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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10월호
[권다현의 아날로그 기차 여행] 애절한 가사 속 풍경을 만나다…다시, 안동역에서
[권다현의 아날로그 기차 여행] 애절한 가사 속 풍경을 만나다…다시, 안동역에서
  • 권다현 여행작가
  • 승인 2019.12.09 09: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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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트 가요 '안동역에서' 속 기다림의 장소, 안동역
독립운동가의 얼이 서린 철도 옆 임청각
안동의 뿌리 '삼태사'를 모신 태사묘와 구도심 여행까지
사진 / 권다현 여행작가
트로트 전성시대를 맞아 새롭게 주목받는 안동역. 사진 / 권다현 여행작가

[여행스케치=안동] 바야흐로 트로트 전성시대다. 세대와 세대를 가르는 경계처럼 여겨졌던 트로트 가요들이 요즘은 ‘인싸’의 기준이 됐다. 진성의 <안동역에서>도 그런 노래다. 송가인 못지않은 대형 트로트 신인 ‘유산슬’의 스승으로 진성이 등장하면서 그 인기가 역주행 중이다. 겨울의 절정에 다다른 이맘때, 노랫말 속 안동역에 다녀왔다.

안동역 주변에는 걸어서 돌아볼 수 있는 아름다운 전탑과 독립운동의 성지 임청각, 안동의 뿌리로 불리는 태사묘 등 볼거리가 풍성하다. 최근엔 역 주변 구도심에 감각적인 카페와 펍도 들어섰다. 첫눈 내리는 날 안동역에 가야 할 이유가 생긴 셈이다. 

안동역에서 불러보는 <안동역에서>
지난 2008년에 발표된 트로트 가요 <안동역에서>는 애절한 가사와 친근한 멜로디로 중장년층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이 노래로 오랜 무명생활을 끝낸 진성은 트로트 가수들의 인기척도라 할 수 있는 ‘고속도로 4대 천왕’으로 떠올랐다. 가사에서 안타까운 기다림의 장소로 등장하는 안동역에는 커다란 노래비까지 세워졌다. 이때까지만 해도 <안동역에서>의 인기는 특정 세대에게만 유효했다. 

사진 / 권다현 여행작가
안동역 광장에 자리한 '안동역에서' 노래비. 사진 / 권다현 여행작가
사진 / 권다현 여행작가
퇴계 이황의 글씨를 집자한 안동역 현판. 사진 / 권다현 여행작가

그런데 최근 MBC 인기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 진성이 등장해 관심을 모았다. 그는 유재석에게 ‘유산슬’이란 재치 넘치는 예명을 지어주는가 하면, 노래 스승을 자처하며 폭포 아래서 열창을 쏟아냈다. 유산슬의 데뷔곡 <합정역 5번 출구>도 <안동역에서>를 모티프로 삼았다. 

자연스레 젊은 시청자들도 <안동역에서>를 찾아 듣게 되었고, 어느새 안동역 노래비 앞에는 다양한 연령대의 관광객들이 기념사진을 남기기 시작했다. 가사처럼 ‘첫눈이 내리는 날’이라면 안동역을 찾아 떠난 여행도 더욱 낭만적이겠다. 마침 역 앞 광장에는 관광안내센터도 자리하고 있어 안동 여행의 시작점으로 손색없다. 

INFO 안동역
주소
경북 안동시 경동로 684 

안동역에서 만나는 벽돌탑의 아름다움
1930년 보통역으로 영업을 시작한 안동역은 1960년에 역사를 신축하고 이후 여러 차례 개축하면서 옛 기차역의 담박함은 찾아보기 어렵다. 퇴계 이황의 목판문집인 <매화시첩>에서 집자(集字)했다는 안동역 현판 역시 그 의미를 충분히 공감하지만, 건물과는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모습이다. 1940년에 설치됐다는 급수탑만이 옛 정취를 간직하고 있으나 그마저도 기찻길 너머에 자리해 일반인들은 관람이 어렵다. 오히려 안동역을 빛내는 볼거리는 역을 바라보고 오른쪽에 자리한 운흥동 오층전탑이 아닐까 싶다. 

사진 / 권다현 여행작가
운흥동 오층전탑은 안동역 근처에 자리해 함께 둘러보기 좋다. 사진 / 권다현 여행작가
사진 / 권다현 여행작가
운흥동 오층전탑에 새겨진 인왕상 조각. 사진 / 권다현 여행작가

보물 제56호로 지정된 이 전탑은 통일신라 때 만들어진 것으로 한국전쟁 당시 일부 파괴되었던 것을 복원했다. 이 과정에서 원형이 다소 훼손되었다고는 하나 그 아름다움을 짐작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차곡차곡 쌓아 올린 벽돌이 어우러지며 다채로운 음영을 나타낼 뿐 아니라, 4층까지 기와를 입혀 직선과 곡선이 조화를 이룬 것도 색다르다. 또 층마다 감실이 자리한 것도 독특한데, 여기엔 근엄한 표정의 인왕상이 조각돼 눈길을 끈다. 

전탑 바로 옆에 당간지주가 함께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이곳이 과거 절터였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조선 시대 지리서인 <동국여지승람>이나 <영가지>에 따르면 지금의 안동역에 법림사란 절이 있었다고 한다. 기록에는 여기에 칠층전탑이 세워졌다고 하니 오랜 세월의 부침 속에 현재 오층까지만 남은 것으로 보인다. 원래 상륜부는 금동으로 만들었으나 1598년 명나라 병사들이 훔쳐갔다고 전한다. 안동역에 쌓인 수많은 만남과 이별만큼이나 이 전탑 하나에 얽힌 사연도 무수하다. 

안동역에서 1km 남짓 떨어진 곳에 또 하나의 전탑이 자리하고 있다. 국보 제16호로 지정된 법흥사지 칠층전탑이다. 안동이 전탑의 고장으로 불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문화재로, 현존하는 전탑 가운데 가장 오래되고 규모도 크다. 높이만 17m에 달한다. 첫눈에 보는 이를 압도하는 웅장한 벽돌탑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누더기만 남은 서글픈 사연을 만나게 된다.

사진 / 권다현 여행작가
기찻길 옆에 자리한 법흥사지 칠층전탑. 사진 / 권다현 여행작가

금동의 화려한 장식이 돋보였다는 상륜부는 억불정책을 폈던 조선 시대에 객사를 짓는데 사용됐다. 일제강점기에는 복원을 명목으로 시멘트를 대충 발라 탑 아래쪽은 우아함이라고는 찾아보기 어렵다. 게다가 바로 옆으로 철길이 지나면서 오랜 세월 소음과 진동에 노출돼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위태롭다. 운흥동 오층전탑과 마찬가지로 통일신라 때 세워진 이 전탑도 기와지붕을 얹은 흔적이 보인다. 그러나 원형을 짐작만 할 뿐 장식적인 요소들이 모두 해지고 파괴된 채 우뚝 솟은 모양이 안쓰럽기만 하다.

INFO 운흥동 오층전탑  
주소
경북 안동시 운흥동 231

INFO 법흥사지 칠층전탑
주소
경북 안동시 법흥동 8-1

사진 / 권다현 여행작가
독립운동의 성지로 불리는 임청각 입구. 사진 / 권다현 여행작가

임청각 옆으로 기찻길 지나다
법흥사지 칠층전탑 옆으로 철길이 지나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바로 옆에 임청각이 자리했기 때문. 무려 500년의 세월을 덧입은 아름다운 고택은 낙동강 변에 자리해 선비들이 배를 타고 드나들고 주인은 누대에 앉아 낚시를 즐기던 그림 같은 집이었다. 

그러나 1858년 이곳 임청각에서 태어난 석주 이상룡이 독립운동을 위해 재산을 모두 처분하고 만주로 떠나면서 비극이 시작된다. 그는 매서운 북풍이 몰아치는 국경에서 '살은 깎이어도 오히려 참을 만하고 창자는 끊어져도 차라리 슬프지 않다'며 '이 머리 잘릴지언정 무릎 꿇어 종이 될 수는 없다'고 비장한 각오를 담은 시를 남긴다. 이후 우당 이회영과 함께 신흥무관학교를 세워 독립군을 양성하고 상해임시정부의 초대 국무령을 지내기도 했다.

사진 / 권다현 여행작가
군자정에서 기찻길이 바라보인다. 사진 / 권다현 여행작가
사진 / 권다현 여행작가
후손들이 거주하며 관람객들을 맞아주는 임청각 내부. 사진 / 권다현 여행작가
사진 / 권다현 여행작가
임청각 내부에 마련된 작은 전시관. 사진 / 권다현 여행작가

이 같은 석주의 존재가 일본에게는 눈엣가시였을 터. 선생의 생가인 임청각 한가운데로 기찻길을 내는 파렴치한 보복을 하기에 이른다. 땅의 기운을 끊고 행랑채 등 50여 칸이 파괴된 것은 물론 하루에도 몇 번씩 우레와 같은 기차 소리를 바로 옆에서 들어야 했으니 그 고통이 오죽했을까. 

그럼에도 임청각은 석주 선생을 비롯한 9명의 독립운동가를 배출했고, 처가와 사돈까지 합치면 그 수가 40여 명에 이른다. 안타깝게도 이들은 “일제 치하에서 하루를 더 사는 것은 하루의 치욕을 더 보탤 뿐”이라며 끝까지 호적을 만들지 않아 지난 2009년에야 정부가 나서 독립유공자로 가족관계등록을 창설했다. 현재 임청각은 후손들이 거주하며 관람객들을 맞고 있다.

사진 / 권다현 여행작가
퇴계 이황의 친필 현판을 만날 수 있는 군자정. 사진 / 권다현 여행작가

군자정 내부에선 퇴계 이황의 친필인 임청각 현판을 비롯해 농암 이현보, 제봉 고경명, 백사 윤훤, 송강 조사수 등 내로라하는 학자들의 명필을 만날 수 있다. 고택체험도 가능하니 독립운동의 성지에서 특별한 하룻밤을 지내봐도 좋겠다.  

INFO 임청각 
관람시간
오전 9시 30분~오후 6시
주소 경북 안동시 임청각길 63

사진 / 권다현 여행작가
안동의 뿌리로 불리는 태사묘 입구. 사진 / 권다현 여행작가
사진 / 권다현 여행작가
삼태사의 유물이 전시된 보물각. 사진 / 권다현 여행작가

안동의 뿌리 태사묘, 그리고 구도심
안동역에서 불과 500m 떨어진 거리에는 태사묘가 자리한다. 번잡한 상가 한편이라 지나치기 쉽지만 안동의 뿌리라 할 수 있는 삼태사가 모셔진 곳이라 그 역사적 의미가 남다르다. 

삼태사는 김선평, 권행, 장정필을 가리키는 것으로 각각 안동 김씨와 권씨, 장씨의 시조가 된다. 이들은 왕건을 도와 후백제를 물리치고 후삼국 통일의 발판을 마련하는데 큰 공을 세웠다. 왕건은 이들에게 성씨를 하사하고 동쪽을 평안하게 만들었다고 하여 안동이라는 지명도 내려준다.

이후 세 성씨는 안동지역의 향권을 주도하며 수많은 인재를 배출했다. 태사묘에는 이들의 위패를 모신 사당과 함께 유물을 전시한 보물각이 자리하고 있다. 지금도 후손들이 모여 음력 10월엔 시제를, 2월과 8월 중정일에는 향사를 지낸다.   

사진 / 권다현 여행작가
앙증맞은 장식품으로 변신한 하회탈이 눈길을 끈다. 사진 / 권다현 여행작가
사진 / 권다현 여행작가
오래된 한옥 식당을 리모델링한 '잇다' 내부. 사진 / 권다현 여행작가

태사묘 바로 앞에는 기념품숍과 카페를 겸하는 ‘잇다’가 있다. 안동이 지닌 오랜 전통에 젊은 감각을 덧입힌 기념품을 판매한다. 식상하게 느껴졌던 하회탈이 앙증맞은 장식품과 에코백으로 변신했고, 안동소주는 멋스러운 보자기 공예 덕분에 선물용으로 인기다. 안동에서 나는 콩으로 만들었다는 인절미 케이크와 쿠키도 젊은이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사진 / 권다현 여행작가
한옥을 감각적으로 꾸민 인테리어가 돋보인다. 사진 / 권다현 여행작가
사진 / 권다현 여행작가
한옥펍 '옥정'의 개성 넘치는 수제 맥주. 사진 / 권다현 여행작가
사진 / 권다현 여행작가
전국3대 빵집으로 불리는 안동의 맘모스제과. 사진 / 권다현 여행작가

한옥펍 '옥정'도 구도심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레트로한 인테리어에 각 지역의 특징을 살린 수제 맥주를 선보여 관광객들도 좁은 골목까지 일부러 찾아온다. 전국 삼대 빵집으로 불리는 맘모스제과도 안동역에서 걸어서 5분 거리다.  

INFO 안동태사묘 
관람시간
오전 9시~오후 5시(하절기는 오후 6시까지)
주소 경북 안동시 태사길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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