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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10월호
[버킷리스트 여행을 떠나다 ② 남도 낭만길] 바다와 함께 즐기는 여유 남도 낭만길
[버킷리스트 여행을 떠나다 ② 남도 낭만길] 바다와 함께 즐기는 여유 남도 낭만길
  • 김세원 기자
  • 승인 2019.12.10 18: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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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둘레길 완주를 꿈꾸는 정종훈 씨의 버킷리스트
걷는 내내 바다가 보이는 남파랑길 순천 61 구간
화온해변을 시작으로 화포해변까지 걷는 길
남파랑길의 일부 구간인 순천 61 구간은 걷는 내내 바다가 보인다. 사진 / 김세원 기자

[여행스케치=순천] 남파랑길은 가는 길 내내 수많은 생물이 사는 갯벌과 탁 트인 바다가 보여 누구나 한 번쯤 걷고 싶어질 만한 길이다. 여러 이유로 마음속에만 담아둔 걷기 길을 기자가 대신 걸어본다.

<여행스케치> 장기구독자인 정종훈 씨에게 꼭 한 번쯤 가보고 싶은 여행지, 버킷리스트에 담긴 여행이 있는지 묻자 “정년퇴직이 7개월 정도 남았는데, 여유시간이 생기면 곧 완성되는 코리아둘레길을 걸어서 완주하는 것이 목표”라고 답했다.

코리아둘레길은 이미 조성된 걷기 여행길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외곽을 코스로 한 걷기 여행길이다. 동해로는 해파랑길, 비무장지대의 평화누리길, 서쪽 해안의 서해랑길, 그리고 조성 중인 남해안의 남파랑길까지 합하면 총 4500km의 길이를 자랑한다.

순천 61 구간의 시작점인 와온삼거리 정류장. 사진 / 김세원 기자

와온마을에서 시작하는 걷기 여행
남파랑길의 일부 구간인 순천 61 구간은 순천만을 비롯해 순천 바다, 갯벌을 보며 걸을 수 있는 코스이다. 약 16km에 달하는 코스 내내 아름답고 낭만적인 풍경이 펼쳐져 남도 낭만길이라는 별칭도 붙었다.

남도 바다를 걷는 여행은 순천의 최남단 와온마을에서 시작한다. 소가 누워 있는 모양이라 ‘와온’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마을은 조용하다. 갯벌 쪽으로 이어진 길의 끝 지점에 세워진 배 위에는 낚시대를 내린 채 물이 들어오기를 바라는 마을 낚시꾼들이 막걸리 한 잔을 기울이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짱뚱어나 꼬막을 잡아 생계를 이어가는 마을의 갯벌 위에는 널배가 나란히 열을 맞춰 서 있다. 갯벌이 드러나는 간조에는 널배를 밀며 꼬막을 잡으러 다닌다. 마을 어귀부터 잘 다듬은 얇은 대나무가 눈에 띄어 주민에게 묻자 “꼬막 양식에 쓰이는 지지대”라며 “널배에 싣고 가서 작업 한다”고 설명한다. 운이 좋다면 주민들이 대나무를 함께 정리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바다를 끼고 걷는 길은 걷는 내내 갯벌에 사는 생물들이 눈길을 붙잡는다. 갯벌 위를 기어 다니는 칠게가 발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재빠르게 구멍에 숨어버린다. 제자리에 서 가만히 기다리면 다시 빼꼼 집게발을 내민다. 툭 튀어나온 눈이 이리저리 눈치를 보는 듯해 귀엽다.

갯벌 위에는 널배를 비롯해 어선들이 서 있다. 사진 / 김세원 기자
꼬막을 캘 때 이용하는 널배. 사진 / 김세원 기자
꼬막 양식용으로 사용하는 대나무를 작업하는 주민들. 사진 / 김세원 기자

가만히 칠게가 나오기를 기다리다 보면 갯벌이 숨 쉬는 소리가 들려온다. 갯벌에 구멍을 내는 칠게, 갯벌 위를 기어 다니는 짱뚱어, 점점 차오르는 물까지 고요함 속 들리는 생명의 소리가 마음을 평온하게 만든다.

용산전망대로 가는 길목에 자리한 와온소공원은 평범해 보이지만 더 걸어 들어가면 탁 트인 순천 바다와 소나무가 우뚝 솟은 솔섬인 상섬이 보이는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남도의 겨울은 위쪽지방에 비해 따뜻해 잠시 데크에 앉아 바다를 감상하는 여유를 가져보는 것도 좋다.

등산을 좋아해 여러 산을 타다 둘레길도 걷기 시작했다는 정종훈 씨는 버킷리스트로 코리아둘레길을 뽑은 이유를 “걷기 좋아하는 아내와 함께 여행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남도 삼백리길과도 겹치는 순천 61 구간은 평탄한 길과 함께 낮은 산인 용산도 있어 안성맞춤이다.

데크길에 접어들기 전 길목에 자리한 ‘놀카페’에서는 순천의 명물빵인 칠게빵을 맛볼 수 있다. 칠게 가루를 넣고 만든 빵은 달콤한 맛 뒤로 바다향이 슬며시 뒤따라온다.

갯벌 위에서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칠게. 사진 / 김세원 기자
와온소공원에서는 솔섬인 상섬을 볼 수 있다. 사진 / 김세원 기자
칠게가루를 넣고 만든 칠게빵. 사진 / 김세원 기자

Tip
순천 61구간
순천 61구간은 남파랑길의 일부로 화온해변 근처의 와온삼거리 정류장을 시점으로 한다. 와온해변을 지나 용산전망대, 순천만을 지난다. 순천만을 지나는 코스는 동계에는 철새보호를 위해 통제되어 우회로인 62-1 구간을 이용해야 한다. 순천만 제방이 통제구간의 종점으로 다시 화포해변까지 쭉 이어진다. 아직 표지판이나 안내도가 설치되지 않아, 코스가 대부분 일치하는 남도삼백리길중 순천만 갈대길을 참고하면 편하게 걸을 수 있다.

용산전망대에서 보이는 순천만 습지 탐사선. 사진 / 김세원 기자

순천만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용산전망대
한 해에 일곱 번 색을 바꾼다는 칠면초의 겨울 색을 살피며 걷는다. 아직 남아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가 눈을 즐겁게 한다. 갯벌 위에 날아든 겨울 철새를 관찰하러 모인 사람들을 지나 2km 정도 더 가면 순천만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용산전망대다.

해발 400m의 낮은 산이지만 경사가 꽤 가팔라 다 오르고 나면 꽤 숨이 차다. 전망대 망원경으로 순천만을 살펴보던 여행객이 떼를 지어 먹이활동 중인 철새를 발견하고 탄성을 내지른다. 전망대 꼭대기로 올라가면순천만 곳곳이 눈에 들어온다.

방문객들이 하나둘 늘어나면 일몰 시간이 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몰을 보기 위해 한 시간 동안 기다리던 여행객은 “사진으로 이곳의 일몰을 보고 꼭 직접 보고 싶었다”고 말한다.

용산 전망대로 가는 길. 사진 / 김세원 기자
전망대에 설치된 망원경으로 철새들의 먹이활동을 감상할 수 있다. 사진 / 김세원 기자
용산전망대에서 감상할 수 있는 순천만 일몰. 사진 / 김세원 기자

일몰을 기다리는 시간은 제법 길지만 해가 저무는 순간은 순식간이다. 산 너머로 해가 넘어가자 불그스름한 노을이 하늘을 뒤덮는다. 순천만 일대는 어두운 황금빛으로 물든다. 시간대가 맞으면 S자 곡선도 감상할 수 있다. 용산전망대에서 감상하는 순천만의 일몰은 코리아둘레길을 버킷리스트 여행지로 삼아 걷기 시작했다면 놓치면 안 될 광경이다.

순천만 자연생태공원에서 철새서식지까지 이어지는 경로는 철새를 보호하기 위해 겨울이면 출입이 통제된다. 이어 걷고 싶다면 논으로 난 우회로인 62-1 구간을 이용하면 되고, 통제가 끝나는 구간부터 새롭게 걸어도 좋다.

순천 웃장의 국밥. 2인분 이상을 시키면 수육이 서비스로 나온다. 사진 / 김세원 기자

일몰을 기다리느라 몸이 얼었다면 근처 웃장에서 뜨끈한 돼지국밥으로 몸을 녹이는 것도 좋겠다. 푹 끓여 진하고 구수한 국물에 밥을 말아 한 큰술 떠올리자 굵직하게 썬 고기가 딸려 올라온다. 웃장국밥의 가장 큰 특징은 국밥 2인분을 시키면 부드러운 수육 한 접시가 서비스로 나온다는 것. 두둑해진 배를 두드리며 밖으로 나서자 찬 공기도 그 전만큼 춥게는 느껴지지 않는다.

화포해변으로 가는 길, 간간히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보인다. 사진 / 김세원 기자

화포해변으로 가는 길
통제지점이 끝나는 곳부터 화포해변 쪽으로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걷는 길은 두 가지로 나뉜다. 그중 우뚝 솟은 논둑길에 오르자 잘 보이지 않던 갯벌과 반대편에 자리한 농지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추수가 끝나고 남은 볏짚은 흰 포장지에 둥글게 말려 있다. 

길게 이어진 길을 걷다보면 중간쯤에 갯벌을 보다 자세하게 관찰할 수 있는 갯벌탐사로가 나온다. 꽤 멀리까지 이어진 데크길 끝에는 널배가 놓여있어 작업하는 곳임을 알 수 있다. 논둑길이 끝나면 자전거길. 간간히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온다. 힘차게 페달을 밟는 모습에 함께 발을 굴러본다.

마을에선 자연을 보며 걸었던 길과 조금 다른 모습이다. 여전히 왼편에는 바다가 보이지만 오른편으로 각기 다른 모습의 주택이 들어서 있다. 작은 텃밭과 정원수들이 걸음을 멈춰 세운다.

갯벌탐사로를 따라 가면 먼 갯벌까지 자세히 관찰할 수 있다. 사진 / 김세원 기자
색을 일곱번 바꾼다는 칠면초는 길을 걷는 내내 보인다. 사진 / 김세원 기자
순천 61 구간 종점에 자리한 소망탑. 사진 / 김세원 기자
화포해변 맞은편에 보이는 마을. 사진 / 김세원 기자

 

물이 빠졌던 갯벌은 걷는 동안 서서히 물이 들어와 있다. 돌과 돌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물은 찰방거리는 소리로 존재감을 뽐낸다. 바다 위를 떠다니던 철새들의 울음소리도 들려온다.

찰랑거리는 물결을 감상하다 보면 금세 화포해변이다. 앞서 달리던 자전거와 자동차 주인들도 해변에 차를 대고 바다를 바라본다. 바다 맞은편 빼곡하게 들어찬 집과 조약돌로 촘촘하게 쌓인 소망의 탑이 이곳이 종점임을 알려준다.

남파랑길은 회귀형이 아닌 바로 다음 길로 이어지기 때문에 차를 가져왔다면 원점으로, 아니라면 순천역이나 시내로 나가는 버스를 타야 한다. 가야 할 길이 바쁘지 않다면 해변에 남아 바다를 즐기는 여유를 가져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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