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케치=충주] 넘겨야 할 달력의 페이지가 점점 줄어들 무렵에는 차분히 한 해를 정리하고 싶은 마음과 동시에 유난히 어딘가로 떠나고 싶어진다. 그렇다면 충북 충주에 자리한 온천 여행은 어떨까? 온가족이 즐기기에도 좋은 이곳은 다채로운 볼거리와 함께 뜨끈한 온천수가 마음을 정리해준다. 

왕의 온천, 충주의 수안보
추위가 기승을 부릴수록 좋은 충주의 수안보는 겨울 온천의 명당으로 손에 꼽히는 장소이다. 1725년 개발된 전국 최초의 온천인 이곳은 3만 년이라는 오랜 시간 동안 온천수가 솟아오른 장소이다. 

무색, 무취, 무미의 수안보 온천수는 각종 광물질 성분이 풍부한 것이 특징이다. 온천수를 가만히 한 달 동안 두어도 썩지 않을 정도. 이 때문에 이곳에서 온천욕을 마치면 노화 예방에 탁월한 효과를 볼 수 있다. 

수안보 온천수의 효능은 조선왕조실록에도 남아있을 정도로 유서 깊다. 조선 제1대 임금인 태조 이성계가 피부병을 치료하기 위해 자주 찾아 왕의 온천이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다. 당시 수안보로 신분을 막론하고 각종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전국 팔도에서 사람들이 모였다는 사실 또한 30여 개의 역사책에 기록되어 아직까지 전해 내려온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시에서 중앙 집중관리 방식으로 온천자원을 관리 및 보전하고 있어, 인체에 유익한 양질의 온천수를 수안보온천관광특구 내에 있는 호텔에서도 누릴 수 있는 것 또한 여행자가 반길만한 소식이다. 

혹시라도 온천 입욕을 즐기기 어렵다면 수안보관광특구 중심에 있는 물탕공원에서 족욕을 하는 것도 충주의 온천수를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이다. 지압 족욕장과 마운틴 족욕탕, 마사지 족욕장 그리고 커플 족욕장으로 구성된 시설은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 좋다. 특히, 족욕길에는 충주시에서 설치한 무료와이파이존이 있어 어른들이 족욕을 즐기는 동안 어린 자녀들이 지루하지 않게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전국 10대 냉면집, 충주의 갈마가든
조선후기 집필된 ‘동국세시기’에서 겨울철 음식이라고 기록된 냉면은 흔히 이북의 요리로  알고 있다. ‘차갑게 먹는 면’의 통칭인 냉면을 떠올리면 자연스레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이 연상되기 때문이다. 

반면 구수하고 쫄깃한 면발을 가진 칡냉면은 한국에서 만들어진 향토음식이다. 부산의 밀면처럼 고구마 전분의 대체재를 찾는 과정에서 탄생한 칡냉면은 칡 대량 산지인 남원시를 중심으로 알려지기 시작했고 이후 전국적으로 퍼져나갔다. 

충주에는 서울의 을지면옥과 속초의 이조면옥 그리고 부산의 내호냉면 등과 함께 ‘전국 10대 냉면집’으로 알려진 칡냉면전문점이 자리해 있다. 30년 전통을 지키고 있는 갈마가든이 바로 그곳. 산기슭에 자리해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서 냉면을 맛볼 수 있다.

대부분의 식재료를 직접 재배하고 직접 효소양념을 만들어 건강한 한 그릇을 준비한다. 전국 10대 냉면이라는 애칭과 달리 살얼음육수에 무김치와 굵게 채 썬 오이 그리고 삶은 달걀 반개의 냉면은 어느 냉면집과 별반 다를 것이 보인다. 젓가락으로 비벼 무김치로 면을 감아 먹자 생각이 달라진다. 쫄면에 가까운 식감과 칡의 독특한 향이 입안에 채워준다. 다른 냉면집보다 칡의 함유량이 풍부해서 풍미가 깊은 것도 갈마가든의 특징이다. 

한편, 뛰어난 손맛 덕분에 수제만두와 만두전골 또한 많은 사람이 찾는 메뉴 중 하나다. 추운 겨울 이냉치냉(以冷治冷)을 즐기기 부담스럽다면 선택해도 좋을 듯하다. 

주소 충북 충주시 살미면 용천리 245-1

우리나라의 유일한 고구려비, 충주고구려비 전시관
고대 중국사는 중원을 차지하기 위한 패권 다툼의 연속이었다. 고대 한국사도 마찬가지. 삼한시대부터 삼국시대까지 모두가 중원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쟁탈전을 벌였다. 백제의 남자곡성, 고구려의 국원성, 통일신라의 중원경으로 불렸던 중원의 도시가 현재의 충주이다.  

일찍이 철의 생산지였던 충주는 한강과 낙동강 유역을 연결하는 교통의 중심지였기 때문에 영토분쟁 중심지가 되었다. 그래서인지 충주는 다양한 세력들이 대립과 융합을 반복하며 공존하는 문화권을 형성했고 여전히 그 시절의 흔적이 남아있다. 

그중에서도 중원진출이란 업적을 기념하기 위해 고구려가 세운 충주 고구려비는 한국 고대사의 수수께끼를 풀 수 있는 열쇠가 되었다.(중원 고구려비라고 불렀지만 중원군이 충주시로 통합되며 충주 고구려비로 개칭되었다.) 

1500년 동안 묵묵히 고구려의 역사를 간직한 고구려비 진품은 충주 고구려비 전시관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 전시관 내부에서는 ‘중원문화의 중심’이란 주제로 충주를 알아보는 것부터 시작하여 고구려비가 발견된 입석마을의 이야기와 고구려의 이야기 그리고 충주 고구려비 이야기를 다루고 있었다. 

국내 유일의 고구려비는 안타깝게도 대장간 기둥으로 사용되거나 대홍수와 같은 세월의 풍파로 인하여 많이 훼손된 상태였다. 그렇지만 고구려의 주요 영토는 북쪽이다 보니 유적을 쉽게 볼 수 없기에 방문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고구려의 기상과 문화재의 소중함을 배울 수 있는 충주의 고구려비전시관은 아이들의 교육에도 상당히 뜻깊은 장소임이 틀림없다. 

관람시간 오전 9시~오후 6시
관람요금 무료
주소 충북 충주시 중앙탑면 감노로 2319 

아시아 최대 성탄 축제가 열리는 충주라이트월드
해가 짧은 겨울, 온천과 충주 구경을 하다보면 금세 어둠이 내려앉는다. 하지만 밤이 되었다고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전 세계의 나라들의 문화를 각양각색의 빛으로 표현한 라이트월드가 있기 때문. 한국의 경우에는 전통문화를 소재로 삼아 고려청자와 석탑뿐만 아니라 충주의 문화, 자연 그리고 역사를 빛으로 구현했다.

라이트월드에는 인도의 타지마할, 러시아의 바실리 성당, 이집트의 피라미드와 같이 국가를 상징하는 것들을 조명으로 구현해 두었다. 각 국의 문화를 조명 예술로 만날 수 있어 볼거리가 풍부하다. 세계테마존에서는 한국의 남산타워를 비롯해 고려청자를 감상할 수 있다. 

한편, 아시아 최대 규모의 성탄 축제인 ‘슈퍼 크리스마스 코리아 2019’가 ‘사랑의 빛 희망의 빛 평화의 빛’이란 주제로 11월29일부터 2020년 1월27일까지 충주라이트월드에서 열린다. 크리스마스트리 공모작 전시와 함께 성탄퍼레이드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되어있다.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라이트월드는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구성되어 있어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시키기에도 좋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아이 손을 잡고 온가족이 함께 빛으로 물든 세상을 관람해보는 것은 어떨까?

관람시간 오후 6시~오후 10시(월요일, 우천 시 휴장)
관람요금 대인 1만원, 소인(36개월 이상) 8000원
주소 충북 충주시 남한강로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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