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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대한민국 테마여행 10선 ② 시간여행101] 걸어서 만나는 조선의 숨결, 전주부성 옛길
[대한민국 테마여행 10선 ② 시간여행101] 걸어서 만나는 조선의 숨결, 전주부성 옛길
  • 조아영 기자
  • 승인 2019.12.09 09: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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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과 평양에 이어 '조선의 3대 도시'로 꼽혔던 전주
풍남문을 중심으로 옛길 걸을 수 있어
복원 공사 한창인 전라감영, 내년 상반기 공개될 예정
사진 / 조아영 기자
풍남문은 전주부성의 남쪽 출입문이자 사대문 중 유일하게 현존하는 보물이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여행스케치=전주] ‘전주’ 하면 700여 채의 기와집이 어깨를 맞댄 채 도심 속 능선을 이루는 한옥마을과 푸짐한 먹거리 등이 먼저 떠오르지만, 때로는 북적이는 곳을 살짝 벗어나야지만 볼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시대를 건너듯 옛길을 천천히 따라 걸으며 전주가 품고 있는 ‘조선’을 만나러 간다. 

조선시대로의 시간여행은 태조 이성계의 어진을 모신 경기전에서 첫발을 뗀다. 경기전은 한옥마을 초입에 자리해 많은 이들이 가장 먼저 들르게 되는 곳으로, 여행객들은 한복을 곱게 차려입거나 붉은 곤룡포 자락을 휘날리며 풍경 속에 스며든다. 대개 경기전 내부를 둘러보거나 산책을 즐기는 것으로 그치는 경우가 많지만, 정문을 나서면 ‘전주부성 옛길’을 걸을 수 있다. 

500여 년 전, 조선의 자취를 찾아서
경기전 정문 앞으로 곧게 뻗은 길에는 자세히 보아야 알 수 있는 표시가 하나 있다. 다른 길과는 다르게 바닥 면을 검은색 타일로 구분 지어 놓은 것이다. 임경숙 전주시 문화관광해설사는 “이곳이 과거 전주부성 성벽이 있던 자리”라며 “‘전주부(全州府)’는 1949년 전주시로 개칭되기 전까지 사용된 옛 이름으로, 전주부성은 조선시대 감사가 집무하는 전라감영이 있던 곳”이라고 설명한다. 

사진 / 조아영 기자
한옥마을 초입에 자리해 많은 이들이 전주 여행의 시작점으로 삼는 경기전. 사진 / 조아영 기자

한성과 평양에 이어 조선의 3대 도시로 꼽혔던 전주는 전라남북도와 제주도를 아울러 관할했던 행정의 중심도시였다. 그에 걸맞게 40여 채 규모의 전라감영과 시가지를 보듬었던 성벽은 현재 사라졌지만, 곳곳에 옛 흔적이 남아있어 전주부의 위상을 어렴풋이 짐작게 한다. 

길을 사이에 둔 채 경기전과 이웃한 전동성당에도 전주부성과 얽힌 이야기가 숨어 있다. 일제가 새길을 내기 위해 성벽을 헐었을 때, 당시 초대 주임신부인 보두네 신부가 허가를 얻어 성벽의 돌을 가져다 성당의 주춧돌로 사용한 것. 성당의 지표면을 살펴보면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거무스름한 돌을 발견할 수 있는데, 그것이 바로 인근 성벽에서 거둬온 돌이다. 이채로운 풍경을 지닌 전동성당이 전주부성과 밀접한 연관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더욱 새롭게 느껴진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전동성당은 지난 11월 미디어 파사드 공연을 개최해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사진 / 조용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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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부성 성벽 일부로 주춧돌을 쌓은 전동성당 풍경. 사진 / 조아영 기자
사진 / 조아영 기자
풍남문 뒤편에는 '호남제일성'이라 쓰인 현판이 걸려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전동성당에서 도보로 3분가량 이동하면 웅장한 멋을 지닌 풍남문(보물 제308호)이 나타난다. 전주부성의 남쪽 출입문인 풍남문은 사대문 중 유일하게 현존하는 귀한 보물이다. 정유재란과 큰 화재로 소실되었으나 1768년 전라감사 홍낙인이 다시 세우면서 ‘풍남문’이라 이름 지어졌다. 

임경숙 해설사는 “북쪽 면에는 ‘호남제일성’이라 쓰인 또 다른 현판이 걸려있는 것을 볼 수 있다”며 “성문 밖에는 시장이 들어서기 마련인데 이곳 풍남문 인근에 섰던 남밖장은 호남의 물자가 모두 모여들어 가장 규모가 컸다”고 말한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쇠락했던 남부시장은 현재 청년몰을 갖추고 야시장을 열어 여행자의 발걸음을 모으고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1930년대 풍남문 일대가 담긴 흑백사진. 사진 / 조아영 기자

INFO 전주부성 옛길투어
전주시는 한옥마을 골목길투어, 오목대ㆍ벽화마을투어 등 총 7가지 해설투어를 운영하고 있다. 그중 전주부성 옛길투어는 풍남문을 중심으로 옛길을 따라 걸으며 조선시대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개인은 별도의 예약 없이 참가할 수 있고, 20명 이상 단체의 경우 일주일 전까지 유선상으로 문의 후 예약하면 된다. 참가비는 무료다.
운영시간 매주 금요일~일요일 오후 3시
이동경로 경기전 정문~전동성당~풍남문~전라감영길~전라감영 터~전주객사(풍패지관)

사진 / 조아영 기자
한옥카페 행원 앞에는 옛 전주의 모습을 담은 패널이 붙어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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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도심인 웨딩거리는 풍남문 북쪽에 자리한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사대문 안팎의 골목을 가로지르다
풍남문을 등진 채 북쪽으로 걸어가면 ‘웨딩거리’라 불리는 골목과 만나게 된다. 전주의 원도심인 이곳은 한복집, 금은방 등이 몰려 있어 이름 지어졌다. 웨딩거리에 자리한 한옥카페 행원 앞에 닿으면 벽면을 채운 패널이 시선을 머물게 한다. 1872년 전주 지도 일부 사진을 비롯해 근대 전주부성 동서남북을 잇는 거리를 담은 흑백사진으로 빼곡한 패널에는 전주부성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더해 이해를 돕는다.

웨딩거리 끝자락으로 향하면 눈길을 잡아끄는 명물이 나타난다. 18세기 전주 고지도를 아트타일 벽화로 재해석한 작품 <전주의 봄>이 완산경찰서 건물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기 때문. 792장에 달하는 타일 위로 수놓아진 조선시대 전라감영과 전주부성 전경은 그저 감탄을 부른다. 건물 앞에 마련된 안내판을 보며 고지도와 벽화를 비교해 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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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의 봄>은 전주 고지도를 아트타일 벽화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사진 / 조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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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산경찰서 곁에 자리한 포돌이 · 포순이 조형물. 사진 / 조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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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건물을 복원 중인 전라감영. 사진 / 조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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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화당의 위치를 가늠하게 하는 회화나무. 사진 / 조아영 기자

풍남문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뻗은 골목을 걷다 보면 전라감영의 부재가 더욱 안타깝게 다가온다. 조선시대 내내 유지되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옛 건물이 하나둘 사라지거나 신식 건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2018년부터 복원 사업이 시작되어 핵심건물인 선화당과 관풍각, 내아 등 과거의 모습이 재현되고 있다. 현재는 수령 200년에 달하는 회화나무만이 감영의 위치를 가늠하게 하지만, 복원 공사가 내년 상반기에 마무리될 계획이어서 긴 겨울을 보내고 봄에 전주를 찾으면 새롭게 탄생한 전라감영을 감상할 수 있을 예정이다.

사진 / 조아영 기자
풍패지관은 출장을 나온 관원이나 외국 사신들이 묵었던 객사이다. 사진 / 조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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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딩거리 일대에는 전주 비빔밥을 판매하는 가게가 여럿 자리해 입맛에 따라 골라 맛볼 수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공사가 한창인 전라감영 터를 지나 풍패지관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조선 초기 전주부성을 지을 때 함께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곳은 출장을 나온 관원이나 외국 사신들이 묵었던 객사이다. 풍패지관 또한 서익헌 해체 보수공사가 이루어지고 있어 온전한 모습을 감상하기 어려우나 옛 흔적을 눈으로 어루만지며 여정을 마무리 지을 수 있다. 

INFO 대한민국 테마여행 10선|시간여행101
대한민국 테마여행 10선 중 7권역 시간여행101로 선정된 곳은 전주, 군산, 부안, 고창으로 총 4개 지역을 아우른다. 전북의 100가지 아름다운 자연과 문화유산, 그것을 경험하는 주체인 여행자를 더해 이름 지어졌다. 선사시대부터 근대까지 켜켜이 쌓아 올린 우리의 문화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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