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호 표지이미지
여행스케치 4월호
[버킷리스트 여행을 떠나다 ③ 울산] 억새꽃 진 자리에 피어난 새 소망, 영남알프스 간월재
[버킷리스트 여행을 떠나다 ③ 울산] 억새꽃 진 자리에 피어난 새 소망, 영남알프스 간월재
  • 조아영 기자
  • 승인 2019.12.09 09: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20년 다섯 번째 '쥐의 해' 맞는 조근자 씨의 버킷리스트
억새 군락지로 이름난 영남알프스 간월재
주암마을 근처 임도 통해 쉽게 오르내릴 수 있어
간월재 정상에서 감상할 수 있는 풍경. 사진 / 조아영 기자
간월재 정상에서 감상할 수 있는 억새가 너울대는 풍경. 사진 / 조아영 기자

[여행스케치=울산] 1972년 임자생 쥐띠, 2020년 다섯 번째 ‘쥐의 해’를 맞는 이에게 가장 여행하고 싶은 곳을 물었다. 경남 창원에 거주하는 조근자 씨가 단박에 고른 버킷리스트 여행지는 ‘영남알프스 간월재’. 평소 산행을 즐기지 않는다던 그는 어떤 이유로 이곳을 꼽았을까. 구석구석 먼저 살펴보고 안내하기 위해 기자가 대신 길을 나섰다.

“영남알프스 중에서도 간월재는 서너 번이나 다녀온 친구가 늘 가보라 권하던 곳이에요. 가을에는 억새가 장관을 이루고, 안개가 자욱하게 펼쳐지면 또 다른 운치가 있다고 해요. 갈 때마다 다른 풍경을 볼 수 있어서 늘 기대를 하게 만드는 곳이래요. 평소에 산을 거의 가보지 못한 터라 내년에는 꼭 사진으로만 봐왔던 간월재에 오르는 것이 목표예요.”

주민과 상인들이 줄지어 넘었던 고개
경남과 경북의 경계에 솟구쳐 있는 해발 1000m 남짓의 산지를 우리는 ‘영남알프스’라 부른다. 유럽의 알프스와 견주어도 손색없다 하여 붙여진 이름에 걸맞게 5개 시군(울산광역시ㆍ밀양시ㆍ양산시ㆍ청도군ㆍ경주시)을 아우를 만큼 광활하다. 9개의 1000m급 고봉 중 7개의 봉우리를 품은 울산 울주군의 한 마을은 공식 지명마저 ‘등억알프스리’라 바뀌었을 정도. 조근자 씨가 꼽은 간월재 또한 울주군 상북면 등억알프스리에 자리한다. 

사진 / 조아영 기자
간월재는 울산 울주군 상북면 등억알프스리에 자리한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사진 / 조아영 기자
간월재 정상에서 목재 화석으로 이어지는 계단을 오르는 등산객들. 사진 / 조아영 기자

신불산과 간월산 사이에 잘록한 모양새로 자리 잡은 간월재(해발 900m)는 배내골과 밀양 방면에서 언양 장터로 가기 위해 넘었던 고개를 일컫는다. 인근 주민들뿐만 아니라 장터로 향하는 소 장수, 소금 장수가 함께 줄지어 고갯길을 넘었다. 간월재 서쪽 아래에 자리한 왕방골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박해받던 천주교 신자들의 은거지가 되기도 했다. 

지난날 많은 이들이 삶과 생계를 위해 넘어야 했던 간월재는 이제 계절마다 다른 절경을 펼쳐 보여 산꾼과 사진 애호가들에게 사랑받는 명소로 거듭났다. 사계절 내내 아름답지만, 가장 많은 이들을 불러 모으는 계절은 늦가을과 겨울이다.

파도치듯 바람 따라 일렁이는 억새의 군무와 그 사이에 서서 계절을 만끽하는 모습은 절로 마음을 동하게 하고, 날이 추워질 때면 흰 꽃처럼 피어난 상고대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평생 살아온 지역에서는 눈을 보기 어려워 설경도 함께 보고 싶다”는 조근자 씨의 바람처럼 영남에서 비교적 쉽게 눈 구경을 할 수 있어 겨울에 찾기 더욱 좋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주암마을에서 간월재 정상으로 향하는 임도. 사진 / 조아영 기자

간월재에 닿을 수 있는 가장 쉬운 길
대중교통을 이용해 간월재에 가고자 한다면 KTX 울산역(통도사) 앞에서 328번 시내버스를 타면 된다. 간월재로 이어지는 임도의 시작점인 주암마을 입구 정류장에 하차하면 쉽게 산행을 시작할 수 있다.

환승 없이 한 번에 닿을 수 있어 가장 편리한 교통편이지만, 이동하는 데 50여 분이 소요되고 배차 간격이 길어 운행 시간을 확인 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직접 운전을 해 근처까지 왔다면 주암마을 근처 배내2공영주차장에 주차하고, 같은 길을 되돌아 내려가면 된다. 

버스 정류장 또는 주차장에서 5분가량 걸으면 ‘간월재’라 쓰인 이정표와 완만한 임도가 나타난다. 경사가 급하지 않고, 평탄한 길이 6km가량 이어져 간월재까지 갈 수 있는 가장 쉬운 길이라 꼽히는 곳이다. 입구 근처에 사슴농장이 있어 ‘사슴농장 코스’로도 불린다.

사진 / 조아영 기자
고갯길을 오르다 보면 푸른 소나무와 산 주름이 어우러진 풍경을 볼 수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사진 / 조아영 기자
임도 곳곳에 설치돼 있어 현재 위치를 가늠하게 하는 이정표. 사진 / 조아영 기자

평소 산행을 즐겨 하는 이들에겐 다소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는 코스지만, 산을 많이 다녀보지 않은 조근자 씨에게는 꼭 알맞은 길이다. 가벼운 차림새로 생수 한 병만 들고 오르는 사람, 근사한 풍경을 포착할 때마다 잠시 멈춰 서서 카메라 셔터를 분주히 누르는 여행객 등 저마다 마음 가는 대로 길 위를 누빈다. 고등학교 동창들과 함께 간월재를 찾은 박미선(가명) 씨는 “작년에 처음 왔을 때 아름다운 풍경에 반해 또다시 찾게 됐다”며 “누구나 2시간이면 충분히 오를 수 있어 부담도 적다”고 말한다.

임도 곳곳에는 지친 걸음을 달랠 수 있는 벤치가 마련되어 있다. 잠시 벤치나 커다란 바위 위에 걸터앉아 숨을 고르고 목을 축이다 보면 몸집이 작은 산짐승들이 숲을 파헤치며 재게 움직이는 소리, 멀찍이 졸졸 흐르는 계곡물 소리가 들린다. 

다시 몸을 일으켜 걷다가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군집해 있는 산세가 시선을 잡아끈다. 푸른 소나무와 겹겹이 깊은 산 주름이 어우러진 풍경은 장관을 이룬다. 임도 왼편에 맨살을 드러낸 암벽에는 고드름이 줄지어 매달려 있어 볼거리를 더한다. 

1시간 30분가량 완만한 임도를 올라가면 굽이굽이 오르막이 펼쳐진다. 하산하던 한 등산객은 “다 와 갑니더. 1km도 안 남았으예. 쫌만 더 힘내소”하며 허허 웃어 보인다. 넉넉한 인심이 묻어나는 말 한마디에 다시금 다리에 힘을 싣는다. 이정표에 쓰인 남은 구간은 0.67km. 뒤를 돌면 지나온 길이 가느다란 선처럼 보이고, 정상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마음이 설레기 시작한다. 

사진 / 조아영 기자
간월재 들머리에 조성된 영남알프스 포토존. 사진 / 조아영 기자

쪽빛 하늘과 억새, 미소가 너울대는 풍경
간월재에 가닿는 마지막 오르막을 10여 분 오르면 대피소와 휴게소 건물이 나타난다. 뾰족한 삼각 지붕을 얹은 건물 주변에는 오직 쪽빛 하늘과 드넓은 억새밭뿐이다. 풍경 사이로는 산을 오르며 스쳐 지나갔던 여행객들의 모습이 보인다.

휴게소 곁에는 어른 키의 2배는 됨직한 거대한 돌탑이 우뚝 서 있어 시선을 잡아끈다. 돌탑 앞에는 간월재 정상임을 알리는 표석이 있어 기념사진을 남기려는 이들로 북적인다. 간혹 혼자 길을 오른 이들은 품앗이하듯 서로의 사진을 촬영해주기도 한다. 

표석에서 사진을 남겼다면 30만㎡가 넘는 은빛 억새평원의 물결 속에 파묻혀 여정을 이어가도 좋다. 억새 철이 절정을 지난 한겨울에도 고른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풍경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억새평원 구석구석에는 목제 데크가 놓여 있어 너른 산세를 감상하며 산책을 즐기거나 사진을 남기기도 좋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억새평원 목제 데크길을 걸으며 근사한 사진을 남길 수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이른 오전부터 산행했다면 속이 출출해질 터. 휴게소에서는 컵라면과 생수, 간단한 간식을 판매해 허기를 달랠 수 있다. 휴게소 곁에 마련된 벤치에 앉으면 울산 시가지를 비롯해 경주의 토함산까지 멀찍이 내다보여 눈을 시원하게 해준다. “정상에서 맛보는 라면이 ‘끝내준다’고 해 무척 궁금하다”는 조근자 씨의 말처럼 근사한 경치와 함께하는 식사는 더할 나위 없이 맛나다. 산행 전 미리 김밥을 사 가면 더욱 든든한 식사를 할 수 있다.

점심시간을 훌쩍 지나 휴게소에 닿으면 컵라면이 동나는 경우가 있어 늦어도 오후 3시 전에는 정상에 도착하는 것이 좋다. 해가 짧은 겨울에는 식사와 기념촬영 후 바로 하산길을 정해야 한다. 올라왔던 임도를 그대로 되돌아 내려가도 좋고, 등억온천단지로 이어지는 하산로를 택하면 일부 험로를 거쳐야 하지만 1시간 30분가량 소요돼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등억온천단지로 향할 경우 뜨끈한 온천욕을 즐기며 온종일 얼어붙었던 몸을 달래기도 좋다. 

사진 / 조아영 기자
간월재 정상에 자리한 휴게소에서 간단한 식사를 할 수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컵라면과 생수, 간단한 간식을 판매하는 휴게소. 사진 / 조아영 기자
컵라면과 생수, 간단한 간식을 판매하는 휴게소. 사진 / 조아영 기자
사진 / 조아영 기자
휴게소에서 감상할 수 있는 풍경. 화장산, 산성산 등 작은 산이 마치 섬처럼 보인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사진 / 조아영 기자
간월재 하산로에 접어들면 바위 절벽을 볼 수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산행 경력이 꽤 있는 이들은 바위 절벽인 신불산 공룡능선으로 방향을 잡기도 한다. 큼지막한 암석이 길을 내주고 막기도 하는 공룡능선은 로프를 잡고 올라야 할 정도로 경사가 심한 구간이 포함돼 매 순간 주의를 기울이며 하산해야 한다. 등산로 끝자락에는 복합 문화 공간인 영남알프스 복합웰컴센터가 자리해 관련 정보를 얻거나 잠시 쉬어갈 수 있다.

INFO 간월재 휴게소
운영시간
오전 10시~오후 4시 30분
주소 울산 울주군 상북면 간월산길 614

TIP 영남알프스 복합웰컴센터
산악테마전시실을 비롯해 최신작을 상영하는 영화관, 국제클라이밍장, 카페와 매점 등을 갖춘 복합 문화 공간이다. 간월재에 오르기 전 둘러보거나 산행 후 여정을 마무리 짓기 좋다.
운영시간 오전 9시~오후 10시(매주 월요일 휴관)
주소 울산 울주군 상북면 알프스온천5길 103-8

사진 / 조아영 기자
울산 태화강 국가정원의 대표적인 명소 십리대숲. 사진 / 조아영 기자

국가정원 산책과 맛 좋은 육회비빔밥까지
간월재 산행 후 울산 여행을 이어갈 예정이라면 빠트리기 아쉬운 곳이 있다. 바로 순천만 국가정원에 이어 지난해 제2호 국가정원으로 지정된 태화강 국가정원이다. 시청이 자리한 도심에서 멀지 않아 쉽게 방문할 수 있으며, 탐방 전 안내센터에 들러 해설사의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이정애 자연환경해설사는 “겨울철에는 철새의 군무와 더불어 일출과 일몰을 감상하러 오는 분들이 많다”며 “떼까마귀와 백로, 꼬마물떼새 등 50여 종의 철새가 태화강을 찾는 1~2월에는 철새의 생태를 배우고, 직접 관찰할 수 있는 겨울철새학교를 운영한다”고 말한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역사적 고증을 거쳐 조성된 정자인 만회정. 사진 / 조아영 기자
사진 / 조아영 기자
태화강 국가정원은 걷거나 자전거를 대여해 둘러볼 수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안내센터를 벗어나면 한겨울에도 푸르른 대나무 숲길을 만나게 된다. 태화강 국가정원의 대표 명소인 ‘십리대숲’으로, 서쪽의 오산을 중심으로 용금소까지 10리(약 4km) 구간의 대나무 군락지를 말한다. 고려 중기 문장가인 김극기의 시에도 이 숲이 묘사되어 있어 오랜 역사를 헤아려보게 한다. 또한, 울산의 유일한 열린관광지로 선정된 만큼 어르신과 어린이, 휠체어 이용객도 불편 없이 둘러볼 수 있다.

대숲 곳곳에는 포토존이 조성되어 있고, AR 체험존 등 다양한 즐길 거리가 마련되어 있다. 십리대숲을 지나 정원을 크게 한 바퀴 돌아보면 1시간 남짓 소요되며, 4인승, 2인승, 1인승 자전거를 대여해 편하게 둘러볼 수도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도심에서도 쉽게 맛볼 수 있는 울산의 육회비빔밥. 사진 / 조아영 기자

한편, 울산의 언양과 봉계 지역은 한우 불고기 특구로 지정될 정도로 질 좋은 소고기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유명한 언양불고기가 아닌 또 다른 음식을 맛보고 싶다면 육회비빔밥을 권한다. 고슬고슬한 밥 위에 신선한 육회와 계란 지단, 나물을 얹은 육회비빔밥은 맛볼수록 깊은 감칠맛이 돈다. 

INFO 태화강 국가정원 안내센터
운영시간
오전 9시~오후 6시
주소 울산 중구 신기길 40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