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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대한민국 테마여행 10선 ① 평화역사 이야기여행] 역사 유적부터 트렌디한 카페까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강화
[대한민국 테마여행 10선 ① 평화역사 이야기여행] 역사 유적부터 트렌디한 카페까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강화
  • 유인용 기자
  • 승인 2019.12.09 09: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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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요호 사건이 일어났던 초지진
우리나라 1호 성당인 성공회강화성당
문 닫은 방직공장을 카페로, 조양방직
사진 / 유인용 기자
강화도 초지진은 강화도 조약의 계기가 됐던 운요호 사건이 있던 곳이다. 사진 / 유인용 기자

[여행스케치=인천] 조선 시대 한양으로 들어가기 위한 관문이었던 강화도는 다양한 신식 문물들이 첫 발을 딛는 곳이었다. 조선 시대부터 현재까지 강화도의 역사에서 한 획을 긋는 대표 스팟들을 모아 돌아본다.

1875년, 일본 군함 한 대가 부산에 나타난다. 군함은 ‘조선의 연안을 측량하겠다’며 서해를 거슬러 강화도까지 올라왔다. 군함에서 작은 배를 내려 일본군들이 해협을 침범하자 조선군이 포를 쏘았고, 일본군은 함포로 맞서 공격했다. 강화도 조약의 계기가 된 운요호 사건이다.

운요호 사건의 그곳
서해에서 뱃길로 닿기 쉬웠던 강화도는 그만큼 외세의 침략이 잦은 곳이기도 했다. 당시 군대가 머물던 작은 요새를 둔대라고 하는데, 강화도에만 해안을 빙 둘러 54개의 둔대가 있었을 정도다. 강화도 남동쪽의 둔대인 초지진은 사적 제225호로 운요호 사건이 일어난 장소다.

초지진의 채재국 강화군시설관리공단 직원은 “초지진은 과거 강화도에서 손꼽히는 규모의 군대가 있던 곳”이라며 “간척사업이 진행되면서 과거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지만 당시의 폭격 흔적이 아직도 남아 있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사진 / 유인용 기자
초지진 내에 전시된 함포. 실제 사용됐던 것을 옮겨와 전시했다. 사진 / 유인용 기자
사진 / 유인용 기자
초지진의 소나무에 남아 있는 폭격의 흔적. 사진 / 유인용 기자

운요호 사건의 흔적은 초지진 바깥에서 볼 수 있다. 주차장 위쪽으로 서 있는 두 그루 소나무가 당시의 상흔을 간직한 나무다. 나무 아래에 서서 위를 올려다보면 나무 기둥에서 가지로 갈라지는 곳에 나무가 패인 흔적이 있다. 나무 뒤쪽의 성벽에 흰색 동그라미로 표시한 부분도 포에 맞은 자국이다.

초지진 내부에 전시된 대포는 과거 실제로 사용됐던 포를 옮겨와 전시했다. 성벽 가까이로 올라서면 남쪽으로는 2002년 개통된 강화초지대교가 보이고 바다 너머로는 큰 배 한 척이 떠 있는 모양새의 김포함상공원이다.

초지진을 들렀다면 덕진진도 함께 둘러볼 만하다. 초지진에서 북쪽으로 약 3km 거리의 덕진진은 사적 제226호로 강화도 제1의 포대가 주둔했던 곳이다. 덕진진에는 포를 쏘는 문이 15개에 달하는 남장포대가 남아 있다. 모형 포대를 함께 전시해 두어 당시 현장을 재현했다.

남장포대 위쪽 덕진돈대 앞으로는 비석 하나가 세워져 잇는데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경고비다. 1867년 흥선대원군이 세운 비석에는 ‘해문방수타국선신물과’라는 문장이 음각으로 새겨져 있다. ‘바다의 관문을 지키고 있으니 외국 선박은 통과하지 말라’는 뜻이다. 음각 오른편으로는 신미양요 때 미국 함대와 벌였던 포격전의 흔적이 움푹 패여 있다.

사진 / 유인용 기자
초지진 북쪽의 덕진진에 남아 있는 남장포대. 사진 / 유인용 기자
사진 / 유인용 기자
덕진돈대에 세워져 있는 흥선대원군 경고비. 비석 오른쪽은 신미양요 때 폭격의 흔적이다. 사진 / 유인용 기자

INFO 초지진
관람시간 오전 9시~오후 6시
관람요금 대인 700원, 어린이‧청소년‧군인 500원
주소 인천 강화군 길상면 해안동로 58

옛것과 신문물의 만남, 대한성공회 강화성당
뱃길을 통해 강화도로 들어온 서양인 중에는 선교사들도 있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성당이 강화도에 있는 이유다. 강화군청 인근의 야트막한 동산 위에 자리한 멋들어진 2층 한옥 건물이 바로 국내 제1호 성당인 대한성공회 강화성당이다.

성당의 정문인 외삼문을 들어서 성당 건물을 정면에서 바라보면 한문으로 적힌 글귀들이 눈에 들어온다. 성경 구절을 한문으로 옮겨 적은 것이다. 위쪽의 처마를 살펴보면 천주교를 상징하는 십자가와 우리나라 고유의 태극무늬가 조화를 이루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김경애 강화군 문화관광해설사는 “어느 날 갑자기 눈이 푸르고 코가 큰 서양인들이 들어와 새로운 종교를 전파하니 강화도 주민들에게는 경계심이 먼저 들었을 것”이라며 “영국 선교사들은 당시 우리나라에서 사용했던 한문으로 성경 구절을 적고 태극무늬와 십자가를 함께 배열하며 주민들과의 담을 허물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한다.

사진 / 유인용 기자
우리나라 최초의 성당인 대한성공회 강화성당의 외관. 건물 앞에 적힌 한문은 성경 구절을 옮긴 것이다. 사진 / 유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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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 외관이지만 내부는 바실리카 건축 양식을 가진 대한성공회 강화성당. 사진 / 유인용 기자
사진 / 유인용 기자
성당 앞의 회화나무. 선교사들이 기존 종교와의 화합을 표현하고자 불교의 상징 보리수나무와 유교를 뜻하는 회화나무를 함께 심었다. 사진 / 유인용 기자

문을 열고 내부로 들어가면 전통 한옥 양식의 외관과는 180도 다른 모습이다. 내부 공간이 앞뒤로 길쭉한 서양의 바실리카 건축 양식을 갖췄다. 겉에선 2층으로 보이지만 내부는 하나의 층으로, 공간이 넓지 않지만 천장이 높아 트인 느낌을 준다. 나무틀로 만들어진 예스런 유리창이 스테인드글라스를 대신한다.

성당을 다시 나오면 왼편으로 서 있는 큰 나무는 보리수나무다. 선교사들이 기존 종교와의 화합을 표현하고자 불교의 상징 보리수나무와 유교를 뜻하는 회화나무를 함께 심었던 것. 회화나무는 태풍에 소실됐고 보리수나무만 남아 있다. 언뜻 보면 한옥 건축물로만 보이지만 요목조목 뜯어볼수록 곳곳에 녹아든 선교사들의 노력이 눈에 들어온다. 문화관광해설사의 설명과 함께 하면 더욱 깊이 있게 감상할 수 있으니 성당 언덕 아래의 안내소를 함께 들를 것을 권한다.

INFO 대한성공회 강화성당
주소 인천 강화군 강화읍 관청길 27번길 10

문 닫은 방직공장의 재탄생
조양방직은 최근 강화도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르는 곳 중 하나다. 조양방직의 역사는 193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강화도는 우리나라 섬유 산업의 부흥기를 이끌었고 그 중심에는 조양방직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전기가 1960년대 이후 보급화 된 것에 반해 강화도에선 조양방직의 기계를 돌리기 위해 그보다 훨씬 빠른 1930년대에 전기가 보급됐다. 하지만 1950년대 들어 경영난을 겪으며 문을 닫았고, 여러 사람 손을 거치다 결국은 폐공장이 됐다.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던 조양방직이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된 건 이용철 대표의 손으로 넘어가면서부터다. 2000평 부지에 달하는 폐공장을 딱 1년 만에 리모델링해 강화도에서 가장 핫한 카페로 만든 장본인이다.

사진 / 유인용 기자
조양방직의 입구. 1930년대 강화도 섬유 산업의 중심에 서 있던 조양방직은 당시 강화도의 부흥기를 이끌었다. 사진 / 유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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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직공장의 내부를 그대로 살려 카페로 재탄생한 조양방직. 사진 왼편의 미싱이 올라갔던 긴 틀을 살려 테이블로 활용한다. 사진 / 유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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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솥으로 세면대를 만든 이채로운 화장실. 사진 / 유인용 기자
사진 / 유인용 기자
낡은 트랙터가 테이블의 한 부분이 되는 조양방직은 “낡고 오래된 것을 좋아하고 정해진 틀을 깰 때 카타르시스를 느낀다”는 이용철 대표의 자유분방함을 닮아 있다. 사진 / 유인용 기자

공장에서 쓸 물을 끓이던 보일러실은 지금은 커피를 끓이는 주방이 됐고, 미싱이 올라갔던 길쭉한 틀은 테이블이 됐다. 방직공장의 높은 천장과 대들보, 넓은 공간을 그대로 살려 뻥 뚫린 내부가 이채롭다. 카페가 어찌나 넓은지 안쪽으로 깊이 들어가면 진동벨이 울리지 않을 정도다.

낡은 트랙터가 테이블의 한 부분이 되고 녹슨 가마솥이 화장실 세면대가 되는 조양방직은 “낡고 오래된 것을 좋아하고 정해진 틀을 깰 때 카타르시스를 느낀다”는 이용철 대표의 자유분방함을 닮아 있다. 그는 “과거 조양방직으로 인해 강화도가 부흥했던 만큼, 현재의 조양방직이 강화도 제2의 부흥기를 열게 되길 바란다”고 말한다.

강화도의 직물 산업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다면 조양방직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의 소창체험관을 찾아보자. 400년에 걸친 역사와 면직물 만들기 체험도 해볼 수 있다.

INFO 조양방직
운영시간 오전 11시~오후 8시
메뉴 커피 7000~8000원
주소 인천 강화군 강화읍 향나무길5번길 12(신문리 587)

INFO 대한민국 테마여행 10선 - 평화역사 이야기여행
대한민국 테마여행 10선 중 1권역 평화역사 이야기여행으로 선정된 곳은 인천, 수원, 파주, 화성의 4개 지역이다. 고려시대의 궁궐 터부터 DMZ 안보 관광, 6.25전쟁 관련 유적까지 우리나라의 유구한 역사와 근대, 현대의 모습까지 아울러 둘러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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