍ성주 힐링 여행
[트레킹 여행] 선비의 자취를 좇아 가을 속을 걷다, 김천ㆍ성주 힐링 여행
  • 조아영 기자
  • 승인 2019.11.22 1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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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중기 유학자 한강 정구가 노래했던 ‘무흘구곡’
인현왕후길 따라 누구나 쉽게 트레킹 즐길 수 있어
꽃향기와 운치 가득한 가야산 나들이까지
사진 / 조아영 기자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반겨주는 성주 회연서원 입구. 사진 / 조아영 기자

[여행스케치=김천ㆍ성주] 옛 선비들이 사색과 풍류를 즐겼던 자연 속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서려 있다. 그중 산자락을 따라 흐르는 계곡은 발을 담그며 더위를 식힐 수 있는 여름은 물론, 사시사철 아름다운 풍광으로 여행자를 부른다. 

문경 선유구곡 등 43개소의 구곡(아홉 굽이 계곡)을 지닌 경북에서도 김천과 성주를 가로지르며 흐르는 무흘구곡은 조선 중기 학자 한강 정구(鄭逑, 1543~1620)와 인현왕후의 자취가 묻어나는 곳으로, 늦가을 풍경을 감상하며 트레킹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굽이굽이 산자락을 걸으며 만나는 역사
무흘구곡은 성주 수륜면ㆍ금수면부터 김천의 증산면까지 총 35.7km에 이르는 대가천과 계곡에 걸쳐 있다. 성주 출신 유학자 한강 정구 선생이 굽이굽이 흐르는 맑은 물과 기암괴석 등 자연이 빚은 절경을 노래했던 곳으로, 중국 철학자 주자가 지은 시의 운자(韻字)를 따서 시를 지었다고 전해진다.

사진 / 조아영 기자
무흘구곡은 성주 수륜면ㆍ금수면부터 김천의 증산면까지 걸쳐 흐른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제1곡 봉비암부터 제6곡 옥류동까지는 국도변을 따라 하천을 볼 수 있으며, 제7곡 만월담, 제8곡 와룡암, 제9곡 용추까지는 산책로와 다리가 조성되어 있어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트레킹 코스의 시작점인 수도리 마을 버스 종점에 하차해 15분가량 산을 오르면 ‘인현왕후길’ 들머리에 닿게 된다. 인현왕후가 폐위 후 3년간 청암사에 머무르는 동안 수도암까지 왕래하던 길을 김천시에서 복원한 것으로, 자연 속에서 역사적 자취를 헤아려 볼 수 있다. 경사가 완만해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수월하게 걸을 수 있으며, 나들이를 온 시민과 여행객들도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여유를 만끽한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인현왕후길 들머리 조형물 앞에서 사진을 남기는 모습. 사진 / 조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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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곳곳에는 인현왕후의 이야기와 그림이 담긴 패널이 서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사진 / 조아영 기자
인현왕후길은 경사가 완만해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고른 숨을 내쉬며 여유롭게 걷다 보면 인현왕후의 이야기와 그림이 담긴 패널이 시선을 잡아끈다. 8.1km가량 이어지는 인현왕후길의 일부 구간(3.9km)에 ‘스토리존’을 조성한 것. 숙종과 운명적인 인연이 시작되었던 순간부터 폐위 후 자신을 구하려는 자는 모두 역적으로 다스리겠다는 어명으로 인해 깊은 산 속 사찰에 은거해야 했던 시기, 다시금 복위해 왕비가 된 이야기까지 빠짐없이 담아 여행객의 이해를 돕는다. 각 패널 곁에는 벤치가 마련되어 있어 인현왕후의 생애를 살펴본 뒤 잠시 쉬어가기 좋다. 

INFO 인현왕후길
주소
경북 김천시 증산면 수도리 산4

무흘구곡을 지나 회연서원을 찾다
스토리존에 마련된 패널을 읽으며 역사를 되짚어보고, 휴식을 취했다면 이제 빼어난 경치를 만끽할 차례다. 주위를 둘러보면 하늘을 가릴 듯 빼곡이 자라난 나무와 알록달록 옷을 갈아입은 나뭇잎들이 눈을 즐겁게 한다. 붉게 물든 단풍은 가을을 고스란히 머금고 있고, 멀리서는 간간이 새소리가 들려온다. 바스락바스락 걸음마다 스치는 낙엽 밟는 소리 또한 마음을 들뜨게 한다.  

스토리존을 포함해 약 1시간가량 걷고 나면 인현왕후의 모습을 형상화한 포토존에 닿는다. 비교적 평탄한 인현왕후길과 달리 이곳에서부터는 경사진 내리막길이 시작되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여 하산해야 한다. 흙길과 나무계단을 조심스레 디디며 30분 정도 내려가면 반원 모양의 용추교를 만나게 된다. 용추교 중앙에 서면 수도산과 가야산을 가로지르는 계곡을 정면으로 감상할 수 있다. 청정한 계곡물과 붉은 단풍이 어우러진 풍경은 절로 감탄을 부른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인현왕후 포토존에서 하산하면 만날 수 있는 용추교. 사진 / 조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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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추교 중앙에 서서 바라본 계곡 풍경. 사진 / 조아영 기자
사진 / 조아영 기자
붉게 물든 단풍이 여행길에 정취를 더한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용추교를 건너 조금만 더 걸으면 제7곡인 만월담을 만날 수 있다. 달빛이 가득 찬 아름다운 연못이라 하여 이름 지어진 이곳은 수려한 풍경으로 지친 걸음을 달래준다. 제8곡 와룡암, 제9곡 용추 또한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해 함께 둘러보며 한강 정구 선생의 시편을 떠올려볼 수 있다.  

직접 걸어서 돌아볼 수 있는 곡을 감상하고 나서는 회연서원으로 여정을 이어간다. 회연서원은 한강 정구를 모신 서원이자 제1곡인 바위 언덕, 봉비암 아래 지어진 곳이다. 서원 앞에 마련된 뜰에는 무흘구곡에 관한 안내판이 서 있으며, 가장 먼저 닿게 되는 현도루(문루)에 올라서면 서원의 전체적인 풍경을 눈에 담을 수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회연서원 앞뜰에 마련된 무흘구곡 관련 안내판. 사진 / 조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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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도루에 올라서면 서원의 전체적인 풍경을 담을 수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사진 / 조아영 기자
숙종과 한석봉에 얽힌 이야기가 전해지는 경회당 현판. 사진 / 조아영 기자

서원 내부에서는 해서로 쓰인 경회당의 현판을 눈여겨볼 법하다. 세월의 흔적을 대변하는 현판 속 글씨는 숙종의 어필이라고도 하고, 한석봉이 썼다는 이야기도 전해져 더욱 흥미롭다. 

한편, 경북의 각 지자체와 세계유교문화재단은 매년 6월부터 11월까지 라디오 생방송을 청취하며 구곡 트레킹을 즐길 수 있는 ‘라디엔티어링(radienteering)’ 행사를 주최한다. 유학자와 곡에 얽힌 이야기를 들으며 퀴즈를 풀거나 미션을 수행할 수 있어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며, 보다 풍성하고 유익한 여행을 즐길 수 있다. 

행사 전 재단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할 수 있으며, 행사 당일 출발지점에서 신분증을 맡기면 휴대용 라디오 대여가 가능하다. 라디오를 대여하는 것이 번거롭다면 ‘안동MBC’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해 들으면 된다.

INFO 회연서원 
주소
경북 성주군 수륜면 동강한강로 9

신화 따라 꽃향기 따라 노니는 발걸음
성주의 남쪽, 경남 합천과 맞닿은 가야산에서는 또 다른 풍경과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산 아래 자리한 가야산역사신화테마관은 가야산이 품은 전설과 산신 ‘정견모주’에 얽힌 신화를 살펴볼 수 있는 곳으로,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여행객에게 인기가 좋다. 특히 가야 건국 신화를 트릭아트로 구성해놓은 섹션에서는 가야산 여신 정견모주와 천신 이비가지의 만남부터 훗날 대가야ㆍ금관가야의 시조가 된 두 아들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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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산신화역사테마관에서는 산신 정견모주에 얽힌 신화를 살펴볼 수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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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견모주길에 올라 바라본 전경. 산세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사진 / 조아영 기자

테마관 뒤편에는 두 신의 이름을 딴 길이 조성돼 있어 가벼운 산책을 즐기기에도 그만이다. 목제 계단을 올라 산자락에 서면 물결치듯 이어지는 산세와 테마관 일대 풍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걸었던 길을 되돌아 좌측으로 향하면 가야산야생화식물원에 금세 도착한다. 이곳에서는 복수초, 앵초 등 가야산의 주요 야생화와 사계절 풍경이 담긴 사진 등을 감상할 수 있으며, 식물표본과 희귀나비표본도 함께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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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원에서는 주요 야생화 사진과 씨앗 등을 볼 수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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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대성 기후에서 자생하는 야생화를 볼 수 있는 온실 내부. 사진 / 조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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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륜면에 자리한 가야산야생화식물원 입구 전경. 사진 / 조아영 기자

사시사철 아름다운 꽃을 볼 수 있는 온실에는 난대성 기후에서 자생하는 문주란, 새우난초, 생달나무 등 117종 8천여 본의 나무와 야생화들로 가득하다. 수생식물원을 비롯해 관상식물원, 약용식물원 등 6가지 테마로 구성되어 있어 꽃의 다양한 쓰임새까지 알아볼 수 있다. 야생화로 직접 만든 꽃차를 시음해보고 싶다면 온실 곁에 마련된 시음회장으로 향해보자. 시음 후 입맛에 맞는 꽃차를 저렴한 값에 구매하거나 향긋한 차를 즐기며 여정을 마무리할 수 있다.

INFO 가야산역사신화테마관
입장료
무료
관람시간 오전 10시~오후 5시(매주 월요일 휴관)
주소 경북 성주군 수륜면 가야산식물원길 21

INFO 가야산야생화식물원
관람시간
오전 10시~오후 5시
주소 경북 성주군 수륜면 가야산식물원길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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