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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숨은여행지 찾기] 180년 동안 그곳에 관아가 있었던 이유, 영남대로의 길목, 칠곡 가산산성
[숨은여행지 찾기] 180년 동안 그곳에 관아가 있었던 이유, 영남대로의 길목, 칠곡 가산산성
  • 조용식 기자
  • 승인 2019.12.12 17: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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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에서 한양으로 넘어가는 길목에 자리한 칠곡 가산
외세 침략에 대비해 축조된 가산산성
복수초 군락과 180년 동안 유지된 산성마을터와 관아터
사진 / 조용식 기자
가산을 넘나드는 이들의 쉼터가 되었던 정상부의 가산바위. 위에서 내려다보이는 전경이 아름답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여행스케치=칠곡] 칠곡의 가산은 영남에서 한양으로 가는 영남대로의 길목에 해당한다. 해발 901.7m의 가산을 넘나들던 시절, 정상부의 널찍한 가산바위는 오가는 이들의 쉼터로 이용됐다. 가산바위에서 중성문을 지나 동문으로 가는 길목에 180년 동안 행정 업무를 관장했던 칠곡도호부의 관아터를 만날 수 있다.

칠곡 가산에 산성이 세워진 이유는 무엇일까? 조선은 임진왜란(1592)과 병자호란(1636) 양란을 겪으며 외세 침략에 대비해야 함을 깨달았다. 그래서 한양으로 가는 영남대로의 길목 중의 하나인 가산에 산성을 구축하게 된다. 가산은 암계류가 많고 골짜기와 능선의 지세가 좋아 산성으로 축조하는데 안성맞춤이었다.

중성문 성벽의 성안길을 따라 걷는 코스가 있다. 사진 / 조용식 기자

거대한 돌덩이가 많아 산성 구축에 안성맞춤 
칠곡 가산산성의 진남문 앞에 설치된 안내문에는 ‘1639년(인조 17) 9월에 경상도관찰사 이명웅이 장정 10만여 명을 동원해 내성을 쌓기 시작하여 1640년 4월에 완공했다’고 적혀 있다. 안내문에는 없지만 내성은 7개월이란 단기간 공사로 이루어지면서 공사 도중 많은 장정이 희생되고, 징발 시기가 추수철과 겹치며 민심의 동요가 심해지자 1640년 7월에 이명웅 관찰사는 해임된다. 

이영화 칠곡군 문화관광해설사는 “조선 인조 18년(1640)에 동문, 서문, 북문을 연결하는 내성이 완공됐으며, 숙종 27년(1701)에 외성 진남문이 축조되면서 3개의 암문(비밀리에 성을 출입할 수 있게 후미진 곳이나 깊숙한 꼿에 만든 출입구)을 만들었다. 그리고 영조 17년(1741)에 중성문을 설치했다”고 설명한다. 국내 산성 중에서 내성, 중성, 외성으로 구축된 산성은보기 드문 형태이다. 

칠곡 가산산성을 찾는 여행자들은 진남문에서 간단한 설명과 함께 해원정사를 둘러보고 돌아간다. 칠곡 가산산성의 속살을 보지 못하고 겉모습만 보고 가는 것이다. 하지만, 칠곡 가산산성은 칠곡과 대구 등 지역 주민들이 자주 찾는 산책 겸 등산 코스이다.

이영화 해설사는 “칠곡 가산산성의 정상부에 있는 가산바위는 꼭 올라가 보는 것이 좋다”며 “널찍하고 평평한 가산바위에 올라 팔공산 국립공원의 산세를 바라보며 정기를 받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초입에서 만난 등산객들은 “가산바위까지는 1시간 20분 정도 걸리며, 왕복 2시간 30분이면 여유있게 칠곡 가산산성 주변을 감상할 수 있다”고 귀띔한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칠곡 가산산성은 국내에서 보기 힘든 내성, 중성, 외성으로 구축된 산성이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사진 / 조용식 기자
칠곡 가산산성은 임계류가 많아 산성 축조에 유리한 지형이다. 사진 / 조용식 기자

Info 칠곡 가산산성
진남문에서 가산바위까지 약 4.7km로 왕복 2시간 분 소요된다. 가산바위는 최근 tvN 드라마 ‘왕이 된 남자’촬영지로 알려졌다.경북 칠곡군 가산면 가산리 98-1 문의 054-979-6452
 

사진 / 조용식 기자
3월이면 복수초가 군락을 이룬다. 사진 / 조용식 기자

널찍한 바위가 안내하는 등산로, 복수초를 만나다
진남문을 출발하면 널찍한 바위들이 등산로를 따라 자태를 드러내고 그 사이로 낙엽이 자리해 겨울의 풍경을 알린다. 여러명이 함께 걸어도 좋을 정도로 폭이 넓은 등산로를 따라가면 산성에서 살았던 사람들의 집 터와 돌로 만든 담장을 만날 수 있다. 길을 따라 10여 분을 걸어올라가면 동문까지 3.1km 남았다는 이정표도 보인다.

등산로 주변의 골짜기마다 암계류가 보인다. 크고 작은 암계류 사이로 물이 흐르지 않을까 해서 물어보니 칠곡의 가산산성에는 비가 안 오기로 유명하다며 전설을 들려준다. 통일신라시대의 고승 도선이 가산바위에 올라 보니 산의 기운이 쎄서 이를 잡기 위해 바위 위 구멍 안에 쇠로 만든 소와 말의 형상을 묻었다고 한다. 그런데 조선시대 관찰사 이명웅이 내성을 쌓으면서 소와 말의 형상을 없애면서 가뭄이 시작됐다는 내용이다. 

등산로를 따라 걸은 지 20분이 지나서 만나는 임도는 갈색의 낙엽이 깔려 아직도 늦가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게 한다. 평지를 걷는 느낌의 임도는 산세를 따라 S자 형태로 이어진다. 덕분에 조금 더 여유롭게 가산산성의 겨울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암석이 수북하게 쌓인 곳에는 어김없이 여러 개의 탑돌이가 세워져 있다. 

암계류가 많은 탓에 어쩌다 비라도 내리면 낙석위험을 알리는 안내문이 설치되면 임도보다는 등산로를 이용하라는 간이 이정표도 세워진다. 등산로는 임도보다는 가파르지만, 부담없이 걸을 수 있는 코스이다. 이제 동문까지는 700m가 남았다. 

임도를 따라 노란띠가 길게 쳐져 있고, 줄에 걸린 안내판에는 ‘복수초 군란지’라고 적혀 있다. 복수초 군란지는 동문까지 이어질 정도로 크게 형성되어 있다. 이른 봄, 노란 꽃잎을 피우는 복수초는 눈 속에서 꽃이 핀다 하여 ‘설연화’라고도 한다. ‘영원한 행복’이며,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에 활짝 핀 복수초를 만날 수 있다. 

사진 / 조용식 기자
S자 형태로 이어진 임도. 사진 / 조용식 기자
넓직한 바위들로 조성된 등산길. 사진 / 조용식 기자
사진 / 조용식 기자
180년 동안 행정을 관리했던 관아터. 사진 / 조용식 기자

180년 동안 삶의 터전, 산성마을터와 관아터
칠곡 가산산성에는 6곳의 수문이 있다. 그 중의 하나인 수문은 동문 남서쪽 성벽에 설치되어 있는데, 동문으로 들어서는 길에 만나게 된다. 동문에 다다르니 나무 벤치에는 잠시 쉬면서 따뜻한 차 한잔을 마시는 등산객들의 모습이 보인다. 예전에는 동문을 통과하는 길이 열렸지만, 복수초 군란지 보호를 위해 지금은 임도를 이용해 동문을 만나야 한다.

잠시 시간을 내어 동문 위로 올라서면 내성을 따라 축조된 산성의 모습이 이어져 간다. 이 길을 따라 오른쪽으로 가면 가산 정상과 유선대, 용바위를 만날 수 있으며, 왼쪽을 따라가면 가산바위를 만날 수 있다. 그러나 동문을 지나 임도를 따라가면 180년 동안 유지해 온 산성마을터와 관아터를 관람할 수 있다. 전망대에서는 비록 터만 보이지만, 잠시 눈을 감고 해발 901m에서 생활해 왔을 선조들의 모습이 상상해 보는 것도 좋다. 

가산바위를 가기 전에 또 하나의 문을 만나는 데 바로 중성문이다. 중성문 성벽을 따라 가산바위까지 갈 수 있는 성안길이 조성되어 있지만, 아직 정비가 덜 됐기 때문에 중앙을 가로질러 가산바위로 향한다. 가산바위로 가는 길에는 소나무, 전나무, 잣나무 등의 가지가 푸른 하늘을 찌를 듯 팔을 벌리고 있으며 길 옆 벤치에서는 대구에서 왔다는 등산객이 오순도순 앉아 도시락을 먹고 있다.

가산산성 서북쪽 성벽 사이에 위치한 바위로서 ‘가암’이라고도 부르는 가산바위는 넓은 평면으로 되어 있어 기상이 좋은 날에는 대구광역시 전경이 한눈에 보인다. 넓고 평평한 바위는 등산객들에게 휴식처이자 정상에서 점심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바위 틈 사이로 솟아오른 나무에는 등산 동호회에서 걸어둔 리본이 흩날리며 팔공산 국립공원의 아름다운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가산바위와 연결된 성벽이 띠를 형성하고 있다. 사진 / 조용식 기자
가산산성 동문 옆으로 수문터가 보인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칠곡의 주변 여행지>

사진 / 조용식 기자
사진촬영하기 좋은 가산 수피아의 공룡뜰. 사진 / 조용식 기자

가산 수피아
2019년 봄에 개관한 가산수피아는 아이들과 기념촬영하기 좋은 공룡뜰, 수피아미술관을 비롯해서 계류정원, 분재원, 향기뜰, 솔밭뜰, 꽃뜰 등의 정원이 아름다운 곳이다. 또한 캠핑장과 카라반 등의 숙박시설과 두부체험공방 및 두부요리전문점, 카페 등의 시설이 있다.

입장료 대인 5000원, 소인 3000원
운영시간 오전 10시~오후 6시, 매주 월요일 휴관
주소 경북 칠곡군 가산면 학하들안2길 105

꿀벌나라 테마공원에서는 꿀 채밀을 직접 해볼 수 있다.

꿀벌나라 테마공원
채밀기를 통해 꿀을 직접 뜨고 맛볼 수 있는 꿀뜨기 체험장을 비롯해 여왕벌의 형상을 한 꿀벌모형동산이 포토존으로 인기다. 체험관에는 꿀벌의 채밀 과정을 소개하고, 꿀벌의 역사, 언
어, 생태적 특성을 보여주는 생태관부터 공생관, 축제관 체험 교욱관 홍보관 등을 만날 수 있다.

관람시간 오전 9시~오후 5시(동절기), 오후 6시(하절기)
체험 꿀 뜨기 체험장, 창의치유체험장 등 유료
주소 경북 칠곡군 석적읍 강변대로 1580-1

사진 / 조용식 기자
관광객의 발걸음을 붙잡는 송림사의 오층전탑. 사진 / 조용식 기자

송림사
송림사 대웅전에는 보물 제1605호인 목조석가여래 삼존좌상이 있다. 대웅전의 편액은 숙종대왕의 어필이며, 대웅전 앞에는 보물 제189호인 송림사 오층전탑이 자리하고 있다. 1959년 해체·보수 과정에서 녹색 유리잔, 녹색 유리사리병, 금동전각형 사리기등의 유물이 발견되어 보물 제325호로 지정됐다.

주소 경북 칠곡군 동명면 송림길 73

사진 / 조용식 기자
성당의 성물, 가구 드을 제작하는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의 전경. 사진 / 조용식 기자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독일 성 베네딕도회 오딜리아 수도원으로부터 파견된 수도자들이 한국 전쟁을 전후해서 만주 연길의 수도원과 북한의 덕원 수도원이 공산당 정권에 의해 폐쇄되자, 남한으로 피신을 오면서 1952년 설립되었다. 수도원에는 성당의 성물이나 가구를 제작하며, 카톨릭 계열의 출판사를 직접 운영한다.

주소 경북 칠곡군 왜관읍 관문로 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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